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61화. 비와 오로라

그날 아침, 라면사장이 물을 올리려던 손을 문득 멈췄다.

"……이거, 비 아니냐."

그가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수연도 그 말에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정말이었다. 늘 눈만 내리던 이 도시에, 처음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진짜 비네요. 이 도시에 비가 오는 것도 처음 보는데."

수연이 신기한 듯 창문에 손을 대며 말했다.


그 소식은 순식간에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비가 온다고?"

"눈밖에 모르던 도시에 비라니, 이상하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늘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던 이 도시에, 처음 보는 변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세레나가 순찰 중 서둘러 가게에 들렀다.

"이 비,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녀가 물었다.

"확실히 처음 보는 일이군."

라면사장이 답했다.

"제 기록에도 이런 사례는 없었어요. 이 도시는 원래 눈만 내리도록 설계됐는데."


"그럼 이거, 위험한 건가요?"

수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세레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위험하다기보다는……."

그녀는 창밖의 빗줄기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도시가 조금씩, 진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이리스가 물었다.

"제가 처음 이 도시를 지을 때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설계했어요. 눈만 내리고, 시간은 흐르지 않고. 근데 지금은, 그 규칙 밖의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요."


세레나의 그 말에는, 걱정과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이 비가, 이 도시가 스스로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그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수연이 물었다.

"저도 아직 확신은 없어요. 근데……"

세레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도시가 제가 설계한 대로만 움직인다면, 그건 결국 또 다른 종류의 통제일 뿐이잖아요. 그러니 이런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난다는 게, 오히려 이 도시가 진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듣던 비아만이, 유독 심각한 얼굴로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비아, 너는 왜 그렇게 심각해?"

수연이 물었다.

"……몰라……이다."

비아가 평소와 다르게 짧게 답했다.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든다……이다. 문들이,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이다."

비아의 그 애매한 말에, 가게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을 깬 건, 라면사장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걱정할 거 없다."

그가 말했다.

"이 도시가 변하는 게, 꼭 나쁜 방향이라는 법은 없다."

"그래도 사장님, 이거 진짜 처음 있는 일이잖아요."

수연이 걱정스레 말했다.

"처음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이 가게에 오는 사람들도, 다 처음엔 낯설었지. 근데 지금은 다들 여기 자리 잡고 잘 지내잖나."

라면사장의 그 말에, 수연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렇긴 하네요."

"비가 온다고 우산 하나 만들어 팔면 되지.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의 그 예상 밖의 실용적인 발언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님,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리스가 웃으며 지적했다.

"왜 아니냐. 실제로 필요한 거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세레나도 그 말에 옅게 웃음을 지었다.

"사장님 말씀도 일리 있어요.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게 이 도시의 방식이니까요."

그녀의 그 말에, 가게 안의 무거웠던 공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수연은 우산도 없이 배달을 나가야 했다.

"이거 어떡하지, 우산이 없는데."

그녀가 곤란해하자, 라면사장이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거라도 써라."

"사, 사장님 옷인데 괜찮아요?"

"난 가게 안에 있을 거니 상관없다."

수연은 그 외투를 받아 들며, 순간 그의 체온이 남아 있는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그 온기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고, 고마워요."

"조심히 다녀와라."


그녀가 외투를 걸치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라면사장은 문득 자신의 마음이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헛기침을 하고 다시 가게 정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자꾸만 창밖,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향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수연은, 외투를 돌려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사장님 냄새 나서 좋았어요."

그 말에 라면사장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런 말은 왜 하나."

"진심인데요."

수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 웃음에, 라면사장은 뭐라 답할지 몰라 그저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 비는 서서히 그쳤다. 하늘이 개고, 오랜만에 맑은 별빛이 도시를 비췄다.

세레나는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네요."

"그러게요. 근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수연이 답했다.

"이 도시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예상 밖의 일들을 만들어낼지도 몰라요. 근데 저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레나의 그 말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비가 내렸다는 것, 그리고 그 비 속에서 수연에게 외투를 건넸던 그 짧은 순간.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이 도시가 변하는 것처럼, 나도 변하고 있는 건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옅게 웃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처럼, 그의 마음속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가게 밖으로는 비에 젖은 골목이 별빛을 받아 촉촉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비아는 성 어딘가에 홀로 앉아 오늘 있었던 비를 곱씹고 있었다.

그녀는 문지기로서, 이 도시의 모든 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평소와 다른 미세한 떨림을 느꼈다. 마치 이 도시를 감싸고 있던 어떤 막이, 아주 살짝 얇아진 것 같은 느낌.

"……뭔가 변하고 있다……이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이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그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도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

그녀는 그 생각을 안고,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은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이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비아는 그 별빛 속에서도, 뭔가 미세한 흔들림을 느낀 것 같았다.

'……세레나한테, 나중에 말해줘야겠다……이다.'

그녀는 그렇게 다짐하며, 자신이 지키는 문들을 하나씩 점검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뒤, 도시 외곽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언덕 위 오두막에서 에스카 볼이라는 은둔자가 몇 년 만에 도시로 내려왔다.

그는 몇 년째 그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며, 밤하늘을 관측하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곧, 큰 오로라가 옵니다."

그가 도시 광장에 나타나 그렇게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해했다.

"에스카 볼 씨가 도시에 내려오다니, 정말 큰일인가 보네."

"오로라라니, 그게 이 도시에서도 보이나?"


에스카는 자신이 몇 년간 관측해온 하늘의 패턴을 침착하게 설명했다.

"제 계산으로는, 오늘 밤 이 도시 역사상 가장 큰 오로라가 나타날 겁니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사람들은 점점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짜면 완전 대박인데."

"오늘 밤 다 같이 보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소식은 삽시간에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고, 저녁이 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옥상이나 언덕 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에스카는 그 소란을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세레나가 그를 붙잡았다.

"에스카 씨, 오늘 밤은 저희랑 같이 보시는 게 어때요? 몇 년 만에 도시 내려오셨는데."

"저는…… 혼자 보는 게 편해서요."

"그래도 이번엔 특별한 밤이잖아요. 다 같이 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에스카는 그 제안에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깐만."

그는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게 어색한 듯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기대감도 섞여 있었다. 몇 년간 홀로 관측해온 하늘을,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도 낯설고 반가운 경험이었다.


라면가게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도 옥상 올라가서 보죠!"

이리스가 신이 나서 제안했다.

"그러자! 이런 거 놓치면 아쉽잖아."

수연도 흔쾌히 동의했다. 소예와 비아, 그리고 라면사장까지, 모두 함께 가게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옥상에 오르자, 이미 도시 곳곳의 지붕 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다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나타날까요?"

소예가 기대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에스카 씨가 그렇게 확신하는 거 보면, 진짜 오지 않을까?"

수연이 답했다.

시간이 흐르며, 하늘은 점점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담요를 두르고, 따뜻한 음료를 손에 든 채 하늘을 기다렸다.

라면사장도 큰 냄비에 따뜻한 국물을 끓여 옥상으로 가져왔다.

"이거라도 마시면서 기다려라."

"오, 역시 사장님!"

수연이 반갑게 받아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중, 하늘 저편에서 옅은 초록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거……!"

누군가 소리쳤다.

그 초록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더니, 이내 하늘 전체를 가로지르며 물결치듯 춤추기 시작했다. 초록에서 보라로, 보라에서 다시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그 빛의 향연에, 도시 전체가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아……!"

"이거 진짜다! 진짜 오로라야!"

사람들의 환호성이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가게 옥상에서도, 모두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진짜 예쁘다……."

수연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늘을 수놓는 그 빛의 물결은, 그녀가 지금까지 본 어떤 광경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라면사장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옆얼굴에 비친 오로라의 빛이, 그의 얼굴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 옆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나."

그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물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오로라가 예뻐서."

수연이 서둘러 시선을 하늘로 돌리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녀의 심장은 이미 빠르게 뛰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그 반응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반걸음 다가섰다. 두 사람은 어느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나란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을, 이리스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저 두 분…… 오늘 완전 나란히 서 있네.'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 자신은, 하늘의 오로라보다도 그 오로라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더 눈길이 갔다.

수연의 감탄한 얼굴, 소예의 순수한 기쁨, 비아의 신난 표정. 그 모든 표정들이, 오로라의 빛을 받아 각자의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 표정을 만드는 게 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드론 하나를 살며시 띄워 그 표정들을 은은하게 비춰주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작은 배려가 그 순간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오로라가 하늘을 물들이는 그 시각, 도시 곳곳에서는 저마다 다른 마음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예측된 장관이다! 내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던가!"

아무도 그런 경고를 들은 기억이 없었지만, 다들 웃으며 그의 허풍을 넘겼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그의 눈빛에도 순수한 감탄이 담겨 있었다.

베르타 뭄은 목욕탕 옥상에서 손님들과 함께 오로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날은 목욕탕 물도 더 따뜻하게 데워야겠어."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그녀에게 오로라는 특별한 날의 서비스를 위한 좋은 핑곗거리였다.

마고 센느는 부두에서 어묵탕을 끓이며 오로라를 올려다보았다.

"저것도 사장 얼굴만큼 예쁘진 않네."

그녀가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말과 달리, 그녀의 시선은 한참을 그 하늘에서 떠나지 못했다.

프림 하울은 온실 안에서, 유리 지붕 너머로 오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자신의 얼음 꽃을 떠올렸다. 멈춘 것이지 죽은 게 아니라는 그 말처럼, 어쩌면 이 오로라도 이 도시가 오랫동안 품어온 무언가가 마침내 터져 나온 순간일지도 몰랐다.

미오 파렛은 공방 창문을 열어두고, 우편함에 쌓인 시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하늘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이 오로라도, 누군가에게는 시가 될 수 있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밤 새로운 편지가 하나 더 도착할지 궁금해졌다.

넬 브래스는 여관 앞에 서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감상을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예쁘네요."

그 짧은 말은,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두 번째 문장이었다. "어서 오세요"와 "잘 다녀오세요"에 이어, 그녀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볼도는 순찰 중 잠시 멈춰 서서, 오늘 밤의 감상을 짧은 시로 옮겨보았다.

"하늘도 가끔은/제 속을 감추지 못하고/저렇게 색을 쏟아내는구나/나도 언젠가는/이렇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

그는 그 시를 마음속에 담아두며, 나중에 우편함에 넣을 생각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이들 중에서도, 유독 다른 방식으로 이 오로라를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리스였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대신, 그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 모든 표정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오로라의 빛이 그 얼굴들 위에 물들 때마다, 그녀는 이상한 벅참을 느꼈다.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자신이 왜 하늘이 아니라, 그 하늘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더 마음이 가는지.

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해온 일 — 빛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건네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일 — 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 그녀가 느낀 감정은, 예전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감탄이 곧 그녀의 성취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감탄하는 얼굴 자체가 그녀에게 소중했다. 결과가 아니라, 그 순간 자체가.

'이것도…… 변화인 걸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옅게 웃었다. 그녀는 여전히 무대 뒤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의 열 번째 드론을 떠올렸다. 오늘 밤 아홉 개의 드론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밤을 빛내고 있는 동안, 그 하나만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 어둠이 조금 덜 무겁게 느껴졌다.

오로라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이리스는 문득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온전히 그 빛 자체에 매료되었다. 만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런 기분이었구나. 사람들이 내 별을 볼 때 느꼈던 게.'

그녀는 그 깨달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무언가에 온전히 압도되는 경험. 그것은 그녀에게 낯설면서도 소중한 감각이었다.


사람들은 그 여운을 안은 채,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진짜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소예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이런 걸 보다니,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수연도 동의했다.

라면사장은 그 옆에서 조용히 냄비를 정리하며, 여전히 하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 오로라 어떠셨어요?"

수연이 문득 물었다.

"……예뻤다."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라면사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오로라보다, 그걸 보는 네 얼굴이 더 예뻤다."

그 말에 수연은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가, 갑자기 그런 말을 왜……."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피했지만, 그의 귀 끝도 그녀 못지않게 붉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어색하게 냄비를 정리했다.

그러나 그 어색함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설렘이 함께 담겨 있었다.

옥상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수연은 문득 라면사장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았다.

"저기, 사장님."

"……왜."

"오늘 같이 봐주셔서 고마워요."

"……별것도 아니었다."

"그래도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라면사장도 결국 옅게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계단을 내려가며, 오늘 밤의 오로라만큼이나 서서히 빛나가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오로라가 서서히 사그라들 무렵, 이리스는 옥상 한쪽에서 조용히 그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신입, 여기서 뭐 해?"

수연이 다가와 물었다.

"그냥…… 하늘 보고 있었어요."

"오늘 완전 예뻤지?"

"네, 진짜 예뻤어요."

이리스가 그렇게 답하며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근데 오늘, 뭔가 달라 보여."

수연이 문득 그렇게 말했다.

"제가요?"

"응. 뭔가…… 더 가벼워 보여."

이리스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런가 봐요. 오늘 좀…… 새로운 걸 느꼈거든요."

"뭘 느꼈는데?"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요."

이리스는 그렇게 답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는, 오늘 밤 처음으로 느낀 그 감정의 씨앗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날 밤, 옥상을 내려가며 이리스는 문득 자신의 리모컨을 매만졌다.

열 번째 버튼을 살짝 눌러보았다.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어둠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이 조금 달랐다.

'……언젠가는, 나도 저 오로라처럼 빛날 수 있을까.'

그녀는 그 질문에 아직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의 그 벅찬 감정이, 그 답을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 것 같았다.

가게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그녀는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밤길을 걸었다.

가게에 도착하니, 라면사장이 홀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신입, 아직 안 잤나."

"네, 오로라 여운이 아직 남아서요."

이리스가 웃으며 답했다.

"좋았나 보군."

"네, 진짜 좋았어요. 근데……."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오늘, 제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뭔데?"

"그건…… 아직 비밀이에요."

이리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라면사장은 그 웃음에 옅게 따라 웃으며,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 천천히 찾아봐라."

"네, 사장님."

그녀는 그렇게 답하며 숙소로 향했다. 오늘 밤의 그 벅찬 감정이, 그녀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한편, 에스카 볼은 그날 밤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 오로라를 보고 난 뒤,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늘 혼자 하늘을 관측해왔던 그에게, 오늘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 경험은 낯설었다. 그러나 그 낯섦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오랜 고독 속에 작은 온기 하나가 스며든 것 같았다.

"다음에도 이렇게 같이 봐도 될까요?"

그가 돌아가기 전, 세레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죠. 언제든 환영이에요."

"……그럼, 다음 오로라 예측되면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에스카는 그렇게 말하며 오랜만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다시 언덕 위 오두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독 가볍게 느껴졌다.

세레나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도시 곳곳에서 이렇게 조용히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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