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05화. 일상의 무게
새벽의 가게는 물소리로 시작된다.
형사는 날이 밝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나 가게 문을 열었다. 아직 어두운 골목에는 인적이 없었고, 눈은 밤새 소복하게 쌓여 처마 밑까지 닿아 있었다. 그는 빗자루로 문 앞을 쓸고, 물통을 채워 큰 냄비에 붓고, 불을 올렸다. 물이 데워지는 소리는 처음엔 아무 소리도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기포가 하나둘 올라오는 소리로 바뀌고, 마침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로 완성됐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형사는 서두르지 않고 지켜봤다. 물을 끓이는 데는 정해진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단축할 방법은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 세상 모든 일에 이렇게 정직한 순서가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종종 생각했다.
냄비 안의 물이 끓기 시작하면, 특유의 냄새가 가게 안을 채웠다. 아직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저 맑은 물이 끓는 냄새. 그러나 그 냄새 속에는 이미 오늘 하루치의 국물이 준비되고 있다는 예감이 담겨 있었다. 형사는 그 냄새를 맡으며 하루의 첫 메모를 수첩에 적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다. "오늘도 물이 끓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아는 형사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카운터로 나왔다. 그녀는 매일 아침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 먼저 카운터를 마른 천으로 닦고, 그다음 그릇들을 순서대로 정렬하고, 마지막으로 형사가 끓여둔 물을 확인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군……이다."
그녀가 하품을 삼키며 말했다.
"습관입니다."
"그 습관, 누구한테 배운 거냐……이다."
형사는 잠시 손을 멈췄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마, 이 가게 자체한테서 배운 것 같습니다."
비아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캐묻지 않았다. 새벽의 가게 안에는 아직 손님이 없었고, 두 사람과 물 끓는 소리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파빌라는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카운터 쪽을 지나쳤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이었지만, 물 끓는 냄새를 맡자 조금씩 정신이 드는 눈치였다.
"오늘 아침은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계란찜입니다. 어제 남은 계란이 있어서요."
"저 그거 좋아해요."
"압니다."
파빌라는 그 짧은 대화에 만족한 듯 웃고는, 가방을 챙겨 문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훅 밀려들었고, 그 틈으로 아직 어두운 하늘에 남은 마지막 별 몇 개가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정오 무렵이 되자 가게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여러 사람이 동시에 주문을 외치는 소리가 뒤섞였다. 형사는 눈코 뜰 새 없이 그릇을 나르고 물을 채웠고, 비아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동시에 손님들의 요청을 받아 적었다.
"여기 콜라비빔면 하나요!"
"저는 그냥 라면에 계란 추가요."
"오늘 국물 뭐예요?"
"멸치 육수입니다. 어제보다 좀 더 진하게 우렸습니다."
주방 쪽에서는 여러 냄비가 동시에 끓고 있었다. 각각 다른 국물, 다른 향이 뒤섞여 가게 전체에 복잡하고 풍성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매운 고춧가루 냄새, 파를 볶는 냄새,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라면 특유의 구수한 면 냄새.
점심시간 손님 중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있었다. 겨울 축제 때마다 무대를 짓던 목수도 있었고, 등불 여관 골목의 위나 홀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낯선 얼굴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얼마 전까지 회복 마취 시절 자신의 선택이 진짜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노인이었다. 지금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었다.
"뭘 시킬지 정말 오래 고민하시네요."
옆자리 손님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노인은 그 말에 미소 지었다.
"이게, 진짜 내가 고르는 거라서요. 그래서 오래 걸립니다."
그 말에는 지난 몇 달간 이 도시가 겪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한때는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사람이, 지금은 그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정성을 쏟고 있었다. 형사는 그 대화를 지나치며 듣고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런 손님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가게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형사가 노인 앞에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정했어요. 이번엔 확실히, 제가 고른 겁니다."
"잘 고르셨습니다."
노인은 그 말에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창밖으로는 잿빛 한낮의 밝음이 눈 쌓인 지붕 위에 하얗게 얹혀 있었다.
그 옆 테이블에는 젊은 부부가 앉아 있었다. 마취의 시절, 아내는 남편에게 청혼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두고 이미 답을 정해둔 것처럼 살아왔었다 — 정확히는, 답을 정한 게 자신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정해준 건지 구분이 안 가던 시절이었다. 지금 두 사람은 결혼식 날짜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봄에 하자니까요. 겨울 축제 끝나고 바로."
"저는 가을이 좋다고 몇 번을 말해요."
"그건 당신 혼자 정한 거잖아요."
"당신도 혼자 정했잖아요, 방금."
두 사람은 그렇게 투닥거리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형사는 그 옆을 지나며 그 말다툼을 들었다. 사소하고, 유치하고,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진짜인 다툼이었다. 누구도 대신 정해주지 않은, 온전히 두 사람만의 실랑이. 그는 그런 말다툼이야말로 이 도시가 되찾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희도 이제 결정 좀 해주세요, 형사님."
아내 쪽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는 그런 건 잘 모릅니다. 다만—"
형사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두 분이 아직도 다투실 수 있다는 게, 저는 좋아 보입니다."
부부는 그 말에 서로를 마주 보다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 세 시가 넘어가면, 가게는 다시 조용해졌다.
점심 손님들이 다 빠져나가고, 저녁 손님들이 오기엔 아직 이른 그 애매한 시간. 형사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가게 안에 남은 것은 그릇 부딪는 소리 대신, 난로 안에서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와, 창밖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눈 치우는 삽질 소리뿐이었다.
비아는 그 시간마다 카운터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오후의 옅은 잿빛 밝음이 스며드는 그 짧은 시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지 1년, 그녀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은 여전히 낯선 개념이었다.
"이 시간엔 뭘 해야 하냐……이다."
그녀가 형사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게 이상하다……이다. 뭔가 해야 할 것 같다……이다."
"쉬는 것도 할 일입니다."
비아는 그 말을 이해하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골목 저편에서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그중엔 파빌라의 친구들도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 광경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저건 재밌어 보인다……이다."
"쉬는 시간에, 하고 싶은 걸 하십시오."
"그럼 나도 눈사람 만들어도 되냐……이다?"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비아는 그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카운터에서 내려와 앞치마를 벗었다. 오후의 조용한 시간, 그녀는 처음으로 일 없이 밖으로 나가 눈을 만지는 법을 배우러 갔다. 형사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옅게 웃었다. 가게 안은 다시 고요해졌고, 그 고요함 속에서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난로의 온기를 느꼈다.
저녁이 되자 가게는 다시 분주해졌다. 그러나 정오의 분주함과는 다른 종류의 분주함이었다. 정오가 배고픔을 채우는 시간이라면, 저녁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손님들은 서두르지 않고 자리에 앉아, 국물을 오래 떠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나눴다.
"오늘 낮에 광장에서 눈사람 축제 하던데, 보셨어요?"
"저도 지나가다 봤습니다. 어떤 애가 만든 눈사람이 웃겨서 한참 봤어요."
"그거 비아 씨 작품 아니에요? 코가 이상하게 삐뚤어진 거."
"어, 맞는 것 같은데."
가게 안 곳곳에서 그런 대화들이 오갔다. 형사는 그 대화들을 들으며 그릇을 날랐다. 국물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는 이 시간이, 그는 하루 중 가장 좋았다.
이리스가 공연 연습을 마치고 잠시 들렀다. 그녀는 카운터 자리에 앉아 국물 한 그릇을 시키고는, 옆에 앉은 볼도와 마주쳤다.
"오늘도 시 쓰셨어요?"
"조금요. 이제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좋은 자세네요."
두 사람은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저녁을 먹었다. 저녁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라, 가게 안은 사람들의 말소리와 그릇 부딪는 소리, 그리고 주방에서 들려오는 지글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 모든 소리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것은, 소란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감이었다.
수연도 그 시간에 잠깐 들렀다. 그녀는 구석 자리에 앉아 후드를 벗고, 오랜만에 다른 손님들 사이에 섞여 저녁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본 비아가 옆에 와서 슬쩍 앉았다.
"오늘은 혼자 안 먹냐……이다?"
"가끔은 이렇게 먹어보려고."
"좋은 생각이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수연 옆에 자리 잡고, 자기 몫의 저녁도 함께 먹기 시작했다. 가게 안의 저녁은 그렇게 흘러갔다 — 각자의 하루를 짊어지고 온 사람들이, 같은 국물 냄새 아래 잠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간으로.
밤이 깊어지면, 손님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형사는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문에 걸린 팻말을 뒤집었다. 그 순간부터 가게는 다시 하루의 마지막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비아는 카운터에 서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되짚었다. 그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얼굴로, 형사를 향해 팔짱을 끼고 섰다.
"형사."
그녀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오늘 재고 확인 안 했다……이다. 이러면 곤란하다……이다."
형사가 그녀를 돌아봤다. 비아는 계속 그 사장 흉내를 이어갔다.
"자, 다음엔 안 이런다……이다. 알겠냐……이다."
형사는 그 흉내에 옅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 비아의 말투는 평소 그 사람의 말투와 미묘하게 겹쳐 있었다 — 단정적인 어조, 짧게 끊어지는 문장. 그러나 그 흉내 안에는 장난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웃음 반, 그리움 반이었다.
"재고는 확인했습니다."
형사가 담담하게 답했다.
"거짓말이다……이다. 아까 계란 개수 안 셌다……이다. 다 보고 있었다……이다."
"…그건 맞습니다."
"거봐라……이다. 다음엔 안 이런다……이다."
비아는 그 말을 하며 잠시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가, 그 웃음 끝자락에 살짝 그늘이 스쳤다. 형사는 그 그늘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짧게 답했다.
"잔소리, 잘 배우셨습니다."
"당연하다……이다. 옆에서 오래 봤다……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카운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짓 하나하나에서, 오래 곁에 있었던 누군가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흉내가 아니라 이미 몸에 밴 습관이었다.
형사는 카운터에 앉아 낡은 장부를 펼치고, 오늘 하루치의 줄들을 위에서부터 눈으로 짚어 내려갔다. 모두 스물세 줄. 줄마다 얼굴이 하나씩 붙어 있었다 — 오래 고민 끝에 메뉴를 고른 노인, 결혼식 날짜로 투닥거리던 부부, 나란히 저녁을 먹은 이리스와 볼도,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은 수연. 사건 기록이었다면 스물세 건의 종결이었겠지만, 이 장부에서는 스물세 번의 끼니였다.
그는 문득, 오늘 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는 걸 깨달았다. 사건도 없었고, 위기도 없었다. 그저 계란찜을 만들고, 국물을 끓이고, 손님들의 사소한 말다툼을 들었을 뿐이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이런 하루를 기록할 가치가 없는 하루라고 여겼을지도 몰랐다. 그의 오랜 직업은 사건을 쫓는 일이었고, 사건이 없는 날은 그에게 아무 의미 없는 날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다르게 생각했다. 이 평범함이야말로, 이 도시가 지나온 그 모든 상실과 회복 끝에 겨우 다시 얻어낸 것이었다. 마취의 시절, 사람들은 자기 선택이 진짜인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살았었다. 그다음엔 신들의 전쟁이, 그리고 그 뒤엔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이 도시를 덮쳤다. 그 모든 것을 지나 도착한 곳이 겨우 이 평범한 하루라면 — 그것은 초라한 결말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어렵게 얻어낸 결말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오늘 무엇을 먹을지 오래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사소한 일로 다툴 수 있다는 것. 그는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밤 이렇게, 평범했던 하루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것이 그가 찾은, 이 도시를 지키는 자신만의 방식이었다.
장부를 덮기 전, 형사는 맨 아래 빈 줄에 오늘 날짜를 적어 넣었다. 비아가 어느새 옆에 붙어 서서, 아까 그 낮게 깐 사장 목소리로 마감 숫자를 불러주었다.
"오늘 손님, 스물여섯 명……이다."
"스물세 명입니다."
"스물여섯 명이다……이다. 눈사람 구경한다고 유리창에 붙어 있던 애들 셋도 손님이다……이다. 국물 냄새는 맡고 갔다……이다."
형사는 그 셈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결국 장부에 스물여섯이라고 적었다. 틀린 숫자였지만, 이 가게의 셈법으로는 그쪽이 더 정확했다.
"이 가게, 참 좋은 현장입니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은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었다. 사건도, 사고도 없는 곳. 그저 사람들이 와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각자의 밤으로 돌아가는 곳. 그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오래 찾아 헤맸던 종류의 평화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일은 계란부터 세어두겠습니다." 형사가 장부를 서랍에 넣으며 말했다.
"당연하다……이다. 다음엔 안 이런다……이다."
비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카운터에서 뛰어내려, 내일 아침 첫 물을 올릴 냄비를 화구 위에 미리 얹어두었다. 형사는 그 냄비의 자리를 손끝으로 반 뼘쯤 바로잡았다. 두 사람의 하루는, 정확히 그 동작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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