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6화. 밤손님의 그림자

뒷풀이가 늦게까지 이어지던 밤, 이리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다음엔 처음엔 어둡게 시작할 거예요. 검정 드론만 띄워서…… 뭐가 만들어지는지 보이게요."

세레나는 그 말을 옆에서 들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우울의 완치가 아니라, 다시 만들 방법을 아는 사람이 된 것. 그것이 이리스에게 일어난 진짜 변화였다.

'……적어도 이 아이는, 다음을 말할 수 있게 됐다.'


공연을 지켜본 세레나는, 만족했지만 완전히 안심하지는 못한 얼굴이었다.

"적어도 한 사람은 자리를 찾았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무대가 아니라 무대를 바라보던 라면사장의 옆얼굴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 표정에서, 그녀는 기쁨과 함께 낯선 무언가가 스치는 것을 보았다.

'……저 얼굴, 예전에 본 적 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의 얼굴.'

그녀는 그 예감을 마음 한구석에 눌러두었다.


공연 다음 날, 도시는 낯선 감각으로 술렁였다. 사람들이 "다음 공연"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다림이 있는 삶. 그것은 시간이 이 도시에 준 선물의 절정이었다.

세레나는 기록청 연대기에 직접 한 줄을 적어 넣었다.

'이 도시에 내일이 생겼다.'


그러나 공연의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이리스에게는 여전히 가라앉는 날이 찾아왔다. 다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녀는 그런 날에도 스스로 공방을 찾았다.

드론을 정비하고, 무대 스케치를 그리고. 손이 움직이는 동안은, 마음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가라앉는 날에도 손은 움직여져."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울과 공존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조금씩 익혀갔다.


수연과 이리스는 연습을 마치고 나면 늘 함께 눈길을 걸어 돌아왔다. 시시한 대화와 서로만 아는 농담이 오갔다.

"너 오늘 드론 각도 진짜 이상했어."

"수연 씨 눈이 먼저 이상했었거든요?"

"그건 니 조명이 늦게 들어와서 그런 거잖아."

두 사람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어느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무렵, 이리스는 다음 무대를 위한 스케치를 밤늦도록 그렸다. 수연이 우연히 그 스케치북을 넘겨보다가 감탄했다.

"이거 진짜 다 네가 생각한 거야?"

"네. 아직 다듬어야 할 게 많지만요."

"진짜 재능 있다, 너."

이리스는 그 칭찬에 괜히 딴청을 피웠다.

"신입 소리 들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수연이 뻔뻔하게 웃었다. 이리스도 결국 따라 웃었다.


그 무렵, 도시에는 공연을 계기로 작은 유행이 하나 생겼다. 아이들이 저마다 종이 드론을 만들어 날리며 노는 놀이였다.

"저도 나중에 화려한 별처럼 될래요!"

한 아이가 그렇게 외치자, 이리스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얼굴을 붉혔다.

"애들이 그런 말을 왜 해요……."

"인기인이네, 완전히."

수연이 놀리듯 말했다.


그 무렵, 뮤나 페브의 라디오는 공연 특집을 편성했다. 시민들의 감상이 사연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지막 사연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대를 보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 이야기도 아직 안 끝난 것 같아서요."

도시 전체의 심리에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었다. 끝난 이야기들이 모이던 이 도시에, "계속"이라는 단어가 스며들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그 방송을 가게에서 들으며 조용히 국물을 저었다.

"사장님도 뭔가 느끼는 거 있으세요?"

수연이 물었다.

"있다."

"뭔데요?"

"이 도시가, 이제 진짜로 계속될 거라는 확신."

그 말에는 여러 겹의 감정이 담겨 있었지만, 수연은 그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그 무렵, 세레나는 공연 이후 도시 전체가 조금씩 술렁이는 것을 지켜보며 기록청에 새로운 항목 하나를 신설했다. "기대 목록" — 사람들이 다음에 보고 싶은 것,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적어 넣는 게시판이었다.

"이런 것도 기록해요?"

오델 감이 물었다.

"네. 이 도시가 뭘 기다리는지, 그것도 역사니까요."

며칠 만에 그 게시판은 크고 작은 소망들로 가득 찼다. "다음 공연 꼭 앞자리에서 보기", "이번 겨울엔 눈사람 대회 우승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게시판을 지나칠 때마다 오래 멈춰 서서 읽곤 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끝내 아무것도 적어 넣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밤, 마감 후 가게 앞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낯선 여자가 가게 앞에 서 있다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소예가 목격했던 바로 그 그림자였다.

이번엔 비아도 그 모습을 보았다.

"……저건."

비아가 문밖으로 나가 확인해보았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대신 눈 위에 발자국만 이상할 만큼 가지런히 남아 있었다.


"이 발자국, 아는 발자국이다……이다."

비아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는 발자국이라니?"

수연이 물었다. 비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라면사장도 그 자리에 다가와 발자국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이건, 예감이다. 뭔가가 곧 온다는.'

그는 그 예감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수연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가게로 돌아왔다. 공연의 여운 속에 있던 그녀는, 가게 앞의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왜 이렇게 조용해요?"

그녀가 물었지만, 아무도 정확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오늘 좀 피곤해서."

라면사장이 그렇게 얼버무렸다. 수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날 새벽, 그녀는 이유 없이 문득 잠에서 깨어 가게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스쳤다. 그녀의 손은 무의식중에, 얼마 전 장난삼아 산 매듭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지, 이 기분.'

그녀는 그 불안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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