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38화. 탄지 로의 불

목욕탕 불지기 견습, 탄지 로는 그날도 아궁이 앞에서 손을 떨고 있었다.

열다섯 살 소년은 벌써 반년째 불지기 일을 배우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 앞에만 서면 몸이 굳었다. 장작을 넣는 손도, 불씨를 살피는 눈도 늘 조심스럽다 못해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탄지, 또 그러고 있냐."

선배 불지기가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

"장작 넣는 데 뭘 그렇게 겁을 내. 벌써 반년이나 했잖아."

탄지는 그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직도 불꽃이 확 타오르는 순간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무리 익숙해지려 해도, 그 감각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날 저녁, 탄지는 일을 마치고 라면가게에 들렀다. 목욕탕 일이 끝나면 종종 이곳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게 그의 소소한 낙이었다.

"오늘도 힘들었나 보네."

라면사장이 그릇을 내밀며 물었다.

"……네, 좀요."

"불지기 일이 원래 힘들다."

"그게 아니라……." 탄지는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저 사실, 불이 무서워요."

가게 안 몇몇 손님들이 그 고백에 힐끔거렸다. 탄지는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불지기가 불을 무서워하다니, 이상하죠."


라면사장은 그 말에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국자를 저었다.

"이상할 거 없다."

수연이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저도 처음 검 잡았을 때 무서웠어요. 근데 다들 무섭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거짓말했거든요."

"왜 거짓말했어요?"

"검사가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 무서움 덕분에 더 신중하게 검을 쓰게 되더라고요."

탄지는 그 말에 조금 위안을 얻은 듯했다.

"그럼 검사도 무서워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죠. 완전히 안 무서운 사람은, 오히려 더 위험한 짓을 하게 되던데요."

"근데 다들 그렇게 봐요. 불지기가 불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누가 그런 규칙을 만들었나."

"그냥……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탄지는 국물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을 이었다.

"어릴 때 집에 불이 난 적이 있어요. 그때 이후로 불만 보면 몸이 굳어요. 근데 하필 불지기 일을 배우게 돼서……."

"왜 하필 그 일을 배우게 됐나."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라서요. 무서워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라면사장은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가, 낮게 말했다.

"무서운 걸 억지로 참는 거랑, 무서운 채로 다루는 건 다르다."

"……그게 무슨 차이예요?"

"참는 건 언젠가 터진다. 근데 무서운 채로 다루는 법을 배우면, 그 무서움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탄지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무서움이 어떻게 도움이 돼요?"

"불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불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게 안전이다."

탄지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여전히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았지만, 뭔가 낯선 위안이 스쳤다.


목욕탕 주인도 마침 저녁을 먹으러 들렀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보탰다.

"나도 젊었을 때 물이 무서웠다."

"목욕탕 주인이 물을 무서워했다고요?"

탄지가 놀라 물었다.

"그래. 어릴 때 강에 빠질 뻔한 적이 있어서. 근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물 온도, 수위, 이런 걸 남들보다 훨씬 꼼꼼히 살피게 됐지. 그게 지금 이 목욕탕이 안전하다고 소문난 이유다."

"그럼 사장님도 무서움 덕분에 잘하게 되신 거네요."

"그런 셈이지. 무서움은 없애는 게 아니라 길들이는 거다."

탄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하루 만난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날 밤, 탄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 어귀에서 낯선 여자와 마주쳤다.

진홍 망토, 오렌지빛 단발머리. 입가에 오래된 흉터가 있는 여자였다.

탄지는 순간 몸이 굳었다. 이 도시에서 떠도는 소문 — 밤마다 울음소리를 낸다는 그 여자였다.

"……저기."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네?"

"불이 무섭다고 했죠. 아까 가게에서."

탄지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들려요. 무서움도 소리가 나거든요."


탄지는 그 말에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그러나 여자의 눈빛에는 위협적인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그의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담담함이 있었다.

"저기, 저 불지기예요. 근데 불이 무서워요. 이상하죠?"

"이상하지 않아요."

여자가 낮게 답했다.

"무서워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무서움을 없애려고 하는 게, 오히려 위험한 거예요."

"왜요?"

"무서움은 경고예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몸이 미리 알려주는 거죠. 그걸 억지로 지우면, 정작 진짜 위험할 때 아무것도 못 느끼게 돼요."


탄지는 그 말에 문득 낮에 라면사장이 했던 말이 겹쳐 떠올랐다.

"불지기 일 배우면서 다들 저한테 무서워하지 말라고만 해요. 근데 사장님도, 지금 이분도, 다 무서워해도 된다고 하시네요."

"그럼 그게 맞는 말인가 봐요."

여자는 옅게 웃었다.

"무서워하는 채로 다뤄요. 무서움이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탄지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건데요?"

"불을 넣기 전에, 그 무서움한테 먼저 물어보세요. 지금 이게 안전한지. 무서움이 조용해지면, 그때 넣으면 돼요. 무서움이 계속 시끄러우면, 잠깐 멈춰요."


"그게…… 진짜 될까요?"

"돼요. 무서움은 적이 아니에요. 당신 편이에요. 그냥 그 편을 무시하지 않고 같이 가는 법을 배우면 돼요."

탄지는 그 말에 뭔가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그 인사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골목 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탄지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걸 느꼈다. 여자가 몇 걸음 걷더니, 그대로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림자였던 것처럼.

"……어?"

그는 눈을 비비며 그 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골목엔 아무도 없었다. 그날 밤, 하늘의 달이 유독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도, 그는 뒤늦게야 알아챘다.


다음 날, 탄지는 다시 아궁이 앞에 섰다. 여전히 손이 떨렸다.

그러나 이번엔 그 떨림을 억지로 참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두려움에게 조용히 물었다.

'지금 안전해?'

몸이 여전히 긴장해 있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숨을 고르고, 장작을 다시 살펴보고, 아궁이 주변을 점검했다.

몇 분 뒤,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그제야 그는 불씨를 붙였다.


"어, 오늘은 좀 다르네."

선배 불지기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뭐가요?"

"평소보다 훨씬 침착해 보여."

탄지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무서운 건 여전해요. 근데 이제 그걸 무시 안 하고, 먼저 물어보고 있어요."

"물어봐? 뭘?"

"안전한지요."

선배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탄지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걸 알아챘다.


며칠 뒤, 목욕탕에서 작은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었다. 다른 견습생이 성급하게 장작을 너무 많이 넣어 불길이 순간 크게 치솟았던 것이다.

"위험해!"

탄지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재빨리 물통을 가져와 불길을 조절했다. 다른 이들이 놀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의 손은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괜찮아?"

선배가 놀라서 달려왔다.

"네, 괜찮아요. 불이 조금 커진 것뿐이에요."

"근데 너 방금 진짜 침착했다. 안 무서웠어?"

탄지는 그 질문에 옅게 웃었다.

"무서웠어요. 근데 그 무서움 덕분에 더 빨리 알아챈 거예요."


그날 저녁, 탄지는 다시 라면가게에 들러 그 이야기를 전했다.

"저 오늘 사고 막았어요."

"들었다. 잘했다."

라면사장이 짧게 칭찬했다.

"그 무서운 채로 다루라는 말, 진짜 도움이 됐어요."

"그럼 됐다."

탄지는 그릇을 받아 들며 문득 물었다.

"근데 그 얘기, 사실 사장님한테 처음 들은 게 아니에요."

"누구한테 또 들었나."

"골목에서 만난 여자분요. 진홍 망토 입으신 분."

라면사장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랬군."

"근데 그분, 이상하게 갑자기 사라지셨어요. 그림자처럼."


라면사장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답했다.

"그분은 원래 그런 식으로 다니신다."

"뭐 하시는 분인데요?"

"필요한 사람한테, 필요한 말을 해주는 분이다."

탄지는 그 설명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이 도시에는 그런 식으로, 이유를 다 알지 못해도 감사한 채로 넘어가야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어쨌든,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다시 만나면요."

"전할 방법이 있으면 전하마."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그 대화를 듣고 조용히 물었다.

"울보가 도와줬냐……이다?"

"응."

"드물게 개입한 거다……이다. 보통은 그냥 듣고 대신 울기만 하는데."

수연이 옆에서 그 말을 듣고 흥미롭게 물었다.

"왜 이번엔 직접 나선 거야?"

라면사장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저 소년의 두려움이, 그냥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 눌러온 죄책감 같은 거였을 거다. 그런 건 대신 울어주는 것만으로는 안 풀린다. 직접 말해줘야 풀리는 것도 있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의 존재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결국은 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탄지는 그날 이후로 불지기 일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여전히 불 앞에서 완전히 편안해지지는 않았지만, 그 두려움을 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 사고가 있고 며칠 뒤, 탄지의 아버지가 목욕탕에 찾아왔다. 아들의 일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러 온 것이었다.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손이 안정됐지."

아버지가 목욕탕 주인에게 물었다.

"최근에 좀 달라졌어요. 뭔가 요령을 터득한 것 같더라고요."

탄지는 일을 마치고 아버지를 발견하고 놀랐다.

"아버지, 언제 오셨어요?"

"방금. 너 일하는 거 좀 보고 싶어서."

탄지는 순간 긴장했다. 아버지 앞에서는 늘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저…… 아직 많이 부족해요."

"아니, 방금 봤는데 꽤 침착하던데."

"그래도 여전히 무서워요, 불이."

탄지는 그렇게 고백했다. 예전 같으면 절대 아버지 앞에서 하지 못했을 말이었다.


아버지는 그 고백에 뜻밖의 얼굴을 했다.

"……나도 그랬다."

"네?"

"나도 평생 불이 무서웠어. 이 일 삼십 년 하면서도."

탄지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근데 왜 저한테 한 번도 그런 말씀 안 하셨어요?"

"불지기가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줄 알았거든. 너한테 강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요즘은 아니라고 배웠어요."

"누구한테?"

"이것저것 여러 사람한테요. 무서운 채로 다루면 된대요. 무서움이 오히려 지켜준대요."

아버지는 그 말을 한참 곱씹다가, 옅게 웃었다.

"……그 말, 나도 삼십 년 전에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죠."

두 부자는 그렇게 처음으로, 서로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나눴다. 삼십 년의 세월 동안 서로에게 감춰왔던 그 사실이, 이 짧은 대화 하나로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었다.


몇 주 뒤, 그는 정식 불지기로 인정받았다. 목욕탕 주인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 요즘 일하는 게 예전이랑 다르다. 훨씬 침착해."

"감사합니다."

"근데 여전히 조심스럽던데. 그게 오히려 믿음직스럽더라."

탄지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무서움을 없애려 애쓰던 시절보다, 무서움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운 지금이 훨씬 단단하게 느껴졌다.

라면사장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외상장부에 짧은 한 줄을 적었다.

『탄지 로 — 무서운 채로 다루는 법 (완료). 그 무서움이 그를 지킨다.』

탄지는 그날 저녁, 아버지와 함께 라면가게에 들러 오랜만에 나란히 앉아 국물을 먹었다.

"이거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며 마주 앉았다. 탄지는 그 제안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아버지도 처음엔 저처럼 서툴렀어요?"

"서툴렀지. 첫 반년은 매일 손 떨면서 일했다."

"근데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극복 못 했다. 그냥 같이 사는 법을 배웠지. 지금 네가 배운 것처럼."

탄지는 그 대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저도 삼십 년 뒤에도 계속 무서울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무서운 채로 삼십 년을 일해도, 사고 한 번 안 낸 게 자랑스럽지 않냐."

탄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국물이 따뜻하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완벽하게 두려움을 없애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그는 오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라면사장은 그 부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냄비를 저었다. 이 가게의 국물은 오늘도, 누군가의 오래된 두려움을 아주 조금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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