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73화. 수연의 전야

밤이 깊어, 가게에는 수연 혼자만 깨어 있었다.

형사는 저녁 내 내일 몫의 토핑을 준비해두고는, 그릇마다 면포를 덮은 뒤 안쪽 방으로 들어가 몸을 뉜 지 오래였다. 비아는 한참 그녀의 소매를 붙잡고 있다가 결국 손을 놓고 파빌라와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 누구도 그녀에게 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었다 — 오늘 밤만큼은, 그녀에게 온전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게 안은 조용했다. 불 꺼진 방들 사이, 카운터의 등불 하나만 남은 시각. 수연은 조리대 앞에 홀로 서서, 콜라비빔면 봉지 두 개를 나란히 꺼냈다.

물을 올리고, 면을 삶고, 찬물에 헹구고, 양념을 짜서 비볐다. 손이 움직이는 순서는 이미 몸에 완전히 밴 것이었다. 오이는 대충 썰고, 계란은 삶지 않고 그냥 뺐다. 콜라를 부었다. 검은 거품과 붉은 양념이 섞이는 모습을, 그녀는 몇 백 번째인지도 모를 만큼 봐온 그 광경을 오늘도 가만히 지켜봤다.

두 그릇이 완성되었다. 그녀는 첫 번째 그릇을 자기 자리 — 조리대 왼쪽 끝, 오래전 라면사장이 내어준 그 좁은 칸 — 에 놓고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한입 먹었다.

여전히 맛없었다. 몇 년이 지나도 이 조합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다. 세상 모든 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이 맛없음 하나만은 한결같았다.

두 번째 그릇은 손대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카운터 한가운데, 손님이 앉는 자리 앞에 놓아두었다. 랩도 씌우지 않았다. 그릇 표면 위로 옅은 김이 서서히 잦아들며, 면발 위 양념의 붉은빛이 조명 아래 조용히 식어가고 있었다.

"식으라고 두는 거야." 그녀가 빈 가게를 향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식어도 맛없는 건 똑같거든."

그녀는 잠시 그 그릇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조금 낮춰 다시 말했다.

"—너 오면, 새로 만들어줄게."

그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 밤, 굳이 그 말을 소리 내어 하고 싶었다. 침묵 속에 담아두기엔, 그 문장이 너무 오래 참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그릇을 마저 비우고, 두 번째 그릇 옆에 나란히 빈 그릇을 내려놓았다. 두 그릇이 카운터 위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하나는 완전히 비어 있었고, 하나는 손대지 않은 채 조용히 식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두 번째 그릇의 면발은 조금씩 국물을 더 빨아들이며 통통하게 불어갔다. 처음엔 팽팽하던 가락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물흐물해지고, 양념과 콜라가 뒤섞인 국물은 표면의 거품기가 가라앉으며 점점 탁하고 무거운 색으로 가라앉았다. 온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있었다. 손끝으로 그릇 표면을 짚어보면, 아마 지금쯤은 미지근함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 그릇을 치우지 않았다. 식어가는 그 속도만큼, 오늘 밤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기다림이란 것이 원래 이런 모양이라는 걸, 그녀는 그 그릇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 뜨겁게 시작해서, 결국 아무도 손대지 않은 채 식어버리는 것. 그러나 식었다고 해서 그 안의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맛없는 면은 식어도 여전히 맛없는 면이었고, 기다리는 마음은 식어도 여전히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후드를 벗어 손에 쥐었다. 오래전,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걸치고 있던 토끼 귀 모양의 후드. 목덜미 쪽 끈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매어둔 작은 매듭 하나가 있었다. 그녀가 원래 살던 세계, 마지막 결전 때 받은 장비에 딸려 있던 그 매듭이었다. 그녀는 그 매듭 안에 아주 오래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소원 하나를 걸어두었었다.

그녀는 그 매듭을 손끝으로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오래 묶여 있던 실이라 처음엔 뻑뻑하게 저항했지만, 몇 번의 손짓 끝에 매듭은 조용히 풀렸다. 그녀는 그것을 후드에서 완전히 분리해, 자신의 왼쪽 손목에 다시 감기 시작했다.

손목에는 이미 다른 매듭 하나가 걸려 있었다 — 몇 년 전, 장난삼아 샀다고 스스로에게 둘러댔던 그 매듭. 사실 그녀는 그것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불안한 밤마다 무의식중에 그 매듭을 만지작거렸던 건, 그 안에 뭔가를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때는 아직, 그 마음에 정확한 이름을 붙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두 개의 매듭을 나란히 손목에 두었다. 하나는 오래전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부터 데려온 소원, 하나는 이 도시에 와서 새로 생긴 소원. 그녀는 그 두 매듭을 서로 겹치듯 한 번 더 묶어, 하나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이제 여기 있어." 그녀가 손목을 들어 올리며 낮게 말했다. "후드 끈보다, 여기가 나아. 손을 쓸 때마다 보일 테니까. 검을 쥘 때도, 그릇을 나를 때도."

소원의 내용은 여전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오늘 밤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계속 유보할 생각이었다. 어떤 소원은 말하는 순간 형태를 잃는다는 걸, 그녀는 오랫동안 그 매듭을 지니고 살아오며 배웠다. 언젠가 이 매듭을 풀어 소리 내어 말할 날이 온다면, 그날은 오늘이 아니라— 그가 이 카운터 앞에 다시 앉는 날이어야 했다.


빈 가게 안, 그녀는 카운터 서랍에서 숫돌을 꺼냈다. 검을 눕히고, 익숙한 각도로 날을 가져다 댔다. 서걱, 서걱, 낮고 규칙적인 마찰음이 조용한 가게 안에 퍼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자연스럽게 지나온 싸움들을 하나씩 복기하기 시작했다.

청룡과의 싸움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힘 — 원인과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강제하는 그 힘 — 을 다시 쓰기로 결심했었다. 오랫동안 봉인해온 두려움을 넘어서던 그 순간의 감각이, 지금도 손끝에 생생했다. 검을 쥔 손이 떨렸던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힘을 다시 쓰기로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의 무게 때문이었다는 걸, 그녀는 그날 이후로도 오래 곱씹었다. 그날 대기 중에 떠돌던 풀냄새, 낡은 나이테가 갈라지며 나던 마른 소리까지, 그녀의 감각은 지금도 그 전장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호와의 싸움은 조금 달랐다. 그 신은 결단이라는 이름 아래, 선택하지 않은 모든 갈래를 장례 치르는 존재였다. 수연은 그 싸움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조금 더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배웠다. 무작정 휘두르는 게 아니라, 정확히 어느 순간에 결과를 강제해야 할지를 가늠하는 법. 그 숙련의 대가로, 그녀는 백호의 마지막 말 — 자신이 봉인해온 것이 사실은 무수한 가능성의 장례식이었다는 고백 — 을 오래 마음에 담아둬야 했다. 그 벼랑의 서늘한 바위 냄새와, 부서진 얼음 조각이 발밑에서 버석거리던 감촉은 지금도 발바닥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녹사와의 싸움은 가장 아팠다. 녹사는 적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반대하면서도 강제로 부딪혀야 했던, 이 도시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존재였다. 수연은 그 힘을 처음으로, 무기가 아니라 응답으로 사용했다. 아프게 쳐달라던 녹사의 부탁 — 위로가 아니라 정직한 고통을 달라던 그 말 — 을 들으며, 그녀는 자신의 신살이 우회 없이 직격하는 힘이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벗길 가면이 없는 존재를 벤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그녀는 그날 처음 알았다. 손잡이를 타고 전해지던 그 낮은 떨림, 마치 상대의 슬픔이 검날을 타고 그녀의 손목까지 곧장 전해지는 것 같던 그 감각만은, 아직도 완전히 잊히지 않았다.

황룡과의 싸움은 가장 무거웠다. 화석이 아니라 증언으로 남겠다던 그 오래되고 안정된 존재 앞에서, 그녀는 대가를 각오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 싸움 이후로 그녀의 몸에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통증 몇 군데가 남아 있었다. 반사되어 돌아온 자기 검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던 그 낯선 통증과, 가한 만큼 정확히 되돌려받던 그 저울 같은 감각을 그녀는 여전히 기억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통증을 후회하지 않았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나아가야 할 순간이 있다는 걸, 그 싸움이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


숫돌 위, 검날을 미는 손의 리듬이 잠시 느려졌다. 그녀는 검을 무릎 위에 눕히고, 오래 눌러왔던 생각 하나를 마침내 소리 내어 꺼냈다.

"신은 이제 안 무서워." 그녀가 빈 가게를 향해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청룡도, 백호도, 녹사도, 황룡도. 다 무서웠는데, 이제 안 무서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목의 두 매듭을 내려다봤다.

"근데 너는 무섭다?"

그 문장을 뱉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정확히 누구를 향해 말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확인해야 했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없는,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한순간도 사라진 적 없는 그 사람을 향한 말이었다. 그녀는 그를 마주 보고 이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마주 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 말만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꺼낼 수 있었다.

"왜인 줄 알아?"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신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붙잡혔어. 청룡은 성장을, 백호는 결단을, 녹사는 슬픔을 대신 짊어졌으니까. 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다가, 그 몫 때문에 붙잡힌 거야. 근데 너는— 너는 네 발로 갔잖아."

그녀는 그 문장의 무게를 스스로 곱씹었다. 신들은 세계의 논리에 붙들린 존재였다.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왜 그런 힘을 가졌는지는 적어도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는 붙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선택. 그 자발성이야말로, 그녀가 도무지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는 지점이었다.

그녀는 그 두려움의 정체를 한 겹 더 파고들었다. 신을 상대하는 두려움은 단순했다 — 힘의 크기, 결과의 무게. 그러나 그를 향한 두려움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가 그 선택을 되돌릴 방법이 이유를 캐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두려움이었다. 이유가 있는 존재는 그 이유를 없애면 풀려난다. 그러나 이유 없이, 그저 스스로 걸어간 존재는— 무엇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지, 그녀는 아직도 완전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오늘 밤 내내 피해온 진짜 질문에 다다랐다. 만약 그가 정말 이유 없이, 온전히 자기 뜻으로 그 문을 열었다면— 그를 다시 이쪽으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결국 이유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여야 했다. 논리도, 설득도, 심지어 신살의 힘도 아닌 어떤 것. 그녀는 그 답이 무엇인지 아직 다 알지 못했다. 그러나 손목의 매듭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 어쩌면 그 답은, 오늘 밤 카운터 위에 식어가고 있는 저 한 그릇의 비빔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냥 거기 있는 것. 그가 돌아올 자리를, 그녀가 논리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만들어두는 것.


그녀는 다시 검을 들어 마저 갈았다. 서걱, 서걱, 마지막 몇 번의 마찰음이 고요한 가게 안을 채웠다. 날이 완전히 서자, 그녀는 그것을 불빛에 비춰보며 날의 결을 확인했다. 흠 없이 매끈했다.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문가로 걸어갔다. 유리창 너머,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아주 가늘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성기게 흩날리던 눈발이 그녀가 지켜보는 사이 조금씩 굵어졌다.

그녀는 문을 살짝 열고 밖으로 손을 뻗었다. 눈송이 몇 개가 손바닥 위에 내려앉아, 잠깐 그 자리에 머물다 체온에 스며 사라졌다. 차갑고, 짧고, 분명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그 감각을 느끼며, 낮게 중얼거렸다.

"와라." 그녀가 말했다. "기다리는 거 지겹다."

그 말은 명령도 애원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오랫동안 참아온 사람이 마침내 스스로에게 허락한 솔직함이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카운터 위, 식어버린 한 그릇의 비빔면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그 그릇 옆에 잠시 앉아, 손목의 매듭을 만지작거리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녀는 문득, 이 가게에 처음 발을 들이던 밤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눈이 내렸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 이 가게가 자신에게 어떤 자리가 될지, 이 골목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 전부가 될지. 지금은 안다. 그리고 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지는 밤도 있다는 걸,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녀는 카운터에 팔을 얹고 턱을 괴었다. 손목의 두 매듭이 소맷단 사이로 살짝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끝으로 한 번 쓸어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앉아 밤을 새우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일은, 이 도시의 누구보다 그녀의 눈이 맑아야 하는 날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가게를 한 번 둘러보았다. 등불 아래 두 그릇의 자리 — 하나는 비어 있고 하나는 채워진 채 식어가는 그 자리는, 내일 아침까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등불을 끄지 않은 채,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긴 밤이, 그렇게 그녀의 등 뒤에서 조용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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