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7화. 망각이 되기 전에

밤이 깊었다.

공연이 끝난 뒤의 노바 니발리스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면가게 앞 공터에는 환호가 가득했다. 수연이 불러낸 함박눈은 수정처럼 커다랗게 흩날렸고, 이리스의 드론들은 그 눈송이 하나하나에 빛을 비췄다.

눈은 빛을 받아 하늘까지 올라갔다.

손님들은 한동안 말을 잃었고, 그 뒤에는 늦게 숨 쉬는 법을 떠올린 사람들처럼 환성을 질렀다.

그 이름도 그때 생겼다. 화려한 별. 이리스 루멘.


수연과 이리스는 다음 무대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가로등까지 쓰면 더 커질 수 있어요."

"공공기물 파손은 사장님한테 걸리면 라면 압수다."

"그러니까 몰래 해야죠."

"너 진짜 아이돌 맞냐?"

"저 스타메이커였거든요."

"더 나쁘네."

그런 대화를 하며 둘은 눈길 너머로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라면가게 안에는 셋만 남아 있었다.

라면사장. 비아. 세레나.


가게는 닫힌 것도 아니고 열린 것도 아니었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카운터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컵라면 용기 몇 개가 남아 있었고, 창문에는 김이 희미하게 맺혀 있었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 없이 뜨거운 물을 올렸다.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손님도 없고, 주문도 없었다. 이미 치울 수 있는 것은 다 치웠다.

하지만 그는 물을 올렸다.

주전자가 작게 떨리는 소리. 젓가락을 정리하는 소리. 컵라면 상자를 접는 소리. 그 작은 소리들이 가게 안을 붙잡고 있었다.


세레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라면사장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쳤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매번 농담과 라면 냄새 뒤에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손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시간. 자리. 기다림. 이름. 기록.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얼굴.

세레나는 그런 얼굴을 많이 보았다. 살아남은 자들이 자주 짓는 얼굴이었다. 남을 먼저 앉히고, 남에게 먼저 국물을 건네고, 자기가 식어가는 건 늦게 알아차리는 사람들의 얼굴.

그녀는 그가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밤, 공연이 끝난 뒤부터 라면사장의 침묵은 달랐다.

지친 사람의 침묵이 아니었다.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사람의 침묵이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비아는 카운터 위에 앉아 있었다.

평소의 장난기는 없었다. 컵라면 뚜껑을 왕관처럼 쓰지도 않았고, 젓가락을 창처럼 들지도 않았다. 그저 라면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토끼의 눈은 너무 고요했다.

잠시 뒤, 비아가 말했다.

"만족했냐……이다."

라면사장은 손을 멈췄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에는 조금 전 공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드론이 지나간 자리마다 눈이 얇게 녹아 있었고, 손님들이 서 있던 발자국들이 공터 곳곳에 찍혀 있었다.

어쩌면 내일 아침이면 다 지워질 흔적들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흔적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응."

그는 말했다.

"만족했다."

비아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너에겐 아직 선택권이 있다……이다."

라면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옆으로 조금 기울어진 얼굴. 사선으로 비아를 바라보는 눈.

그는 웃었다.

웃었는데, 눈물이 흘렀다.

세레나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라면사장은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기 얼굴에 흐르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아차린 사람처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저 둘을 보고 알았다."

비아는 기다렸다.

"난 아직 포기가 불가능하다."

그 말은 조용했다. 그러나 가게 안에 오래 남았다.

"놓을 수가 없다."

세레나는 눈을 감았다.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들으니 달랐다.

라면사장은 창밖을 보았다.

"이리스가 웃더라."

그는 조금 전의 무대를 떠올렸다. 함박눈. 드론의 빛. 하늘까지 이어진 반사광. 수연의 목소리. 서툴지만 멈추지 않던 이리스의 움직임.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이리스가 웃었다.


완벽하게 꾸며낸 미소가 아니었다. 방송용 표정도 아니었고, 별을 파는 사람의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뭔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비어 있던 사람이 아주 잠깐 채워지는 순간.

라면사장은 그걸 보았다.

"처음엔 꺼져 있었다."

그가 말했다.

"꾸미고, 빛나고, 화려하게 서 있는데도 안쪽이 텅 비어 있었다."

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대가 시작되고, 눈이 돌고, 빛이 하늘까지 올라갔을 때."

라면사장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걔가 웃었다."


세레나는 창밖의 빈 공터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봤다. 이리스가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을.

사람이 구원받는 장면은 대개 생각보다 조용하다. 천둥도 없고, 신의 계시도 없고, 세상이 갈라지지도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아주 작게 웃는다.

그 작은 걸 보려고 사람은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겨울밤에 조명을 켠다.

비효율적이다.

그래도 가끔은 아름답다.


라면사장은 말했다.

"그걸 보고 나니까."

그는 숨을 삼켰다.

"아직 못 웃은 애들이 생각나더라."

세레나는 눈을 떴다.

"사장님."

라면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알아. 네가 무슨 말 할지."

그는 웃었다.

"쉬어도 된다고 하겠지. 이제 충분하다고. 사람은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 정확했다.


라면사장은 계속 말했다.

"근데 난 못 하겠다."

눈물이 한 줄 더 흘렀다.

"누군가는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거고. 누군가는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설 거고. 누군가는 자기가 빛날 수 있다는 걸 끝까지 모르고 죽을 거다."

그는 비아를 보았다.

"그걸 알면서 어떻게 포기하나."

비아가 낮게 말했다.

"그 길은 너를 비운다……이다."

라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네가 가져가려는 것은 내 몸이 아니다……이다."

"알아."

"내 문이다……이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아는 평소와 달리 장난치지 않았다.

"내가 문인 이유. 내가 닫힌 자에게 남겨지는 이유. 내가 토끼로 나타나고, 소녀로 나타나고, 발자국으로 남는 이유."

비아는 아주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걸 가져가려는 것이다……이다."

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바라보았다.

"그 권능이 있으면 더 많은 곳에 문을 만들 수 있어."

"알고 있다……이다."

"더 많은 사람이 도착할 수 있어."

"알고 있다……이다."

"더 빨리."

"알고 있다……이다."

"더 가까이."

"알고 있다……이다."

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네가 멈추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이다."

라면사장의 얼굴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세레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렇게 하면 비아는 어떻게 됩니까."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비아가 말했다.

"남는다……이다."

세레나는 비아를 보았다.

"남는다고요?"

"비아는 남는다……이다."

비아는 자기 작은 앞발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문은 못 연다……이다."

그 말은 아주 담담했다. 담담해서 더 아팠다.


라면사장은 낮게 말했다.

"빈 채로 남기진 않을 거다."

세레나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라면사장은 눈물을 닦았다.

"네 권능을 가져가면, 네 안이 비어버릴 거다."

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걸 넣을 거다."

세레나의 얼굴이 굳었다.

"무엇을요."

라면사장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

"내가 아직 사람인 부분."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물 끓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라면사장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라면가게의 기억.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손님이 오면 물부터 올리는 습관. 농담. 미안함. 아직 포기하지 못하는 고집."

그는 비아를 보았다.

"그런 것들."

세레나는 숨을 삼켰다.

"그걸 빼내면 당신은요."

라면사장은 웃었다. 아주 지친 웃음이었다.

"Writer는 사람일 필요 없다."

세레나는 바로 말했다.

"라면사장은 필요합니다."


그 말에 라면사장의 웃음이 멈췄다.

비아는 카운터 위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은 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이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보았다.

비아는 말했다.

"사람은 기억으로 움직인다……이다. 기다림으로 움직인다……이다. 라면 냄새로도 조금 움직인다……이다."

라면사장은 웃었다.

"그건 네 말 같다."

"아직은 내 말이다……이다."

그 대답에 아무도 웃지 못했다.


그때였다.

딸랑.

문이 열렸다.

눈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왔다. 주전자에서 올라오던 김이 흩어졌다. 라면 냄새와 차가운 공기가 섞였다.

세레나는 문 쪽을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백금빛 머리카락에는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피부는 오래된 도자기처럼 희었고, 곳곳에는 금이 간 듯한 희미한 선이 보였다.

아름답다고 말하기 전에, 부서졌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목덜미 근처에는 검게 굳은 균열 같은 흔적이 있었다. 한쪽 어깨는 비정상적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손목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각도라고 하기 어려웠다.

몸 전체가 멀쩡한 형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파편 같았다.

그리고 얼굴.

세레나는 그 얼굴을 몰랐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동시에, 알고 있었다.

그건 세레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레나였다.

42층에서 떨어졌을 때의 모습. 추락한 몸. 부서진 뼈. 멈춘 시간. 세레나가 세레나가 되기 전에 남겨진 끝.

그 모습이 눈을 맞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세레나의 숨이 아주 짧게 끊겼다.

"……당신은."

여자는 세레나를 보았다. 그 눈은 너무 조용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눈보다 더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레테입니다."

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라면사장은 눈물이 마르지 않은 얼굴로 레테를 보았다.

"레테."

"네."


레테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은 고요했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어딘가 맞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듯한 불편함이 있었다.

세레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은."

레테는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버린 모습입니다."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레테는 덧붙였다.

"정확히는, 아무도 오래 들고 있을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가게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라면사장도, 비아도, 세레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레테는 카운터 앞에서 멈췄다.

"망각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삐뚤어진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들이 천천히 펴졌다.

"누군가 더 이상 들고 있을 수 없어 내려놓은 것들이죠."

세레나의 눈이 흔들렸다.

"내가……."

"당신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레테는 바로 말했다.

"죽은 사람은 자기 죽음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그 장면을 오래 들고 있을 수 없습니다. 세계는 필요한 만큼만 기록합니다."

그녀는 세레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래서 나머지는 제게 옵니다."


세레나는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녀는 노바 니발리스의 창시자였다. 첫 영혼. 많은 이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

하지만 지금 그녀 앞에는, 그 모든 이름이 붙기 전의 끝이 서 있었다.

세레나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은 나인가요?"

레테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요."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잊힌 것들로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칼처럼 조용했다.

비아가 낮게 말했다.

"망각이다……이다."

레테는 비아를 보았다.

"문이군요."

비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직은……이다."


라면사장의 표정이 흔들렸다.

레테는 다시 라면사장을 보았다.

"당신이 하려는 일을 압니다."

라면사장은 낮게 말했다.

"그럼 말려."

"못 말립니다."

"그럼 왜 왔나."

레테는 답하지 않고, 카운터 위의 컵라면 용기들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 비어 있는 의자. 아직 따뜻한 물. 공연의 여운이 남은 창문.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로 잊히겠죠."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테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미리 보러 왔습니다."

세레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테가 말했다.

"망각이 되기 전에."


가게 안에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라면사장이 아주 천천히 말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 날을?"

"네."

"왜."

레테는 말했다.

"그런 날이 제일 먼저 사라지니까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레테는 카운터의 빈 의자 하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선택한 날을 기억합니다. 무너진 날을 기억하고, 떠난 날을 기억하고, 찢긴 날을 기억합니다."

그녀는 비아를 보았다.

"하지만 아직 선택하지 않은 날은 거의 기억하지 않습니다."

비아는 조용했다.


"아직 곁에 있었던 날. 아직 권능이 떠나지 않았던 날. 아직 돌이킬 수 있었던 날. 그런 날들은 이름을 얻지 못합니다."

레테는 라면사장을 보았다.

"그래서 제게 옵니다."

라면사장은 입술을 다물었다.

레테는 말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비아에게 닿았다.

"이 문은 아직 문이고."

라면사장을 보았다.

"당신은 아직 라면사장이고."

세레나를 보았다.

"당신은 아직 자기 끝과 마주 앉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창밖의 빈 공터를 보았다.

"방금 웃었던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세레나는 눈을 감았다.

레테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잊히기 쉽습니다."

라면사장은 낮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이 새는 소리에 가까웠다.

"참 잔인한 말을 하네."

"망각은 대개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럼 네가 온 건 친절이야?"

레테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요."

그녀는 말했다.

"증언입니다."

그 말에 비아의 귀가 아주 작게 움직였다.


레테는 카운터 앞에 섰다.

"기록자는 자기 붕괴를 기록하지 못합니다."

라면사장의 표정이 굳었다.

"당신은 많은 사람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문을 보았고, 많은 끝을 견뎠습니다. 하지만 당신 자신이 비워지는 순간은 기록하지 못할 겁니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테는 이어 말했다.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내가 무너지는 걸 보려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걸 보려고요."

그 대답은 예상보다 더 조용했다.


라면사장은 눈을 깜빡였다.

레테는 말했다.

"당신은 아직 여기 있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카운터와 주전자, 컵라면, 젓가락을 지나갔다.

"아직 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아직 라면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아직 비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 세레나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레테는 다시 그를 보았다.

"아직 당신은 Writer가 아니라 가게입니다."

라면사장의 손이 떨렸다.

비아가 아주 낮게 말했다.

"맞다……이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보았다. 비아는 작고 고요했다.

"너는 문이 아니다……이다."

비아가 말했다.

"길도 아니다……이다. 신도 아니다……이다. 너는 가게다……이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레나가 조용히 덧붙였다.

"도착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곳입니다."

레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라면이 나오는 곳."

비아가 말했다.

"중요하다……이다."

레테는 비아를 보았다.

"매우 중요합니다."

라면사장은 눈물 젖은 얼굴로 아주 작게 웃었다.

"이 와중에 라면이냐."

비아는 진지했다.

"라면은 문보다 오래 붙잡을 수 있다……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문은 지나가지만 라면은 먹는다……이다."

레테가 말했다.

"훌륭한 설명입니다."

라면사장은 결국 조금 웃었다. 짧고, 무너질 듯한 웃음이었다.


세레나는 그 웃음을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레테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무서운 모습이었다. 세레나가 잊고 싶었던 모습. 아니, 잊을 수밖에 없었던 모습.

세레나는 조용히 물었다.

"왜 그 모습으로 왔나요."

레테는 그녀를 보았다.

"당신이 볼 수 있는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내가?"

"네."

레테는 고요하게 말했다.

"당신은 너무 오래, 모두를 품는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시자. 첫 영혼. 어머니. 노바 니발리스의 중심."

레테는 자기 부서진 어깨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이름들이 당신의 끝을 지우지는 않습니다."


세레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레테는 말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기 끝을 외면하면, 그 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보관됩니다."

그녀는 자기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옵니다."

세레나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라면사장을 보았다. 그가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레테가 왜 왔는지도 알 것 같았다.

구원하려는 자가 자기 끝을 외면하면, 언젠가 그 끝은 누군가의 얼굴로 돌아온다.

어쩌면 라면사장도 그렇게 될 것이다. 문을 많이 만든 사람. 명분으로 남는 사람. 필요했지만, 가까이 앉을 수는 없게 된 사람.


세레나는 천천히 말했다.

"사장님."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레나는 한 걸음 다가왔다.

"문을 더 만드는 것이 당신이 원하는 전부라면, 저는 막지 못합니다."

비아가 세레나를 보았다. 라면사장도 그녀를 보았다.

세레나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 원한 것이 도착한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라면."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은 사라지면 안 됩니다."

라면사장은 눈을 감았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명령도 아니었다. 그저 정확했다.

정확한 말은 대체로 아프다. 그는 그 아픔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레테가 조용히 물었다.

"오늘도 가져갈 겁니까."

가게 안의 공기가 멈췄다.

라면사장은 비아를 보았다. 작은 문. 아직 문인 토끼. 아직 카운터 위에 앉아 있는 존재. 아직 "이다"를 붙이며 말하는, 성가시고 귀엽고 두려움을 알고 있는 문.

라면사장의 얼굴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비아는 눈을 깜빡였다.

라면사장은 말했다.

"오늘은 안 해."

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기록할 수 있겠네요."

라면사장이 물었다.

"뭘."

레테는 답했다.

"아직 선택하지 않은 순간."


주전자가 끓었다. 작고 평범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가게 안의 모두를 붙잡았다.

라면사장은 컵라면 하나를 꺼냈다.

"먹을래."

레테는 잠시 그를 보았다.

"제일 평범한 걸로 주세요."

라면사장은 물을 부었다. 손은 아직 조금 떨렸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덜했다.

김이 올라왔다.

세레나는 카운터 옆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레테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처음 만난 두 사람. 하나는 모두를 품기 위해 자기 죽음을 잊은 사람. 하나는 그 잊힌 죽음의 얼굴을 가지고 온 사람.


비아는 컵라면 옆에 앉아 말했다.

"라면은 3분이다……이다."

레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망각도 라면 시간은 아느냐……이다."

"라면은 잊으면 불어버리니까요."

비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다……이다."

라면사장이 아주 작게 웃었다. 눈물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웃음도 있었다.

세레나는 그 웃음을 보았다.


레테는 컵라면에서 올라오는 김을 보았다.

3분. 선택하기에는 짧고, 잊히기에는 충분한 시간.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연과 이리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어딘가에서 다음 무대의 조명 동선과 공공기물 파손의 경계에 대해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오늘 밤, 라면가게 안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비아가 아직 문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라면사장이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세레나가 자기 죽음의 얼굴과 마주 앉았다는 것이 얼마나 오래 남을 일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 밤은 언젠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로 잊힐 것이다.

레테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왔다. 망각이 되기 전에.

라면사장이 젓가락을 꺼냈다.

"다 됐다."

레테는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왔다.

세레나는 그 김 너머로 레테의 얼굴을 보았다. 부서진 자기 자신. 잊힌 끝. 그러나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잊히게 두지 않으려 온 증인.

세레나는 조용히 말했다.

"레테."

"네."

"이 날을 기억할 건가요."


레테는 라면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세레나는 조금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레테는 젓가락을 들었다.

"저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저는 잊히지 못한 것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비아가 컵라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기억과 비슷하다……이다."

레테는 비아를 보았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라면사장이 말했다.

"어떻게 다른데."

레테는 잠시 생각했다.

"기억은 누군가가 들고 가는 것입니다."

그녀는 컵라면 위의 김을 바라보았다.

"망각은 아무도 들고 가지 못해 남겨진 것입니다."


세레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레테는 덧붙였다.

"그러니 오늘을 기억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그럼 누가 하지."

레테는 라면사장을 보았다.

"당신이요."

라면사장은 멈췄다.

"그리고 세레나."

세레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비아."

비아는 귀를 움직였다.

레테는 조용히 말했다.

"저는 다만, 당신들이 놓치기 전에 보러 왔을 뿐입니다."

아무도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라면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는 비아를 보았다.

"오늘은 안 잊겠다."

비아가 말했다.

"거짓말일 수 있다……이다."

"그럼 네가 말해라."

"귀찮다……이다."

"부탁한다."

비아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알겠다……이다."

세레나는 레테를 보았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레테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잊어도 됩니다."


세레나의 눈이 흔들렸다.

레테는 말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때로 사람을 부숩니다."

그녀는 자기 부서진 몸을 내려다보았다.

"다만, 오늘 당신이 마주 앉았다는 사실만은 남겨두세요."

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사장은 컵라면 하나를 더 꺼냈다.

"너도 먹을래?"

세레나는 잠시 그를 보았다.

"저는 먹지 않아도 됩니다."

"먹어도 된다."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비아가 말했다.

"먹어라……이다."

세레나는 비아를 보았다.

"왜요?"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다……이다."

비아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날에는 라면을 먹는다……이다."


세레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군요."

라면사장은 물을 다시 올렸다. 오늘 밤 세 번째로 끓는 물이었다.

밖에서는 눈이 계속 내렸다.

노바 니발리스의 시간은 아주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언젠가 이 밤은 잊힐 것이다. 찢김의 날은 기억될 것이다. 떠남의 날도 기억될 것이다. 누군가 문을 통과하는 날도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은 가장 먼저 흐려질 것이다.

그래서 레테가 왔다. 망각이 되기 전에.

라면이 익는 3분 동안,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아무도 문을 닫지 않았다.

비아는 아직 문이었다. 라면사장은 아직 라면사장이었다. 세레나는 아직 자기 죽음의 얼굴과 마주 앉아 있었다. 레테는 아직 망각이 되지 않은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안에는 아직 잃지 않은 것들의 온기가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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