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62화. 잃어버린 것들 곁에서

도시 한쪽 구석에는, 작은 분실물 보관소가 있었다.

그곳을 지키는 이는 라비 스톨이라는 사서였다. 그녀는 매일 도시 곳곳에서 들어오는 분실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그날, 그녀는 조금 곤란한 물건 하나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라면사장이 마침 재료를 사러 그 앞을 지나다가 물었다.

"뭐가 문제요?"

"이 물건, 주인이 누군지는 아는데 정작 그 주인이 자기 물건인지 기억을 못 해요."


라비가 보여준 물건은 작고 낡은 단추 하나였다.

"이게 뭐가 특별한 건가?"

"주인이 있어요. 근데 그분이 이걸 보고도, '이게 왜 제 거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억을 잃은 건가."

"아니요, 그냥…… 이 물건에 대한 기억만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기억하시는데."

라면사장은 그 이야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나?"

"네, 생각보다 많아요. 이 도시 사람들 대부분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 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 이야기의 어떤 조각들은 남아 있는데 어떤 조각들은 아예 빠져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럼 이런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하나?"

"그게 고민이에요. 주인이 기억 못 하는 물건을 계속 보관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버려야 하는 건지."

라비의 그 고민은 단순한 행정적 문제가 아니라, 이 도시의 존재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라면사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보관해라."

"왜요?"

"주인이 잊어도, 물건은 기억한다."

그 말에 라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 단추가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옷에 달려 있었는지, 그 물건 자체는 알고 있을 거다. 사람이 잊었다고 그 역사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라비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네요. 그럼 계속 보관하는 걸로 할게요."


그날 오후, 수연이 배달을 마치고 그 보관소 앞을 지나다 우연히 들렀다.

"라비 씨, 여기 물건 진짜 많네요."

"그러게요. 매일 조금씩 늘어나요."

"이거 다 주인이 있는 거예요?"

"대부분은요. 근데 몇 개는 주인을 아예 못 찾은 것들도 있어요."

수연은 그 선반을 둘러보다가, 문득 낡은 목걸이 하나를 발견했다.

"이건 뭐예요?"

"아, 그거요. 몇 달 전에 골목에서 발견된 건데, 주인을 못 찾았어요."


수연은 그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낡았지만 정교하게 세공된 것이었다.

"이거, 되게 소중해 보이는 물건인데."

"그렇죠. 근데 아무도 자기 거라고 나서질 않아서."

"그럼 계속 여기 두실 거예요?"

"네. 라면사장님 말씀처럼,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요."

수연은 그 말에 문득 자신의 후드를 떠올렸다. 낡고 해졌지만,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었다. 만약 이 후드를 잃어버린다면, 자신도 이렇게 누군가 소중히 보관해주길 바랄 것 같았다.


"라비 씨는 이 일이 안 힘들어요? 매일 이런 물건들 정리하는 거."

수연이 물었다.

"힘들 때도 있죠. 근데 저는 이 일이 좋아요."

"왜요?"

"잃어버린 것들 곁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라비의 그 말에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저도 그 마음 조금 알 것 같아요."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며칠 뒤, 재하라는 청년이 그 보관소를 찾아왔다.

그는 얼마 전부터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곳저곳을 전전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마음을 잡지 못했다.

"저기…… 혹시 여기 일손 필요하세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비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답했다.

"어떤 일을 원하시는데요?"

"그냥…… 뭐든 좋아요. 근데 여기 오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서요."


라비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그럼 조수로 일해보실래요? 물건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이에요."

"네, 해보고 싶어요."

재하는 그렇게 그 보관소의 조수가 되었다. 그는 매일 물건들을 정리하며, 이상하게도 그 일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잃어버린 것들 곁이…… 편해요."

그가 며칠 뒤, 라비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도 처음에 그렇게 느꼈어요."

라비가 공감하며 답했다.


그날 저녁, 수연은 가게로 돌아와 라면사장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재하 씨가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하게 됐대요."

"그래?"

"네, 되게 잘 맞는대요. 잃어버린 것들 곁이 편하다고."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어울리는 자리를 찾았군."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도움이 됐대요. 주인이 잊어도 물건은 기억한다는 말."

수연의 그 말에, 라면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장님도, 그렇게 믿으세요? 물건이 기억한다는 거."

수연이 물었다.

"그래. 이 가게의 그릇들도, 냄비도, 다 나름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저 붉은 테두리 그릇도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그래. 그것도."

수연은 그 대답에서, 그 그릇에 대한 오래된 기다림이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캐묻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가게를 정리하며 문득 라비의 보관소를 떠올렸다.

주인이 잊어도 물건은 기억한다는 그 말은, 사실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것들을 기억해왔다. 그릇, 장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 자신도 무언가를 잊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기억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그때, 자신이 지금 느끼는 이 감정 — 수연을 향한 이 낯선 마음 — 도 함께 사라지는 걸까.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가게 문을 잠갔다. 골목 저편으로, 라비의 보관소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라비의 보관소에서는 재하가 늦은 시간까지 물건 정리를 돕고 있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안 가도 괜찮아요?"

라비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 저는 이 일이 진짜 좋아서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

재하가 웃으며 답했다. 그는 선반 위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각 물건에 얽힌 사연들을 라비에게 물어보곤 했다.

"이 낡은 목걸이는 아직도 주인을 못 찾았어요?"

"네, 몇 달째 그대로예요."

"언젠간 나타나겠죠?"

"그럴 거예요. 여기 있는 물건들은 다, 언젠가 자기 이야기를 찾아갈 테니까요."

라비의 그 말에, 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리에 집중했다. 그는 이 조용한 보관소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를 찾은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며칠 뒤, 수연은 배달을 나갔다가 골목 모퉁이에서 나뭇가지에 걸려 후드 한쪽이 찢어지고 말았다.

"어, 이거 큰일 났네."

그녀는 찢어진 부분을 살펴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 후드는 그녀가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늘 걸치고 다니던 것이었다. 낡았지만, 그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이거 수선할 수 있는 곳 있을까요?"

그녀가 가게로 돌아와 물었다.

소예가 답했다.

"울리 프람 씨한테 가보세요! 장갑도 짜고 옷 수선도 잘하시는 분이에요."


수연은 곧바로 울리 프람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이거 좀 고칠 수 있을까요?"

그녀가 찢어진 후드를 내밀며 물었다.

울리는 그 후드를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이거, 좀 이상한데요."

"뭐가요?"

"이 실… 이 세상 실이 아닌데요."

수연은 그 말에 순간 당황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실이 아닌데요?"


울리는 그 후드의 재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여태까지 다뤄온 실이나 천이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살아있다고요?"

"네. 만지면 그냥 천인데, 자세히 보면 뭔가 계속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수연은 그 말에 자신의 후드를 다시 살펴보았다. 평소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거, 어디서 얻으신 거예요?"

울리가 물었다.

"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이거, 수선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울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요?"

"제 도구랑 실로는, 이 천의 결을 제대로 못 맞출 것 같아서요. 잘못 건드렸다가 더 망가질 수도 있고요."

수연은 그 말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떡하죠? 이거 저한테 진짜 소중한 건데."

"일단 제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시도는 해볼게요. 근데 장담은 못 드려요."

울리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바늘을 들었다.


그러나 몇 번을 시도해도, 바늘이 그 천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마치 그 천 자체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처럼.

"이상하네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울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애써주셔서 감사해요."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후드를 다시 받아 들었다. 그녀는 찢어진 부분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조금은 속상한 마음으로 가게로 돌아갔다.


가게에 돌아온 그녀를 보고, 라면사장이 물었다.

"수선은 잘 됐나?"

"아니요…… 못 고쳤어요. 이상한 실이래요, 이 세상 실이 아니라고."

라면사장은 그 말에 순간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렇군."

"사장님, 이거 왜 이런지 아세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모른다. 근데, 걱정 마라. 괜찮을 거다."

수연은 그 애매한 대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더 캐묻지 않고 후드를 벗어 조심스럽게 개어두었다.


그날 밤, 그녀는 찢어진 후드를 방 한쪽에 걸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다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 후드가 없으면 왠지 허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그녀의 여정을 함께해온 동반자 같은 존재였으니까.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했다.

찢어졌던 후드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그 후드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어디에도 수선한 흔적이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찢어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그 후드를 들고 가게로 달려가 라면사장에게 보여주었다.

"사장님! 이거 봐요! 저절로 붙었어요!"

라면사장은 그 후드를 살펴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다."

"사장님, 이거 알고 계셨어요?"

"짐작만 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예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이 후드는, 그냥 평범한 옷이 아닌 것 같다."


"평범하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이 도시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다. 너의 그 후드도, 그중 하나일 거다."

"저한테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나도 모른다. 근데 확실한 건, 저 후드가 널 지켜주고 싶어 한다는 거다."

그 말에 수연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럼 저 후드, 계속 잘 간직해야겠네요."

"그래. 소중히 다뤄라."

"안 그래도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어요!"

수연이 후드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라면사장은 옅게 웃었다.

"근데 사장님, 이런 거 자주 있어요? 물건이 스스로 고쳐지는 거."

"흔한 일은 아니다. 근데 아예 없는 일도 아니지."

라면사장의 그 애매한 대답에, 수연은 이 도시가 여전히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날 오후, 울리 프람이 궁금한 마음에 가게에 들렀다.

"수연 씨, 그 후드는 어떻게 됐어요?"

"저절로 다 붙었어요!"

"네?!"

울리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제가 그렇게 애써도 안 됐는데?"

"저도 신기해요.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그냥 멀쩡해져 있더라고요."

울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 천, 진짜 보통 물건이 아니었나 보네요. 다음에 또 그런 일 있으면 저한테 꼭 알려주세요. 궁금해서요."

"네, 알겠어요!"


그날 저녁,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수연의 후드를 떠올렸다.

그는 그 후드의 정체에 대해, 수연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그 이야기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가게 문을 잠갔다. 이 도시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모든 비밀들이, 결국은 각자의 때에 맞춰 드러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가게 밖으로는 밤바람이 조용히 불어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비아는 카운터 위에 웅크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평소라면 벌써 일어나 "오늘도 감독 열심히 한다……이다!"를 외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미동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비아, 안 일어나?"

수연이 흔들어 깨워보았지만, 비아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음냐."

그녀는 그저 작게 잠꼬대만 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상하네요. 비아가 이렇게 오래 자는 거 처음 봐요."

소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수연도 걱정스레 물었다.

라면사장이 다가와 비아를 잠시 살펴보았다.

"괜찮다. 걱정 마라."

"근데 왜 이렇게 오래 자요?"

"문도 쉬는 날이 있다."

라면사장의 그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문이 쉬어요?"

수연이 물었다.

"비아는 그냥 존재가 아니다. 이 도시의 문 그 자체이기도 하지. 그런 존재도 가끔은 쉬어야 할 때가 있다."

라면사장의 그 설명에, 수연은 문득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낯설었다.

"그럼 오늘 하루는 그냥 재워두는 게 나을까요?"

"그래. 억지로 깨우지 마라."

수연과 소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비아를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담요로 덮어주었다.


그날 하루 종일, 비아는 카운터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손님들이 오갈 때마다 다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비아 오늘 안 보이네요?"

한 단골손님이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에요."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문도 쉬는 날이 있구나."

손님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에서는, 그런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라면사장은,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미묘한 긴장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비아가 잠든 동안, 가게 문이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게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손님이 문을 밀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뻑뻑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역시, 비아가 이 가게의 문 그 자체와 이어져 있는 거군.'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이 열릴 때마다 조심스럽게 손을 보태 그 무거움을 덜어주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은밀하게.


"사장님, 오늘 문이 좀 뻑뻑하지 않아요?"

수연이 문득 물었다.

"……그런가?"

"네, 아까부터 좀 무겁게 열리는 것 같아서."

라면사장은 그 눈썰미에 순간 놀랐다.

"비아가 쉬어서 그럴 거다.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 내가 하마."

그는 그렇게 답하며 계속 조용히 그 무게를 감당했다. 수연은 그 모습에서, 그가 이 가게와 그 안의 존재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있는지 다시금 느꼈다.


오후가 되자, 비아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지만 그 잠꼬대가 조금씩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다……이다."

그녀가 잠결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연은 그 잠꼬대를 듣고 순간 멈칫했다. 그것은 예전에, 노크사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 비아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

'……비아가 지금, 그때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사장님, 비아가 방금 이상한 잠꼬대 했어요."

수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했는데?"

"'오랜만이다'라고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순간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런가."

"뭔가 아세요?"

"비아는, 아주 오래전 기억들을 갖고 있다. 지금 그 기억 중 하나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그 짧은 대답에, 수연은 비아가 단순한 문지기 이상의 존재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그 기억이, 좋은 기억일까요?"

수연이 걱정스레 물었다.

"모른다. 근데 지금 표정을 보면……."

라면사장이 잠든 비아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다. 찡그림도, 고통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나쁜 기억은 아닌 것 같다."

"다행이네요."

수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비아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음…… 얼마나 잤다……이다?"

그녀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거의 하루 종일 잤어."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헉, 진짜……이다? 감독 자리 비운 거 아니냐……이다!"

비아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 하자, 라면사장이 그녀를 다시 눕히며 말했다.

"괜찮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


"그, 근데 나 뭔가 이상한 꿈 꿨다……이다."

비아가 문득 말했다.

"무슨 꿈?"

"기억이 잘 안 난다……이다. 근데 되게 따뜻했다……이다. 누군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아까 들었던 잠꼬대를 떠올렸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좋은 꿈이었나 보네."

"응! 근데 그게 뭐였는지는 모르겠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답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비아, 몸은 괜찮아?"

소예가 걱정스레 물었다.

"응! 완전 개운하다……이다! 역시 가끔은 쉬는 것도 필요하다……이다!"

비아가 씩씩하게 답하며 카운터 위에서 폴짝 뛰었다.

라면사장은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문이 다시 가벼워진 걸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됐다. 문도 다시 편해졌군."

"제가 문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야겠다……이다!"

비아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가게를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비아가 잠든 동안 느꼈던 그 무게, 그리고 그녀의 잠꼬대. 이 가게와 그 안의 존재들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문득 수연을 떠올렸다. 그녀 역시, 이 가게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 가게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것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가게 문을 잠갔다. 오늘 하루 종일 무겁게 느껴졌던 그 문이, 이제는 다시 가볍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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