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63화. 생일, 단추, 토핑 수업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도시에서 자라온 어린아이가 하나 있었다.
늘 나침반 하나를 손에 꼭 쥐고 다니는 그 아이는, 특별한 이름 없이 그냥 "나침반 아이"라고 불렸다. 그날, 그 아이가 조심스럽게 가게에 들어와 물었다.
"저기, 생일이 뭐예요?"
수연은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생일? 태어난 날 말하는 거야."
"저는 언제 태어났어요?"
그 질문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음, 그게……."
수연이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이 도시에서는, 시간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뒤 도착한 존재들에게, "태어난 날"이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했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라면사장도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마침 순찰 중이던 세레나가 그 대화를 듣고 가게에 들어섰다.
"제가 답해드릴게요."
세레나는 아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 도시에서는, 시간이 정확히 흐르지 않아서 '태어난 날'을 정확히 셀 수가 없어요."
"그럼 저는 생일이 없어요?"
아이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아니요, 있어요."
세레나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본인이 정한 날이 생일이에요."
그 말에 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제가 정해도 돼요?"
"네. 이 도시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자기가 정할 수 있으니까요."
세레나의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이 도시의 근본적인 원칙을 담고 있었다. 강요되지 않은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스스로에게 온전히 남는 것.
아이는 그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그럼…… 저 가게에 처음 들어온 날로 할래요."
아이가 결심한 듯 말했다.
"왜 그날로 정했어요?"
세레나가 물었다.
"그날, 처음으로 따뜻한 국물을 먹었거든요. 그전엔 계속 추웠던 것 같은데, 그날부터 안 추웠어요."
아이의 그 대답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럼 그날이 네 생일이네."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그날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요?"
수연이 물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힌 몰라요. 근데…… 오늘로 정하면 안 돼요? 오늘 결정했으니까."
세레나가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좋은 생각이에요. 오늘을 생일로 하죠."
그렇게 그날, 갑작스럽게 가게에서 작은 생일 파티가 열리게 되었다.
"생일이면 뭔가 특별한 걸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소예가 신이 나서 물었다.
"그럼 특별 메뉴 만들어야겠네."
라면사장이 답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정성스럽게 국물을 우려내고 고명을 얹었다. 계란 하나를 하트 모양으로 잘라 올리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짜잔, 이거 오늘의 특별 메뉴다."
라면사장이 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아이는 그 그릇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우와, 계란이 하트 모양이에요!"
"생일이니까."
라면사장의 그 담백한 대답에, 아이는 활짝 웃었다.
"생일 축하해!"
수연이 신이 나서 외쳤다.
"축하해요!"
이리스와 소예도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넸다.
비아도 그 소란에 끼어들어 신나게 외쳤다.
"생일 축하한다……이다! 이제 매년 오늘이 네 생일이다……이다!"
"매년이요? 근데 이 도시에는 '해'라는 것도 없잖아요."
아이가 순진하게 물었다.
"그, 그건 그렇지만……이다."
비아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모습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어떻게든 세면 되지."
수연이 웃으며 넘겼다.
세레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문득 자신의 도시 기록부에 새로운 항목 하나를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일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그녀는 그 원칙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며, 이 작은 사건이 이 도시에 또 하나의 소중한 전통을 만들어냈다는 걸 느꼈다.
"이거, 도시 규정으로 만들어도 될까요?"
그녀가 라면사장에게 물었다.
"좋을 대로 해라."
그날 저녁, 아이는 자신의 나침반을 꼭 쥐고 가게를 나서며 활짝 웃었다.
"오늘 진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와."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아이가 떠난 뒤, 수연이 문득 물었다.
"사장님, 저는 생일이 언제예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너는…… 원래 세계에서의 생일이 있지 않나?"
"있긴 한데, 여기서는 다시 정하고 싶어서요."
"왜?"
"그냥,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럼 너도, 이 가게 처음 온 날로 하면 되지 않나."
"그것도 좋은데…… 사장님이 정해주시면 안 돼요?"
그 질문에, 라면사장은 순간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내, 내가 왜?"
"그냥, 사장님이 정해주시면 특별할 것 같아서요."
수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라면사장은 그 요청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오늘로 해라."
"오늘이요? 왜요?"
"오늘, 네가 활짝 웃는 걸 봤으니까."
그 말에 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가, 갑자기 그런 이유를……."
"싫으면 다른 날로 해도 된다."
"아, 아니에요! 좋아요, 오늘로 할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어색하게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 작은 순간을 소중히 간직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장부에 조용히 새로운 항목을 하나 적어 넣었다.
"수연의 생일, 오늘로 정함."
그는 그 짧은 문장을 적어 넣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도시의 시간은 여전히 제대로 흐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로 새겨졌다.
가게 밖으로는 눈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듯, 그리고 두 사람의 조용한 마음을 감싸듯, 도시 전체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며칠 뒤, 헌 옷을 리폼해주는 이졸 텐이라는 여자가 가게에 들렀다가 소예의 회색 코트를 보고 말을 건넸다.
소예는 늘 같은 회색 코트를 입고 다녔다. 색이 바래고 소맷단이 조금 해진 그 코트는, 그녀가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부터 걸치고 있던 것이었다.
"소예 씨, 그 코트 되게 오래되어 보이는데, 제가 좀 손봐드릴까요?"
이졸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어떻게 손봐주신다는 거예요?"
"안감도 새로 넣고, 단추도 좀 더 예쁜 걸로 바꾸고요. 전체적으로 좀 더 따뜻하고 세련되게 리폼해드릴 수 있어요."
소예는 그 제안에 잠시 코트를 내려다보았다.
"음…… 고민되네요."
"싫으세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소예는 그 코트의 소맷단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 해진 부분에는, 그녀만이 아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거, 저한테는 좀 특별한 코트라서요."
"어떤 의미로 특별한데요?"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입고 있던 거예요.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고, 다 낯설었는데……."
소예가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이 코트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랑 함께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보면, 제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 수 있어요."
이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리폼하면, 그 흔적이 사라지는 게 아쉬우신 거군요."
"네, 맞아요."
"근데 이대로 두면 계속 낡아갈 텐데, 괜찮으세요?"
이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소예는 그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그녀는 이 코트가 낡아가는 걸 지켜보는 게 싫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코트가 완전히 못 입게 될까 봐 걱정도 되었다.
"고민 끝에 거절할게요."
그녀가 결심한 듯 말했다.
"이건 그때의 저라서요."
"그럼 아예 손을 안 대실 거예요?"
이졸이 물었다.
소예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대신, 단추 하나만 바꿔주세요."
"단추만요?"
"네. 지금 단추 하나가 좀 헐거워졌거든요. 그것만 새것으로 바꿔주시면,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싶어요."
이졸은 그 제안에 옅게 웃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완전히 새것으로 만드는 것보다, 아주 작은 변화만 주는 것도요."
며칠 뒤, 이졸이 새 단추 하나를 들고 가게에 다시 찾아왔다.
"이거 어때요?"
그녀가 보여준 단추는, 은은한 별 모양이 새겨진 작은 나무 단추였다.
"우와, 예쁘네요."
소예가 감탄하며 말했다.
"이 도시 분위기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골라봤어요."
이졸은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그 단추를 코트에 달아주었다.
새 단추가 달린 코트를 입어본 소예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어때요?"
이졸이 물었다.
"완전 좋아요! 근데 신기하게, 나머지는 그대로인데도 전체적으로 뭔가 달라 보여요."
"그게 작은 변화의 힘이에요. 완전히 바꾸지 않아도, 딱 필요한 만큼만 바뀌어도 충분히 달라 보이거든요."
이졸의 그 말에, 소예는 깊이 공감했다.
그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라면사장이 문득 끼어들었다.
"그거,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소예가 물었다.
"그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그냥, 딱 필요한 만큼만 바뀌면 되는 거지."
라면사장의 그 말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도 그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여기 처음 왔을 때랑 지금이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잖아요. 근데 뭔가 조금씩은 달라진 것 같아요."
"어떻게 달라졌는데?"
이리스가 궁금해서 물었다.
"음……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것 같아. 그리고……"
수연은 말을 하다 말고, 문득 라면사장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뭐?"
"아, 아니야, 아무것도."
수연이 서둘러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스쳐 있었다.
이졸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소예 씨, 이 가게 사람들 다 은근히 재밌는 것 같아요."
"그쵸? 저도 매일 재밌어요."
소예가 웃으며 답했다.
"그 코트, 앞으로도 오래오래 입으세요. 단추 하나로도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졸의 그 말에, 소예는 자신의 코트를 다시 한번 소중히 매만졌다.
그날 저녁, 소예는 새 단추가 달린 코트를 입고 가게 청소를 하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 코트는 여전히 낡았고, 여전히 해진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별 모양 단추 하나가, 이 코트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었다.
'나도 이 코트처럼,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괜찮은 거겠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옅게 웃었다. 이 가게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꾼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오늘 있었던 대화를 곱씹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딱 필요한 만큼만 바뀌면 된다"는 자신의 말이, 문득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이 가게를 지켜왔다. 그 담담함과 흔들림 없음이, 그의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연을 향한 이 마음이 그 안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추 하나 정도의 변화, 라고 해두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옅게 웃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아도,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가게 밖으로는 별빛이 고요하게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며칠 뒤, 가게 마감 후 라면사장이 소예를 조용히 불렀다.
"오늘, 토핑 만드는 법 좀 가르쳐줄까 한다."
소예가 눈을 크게 떴다.
"저, 정말요?"
"그래. 너도 이제 배워둘 때가 됐다."
소예는 그 말에 신이 나서 앞치마를 다시 둘렀다.
라면사장은 먼저 파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렸다.
"파 기름부터 시작하지."
"파 기름이요?"
"기름에 파를 천천히 볶아서, 향을 우려내는 거다. 이게 국물 맛을 결정하는 첫 단추다."
그는 천천히 파를 썰며, 그 손놀림을 소예에게 보여주었다. 일정한 두께로, 정확한 리듬으로.
"이렇게 써는 거예요?"
소예가 조심스럽게 따라 하며 물었다.
"그래. 너무 얇으면 타고, 너무 두꺼우면 향이 안 난다."
소예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일정한 두께로 파를 썰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될까요?"
"괜찮다. 처음치곤 잘했다."
라면사장의 그 칭찬에, 소예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음은 뭐예요?"
"반숙 계란."
"오, 그거 수연 씨도 배우려다가 실패했던 건데."
"너는 성공할 거다. 시간만 정확히 재면 되니까."
라면사장은 계란을 물에 넣고 정확한 시간을 재는 법을 알려주었다.
"6분 30초. 이걸 넘기면 완숙이 되고, 모자라면 반숙도 안 된다."
"되게 정밀하네요."
"요리는 원래 정밀함과 감각이 함께 필요하다."
소예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시간이 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계란을 꺼내 껍질을 벗겼다. 노른자가 살짝 흐르는 완벽한 반숙이었다.
"우와, 저 성공했어요!"
"잘했다."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인정했다.
"다음은 고명 순서예요?"
"그래. 이게 제일 중요하다."
그는 그릇에 국물을 담고, 면을 넣은 뒤, 순서대로 고명을 얹기 시작했다.
"파, 계란, 그다음은……."
그가 잠시 멈추고 소예를 바라보았다.
"그다음은 뭐예요?"
"오늘 온 손님 얼굴을 떠올려라."
소예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면과 수프는 봉지가 한다. 우리는 그 위와 옆만 책임진다. 레시피는 없다."
라면사장이 그렇게 설명했다.
"레시피가 없다고요?"
"그래. 오늘 온 손님이 지쳐 보이면 고명을 더 푸짐하게, 기분 좋아 보이면 예쁘게 장식하는 식으로. 정해진 답은 없다."
소예는 그 말에 깊이 감명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매번 다르게 만드시는 거예요?"
"그래. 라면은 같아도, 그걸 먹는 사람은 매번 다르니까."
"오늘은 무슨 손님을 떠올리고 만들어야 해요?"
소예가 물었다.
"오늘 밤엔 손님이 없다. 그럼 누굴 떠올려야 할까?"
라면사장의 그 질문에, 소예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저 자신이요?"
"그래. 가끔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만들어야 한다."
소예는 그 말을 되새기며, 자신을 위한 한 그릇을 정성껏 만들어보았다.
파를 조금 더 넉넉히, 계란을 정성스럽게 반으로 갈라, 마지막으로 김가루를 살짝 뿌렸다.
"이거…… 제가 만든 거 맞아요?"
그녀가 완성된 그릇을 보며 감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네가 만든 거다."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소예는 그 그릇을 조심스럽게 한 입 떠먹었다. 익숙한 맛이었지만, 어딘가 다른 느낌이었다.
"맛이 어때?"
"좋아요…… 근데 뭔가 다른 느낌이에요."
"그게 네가 만든 맛이다. 나랑 똑같이 만들어도, 결국 조금씩은 다르지."
소예는 그 말에 깊이 감동했다. 이 가게에서 몇 달을 일했지만, 오늘 처음으로 자신만의 한 그릇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사장님, 감사해요. 오늘 진짜 많이 배웠어요."
"별거 아니다."
"아니에요, 진짜 큰 배움이었어요."
소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만든 그릇을 소중히 바라보았다.
"이거, 매일 연습해도 돼요?"
"그래. 손님 없는 시간에 계속 연습해라."
라면사장의 그 허락에, 소예는 환하게 웃었다.
그날 밤, 마침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수연이 그 광경을 보고 놀랐다.
"어, 소예 뭐 만들었어?"
"저 오늘 토핑 배웠어요!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소예가 자랑스럽게 그릇을 보여주었다.
"우와, 진짜 잘 만들었네!"
수연이 감탄하며 한 입 맛보았다.
"진짜 맛있어! 소예 재능 있는데?"
"사장님이 잘 가르쳐주셔서요."
소예가 겸손하게 답했다.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곁에서 들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그는 문득 수연을 떠올리며, 그녀에게도 언젠가 이런 정식 토핑 수업을 해줄 날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저도 다음에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요."
수연이 그 눈치를 챈 듯 슬쩍 말했다.
"……생각해보마."
라면사장이 그렇게 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의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날 밤, 소예는 자신이 만든 그릇을 조심스럽게 씻으며 오늘의 배움을 되새겼다.
레시피가 없다는 것, 그리고 오늘 온 손님, 혹은 자기 자신을 떠올리며 만든다는 것. 그 원칙은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라, 이 가게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였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이 가게에서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실감했다. 처음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 이제는 자신만의 한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가게 밖으로는 밤바람이 조용히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는, 오늘도 작은 성장 하나가 조용히 새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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