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0화. 문 너머의 냄새
레테가 다녀간 뒤에도, 도시의 하루하루는 겉으로 아무 일 없이 흘러갔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손님들이 오가고, 국물이 끓고, 수연과 이리스가 다음 무대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이미 조용한 카운트다운 위에 놓여 있었다.
그날 가게의 라면은 유난히 따뜻했다고, 나중에 모두가 기억했다.
이리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도시 별자리 지도 2.0"이라는 이름이었다.
"이번엔 진짜 이 도시만의 별자리를 만들 거예요."
그녀가 스케치북을 펼치며 말했다.
"세계 어디에서 보아도, 이건 우리 별자리다 — 그렇게 알아볼 수 있게요."
수연은 그 스케치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멋지다. 근데 왜 갑자기?"
"그냥, 뭔가 이 도시를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표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리스 자신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예감이었다.
그 무렵, 수연은 라면사장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월 1회 정기 공연, 어때요?"
라면사장은 뜻밖에도 그 제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좋다."
"웬일이에요? 사장님이 이렇게 순순히?"
"……보고 싶은 게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다."
그 말에는, 수연이 아직 알아채지 못한 다른 뜻이 조용히 겹쳐 있었다.
그 무렵, 도시 순찰 등불견 사육사 켄 하티의 개들이 밤마다 라면가게 앞을 지나며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개들이 저 가게를 좋아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 앞에서만 걸음이 느려져요."
켄 하티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세레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웃었다.
"그야, 저 가게가 이 도시의 심장이니까요."
동물들은 종종, 사람보다 먼저 그런 것을 알아챈다.
며칠 뒤, 세레나는 홀로 도시의 매장된 기록보관층을 찾아갔다. 레테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깊고 어두운 그 공간에서, 레테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또 오셨군요."
"네."
세레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당신을 미워해야 할지, 안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레테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둘 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보관 중일 뿐이니까요."
"보관이라니."
"당신이 놓아버린 것들의 창고입니다. 창고는 미움받거나 사랑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있으면 됩니다."
세레나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당신, 은근히 위로를 잘하네요."
"위로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래도 고마워요."
세레나가 말했다.
레테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제 끝을 계속 들고 있어줘서요. 저 대신."
레테는 잠시 침묵하다가, 아주 조용히 답했다.
"당신이 그 끝을 마주 볼 준비가 되면, 언제든 다시 오세요."
그렇게 두 존재 사이에는, 미움도 사랑도 아닌 기묘한 화해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 무렵, 볼도는 두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목은 『국물이 식기 전에』였다.
표제작은 어느 가게 주인에 대한 시였다.
"그는 아무도 몰래 모두를 기억한다 / 장부는 그의 심장이다"
라면사장은 그 시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표제작을 읽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침묵했다.
"이거, 나 얘기냐."
그가 볼도에게 물었다.
볼도는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그, 그냥 영감을 받은 거예요. 꼭 사장님이라고는……."
"장부는 그의 심장이다……라니. 정확하게 봤군."
볼도는 그 말에 더 이상 부인하지 못하고 웃었다.
"들켰네요."
라면사장은 그 시집을 소중히 카운터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가 아끼는 몇 안 되는 물건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날 저녁, 수연이 그 시집을 발견하고 몰래 펼쳐 읽었다.
"이거, 사장님 얘기 맞네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장부가 심장이라니. 볼도 씨, 진짜 시인이네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국물만 저었다. 그러나 그의 귓불이 옅게 붉어진 것을, 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근데 사장님, 진짜 심장은 어디 있어요?"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순간 손을 멈췄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
"장부 안에."
수연은 그 대답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더 캐묻지 않고 웃어넘겼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왕국의 지하, 어둠 속에서 작은 손 하나가 성냥을 켰다.
불빛이 잠깐 그 좁은 공간을 밝혔다. 낡은 돌벽, 곰팡이 냄새, 그리고 그 손의 주인 — 작고 여윈 소녀였다.
성냥불 너머, 낮은 목소리 하나가 물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보고 싶으세요?"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 불빛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은 얼어 있었다. 낡은 숄 하나가 어깨를 겨우 덮고 있었고, 발밑에는 팔리지 않은 성냥갑들이 흩어져 있었다.
성냥불이 흔들리다가, 결국 꺼졌다. 어둠이 다시 그 좁은 공간을 삼켰다.
그 목소리도, 그 장면도, 노바 니발리스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성냥불의 흔들림만은, 이상하게 낯익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이미 이 장면을 본 적 있는 것처럼.
같은 시각, 노바 니발리스의 가게에서는 라면사장이 붉은 테두리 그릇을 닦고 있었다. 8화부터 함께해온 바로 그 그릇이었다.
세레나가 계란 하나를 꺼냈다가, 다시 상자에 넣었다.
"오늘도 아니군요."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것은 이미 오래된 정례가 되어 있었다. 매일 밤, 계란을 꺼냈다 다시 넣는 그 짧은 동작. 기다림의 의식이었다.
라면사장은 그릇을 닦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서, 오늘도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옅은 안도가 스쳐 지나갔다.
수연은 그 두 사람의 정례를 옆에서 지켜보며 문득 물었다.
"두 분, 그거 매일 하시는 거예요? 계란 꺼냈다 넣는 거."
"매일은 아닙니다."
세레나가 답했다.
"근데 자주요."
"자주는 맞습니다."
수연은 그 대답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두 사람의 표정에서 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무게를 감지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무렵, 비아는 평소처럼 문을 열려다 말고 멈칫했다.
"……문 너머에서 누가 두드렸다……이다."
라면사장이 그 말에 손을 멈췄다.
"어느 문."
"모른다……이다. 근데 두드렸다……이다."
세레나와 라면사장의 시선이 조용히 마주쳤다. 둘 다 그 말의 무게를 정확히 느끼고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비아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가 문 앞에 앉았다.
며칠 뒤, 광장에서는 도시 최초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제1회 맛없는 음식 자유 창작제" — 수연의 오래된 콜라비빔면 의식이 마침내 도시 전체의 축제로 승격된 것이다.
취지는 단순했다. 틀린 선택을 스스로 해보는 날.
"오늘만큼은, 맛없어도 당당하게!"
돈키호테가 우렁차게 외치며 자신의 요리를 선보였다.
우승작은 예상외로 비아의 것이었다. "치즈 어묵 탕후루"라는, 듣기만 해도 아찔한 조합이었다.
시식한 사람들 전원이 동시에 구토했다.
"우승이다……이다."
비아가 당당하게 트로피를 받아 들며 말했다. 광장은 그날, 폭풍 전 마지막 대형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 웃음이 채 가시지 않은 밤, 세레나는 녹사를 조용히 찾아갔다.
"녹사 씨."
"왜 그러느냐."
세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도시 창건 이후 처음으로 그 말을 입 밖에 냈다.
"무섭습니다."
녹사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무언가 옵니다. 그리고 그때, 저 사람이…… 처음으로 펜을 들 것 같아요."
녹사는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손을 내밀어 세레나의 손을 잡았다.
"그때 우리가 있다."
그 짧은 대답에, 세레나는 오랜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걸로 충분할까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우리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레나는 그 손을 마주 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 날, 비아는 아이스크림을 찾아 가게 냉동고 문을 열려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동작이었다. 벽에 손바닥을 대는 비아. 그러나 그 순간, 검은 선 하나가 벽을 타고 직사각형 모양으로 이어졌다.
라면사장이 그 광경에 고개를 들었다.
"비아. 확인하고 열어."
"확인했다……이다."
"어디로 이어지지?"
"아이스크림 있는 곳이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대답에 잠시 침묵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대답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 익숙한 문양에서 그는 뭔가 다른 낌새를 느꼈다.
'……왜 이렇게, 오늘따라 저 문이 무겁게 느껴지지.'
그는 그 예감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비아도, 세레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낯선 냄새가 밀려들었다.
눈 냄새였다.
그러나 노바 니발리스의 눈과는 다른 냄새였다. 아주 오래된, 차갑고 낯선 겨울의 냄새.
라면사장은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냄새였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그 자신도 아직 알 수 없었다.
비아는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찾으러 열었던 문이, 어느새 전혀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세레나가 조용히 다가와 그 냄새를 맡았다.
"이건……."
그녀도 말을 잇지 못했다.
라면사장은 그 문 너머의 어둠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어둠 속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성냥불이 흔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비아가 먼저 그 문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이스크림은 없다……이다."
"확실하냐."
라면사장이 물었다.
"확실하다……이다. 근데 뭔가 있긴 하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눈 냄새는 문이 닫힌 뒤에도 가게 안에 한참 남아 있었다.
다음 날, 비아는 같은 자리에 다시 손을 대보았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 열린다……이다."
"어제는 열렸잖아."
수연이 물었다.
"누가 문을 계속 돌린다……이다. 저쪽에서."
세레나가 그 말을 듣고 순간 낯빛이 변했다.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레나 씨, 왜 그래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 대답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어색했다.
그 무렵부터, 녹사는 눈에 띄게 말이 줄었다. 상담소에 앉아 있는 시간도 줄었고, 진홍빛 망토를 여미는 손이 유난히 잦아졌다.
"녹사 씨,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수연이 물었다.
"없다."
"근데 표정이 계속 안 좋아요."
"그런 거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를 한 번 더 여몄다. 아무도 그 안에 무엇이 봉인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라면사장은 그 무렵 드물게 기록청 서고에 오래 머물렀다. 세계의 지도들을 하나씩 펼쳐보며, 뭔가를 찾는 사람처럼 오래 서 있었다.
"뭐 찾으세요?"
오델 감이 물었다.
"모른다."
"네?"
"있어야 하는데 없는 자리가 하나 있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지도 위의 빈 공간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저 위화감뿐이었다.
그 무렵, 아주 먼 곳에서는 같은 반복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하 왕궁, 붉은 두건을 쓴 아이가 손끝의 성냥을 오래 바라보았다. 왕과 귀족과 장군과 성직자가 불꽃 속에서 저마다의 욕망을 보았다. 아무도 그 불을 켜는 아이를 보지 않았다.
"다시."
누군가 짧고 차갑게 말했다.
불이 꺼졌다.
그날 밤, 비아는 자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우는 모습이었다.
"왜 그러냐."
라면사장이 놀라 다가왔다.
"문 사이에서 누가 계속 부른다……이다. 근데 문이 안 잡힌다……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서럽게 울었다. 라면사장은 그날 밤새 그녀의 옆을 지켰다. 도시의 밤이 유난히 조용했다.
며칠 뒤, 수연은 훈련 중 문득 검을 멈췄다.
"왜 그래?"
소예가 물었다.
"……누가 싸우고 있어. 어디선가. 혼자서."
"어떻게 알아?"
"몰라. 근데 확실해."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전사의 직감은, 이 도시의 평화 밑에서 뭔가가 자라고 있다는 걸 정확히 감지하고 있었다.
그 무렵, 세레나는 홀로 붉은 그릇 앞에 서 있는 밤이 늘었다.
"조금만 더…… 스스로 올 수 있기를."
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기다림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논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그녀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방관과 구분할 수 없게 되는데."
그녀는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하듯 되뇌었다.
그 무렵, 이리스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도시 별자리 지도 2.0"을 마침내 완성했다. 완성 기념 점등식이 열리던 밤, 도시 하늘에 아홉 개의 금백색 빛과 하나의 어둠이 떠올랐다.
"세계 어디에서 봐도 이건 우리 좌표예요."
이리스가 그렇게 설명하며 뿌듯하게 웃었다. 그 꺼진 하나의 빛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 무렵, 도시 기록청 연대기가 300페이지를 넘었다. 작은 기념식이 열렸다.
"기록하면 뭐가 좋아요?"
피피 모나가 물었다.
"잊히지 않는다."
라면사장이 답했다.
"잊히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창밖에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먼 어딘가에서, 이름이 지워진 한 아이가 다시 성냥을 켜고 있었다.
며칠 뒤, 비아는 마침내 그 문을 다시 붙잡았다.
"잡았다……이다!"
그러나 문 너머에서 밀려온 것은 그저 거센 눈보라뿐이었다. 바닥에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문은 다시 닫혔다. 비아는 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음엔 연다. 꼭 연다……이다."
그 무렵부터, 도시 전체에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다. 세레나는 조용히 월동 물자를 늘렸고, 녹사는 자꾸 망토를 손질했고, 수연은 이유 없이 검을 벼렸다. 누구도 서로 말을 맞춘 적 없었는데, 모두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라면사장만이 평소와 똑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그 평소와 같음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준비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아크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지극히 평범한 하루가 있었다.
눈싸움, 라면, 라디오, 그리고 하늘의 별자리. 도시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그날 저녁, 라면사장은 카운터 아래에 면을 가지런히 쌓아두었다. 아직 아무도 그 면을 넣지 않았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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