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98화. 가게의 첫 정기휴일

켄 오르드가 라면사장에게 매듭 기술을 가르쳐준 지 며칠 뒤, 그는 도시의 젊은이들을 모아 정식으로 매듭 수업을 열기로 했다.

"이거 하나는, 내가 잊어버리기 전에 다 넘겨줘야지."

그가 그렇게 말하며 첫 수업을 준비했다. 재하와 이든 홀트를 비롯한 몇몇이 그 수업에 참여했다.


"어르신, 이 매듭은 어디다 쓰는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눈사태 때 쓰는 거야. 사람 몸에 묶어서 끌어올릴 때, 이 매듭이 제일 안 풀려."

그 말에 재하는 진지한 얼굴로 매듭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손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지식이었다.


그 무렵, 비아에게 아주 사소하지만 낯선 변화가 하나 찾아왔다. 그녀가 매일 여닫는 그 문이, 어느 날부터인가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하다……이다."

그녀가 문손잡이를 잡고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손끝만 스쳐도 스르륵 열리던 문이, 이제는 살짝 힘을 줘야 열렸다.


"무슨 일이야?"

세레나가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문이……무거워졌다……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이다."

세레나는 그 말에 문을 대신 밀어보았다. 그녀가 느끼기엔 딱히 무거운 문이 아니었다.

"저한테는 그냥 평범한 문인데요."

"그럼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다……이다."


비아는 그 사실을 굳이 라면사장에게도, 녹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저 혼자 조용히 그 무게를 곱씹었다.

'……이 문이 무거워진다는 게, 무슨 뜻일까……이다.'

그녀는 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이것이 뭔가 더 큰 변화의 아주 작은 조짐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그 예감을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담아두었다.


그 무렵, 도시 기상 예보를 담당하는 오르 니에베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일했다. 그는 정확한 수치나 도구 대신, 오랜 경험과 직감으로 날씨를 예보했다.

"내일은 눈이 좀 굵게 올 겁니다. 근데 위험하진 않아요."

그의 예보는 신기하게도 늘 정확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아세요?"

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오래 이 하늘을 봐왔거든요. 도구 없이도, 몸이 먼저 알아요. 바람 냄새, 구름 색깔, 그런 걸로요."

"그럼 오르 니에베 씨도, 이 도시의 시계 같은 거네요. 다른 방식의 시계."

그는 그 말에 흐뭇하게 웃었다.


그 무렵, 수연과 세레나는 오랜만에 함께 도시 목욕탕을 찾았다. 겨울 내내 바빴던 두 사람에게는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있으니까 좋네요."

세레나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저희 그동안 진짜 바빴잖아요."


"수연 씨는 요즘 라면사장님이랑 어때요?"

세레나가 슬쩍 물었다. 수연은 그 질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손도 잡고, 서로 습관도 알아가고."

"부럽네요. 저는 요즘 볼도 씨랑 일 얘기만 하는데."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연애사 아닌 연애사를 나누며 오랜만에 편하게 웃었다.


"근데 세레나 씨, 저 하나 고민이 있어요."

"뭔데요?"

"사장님이 뭔가 비밀이 있으신 것 같아요. 복숭아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근데 그게 뭔지 캐묻지를 못하겠어요."

세레나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 도시 사람들, 다 자기 속도로 마음을 열잖아요. 사장님도 언젠가는 말씀하실 거예요."


그 무렵, 켈 도미르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도시에 시계가 늘어나면서, 그는 아예 도시 전체의 시간을 통일하는 큰 종탑 시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거 완성되면, 도시 전체가 같은 시간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가 세레나에게 그 계획을 설명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휘하는 것 같네요, 도미르 씨가."

"맞아요. 이 도시의 시간을, 제가 지휘하는 셈이죠.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되게 신나는 일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종탑 설계도를 펼쳤다. 그의 눈빛에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장인의 열정이 가득했다.


그 무렵, 라면사장은 문득 큰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마감 시간은 정했지만, 정기휴일은 없었다. 그는 이제 가게에도 정기적인 휴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매주 하루씩은,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한다."

그가 수연에게 말했다.


"진짜요? 사장님이 그런 결정을 하시다니, 신기해요."

"마감 시간 정할 때도 그랬지만, 쉬는 것도 일의 일부다. 그리고……"

"그리고요?"

"그날은, 너랑 나만의 시간으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수연은 그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렇게 가게는 처음으로 정기휴일을 갖게 되었다. 첫 정기휴일 날, 두 사람은 오랜만에 손님도, 재료 준비도 없이 온전히 자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요?"

수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돼도 된다. 오늘은 우리 둘 다, 쉬는 날이니까."


두 사람은 그 하루, 오랜만에 도시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켈 도미르의 종탑 공사 현장도 구경하고, 오르 니에베에게 다음 날 날씨도 물어보고, 목욕탕 앞에서 세레나와 우연히 마주쳐 인사도 나눴다.

"오늘 진짜 좋았어요."

수연이 저녁 무렵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 무렵, 이리스는 시엔 바르와의 얼음 공연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연에게 합동 연습을 제안했다.

"수연 씨, 저랑 같이 작은 무대 하나 만들어볼래요? 이 도시 이야기를 담은 거요."

"저요? 저 무대 경험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요. 저도 배우 경험은 없었어요. 그냥 같이 배워가면 돼요."


그렇게 두 사람은 매주 정기휴일마다 조금씩 짬을 내어 합동 연습을 시작했다. 수연은 서툴렀지만, 이리스의 세심한 지도 아래 조금씩 무대에 익숙해져 갔다.

"이거, 재밌네요. 제가 무대에 설 줄은 몰랐어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이 도시에서는, 다들 예상 못 한 자기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잖아요."


그날 밤, 정기휴일의 마지막 순간, 라면사장과 수연은 가게 뒷문 앞에 나란히 앉아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하루, 진짜 알찼어요. 근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피곤해요."

"그게 진짜 쉬는 거다. 아무것도 안 해서 쉬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로 채워서 쉬는 거."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댔다.


"사장님, 다음 정기휴일엔 뭐 할까요?"

"글쎄. 그건 그때 가서 정하자.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뭔데요?"

"네가 옆에 있을 거라는 거."

수연은 그 말에 조용히 웃으며 눈을 감았다. 첫 정기휴일은 그렇게, 두 사람에게 새로운 종류의 소중한 하루로 자리 잡았다.

창밖에는 겨울밤의 별빛이, 눈 쌓인 지붕들 위로 고요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노바 니발리스는 그렇게 시계를 갖게 되고, 나이를 세게 되고, 쉬는 법을 배워가며, 진짜 시간이 흐르는 도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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