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1화. 나를 탓해도 돼
노바 니발리스의 라면가게에는 아침이 없었다.
도시에는 밤도 있었고 새벽도 있었지만, 라면가게의 하루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시작되었다. 어떤 손님은 한낮의 햇빛을 어깨에 묻힌 채 들어왔고, 어떤 손님은 수백 년 동안 비가 그치지 않는 세계에서 막 빠져나온 얼굴로 나타났다.
그래서 라면사장은 시계를 두지 않았다.
대신 냄비에 물을 올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가게가 열렸고, 마지막 손님이 국물을 다 마시면 하루가 끝났다.
그날도 그랬다.
"내 계란."
수연이 말했다.
그녀는 카운터 앞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분명 계란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면밖에 없었다.
"모르겠는데요."
이리스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머리 위에는 주먹만 한 구체 열 개가 느리게 궤도를 돌고 있었다. 아홉 개는 따뜻한 금백색으로 빛났고, 하나는 완전히 꺼져 있었다.
"네 입에 있잖아."
"이건 제 계란인데요?"
"네 그릇에는 두 개 있었어."
"세레나 님이 하나 더 주신 거겠죠."
"세레나는 아직 안 왔어."
이리스의 볼이 눈에 띄게 부풀었다. 그녀는 입안의 계란을 어떻게든 증거물에서 제외해보려는 사람처럼 천천히 씹었다.
수연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카운터 아래에서 작은 흰 손 하나가 나타나 남은 어묵 한 조각을 낚아챘다.
"비아."
라면사장이 불렀다.
손이 멈췄다.
잠시 뒤, 카운터 밑에서 비아의 얼굴이 빼꼼 올라왔다.
"응?"
"지금 뭐 했지."
"아무것도 안 했다."
"손에 든 건."
비아는 제 손에 들린 어묵을 내려다보았다. 난감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그대로 입에 넣었다.
"이제 없다……이다."
라면사장은 잠깐 그녀를 보다가 다시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새 어묵 하나를 수연의 그릇에 넣었다.
"계란 대신."
"범인은 따로 있는데 왜 가게가 배상해요?"
"시끄러워지니까."
"합리적이네요."
수연은 별 불만 없이 어묵을 집어 먹었다.
이리스가 뒤늦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하나 주세요."
"넌 계란 먹었잖아."
"그거랑 이거랑 다르죠."
"무엇이 다르지."
"기분이요."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아는 이미 카운터 위로 기어올라 냄비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거 누구 거지."
"아직 아무도."
"그러면 내 거다."
"손님이 올 거다."
"누가?"
라면사장은 국자를 멈추었다.
카운터 가장 안쪽에는 언제나 비어 있는 자리가 하나 있었다. 다른 의자보다 조금 낮고, 등받이에 붉은 끈이 묶여 있었다. 그 앞에는 테두리가 붉은 작은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릇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그 사람?"
"그래."
"언제 오는데?"
"오면 알게 된다."
"맨날 그렇게 말한다……이다."
"그러니까 맨날 같은 대답을 하지."
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렸다.
세레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가게 안을 둘러보자마자 수연의 그릇을 보았다.
"계란이 없네요."
"이리스가 먹었어요."
"아니에요."
"입가에 노른자예요."
이리스가 황급히 입가를 닦았다. 머리 위의 구체 하나가 주인의 동요를 따라 궤도를 흐트러뜨렸다.
세레나는 웃으며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하게 냉장고를 열고 계란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수연의 그릇에, 하나는 이리스의 그릇에 넣었다.
"왜 쟤도 줘요?"
"다투지 말라고요."
"저런 식이면 범죄가 장려되잖아요."
"계란 하나 때문에 범죄까지 갔네요."
세레나는 비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카운터 안쪽의 붉은 그릇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녀의 손끝이 그릇의 테두리를 쓸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라면사장은 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흐려지는 것을.
"오늘도 아니군요."
세레나가 낮게 말했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끓고 있던 물의 불을 줄였다. 아직 넣지 않은 면은 카운터 아래 제자리에 있었다. 손님이 오기 전에 면을 넣는 법은 없었다.
기다림은 할 수 있었다.
불어버린 면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세레나는 붉은 그릇 앞에 계란 하나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냉장고에 넣었다.
"오면 그때 삶아야죠."
"그래."
그날의 일상은 그렇게 흘러갔다. 수연은 라면을 먹고 콜라를 마셨다. 이리스는 자기가 계란을 훔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세 번쯤 반복했다. 비아는 주방과 창고 사이를 문으로 오가며 의미 없는 지름길을 만들었다.
라면사장은 국물을 끓였다.
세레나는 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비아는 문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문이 있어야 할 곳과 없어야 할 곳의 차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창고에 가고 싶으면 벽을 열었고, 지붕 위에 올라가고 싶으면 바닥을 열었다.
그날 비아가 열려고 했던 것은 냉동고 문이었다. 이리스가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먹고 빈 상자만 넣어둔 것을 발견한 뒤였다.
"어디 숨겼어."
"안 숨겼다니까요."
"거짓말."
"정말 없어요."
"그러면 다른 데 있는 거 가져오면 된다……이다."
비아는 주방 벽에 손바닥을 대었다. 공간이 얇게 접혔다. 검은 선이 생기고, 그 선이 직사각형으로 이어졌다.
라면사장이 고개를 들었다.
"비아."
"응?"
"확인하고 열어."
"확인했다."
"어디로 이어지지."
"아이스크림 있는 곳이다."
"그건 장소가 아니다."
비아는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냉동고의 냄새가 아니었다.
눈 냄새였다.
아주 오래된 겨울의 냄새. 젖은 돌과 꺼진 재, 사람이 떠난 거리의 냄새가 가게 안으로 밀려들었다.
바닥 위로 눈송이 몇 개가 흩어졌다.
비아가 문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희뿌연 눈보라와 어둠뿐이었다.
"이상하다."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이스크림은 없다……이다."
라면사장은 국자를 내려놓았다.
문 너머 아주 먼 곳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사각.
마른 나무가 긁히는 소리.
곧이어 어둠 속에서 조그만 불빛이 켜졌다.
성냥불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무엇을 보고 싶으세요?"
라면사장의 손가락이 굳었다.
불꽃이 꺼졌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굴러와 가게 바닥에 멈췄다.
다 타버린 성냥개비였다.
비아가 그것을 집으려 하자 라면사장이 먼저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검게 탄 나무에 닿았다.
순간 가게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서기관의 눈은 이름과 이야기의 흔적을 따라간다. 성냥개비 하나에도 흔적은 남아 있었다.
라면사장의 눈앞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차가운 돌바닥. 붉은 두건. 가느다란 손목을 조이는 검은 사슬. 작은 손 안에서 떨리는 성냥. 높은 왕좌 위에 앉은 사람들. 불꽃을 들여다보며 웃는 얼굴들.
"다시."
누군가 말했다.
불이 꺼졌다. 아이는 쓰러졌다. 장면이 뒤집혔다. 아이는 다시 눈을 떴다.
같은 장면이 수십 번, 수백 번,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겹쳐져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그 모든 장면 위에서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보고 싶으세요?"
라면사장의 몸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때 붉은 천이 성냥개비 위를 덮었다.
시야가 끊어졌다.
소리가 돌아왔다.
가게 한복판에 녹사가 서 있었다. 진홍빛 망토 아래로 턱선에서 잘린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드러나 있었고, 입가를 가로지르는 검은 실밥이 평소보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녹사는 라면사장의 손에서 성냥개비를 빼앗아 망토 안에 감췄다.
"알고 있었군."
녹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지."
입가의 실밥 하나가 천천히 끊어졌다. 그 틈으로 희고 차가운 숨이 새어 나왔다.
"처음부터."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말이에요?"
녹사는 수연을 보지 않았다. 라면사장만 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잡힌 첫날부터."
"그런데 숨겼다."
"그래."
가게 안의 온도가 떨어졌다.
라면사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왜?"
녹사는 진홍빛 망토를 벌렸다.
수많은 가느다란 검은 선이 그녀의 몸을 감고 있었다. 실처럼 가는 선마다 작은 소리가 매달려 있었다. 비명. 신음. 이를 부딪는 소리. 꺼져가는 숨.
파빌라가 반복해서 죽을 때마다 흘린 모든 통증이 녹사의 망토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몸은 침묵한다. 그래서 녹사가 대신 소리친다. 그것이 그녀의 직무였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그녀는 비명을 대신 삼키고 있었다.
"네가 보았다면."
녹사가 말했다.
"첫날 그 왕국은 사라졌을 테니까."
"그랬겠지."
"아이도 그 안에 있었다."
"적어도 두 번째로 죽지는 않았을 거다."
녹사의 눈이 흔들렸다.
라면사장은 그제야 성냥개비에서 손을 떼었다.
"몇 번이지."
녹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반복됐지."
"세는 것을 그만둔 뒤에도 계속됐다."
냄비의 물이 끓어 넘쳤다.
아무도 불을 끄지 않았다.
그때 세레나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세레나는 가게 안의 광경을 보았다. 비아가 열어둔 눈보라의 문. 녹사의 망토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비명. 라면사장의 손에 남은 검은 재. 그리고 붉은 테두리의 빈 그릇.
세레나는 눈을 감았다.
"마침내 찾았네요."
라면사장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너도 알고 있었나."
"붙잡힌 것은 알고 있었어요."
"장소는."
"몰랐어요."
"고통은."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수연이 차갑게 물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요?"
세레나는 비어 있는 그릇 앞에 섰다.
"그 아이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존재였어요."
"그래서요?"
"끝난 존재를 억지로 끌어당기면, 그건 구출이 아니라 다시 쓰는 일이 돼요. 저는 그 아이가 스스로 문을 선택하기를 기다렸어요."
그것이 세레나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명령을 받을 수 없고, 동의만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 타인에게도 같은 것만을 주었다.
"문으로 오던 중에 잡혔잖아요."
"알아요."
세레나의 손이 그릇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흰 손가락 끝이 떨렸다.
"처음에는 잠깐이면 될 줄 알았어요. 비아가 길을 다시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죠. 녹사가 통증을 감추면, 서기관이 왕국을 먼저 지워버리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라면사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는 내게서 왕국을 숨겼군."
"왕국이 먼저 자신을 숨겼어요."
세레나가 말했다.
"그들은 파빌라의 이름을 지웠어요. 사람으로 기록하지 않았죠. 당신 시선은 이름과 이야기의 흔적을 따라가니까, 그들은 아이를 기록 밖으로 밀어냈어요."
왕궁은 파빌라를 가두기 위해 감옥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을 지웠다. 성냥팔이 소녀라는 이야기조차 없앴다.
왕궁 문서에는 '반복 가능한 계시체'라고 적혔고, 그녀가 겪는 고통은 '작동 과정'으로 분류되었다.
녹사는 그 위에 통증마저 덮었다.
세레나는 기다렸다. 비아가 언젠가 올바른 문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기다릴 생각이었지."
라면사장이 물었다.
세레나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모르겠어요."
그녀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는 게 그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믿고 싶었어요."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다.
"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지니까, 방관과 구분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라면사장은 붉은 그릇을 바라보았다.
그 그릇은 매일 닦였다. 먼지가 앉은 적이 없었다.
세레나는 매번 계란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라면사장은 물을 끓였다가 식혔다.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파빌라는 기다림 속에서 수백 번 죽었다.
"저는 이곳을 만들었어요."
세레나가 말했다.
"이야기가 끝난 존재들이 더 이상 누구의 필요에도 끌려가지 않도록. 그런데 한 아이가 이곳으로 오는 길 하나도 지키지 못했네요."
라면사장이 낮게 말했다.
"도시는 네가 만들었다."
세레나가 그를 바라보았다.
"라면가게는 당신이 만들었죠."
"그래서?"
"그러니 화낼 권리는 당신에게 있어요."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그 말과 함께 가게 안의 불빛이 잠깐 흔들렸다.
라면사장의 검은 셔츠 아래,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아주 희미한 별빛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수연만 그것을 보았다. 너무 짧아서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세레나는 착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서기관에게는 언제든 모든 것을 뒤엎을 힘이 있다는 것을. 그가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은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단 하나의 규율 때문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자는, 함부로 적어서는 안 된다.
쓸 수 있다는 것과 써도 된다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지금 그의 곁에는 수연이 있었고, 이리스가 있었고, 비아가 있었고, 세레나가 있었다.
감정은 규율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규율보다 위험했다.
비아가 눈보라의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한동안 듣던 그녀가 손을 들었다.
"찾을 수 있다."
모두가 비아를 보았다.
"아까 그 목소리."
비아가 문 너머를 가리켰다.
"문 사이에 걸려 있다. 왕국이 계속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데, 방금 성냥이 여기까지 왔으니까 길이 생겼다……이다."
"열 수 있나."
라면사장이 물었다.
"응."
"몇 명."
비아는 손가락으로 문틀을 만졌다. 검은 균열이 떨렸다.
"둘."
"왜 둘뿐이지."
"저쪽에서 문을 계속 닫는다. 셋이 들어가면 길이 찢어진다."
비아는 잠깐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여기서 문을 잡고 있어야 한다."
세레나가 곧바로 문 옆에 섰다.
"제가 잡을게요."
녹사는 진홍빛 망토를 여몄다.
"나는 이쪽에서 통증을 붙잡겠다. 봉인이 풀리면 왕궁이 문을 알아챌 거다."
이리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 위의 구체 열 개가 일제히 궤도를 멈췄다.
"그러면 저는요?"
"가게를 지켜."
수연이 말했다.
"왜 항상 저만 가게를 지켜요?"
"지난번에는 냄비 태웠잖아."
"그건 비아가 바다 문을 열어서—"
"이리스."
세레나가 조용히 불렀다.
이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세레나는 그녀에게 작은 열쇠 하나를 건넸다.
"문이 흔들리면 네 별들을 띄워요. 아홉 개의 빛과 하나의 어둠 — 그 별자리가 이쪽 좌표를 잡아줄 거예요. 세계 어디에서 보아도 저건 당신 별자리니까요."
이리스는 열쇠를 꼭 쥐었다. 머리 위의 꺼진 구체 하나가, 그 말에 아주 잠깐 깜빡인 것 같았다.
"두 사람만 갈 수 있다면……."
말끝이 흐려졌다.
누가 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라면사장은 앞치마를 벗었다. 검은 코트를 걸치고, 카운터 아래에서 오래된 가죽 공책을 꺼냈다. 오른손에는 검은 만년필을 들었다.
수연은 토끼 귀가 달린 후드를 올렸다. 손을 뻗자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으며 투명한 푸른 검이 만들어졌다.
비아가 문 앞을 가로막았다.
"둘 다 돌아와야 한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장님."
비아가 그의 코트 자락을 잡았다.
"아이만 데리고 오는 거다……이다."
그는 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얼굴에는 두려움보다 불만이 더 선명했다.
"그만 싸우고 다 같이 라면 먹는 거다."
라면사장은 잠시 비아의 손을 보았다.
"물을 올려둬."
"면은."
"도착하면 넣어."
비아가 코트 자락을 놓았다. 그것이 약속이라고 믿기로 한 얼굴이었다.
수연이 먼저 문턱을 넘었다. 라면사장이 뒤를 따랐다.
문이 닫히기 직전, 세레나가 그를 불렀다.
"서기관."
그가 돌아보았다.
"돌아오면요."
세레나는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처럼 말했다.
"저를 탓해도 돼요."
라면사장의 눈길이 세레나를 지나 붉은 그릇에 닿았다.
"돌아오면?"
그가 물었다.
세레나의 표정이 조금 무너졌다.
"당신도요."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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