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51화. 아침의 순번

가게의 아침은, 이제 누가 정한 적도 없이 정확한 순서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을 뜨는 건 라면사장이었다. 아직 골목에 인적이 드문 새벽, 그는 냄비에 물을 받아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 물이 끓는 소리가, 이 가게의 첫 번째 신호였다.

두 번째는 소예였다. 그녀는 그 물소리를 듣고 일어나, 가게 안의 의자들을 하나하나 제자리에 정돈했다. 밤새 살짝 어긋난 의자 다리 하나까지 바로잡는 게, 그녀만의 규칙이었다.

세 번째는 수연이었다. 그녀는 눈을 쓰는 담당이었다. 정확히는, 눈을 쓴다기보다 검을 한 번 휘둘러 가게 앞의 눈을 통째로 밀어내는 방식이었다.


"오늘도 한 방에 끝내는 거예요?"

소예가 창밖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물었다.

"응. 이게 제일 빨라."

수연은 그렇게 답하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얼음의 결이 가게 앞 눈을 가지런히 밀어내며, 순식간에 깨끗한 길을 만들어냈다.

"매번 봐도 신기해요."

"별거 아니야. 그냥 힘 조금 쓰는 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거뒀다. 그러나 그 손끝에는, 예전보다 훨씬 섬세해진 힘 조절이 배어 있었다.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의 거칠고 서툰 검술과는, 이제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처음 왔을 때 그녀의 검은 그저 부수는 도구였다. 눈을 치우라면 눈뿐 아니라 그 아래 얼어붙은 보도블록까지 함께 갈아엎었고, 가게 앞 화단의 모서리를 통째로 날려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 없이 부서진 자리를 손봤고, 소예는 그 뒷정리를 도우며 조용히 웃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자신은 힘을 쓰는 법은 알아도 다스리는 법은 몰랐던 것 같다고, 수연은 가끔 생각했다.

지금의 그녀는 다르다. 검신에 실리는 냉기의 두께를 손끝으로 가늠하고, 눈의 결을 따라 정확히 그만큼만 밀어낸다. 화단의 흙 한 톨 건드리지 않고, 보도블록의 이음매 하나 어긋나지 않게.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얻어진 숙련이 아니라, 이 가게에서 매일 아침 반복해온 그 작은 의식 같은 노동이 그녀의 검을 조금씩 다듬어온 결과였다. 수연 스스로도 그 사실을 뚜렷이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근데 수연 씨, 그거 알아요? 처음 왔을 때보다 검 쓰는 소리가 많이 조용해졌어요."

소예가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네. 처음엔 쩌렁쩌렁 울렸는데, 요샌 그냥 스윽, 하고 끝나요."

수연은 그 말에 잠시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소리가 조용해졌다는 건, 그만큼 낭비되는 힘이 줄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이 묘하게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가게에서 보낸 시간의 길이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네 번째는 이리스였다. 그녀는 매일 아침, 드론 한 대를 띄워 가게 간판에 불을 밝혔다. 화려한 조명은 아니었지만, 그 은은한 빛이 골목 안쪽까지 은은하게 퍼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은 좀 더 부드러운 빛으로 해봤어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매일 다르게 하는 거야?"

수연이 물었다.

"네! 오늘 날씨에 맞춰서요. 눈 오는 날은 좀 더 따뜻한 색으로."

이리스는 그렇게 답하며 드론을 조작했다. 그 섬세한 조정이, 손님들도 모르게 매일 조금씩 가게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가끔 그녀는 아홉 개의 빛나는 드론 사이에서, 여전히 불이 꺼진 열 번째 드론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다른 아홉 대가 저마다의 색으로 반짝일 때도 그 하나만은 언제나 어둡게 잠들어 있었다. 화려한 조명을 다루던 시절, 그녀는 이 드론 하나하나에 이름 대신 번호를 붙였고, 언젠가부터 그 열 번째만은 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그건 왜 항상 꺼져 있어?"

수연이 언젠가 지나가듯 물은 적이 있었다.

"그냥, 아직 켤 때가 아니라서요."

이리스는 그렇게만 답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어떤 그늘이 있다는 걸 수연은 어렴풋이 느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이 가게에는 그런 종류의 침묵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이리스는 아홉 개의 드론에 차례로 불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그 어두운 열 번째를 손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켜지지 않는 걸 알면서도 매일 아침 한 번씩 그렇게 건드려보는 게, 그녀만의 조용한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아가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카운터 위에 걸터앉아 지켜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오늘도 다 잘하고 있다……이다!"

그녀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넌 뭐 하는데?"

수연이 웃으며 물었다.

"나는 감독이다……이다! 감독이 제일 중요하다……이다!"

"그거 그냥 구경하는 거 아니야?"

"감독은 원래 구경하는 거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당당하게 답하며, 여전히 카운터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침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은 이 순번에 예외가 생기기도 했다. 볼도가 야간 순찰을 마치고 이른 아침 가게에 들르는 날은, 그가 자연스럽게 다섯 번째 순서로 끼어들었다. 그는 늘 가게 앞 화로에 숯을 새로 넣어주고 갔다.

"이것도 순번이에요?"

소예가 물은 적이 있었다.

"딱히 정한 건 아닌데, 그냥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볼도는 그렇게 답하며 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익숙한 손길로 숯을 골랐다. 그 손길에는, 밤새 도시를 지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

마고 센느도 가끔 이른 아침 부두에서 건너와, 자신의 어묵탕 재료를 미리 손질해두고 가곤 했다.

"이 정도는 서비스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라면사장 옆에서 함께 재료를 다듬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투닥거리면서도, 그 아침의 손질만큼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세레나도 순찰 중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게 안을 살폈다. 그녀에게 그것은 순번이라기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작은 의식이었다.

"오늘도 다들 잘 있네요."

그녀가 창문 너머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게, 이 가게의 아침 풍경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가끔은 그 순번 사이로, 예상치 못한 손님이 끼어들기도 했다.

그날 아침에도 탄지로가 가게 앞을 지나가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는 화로 옆에 쪼그려 앉아 숯이 타는 걸 한참 들여다보다가, 문 앞에서 서성이는 걸 발견한 라면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들어와서 먹고 가."

라면사장이 무뚝뚝하게 말을 건넸다.

"……아직 이르잖아요."

"아침 장사는 원래 이르다."

탄지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화로 근처의 자리를 피해 구석에 앉았고, 그 모습을 본 수연이 눈치껏 화로에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로 그를 안내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배려조차 필요 없었겠지만, 이제는 다들 자연스럽게 그의 불에 대한 두려움을 알고 있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려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었다.

"고마워요."

탄지로가 작게 중얼거렸다.

"고맙긴. 자리 하난데 뭐."

수연이 씩 웃으며 답했다. 라면사장은 그 짧은 대화를 곁눈으로 지켜보며, 이 가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온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누군가의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것, 그것도 이 가게의 순번 아닌 순번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노크사도 가끔 이른 아침 골목을 지나며 가게 안을 슬쩍 들여다보곤 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저 문가에 서서 잠시 가게의 소음을 듣다가, 조용히 다시 걸음을 옮기는 날이 많았다.

"오늘도 안 들어오시네."

소예가 창밖으로 그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억지로 안 끌어들이는 게 나아."

라면사장이 그렇게 답했다. 그 말에는, 노크사라는 존재가 짊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어렴풋한 이해가 배어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존중하고 있었다.


이 규칙적인 순서가 자리 잡기까지, 사실 꽤 오랜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엔 다들 뒤죽박죽으로 움직였다. 수연이 의자를 정리하다가 물을 올리는 걸 잊고, 소예가 눈을 쓸다가 넘어지고, 이리스가 조명을 켜다가 드론을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에게 맞는 역할이 자리 잡았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 흐름이 이제는 이 가게의 고유한 리듬이 되어 있었다.


"근데 신기해요."

소예가 어느 날 아침, 정돈된 의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가?"

"아무도 정한 적 없는데, 다들 자기 역할을 알아서 찾았잖아요."

라면사장이 그 말에 손을 멈추고 답했다.

"그게 이 가게의 방식이다. 억지로 정하지 않아도, 결국은 각자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다."

수연은 그 말에 문득 비아가 말했던 문의 원칙을 떠올렸다. 열어두되 밀지 않는다는 것. 이 아침의 순번도, 그 원칙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근데 처음에 진짜 다 엉망이었잖아요."

소예가 옛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맞아. 나 처음엔 눈 치우려다가 가게 앞 간판까지 얼려버렸잖아."

수연이 그 흑역사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때 사장님 표정 진짜 웃겼어요. 아무 말도 안 하시고 그냥 그 얼어붙은 간판만 한참 보셨잖아요."

"그거 며칠이나 안 녹았지?"

"사흘요! 사흘 동안 손님들이 다 그 간판 구경하고 갔어요."

두 사람은 그 기억에 한참을 웃었다. 라면사장도 그 대화를 듣고 옅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지금은 안 그리우세요?"

"지금도 충분히 소란스럽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이 가게가 지나온 시간의 층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수연은 눈을 쓸고 돌아와 카운터에 앉으며 라면사장을 지켜보았다.

그는 늘 그렇듯 묵묵히 육수를 끓이고 있었다. 그 손놀림은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정확하고 능숙했다.

그런데 문득, 수연은 그 손놀림을 지켜보는 자신의 시선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왜 자꾸 눈이 가지.'

그녀는 그 생각에 스스로도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뭘 그렇게 보나."

라면사장이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물었다.

수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아니에요! 그냥…… 오늘 육수 냄새가 좋아서."

"매일 같은 냄새다."

"그, 그런가."

그녀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물잔을 정리하는 척했다. 라면사장은 그 반응을 이상하다는 듯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수연은 그날 하루 종일, 그 이상한 감정의 정체를 고민했다.

'그냥 신기해서 그런 거야. 저 사람 손놀림이 신기해서.'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자꾸 고개를 들었다.

배달을 나가서도, 그녀는 자꾸 라면사장의 표정이나 말투가 떠올랐다. 그가 무뚝뚝하게 던지는 짧은 말들, 가끔 보이는 옅은 미소, 손님을 대하는 담담한 태도까지.

'이상하다. 나 왜 이러지.'


저녁이 되어 가게로 돌아온 그녀는, 라면사장이 손님에게 그릇을 건네며 짓는 옅은 미소를 우연히 목격했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었다.

'……이거 뭐지.'

그녀는 그 낯선 감각에 당황해서,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의 두근거림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마감 정리를 하던 중 수연은 실수로 그릇 하나를 놓쳤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괜찮나?"

라면사장이 놀라 다가왔다.

"아, 네! 괜찮아요.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좀 없었나 봐요."

그녀가 서둘러 깨진 조각들을 치우며 답했다. 라면사장이 그녀 옆에 쪼그려 앉아 함께 조각을 주웠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 가까이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수연은 그 접촉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라면사장도 그 순간, 아주 미세하게 손을 멈췄다.

"……"

그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그 짧은 접촉에, 이상하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사장님?"

수연이 그 이상한 침묵을 눈치채고 물었다.

"……아니다. 아무것도."

그는 서둘러 조각들을 마저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귀 끝이 아주 살짝 붉어져 있다는 걸, 수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 어색함만은 그녀도 분명히 느꼈다.


"저, 저기 사장님."

"왜."

"오늘 좀 이상하신 것 같은데."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순간 멈칫했다.

"……내가 뭐가."

"평소보다 말이 없으신 것 같아서."

"원래 말이 없다."

"그건 그런데……."

수연은 그 말을 하다 말고, 자신도 오늘 왜 이렇게 그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지 스스로 의아해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짧은 순간, 서로의 어색함을 알아채지 못한 채 각자의 이상한 감정을 홀로 삭이고 있었다.


마침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비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카운터 위로 폴짝 뛰어올라 앉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이 왜 그렇게 서 있다……이다? 싸웠나……이다?"

"아, 아니야! 안 싸웠어."

수연이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근데 왜 그렇게 어색하다……이다. 감독의 눈은 못 속인다……이다."

비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살폈다. 라면사장은 그 시선을 피하듯 다시 육수 냄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 일도 없다."

"흐음……이다."

비아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우지 않았지만, 더 캐묻지는 않고 카운터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이 가게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편이었지만, 아직 그 변화에 정확한 이름을 붙일 만큼의 실마리는 잡지 못한 듯했다.

수연은 그 틈을 타 슬쩍 가게 밖으로 나가 숨을 골랐다. 찬 공기가 뺨에 닿자 조금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침착하자. 그냥 잠깐 이상한 거야.'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문을 넘어서는 순간, 카운터 안쪽에서 육수를 젓고 있는 라면사장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또다시 이유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날 밤, 수연은 잠들기 전 문득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아침의 그 이상한 두근거림, 저녁의 미소를 보고 뛰었던 심장, 그리고 방금 전 그 짧은 접촉의 순간까지.

'……나 뭔가 이상해진 것 같아.'

그녀는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그저 낯선 온기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만을 어렴풋이 느꼈다.

가게는 오늘도 정확한 순서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 익숙한 순번 속에서, 수연의 마음에는 처음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새로운 리듬 하나가 더해지고 있었다.


라면사장도 그날 밤,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문득 손을 멈췄다.

그는 오늘 자신이 왜 그렇게 어색하게 굴었는지 곱씹었다. 단순한 접촉이었을 뿐인데, 그 순간 이상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

그는 그 낯선 감정에 이름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저, 외상장부를 꺼내 아무 말 없이 오늘 하루의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 가게의 평범한 하루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 아주 작은 균열 하나가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는 걸, 그는 이제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이 카운터 너머로 지켜봐 왔다. 웃는 사람, 우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 그 모든 얼굴들을 그는 담담하게 마주해왔고, 어떤 순간에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릇 조각을 줍다가 스친 손끝 하나에 그 오랜 평정심이 흔들렸다는 사실이 그는 낯설었다.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접촉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 접촉이 그의 안에서 일으킨 파문이 단순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어 보았다. 그러나 그 말은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장부를 덮고, 카운터에 두 손을 짚은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수연이 처음 이 가게에 왔던 날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친 얼굴로 골목 안을 헤매다 이 문을 두드렸던 그녀. 그때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분명 같은 사람이면서도, 어딘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기도 했다. 이 가게에서 보낸 시간이 그녀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듯, 어쩌면 그녀도 모르는 사이 이 가게의, 아니 이 가게에 있는 누군가의 무언가를 조금씩 바꾸어 놓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는 그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불을 점검하고, 가게 문을 잠갔다. 골목은 이미 고요했고, 하늘에는 차가운 별들이 드문드문 떠 있었다.

문을 잠그고 돌아서던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게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이리스가 매일 아침 밝히는 그 은은한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지만, 그 자리에 남은 온기 같은 것이 그의 마음 한구석에도 남아 있는 듯했다.

'내일은…… 평소처럼 대해야겠다.'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골목을 걸어 나갔다. 그러나 그 다짐이 다음 날 아침까지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지는, 그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 있던 수연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아침의 두근거림, 저녁의 미소, 그리고 그 짧은 손의 접촉까지. 어느 것 하나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소란스러운 건지, 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엔 이런 적 없었는데.'

그녀는 이 도시에 처음 왔던 날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던 그때,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었던 곳이 이 라면가게였다. 그때의 안도감과 지금 이 낯선 두근거림이 같은 감정의 다른 얼굴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인지 그녀는 구분할 수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게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는 게 보였다. 그녀는 그 불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마침내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이면 또 같은 순번이 반복될 것이다. 물을 올리는 라면사장, 의자를 정돈하는 소예, 눈을 쓰는 자신, 드론을 밝히는 이리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보는 비아까지.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무언가가 조용히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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