노바 니발리스

제2화. 다른 방식으로 지키는 사람

수연이 라면가게에 머문 지 사흘째 되던 날, 그녀는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오늘은 진짜 나갈 거야."

아침마다 그녀는 그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안 나갔다……이다."

비아가 카운터 위에서 심드렁하게 말하자 수연이 발끈했다.

"나갈 데를 아직 못 정한 것뿐이야."

"사흘째다……이다."

"신중한 거야."

"그런 걸 못 정했다고 한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그냥 라면을 한 젓가락 떴다.

라면사장은 그런 수연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그녀의 그릇에는 늘 계란이 하나 더 얹혀 있었다. 수연은 그걸 알아채고도 모른 척 넘어갔다.

"근데."

수연이 문득 물었다.

"이 도시, 위험한 일은 진짜 없어?"

"거의."

"거의라는 건 가끔 있다는 소리네."

"가끔."

"어떤 거."

라면사장은 냄비를 저으며 대답했다.

"바깥에서 뭔가 넘어올 때."

수연의 눈이 반짝였다. 사흘 동안 지루함에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넘어온다는 게 무슨 뜻이야?"

"가끔 도시 경계 쪽에 낯선 게 나타난다."

"괴물 같은 거?"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누가 처리해?"

"각자."

수연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각자라니. 전담하는 사람이 없어?"

"세레나가 대체로 정리한다. 급하면 녹사가 나선다."

"녹사가 누군데."

"곧 만날 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수연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검은 이미 그녀 손에 들려 있었다.

"뭐야, 방금."

"동쪽 골목 같다."

라면사장이 창밖을 흘끔 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치마도 벗지 않았다.

"안 가?"

"세레나가 갈 거다."

"지금 사람이 소리 지르는데?"

"곧 조용해질 거다."

수연은 그 태연함에 화가 치밀었다.

"지금 사람 목숨이 걸린 것 같은데 라면이나 끓이겠다는 거야?"

"내가 가면 더 커진다."

"무슨 소리야."

라면사장은 대답 대신 국자를 내려놓았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무거운 뜻이 담긴 듯했지만, 수연은 그 뜻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가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비아가 그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조심해라……이다!"

이미 문은 닫힌 뒤였다.


동쪽 골목에 도착했을 때, 수연은 예상과 다른 광경을 보았다.

거대한 괴물이 날뛰고 있는 것도,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골목 한가운데, 눈보라를 몸에 두른 커다란 짐승 형체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주위에서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짐승은 딱히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웅크린 채 낮게 울부짖고 있을 뿐이었다.

세레나가 이미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살짝 든 채, 짐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해치지 않아요."

세레나가 짐승을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수연이 검을 든 채 뛰어들었다.

"세레나! 뒤로 물러나요!"

세레나가 고개를 돌렸다.

"수연? 여긴 어떻게……"

"괴물이라며! 얼른 쓰러뜨려야죠!"

수연이 검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세레나가 급히 그녀 앞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왜요! 사람들이 위험하잖아요!"

"저건 괴물이 아니에요."

"저게 안 괴물이면 뭔데요?"

세레나는 짐승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 도시의 아이입니다. 경계 근처까지 놀러 갔다가 길을 잃었어요. 겁에 질려서 저 모습이 된 거예요."

수연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아이라고요? 아이가 왜 저렇게 돼요?"

"이 도시는 상상에서 태어난 곳이라서요.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가끔, 마음의 모양이 그대로 몸이 됩니다. 지금 저 아이는 무서움이 저만큼 큰 거예요."

짐승은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눈은 사납다기보다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계속 위험하잖아요."

"사람들은 물러나 있으면 안전해요. 저 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수연은 그 말에 답답함을 느꼈다.

"제가 제압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제압하면 저 아이는 더 겁먹을 겁니다. 그러면 다시는 원래 모습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

"그럼 그냥 이대로 놔둬요?"

"놔두는 게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겁니다."

세레나는 다시 짐승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여긴 안전한 곳이에요.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아요."

짐승의 떨림이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풀지 못했다. 그녀는 이런 방식의 싸움을, 아니, 싸움이 아닌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게 맞는 거예요?"

수연이 낮게 물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레나가 대답했다.

"저 아이에게 필요한 건 처치가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짐승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눈보라 같던 형체가 걷히고, 그 안에서 작은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아이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세레나를 발견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세레나는 그제야 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수연은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검을 천천히 내렸다.

세레나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는 여전히 훌쩍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두려움보다 안도가 더 큰 얼굴이었다.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 겁에 질려 있던 골목 주민들이 하나둘 다가와 조심스럽게 아이를 살폈다.

"애가 다친 데는 없나요?"

"괜찮은 것 같은데……"

"세레나 님, 늘 감사해요."

세레나는 그 인사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그저 곁에 있었을 뿐이에요."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자기 손에 들린 검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검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검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저기요."

수연이 세레나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까는…… 미안해요. 막 뛰어들어서."

세레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습니다. 모르셨으니까요."

"그래도, 자칫하면 제가 일을 더 크게 만들 뻔했잖아요."

"결과적으로 그러지 않으셨어요."

세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검을 내렸습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수연은 그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저기, 근데."

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라면사장이랑은 무슨 사이고."

세레나는 잠깐 그 질문을 곱씹더니, 담백하게 답했다.

"이 도시를 함께 만든 사람입니다."

"만들었다고요? 사장님이랑 둘이서?"

"네."

"그런데 라면가게에서 일을 안 도와요?"

세레나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저는 도시 전체를 봅니다. 그분은 가게 하나를 봅니다. 둘 다 필요한 일이에요."

아이를 품에 안은 세레나가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모로 보이는 사람에게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수연은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검을 집어넣고 라면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라면가게로 돌아온 수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라면사장은 그녀 앞에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았다.

"먹어."

수연은 젓가락을 들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당신도 알고 있었어?"

"뭘."

"그게 괴물이 아니라 애였다는 거."

"응."

"근데 나한테 왜 얘기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나갈 때 얘기해줬으면 됐잖아!"

"네가 뛰쳐나가는 게 더 빨랐다."

수연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녀는 설명을 들을 새도 없이 뛰쳐나갔다.

"……내가 검부터 들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 애는 다시는 원래대로 못 돌아왔을 거다."

수연의 손이 떨렸다.

"나는……"

"네가 나쁜 게 아니다."

라면사장이 말했다.

"넌 지키는 법을 배웠지, 기다리는 법은 못 배웠을 뿐이다."

수연은 그 말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기다리는 것도 지키는 거야?"

"때로는."

"난 그런 식으로 안 배웠어."

"알아."

"내가 배운 건, 위험하면 먼저 베라는 거였어. 안 그러면 내가 당하거나,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당하니까."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넌 늘 먼저 움직였겠지."

"응."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근데 오늘은 틀렸잖아."

"오늘은 몰랐던 거다. 틀린 거랑 몰랐던 건 다르다."

수연은 그 말에 조금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다. 동시에 낯선 불편함도 함께 느꼈다. 지금까지 그녀는 늘 자신이 정답이라고 믿으며 움직여왔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 정답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 이 도시 방식 하나도 모르겠어."

"천천히 배우면 된다."

"배우기 싫으면?"

"그럼 안 배워도 된다. 대신 다음에 또 뛰쳐나가면, 다음번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수연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비아가 슬그머니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수연, 오늘 멋있었다……이다."

"멋있긴, 아무것도 못 했잖아."

"검 내렸잖아. 그게 제일 어려운 거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너, 가끔 되게 그럴싸한 소리 한다."

"나는 문이니까 안다……이다."

수연은 그 논리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릇을 끌어당겨 젓가락을 들었다.

"……내일은 진짜 나갈 거야."

"그래."

"진짜야."

"안다."

수연은 그 대답이 어쩐지 믿음이 안 갔지만, 굳이 더 우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국물을 떠먹었다.

"오늘 검부터 뽑고 뛰쳐나가는 거 보고, 나도 좀 놀랐어."

그녀가 문득 중얼거렸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거든. 위험하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나중에. 근데 오늘은 그게 하마터면 일을 더 망칠 뻔했어."

라면사장은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래도 결국 검은 내렸다."

"쉬운 일이 아니었어, 진짜."

"안다."

"이 도시는 진짜 이상해. 싸워서 해결되는 게 별로 없어."

"익숙해지면 편해진다."

"익숙해지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아가 카운터 위에서 발을 까딱이며 말했다.

"오늘도 안 나갔다……이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었잖아."

"내일은 나갈 거냐."

"……몰라."

"맨날 몰라라고 한다……이다."

"너 그 말버릇, 사장님한테 배웠지."

"맞말은 자꾸 하게 된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처음 이 가게에 벽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와 지금, 그녀 자신도 뭔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담요를 다시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오늘만 더 있을게."

"그래."

라면사장은 그 대답에 별다른 반응 없이 냄비 뚜껑을 덮었다. 그러나 수연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의 입가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노바 니발리스에 도착한 첫 번째 시민은, 그렇게 사흘째 밤을 하루 더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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