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9화. 이미 알고 있는 꿈
라면사장은 꿈을 꾸었다.
정확히는, 다시 보았다.
그것은 모르는 장면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도 아니었다. 처음 듣는 비명도 아니었다. 처음 지나가는 문도 아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언제 차가 후진할지. 언제 쓰레기차가 시야를 덮을지. 어느 병원 복도에서 남자가 무너질지. 어떤 문이 닫히고, 며칠 뒤 어떤 연락이 오지 않을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꿈이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다시 보는 일이었으니까.
꿈속에서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노바 니발리스의 눈은 아니었다.
그곳의 눈은 조용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에 날렸고, 바닥에 닿자마자 검게 젖었다. 하얀 눈이라기보다는 오래된 필름 위에 낀 잡음 같았다.
라면사장은 어느 집 앞에 서 있었다.
평범한 집이었다. 차고가 있고, 낮은 잔디밭이 있고, 드라이브웨이가 있었다. 어느 겨울 아침의 주택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불길한 곳.
차 한 대가 드라이브웨이에 서 있었다.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 남편. 생존자.
라면사장은 그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꿈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면 장면이 너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꿈은 늘 그런 식으로, 아주 조금씩만 잔인했다.
차의 뒷좌석에는 아내와 아들이 앉아 있었다. 아들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뭔가를 말하며 웃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차를 천천히 뒤로 뺐다.
후진등이 켜졌다. 타이어가 눈 위를 눌렀다. 라디오에서는 누군가 웃는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평범한 아침. 평범한 후진. 평범한 몇 초.
그다음, 쓰레기차가 나타났다. 너무 갑작스럽게. 너무 크게. 시야 뒤쪽을 가득 채우며 후진해 들어왔다.
라면사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멈추라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차 안의 누구도 제때 보지 못한다는 것을. 운전석의 남자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소리치려 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충격음.
차의 뒤쪽이 접혔다. 금속이 우그러지고, 유리가 터지고, 눈이 검게 젖었다.
남자는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몇 초가 너무 길었다. 사람이 이미 알고 있지만 아직 확인하지 않으려 버티는 시간.
남자는 차에서 뛰쳐나갔다. 라면사장은 따라가려 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보았다. 살아남은 사람이 뒤늦게 달려가는 모습을. 운전석은 멀쩡했다. 운전석만.
남자는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다. 열리지 않았다. 그는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문을 잡아당겼다. 소리를 질렀다.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라면사장은 그 입모양을 알았다.
안 돼. 안 돼. 제발.
그 말들은 너무 자주 나온다. 세상은 그 말을 줄이기 위해 발전해야 했는데, 이상하게 서류와 절차와 후진 경고음만 늘었다. 훌륭한 문명이다. 정말로.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병원이었다. 하얀 불빛. 소독약 냄새. 너무 깨끗해서 죽음이 더 선명해지는 장소.
한 남자가 복도에 서 있었다. 아까 그 남자와는 다른 남자였다. 다른 문 앞의 같은 생존자.
그는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내가 죽어간다고. 임신이 그녀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살릴 방법이 있다고. 지금 선택해야 한다고.
의사는 피곤한 얼굴이었다. 간호사는 시선을 피했다.
누군가는 법을 말했다. 누군가는 절차를 말했다. 누군가는 병원 정책을 말했다. 누군가는 종교적 양심을 말했다.
전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배운 단어들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사람을 막고 있었다.
남자는 무너질 듯한 얼굴로 외쳤다.
"살릴 수 있잖아요."
소리가 이번엔 들렸다. 너무 선명하게.
"방법이 있잖아요. 왜 못 한다는 겁니까. 왜요. 왜!"
대답은 많았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대답이 없으면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답이 많으면, 사람은 그 대답들 사이에서 죽는다.
법 때문에. 종교 때문에. 책임 때문에. 서명 때문에. 승인 때문에.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라면사장은 그 모든 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장면을 이미 읽었다. 이미 들었다. 이미 기록했다.
그렇기에 다시 보는 것은 더 아팠다. 모르는 비극은 사람을 찌른다. 아는 비극은 같은 자리를 다시 찢는다.
남자는 병실 문 앞에 주저앉았다. 안쪽에서는 기계음이 들렸다.
삐. 삐. 삐.
그는 문을 붙잡고 애원했다.
"제발."
문 안쪽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았다. 너무 작았다.
"내 토끼를 부탁해."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순간의 남자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라면사장은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유언이었고, 부탁이었고, 문이었다.
토끼. 아내가 남긴 마지막 작은 세계. 지켜야 할 것. 잃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누군가가 문 앞까지 오도록 부르는 이름.
남자는 울었다. 그는 벽을 쳤다. 문을 두드렸다. 의사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소리는 길어졌다.
삐이이이이이.
남자는 바닥에 무너졌다.
라면사장은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을 리 없으니까. 그냥 옆에 앉고 싶었다. 컵라면 하나라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꿈속에서조차 가게가 아니었다. 그저 보는 사람. 아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Writer.
장면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방이었다. 어두운 방. 커튼은 닫혀 있었고, 바닥에는 옷가지와 종이들이 흩어져 있었다. 휴대폰 화면 하나가 침대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등을 보이고 있었다.
방 안쪽에는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며칠 전,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남자는 상처받았다.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자신이 부서졌다고 느꼈다. 자기 안에 남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문을 닫았다.
그녀가 다시 찾아온 것은 며칠 뒤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은 어두웠다. 그녀는 웃으려고 했다.
웃지 못했다.
"행복해."
그녀가 말했다.
"제발 행복해."
그 말은 축복처럼 들리려 했지만, 라면사장은 알고 있었다. 그건 구조 요청이었다. 아주 서툴고, 너무 늦고, 상처 입힌 사람에게 다시 내민 마지막 손.
남자는 그것을 받을 수 없었다. 그도 아팠기 때문이다. 그도 배신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그는, 누군가를 살릴 만큼 넓지 못했다.
사람은 자기 상처를 막느라, 남의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자주 보지 못한다. 악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 그만큼 작았을 뿐이다. 라면사장은 그 사실이 더 마음 아팠다.
여자가 말했다.
"미안해."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남자는 손잡이를 잡았다. 라면사장은 그 손을 보았다. 떨리지 않았다. 그게 더 끔찍했다.
여자가 다시 말했다.
"나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남자는 말했다.
"이제 와서?"
짧은 말이었다. 너무 인간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너무 잔인한 말이었다.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문을 열었다. 방 밖의 빛이 잠깐 들어왔다.
라면사장은 그 빛을 보며 생각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돌아볼 수 있다. 아직. 아직. 아직.
남자는 그녀를 밖으로 보냈다. 쫓아내듯이. 자기 안의 상처를 지키듯이.
문이 닫혔다.
찰칵.
그 소리는 너무 작았다. 한 사람의 마지막 문이 닫히는 소리치고는, 말도 안 되게 작았다.
며칠 뒤의 소식은 꿈속에서 소리가 아니었다. 휴대폰 화면이었다.
짧은 문장.
연락 바랍니다. 사망. 발견. 자살.
남자는 화면을 보았다.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다음, 천천히 주저앉았다.
라면사장은 그 남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 남자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했고, 상처받았고, 닫혔고, 늦었다는 것을.
그게 제일 견디기 어려웠다. 괴물이라면 미워하면 된다. 하지만 닫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다친 사람이, 다른 다친 사람의 마지막 문을 닫았을 때 그 죄를 어디에 놓아야 하나.
장면들이 겹쳤다.
드라이브웨이의 눈. 병원 복도의 하얀 불빛. 닫힌 방문.
그리고 그 사이로 토끼가 지나갔다.
작은 토끼. 롭이어. 눈 위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비아가 아니었다. 하지만 비아였다.
아내가 남긴 말 속의 토끼. 형사가 만난 토끼 형상의 소녀. 자아의 척도에서 문 앞에 나타났던 토끼. 아직 이름을 얻기 전의 비아. 문을 여는 권능이 상처와 결합해 만든 형상.
토끼는 멈춰 서서 라면사장을 보았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다.
"내 토끼를 부탁해."
라면사장은 숨을 삼켰다. 그 말은 부탁 같았고, 유언 같았고, 저주 같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왜 반복되는지. 왜 토끼가 문 앞에 나타나는지. 왜 닫힌 사람들 곁에, 늘 작은 흰 형상이 남는지.
그것은 비아의 권능이었다. 문을 직접 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작은 인터페이스.
아니. 그렇게 부르면 너무 차갑다.
그것은 부탁이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남긴 말.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갚지 못한 빚. 아직 닫히지 않은 문을 찾아 헤매는 작은 발자국.
라면사장은 무릎을 꿇었다.
그 앞에는 수많은 문이 나타났다.
닫힌 문. 늦은 문. 법 앞에서 막힌 문. 상처 때문에 닫힌 문. 우연이 덮쳐버린 문.
전부 다른 문이었다. 그러나 문마다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내 토끼를 부탁해.
라면사장은 손을 뻗었다. 하나를 열면 다른 하나가 멀어졌다. 다른 하나를 잡으면 또 다른 문이 잠겼다. 문은 너무 많았다.
그는 모든 문 앞에 동시에 설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문을 열 수는 없다……이다."
라면사장은 고개를 들었다. 비아가 있었다. 카운터 위도 아니고, 컵라면 뚜껑 위도 아니었다. 어둠 한가운데. 작은 문처럼 서 있었다.
라면사장은 비아에게 기어가듯 다가갔다.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비아는 말했다.
"네가 있는 문 앞에 있어라……이다."
"그걸로 부족해."
"부족하다……이다."
그 대답은 너무 잔인하게 정직했다.
라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족하면 어떡해."
비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그것밖에 못 한다……이다."
"싫어."
비아는 라면사장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다……이다."
"나는 싫어."
라면사장의 목소리가 무너졌다.
"저 문들이 닫히는 걸 보는 게 싫어."
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가 멈춘 뒤에야 뛰쳐나가는 것도 싫고, 의사가 절차를 말하는 것도 싫고, 누군가가 행복하라고 빌었는데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싫어."
그는 비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네 문을 가져가면."
비아의 귀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그만해라……이다."
"더 많은 곳에 남길 수 있어."
"그만해라……이다."
"문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어."
"그만해라……이다."
"누군가 닫힌 방문 앞에 혼자 있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비아는 눈을 감았다.
라면사장은 손을 뻗었다. 비아에게. 작은 문에게.
"그러면 나는—"
비아가 말했다.
"그럼 나는 무엇으로 남느냐……이다."
라면사장의 손이 멈췄다.
비아는 눈을 떴다.
"내 권능을 가져가면, 나는 문이 아니다……이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럼 나는 무엇이냐……이다."
꿈속의 문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바라보았다.
"빈 채로 남기진 않을 거야."
비아는 말했다.
"무엇을 넣을 것이냐……이다."
라면사장은 아주 낮게 말했다.
"내가 아직 사람인 부분."
비아는 가만히 있었다.
"라면가게의 기억.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손님이 오면 물을 올리는 습관. 농담. 아직 미안해할 수 있는 능력."
라면사장은 비아를 보았다.
"그걸 네 안에 넣을 거야."
비아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너는 무엇으로 움직이느냐……이다."
라면사장은 대답했다.
"문으로."
비아는 슬픈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그저 너무 오래된 문처럼, 고요하게 말했다.
"사람은 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이다."
라면사장은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이제 사람 그만해야지."
그 순간 꿈이 흔들렸다.
수많은 문이 열렸다. 아니, 열리려 했다. 그 틈 사이로 토끼들이 보였다.
어떤 토끼는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토끼는 눈 위의 발자국뿐이었다. 어떤 토끼는 병원 복도 끝에 앉아 있었다. 어떤 토끼는 닫힌 방문 앞에서 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비아의 권능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는 모습이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이미 결정된 가능성.
라면사장은 그걸 보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라면가게에 남은 비아가 보였다.
작고. 장난기 있고. 어쩌면 조금 비어버린. 그러나 여전히 비아인 존재.
그 안에는 라면 냄새가 있었다. 기다림이 있었다. 사람을 맞이하는 습관이 있었다. 라면사장 자신의 조각들이 있었다.
그때 꿈이 찢어졌다.
라면사장은 숨을 삼키며 깨어났다.
가게 안이었다. 노바 니발리스의 라면가게. 새벽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시간.
불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주전자는 꺼져 있었다.
카운터 위에는 비아가 앉아 있었다. 비아는 라면사장을 보고 있었다. 장난기 없는 얼굴이었다.
라면사장은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비아가 조용히 말했다.
"또 보았느냐……이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비아는 다시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꿈을."
라면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눈물이 묻어 있었다. 꿈에서 흘린 건지, 깨어나서 흘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모르는 비극이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몰라."
비아는 말했다.
"알고 있는 문은 더 무겁다……이다."
라면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언제 닫히는지도 알아."
"그래서 열고 싶어 한다……이다."
"늦기 전에."
"모든 문 앞에 동시에 설 수는 없다……이다."
라면사장은 천천히 비아를 보았다.
"그러니까 문을 더 만들어야지."
비아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답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그 문은 비아에게서 온다. 세계 곳곳에 나타나는 토끼와 소녀와 발자국과 문들. 그 모든 것의 원천. 비아의 권능.
라면사장은 그것을 가져가려 한다. 비아는 그것을 알고 있다.
라면사장은 눈을 감았다.
"오늘은 안 해."
비아는 말했다.
"알고 있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고 있다……이다."
"너도?"
"나는 문이다……이다."
비아는 잠시 멈췄다가 고쳤다.
"아직은."
라면사장의 얼굴이 무너졌다. 그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비아가 물었다.
"무섭냐……이다."
라면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다."
"무엇이."
라면사장은 창밖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내가 결국 못 멈출까 봐."
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라면사장은 다시 비아를 보았다.
"그리고 네가 그걸 이미 알고 있을까 봐."
비아는 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다……이다."
라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아는 덧붙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이다."
라면사장은 숨을 멈췄다.
"오늘은?"
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라면을 끓여라……이다."
라면사장은 한참 동안 비아를 보았다. 그리고 결국 웃었다.
부서진 사람처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무슨 맛."
비아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제일 평범한 것……이다."
라면사장은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손은 떨렸다. 하지만 움직였다.
주전자를 들고, 물을 받고, 불을 켰다. 물 끓는 소리가 천천히 가게 안을 채웠다.
꿈속의 충격음도, 기계음도, 닫히는 문소리도 그 작은 소리 앞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 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멀어졌다.
비아는 카운터 위에 앉아 라면사장을 지켜보았다.
라면사장은 컵라면 뚜껑을 반쯤 열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내 토끼를 부탁해."
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라면사장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말, 너무 싫다."
비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다르게 말해라……이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보았다.
"어떻게."
비아는 말했다.
"오늘의 토끼를 봐라……이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아는 다시 말했다.
"지금 앞에 있는 토끼를."
라면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이 끓었다.
라면사장은 뜨거운 물을 부었다. 김이 올라왔다.
노바 니발리스의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는 새벽이라는 것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가게 안에는 작은 온기가 있었다.
라면 하나. 토끼 하나. 아직 문인 존재 하나. 그리고 아직 모든 문을 열지 못한 사람이, 오늘은 눈앞의 라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3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무도 죽지 않았다. 아무 문도 닫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구원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아는 아직 있었다. 라면사장도 아직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정말 부족했다.
그래도 오늘은, 그 부족한 것으로 버텨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라면사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세레나만은 그의 눈빛에서 지난밤의 흔적을 읽어냈다.
"또 그 꿈이었나요?"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어."
라면사장은 짧게 답했다.
"내가 시작하면, 나는 멈추지 못할 거다. 그게 제일 두렵다."
세레나는 그 고백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럼 시작하지 마세요."
"……그 말이 통할 거였으면, 이 얘기를 안 꺼냈겠지."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 정확했고, 그래서 더 무거웠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그의 옆에 조금 더 오래 서 있어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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