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8화. 결행하지 않는 날들
같은 밤, 수연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공연의 여운 속에 있었다. 이리스와 나눈 다음 무대 이야기, 관객들의 환호, 그 모든 것이 아직 그녀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어, 이유 없이 가게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그녀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손이 저절로, 얼마 전 장난삼아 산 매듭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며칠 뒤, 사소한 사고가 하나 있었다. 냄비를 옮기다가 뜨거운 국물이 살짝 튀어 라면사장의 셔츠 앞섶이 젖은 것이다.
"괜찮으세요?"
수연이 황급히 그의 셔츠를 살피며 물었다. 그 순간, 셔츠 틈으로 아주 희미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별빛 같은 것.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 즈음에서, 아주 옅게 반짝이는 빛.
"……방금, 뭔가 빛났어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착각이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답하며 셔츠를 여몄다. 그러나 그 대답이 너무 빨랐다는 것을, 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그 짧은 순간 본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확신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저건, 뭘까.'
그 무렵부터, 라면사장의 일상은 이상하게 정성스러워졌다. 국물 하나를 끓일 때도, 손님을 배웅할 때도, 평소보다 조금 더 공을 들였다.
누구도 그 변화를 특별히 눈치채지 못했다. 하나하나가 마치 작별 인사 같다는 것을 아는 존재는, 오직 비아뿐이었다.
비아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
"오늘도 옆에 있을 거냐……이다?"
비아가 카운터 위에서 물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싶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고맙다."
"고마울 일 아니다……이다. 그냥 있는 거다……이다."
그러나 그 "그냥 있는 것"이,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의미였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홀로 서랍 깊숙한 곳에서 만년필 하나를 꺼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손에 쥐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나 결국, 다시 서랍에 넣었다.
'……오늘은 아니다.'
그 말은 결행의 유예였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은"이라는 그 단어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오늘이 아닌 날이 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비아는 그 모습을 카운터 위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그 유예의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무렵,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라면사장을 관찰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가 국물을 젓는 손, 손님을 배웅하는 뒷모습, 문득 허공을 바라보는 순간들.
"저 요즘 사장님 자꾸 쳐다보게 돼요."
그녀가 이리스에게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그야 좋아하니까 그렇죠."
"그런 거 아니거든?"
"눈빛부터가 아닌데요."
수연은 부정하려다 말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레나는 그 무렵 라면사장과 마주칠 때마다, 예전보다 조금 더 오래 그의 얼굴을 살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그 평온함 뒤에 뭔가 결심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사장님, 요즘 괜찮으세요?"
"괜찮다. 왜."
"그냥요. 요즘 유난히, 하루하루를 소중히 대하시는 것 같아서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대답 대신 옅게 웃기만 했다.
세레나는 그 웃음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것만은 확신했다.
그 무렵, 녹사도 비슷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상담소에 앉아 있다가도, 문득 라면가게 쪽을 오래 바라보는 날이 늘었다.
"요즘 저 가게, 공기가 좀 다르다."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가 다른데요?"
지나가던 이든 홀트가 물었다.
"모르겠다. 근데 뭔가, 마지막 장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이든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녹사의 표정만은 오랫동안 굳어 있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가게 문을 닫고 홀로 붉은 테두리 그릇들을 하나씩 꺼내 닦았다. 평소보다 훨씬 오래, 훨씬 정성스럽게.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수연이 물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오래 닦으세요?"
"그냥. 오늘은 좀, 제대로 닦고 싶어서."
수연은 그 대답에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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