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33화. 기사도와 만렙토끼
예고한 대로, 돈키호테는 정확히 사흘 뒤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손수레 가득 새로운 장비들을 끌고 온 그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그것들을 요란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조사하겠습니다!"
"또 왔냐……이다."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그를 맞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엔 어딘지 모르게 반가움도 섞여 있었다.
"오늘은 만반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공간 왜곡 측정기, 다차원 감지 센서, 그리고 이것!"
그는 손수레에서 커다란 그물처럼 생긴 장치를 꺼냈다.
"이건 뭐냐……이다?"
"공간 경계 포집망입니다! 문 내부의 진짜 크기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예가 그 요란한 장비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며 물었다.
"이거 다 직접 만드신 거예요?"
"물론입니다!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습니다!"
"우와, 근데 이 그물은 좀 무서워 보이는데요."
"안전 장치가 완비되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그물 한쪽 매듭이 스르르 풀리며 바닥에 흘러내렸다. 돈키호테는 황급히 그것을 다시 묶으며 헛기침을 했다.
"……이런 사소한 결함은 본질과 무관합니다."
"방금 그것도 결함 아니에요?"
소예가 웃으며 놀렸다.
"그, 그건……."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진심이시네요."
"당연합니다! 결함을 찾는 데 반쪽짜리 노력은 있을 수 없습니다!"
돈키호테는 그렇게 선언하며 포집망을 창고 문 앞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설치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는지, 그물이 자꾸 엉키며 그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으악!"
그가 그물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갑옷 부딪히는 소리가 가게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비아는 그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자기가 만든 그물에 자기가 걸렸다……이다!"
"이, 이건 일시적인 오작동일 뿐입니다!"
"오작동 아니다……이다! 그냥 몸치다……이다!"
"몸치가 아니라 장비 결함입니다!"
돈키호테는 다시 일어나 그물을 정리하며 재도전했다. 이번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비아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슬쩍 문을 살짝 열었다 닫았다 하며 그를 약 올렸다.
"어? 방금 봤냐……이다? 안이 또 바뀌었다……이다!"
"뭐, 뭐라고요? 잠깐 다시 보여주십시오!"
돈키호테가 급히 다가가자, 비아는 재빨리 문을 닫아버렸다.
"이제 안 보여준다……이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조사에 협조하십시오!"
"협조 안 한다……이다! 놀리는 게 더 재밌다……이다!"
가게 안 손님들이 그 만담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돈키호테는 억울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문 앞을 서성였고, 비아는 그런 그를 요리조리 놀리며 즐거워했다.
"자, 잠깐! 이번엔 이 센서로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새로운 장치를 꺼내 문에 갖다 댔다. 그러나 비아가 그 틈에 살짝 손을 뻗어 장치의 버튼을 눌러버렸다.
"어어?"
장치가 갑자기 요란한 경고음을 내며 삐빅거렸다. 돈키호테는 화들짝 놀라 장치를 살펴보았다.
"이, 이게 왜 이러지?"
"결함이다……이다!"
"제 장비는 결함이 없습니다!"
"방금 이상한 소리 냈다……이다! 그것도 버그다……이다!"
"그건…… 그건 정상 작동의 일부입니다!"
비아는 그 궁색한 변명에 더 크게 웃었다.
"거짓말이다……이다! 딱 걸렸다……이다!"
수연은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비아가 몰래 버튼을 눌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밝히지 않고 그 만담을 즐겼다.
마왕도 마침 가게에 있다가 그 소란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낮게 웃었다.
"저 토끼, 오늘도 완승이군."
"그러게요."
세레나가 옆에서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근데 저 기사분도 나쁘지 않네요. 계속 놀림받으면서도 포기를 안 하는 게."
"고집이 세다는 뜻이지."
"고집이 아니라 근성이라고 봐야죠."
마왕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 부르든, 결국 매번 같은 결말이다. 갑옷이 흙투성이가 되어 물러가는 것."
이리스도 서빙을 하다 말고 그 소란을 지켜보며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 두 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그치? 매번 이 정도 재미면 손님도 절로 늘겠다."
수연이 맞장구쳤다.
한바탕 소동 끝에, 돈키호테는 결국 지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새 장비들은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고, 갑옷은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실패인가."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라면사장이 그런 그를 보며 그릇 하나를 내밀었다.
"쉬면서 먹어라."
"지금은 그럴 기분이……."
"먹으면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돈키호테는 마지못해 그릇을 받아 들었다. 국물을 한 술 뜨자, 그의 어깨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
"……맛있군요."
"그거면 됐다."
식사를 하며 조금 진정된 돈키호테가 문득 자신의 측정 장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근데 이거,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수치를 보이는군요."
"뭐가 이상한데?"
수연이 물었다.
"공간 밀도가 매번 다르게 나옵니다. 오차 범위를 한참 벗어나요."
라면사장이 그 장치를 흘끔 보더니 물었다.
"그거 배터리는 언제 갈았나."
"배터리요? 이건 자체 동력원이라……."
돈키호테는 그 질문에 순간 말을 멈췄다. 그는 장치를 뒤집어 뒷면을 살펴보았다.
"……아, 여기 접촉 단자가 부식돼 있군요."
"그게 원인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매번 같은 자리에서 소리가 삐걱거리면, 대개 접촉 불량이다. 냄비도 그렇고, 문고리도 그렇고."
소예가 그 옆에서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그 장비, 원래 살던 세계에서 만드신 거예요?"
"기본 설계는 그렇습니다. 이 도시에 온 뒤로 계속 개량했지만요."
"왜 그렇게까지 결함 찾는 데 몰두하세요?"
돈키호테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제가 원래 있던 곳에서, 사소한 결함 하나를 놓쳐서 큰일이 난 적이 있습니다."
"큰일이요?"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 저는 아주 작은 이상 징후도 그냥 넘기지 못하게 됐습니다."
가게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우스꽝스러운 소동 뒤에 숨겨진 그 말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럼…… 지금도 그거 때문에 이러시는 거예요?"
"어느 정도는요. 완벽을 좇는 게, 그날의 실수를 만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면사장이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낮게 말했다.
"완벽해져도 그날은 안 돌아온다."
돈키호테는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계속 그러나."
"그럼……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완벽 대신, 그냥 잘 살피는 거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 보고 있으면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
돈키호테는 그 지적에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그동안 찾아다닌 결함이, 사실 제 장비의 결함이었던 겁니까?"
"그런 셈이다."
수연도 옆에서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근데 그거 알아요? 오늘 아까 그 말, 저한테도 도움이 됐어요."
"어떤 말입니까?"
"완벽 대신 잘 살피면 된다는 거요. 저도 제 힘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엄청 애썼거든요. 근데 완벽하게는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냥 잘 지켜보기로 했어요. 언제 어떻게 튀어나오는지, 어떤 상황에서 더 세지는지. 완벽한 통제는 포기하고, 대신 잘 아는 쪽으로."
돈키호테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접근입니다. 완벽한 예측 대신, 지속적인 관찰."
"그거예요! 딱 그거."
"흠…… 그렇다면 제 방식도 좀 바꿔봐야 할지 모르겠군요. 완벽한 결함 제거가 아니라, 지속적인 결함 관찰로."
"그게 훨씬 편할 것 같은데요."
돈키호테는 그 제안을 곱씹으며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비아가 그 옆에서 통쾌하다는 듯 웃었다.
"거봐라……이다! 문제는 내 문이 아니라 네 장비였다……이다!"
돈키호테는 그 놀림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완벽을 좇으면서, 정작 제 도구의 결함은 못 봤군요."
"완벽한 사람은 원래 자기 결함을 제일 늦게 본다……이다."
그 말은 놀림이었지만, 동시에 묘한 위로이기도 했다. 돈키호테는 그 말을 곱씹으며 옅게 웃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라면사장은 그 장치를 받아 들고, 부식된 단자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몇 분 뒤, 장치를 다시 건네받은 돈키호테가 그것을 문에 갖다 대자, 이번엔 안정적인 수치가 표시됐다.
"……정상입니다."
"그럼 이제 결함 없다는 거지."
"장치는 정상이지만, 문의 수치 자체는 여전히 비정상적입니다."
"그건 원래 그런 거라니까."
돈키호테는 그 반복되는 대화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장치를 내려놓았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인정하겠습니다. 다만, 완전히 포기하는 건 아닙니다."
"안 그럴 줄 알았다……이다."
비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러나 그 말투에는 이제 확연한 친근함이 묻어 있었다.
돈키호테가 장비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신세는 무슨. 매번 소란만 피우고 가면서."
수연이 웃으며 놀렸다.
"소란이 아니라 조사입니다!"
"조사 겸 소란이네요."
돈키호테는 그 지적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다음엔 좀 더 조용히 하겠습니다."
"에이, 그럼 재미없는데."
비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뭐라고?"
"시끄러운 게 더 재밌다……이다! 다음에도 시끄럽게 와라……이다!"
돈키호테는 그 뜻밖의 요청에 순간 당황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를 놀리는 겁니까, 원하는 겁니까?"
"둘 다다……이다!"
가게 안이 다시 한번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리스가 그런 그를 보며 문득 물었다.
"저기, 근데 아까 그 잃어버린 결함 얘기요. 혹시 저처럼…… 뭔가 아직 못 놓은 게 있으신 거예요?"
돈키호테는 그 질문에 순간 놀란 얼굴을 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저도 비슷한 게 있어서요.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
돈키호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엔…… 저 같은 존재가 많은가 봅니다."
"그런가 봐요. 근데 여긴 그런 걸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 같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다 들켜버렸으니."
돈키호테는 그렇게 말하며 옅게 웃었다. 처음으로 보이는, 방어적이지 않은 웃음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들으며 새 그릇 하나를 더 준비했다.
"하나 더 먹고 가라."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히……."
"오늘 많이 넘어졌잖나. 그만큼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돈키호테는 그 배려에 결국 순순히 그릇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돈키호테가 손수레를 끌고 떠난 뒤, 비아는 카운터에 걸터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이겼다……이다!"
"이긴 거야?"
수연이 물었다.
"당연하다……이다! 나는 안 다쳤고, 저 사람은 넘어졌다……이다. 완승이다……이다!"
"그건 좀 유치한 승리 기준인데."
"유치해도 이긴 건 이긴 거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자화자찬을 들으며 옅게 웃었다. 그는 외상장부를 슬쩍 꺼내 돈키호테의 이름 아래에 짧은 메모를 덧붙였다.
『돈키호테 라 패치노트 — 남의 결함 찾다 자기 결함 발견하기 (완료). 완벽 대신 관찰하는 법 배우기 (진행 중). 다음 방문 예정: 곧.』
이 가게에 또 하나의 유쾌한 인연이, 오늘도 요란하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수연은 그날 밤, 마감 정리를 하며 문득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처음엔 그저 우스꽝스러운 소동으로만 보였던 돈키호테의 방문이, 사실은 이 가게 특유의 방식으로 또 한 사람의 오래된 상처를 살짝 어루만진 하루이기도 했다.
"저 사람도 이제 여기 단골이겠다."
그녀가 라면사장에게 말했다.
"아마도."
"근데 진짜 매번 저렇게 소란스럽게 올까?"
"그럴 거다. 근데 그 소란이, 저 사람한테는 숨 쉴 구멍 같은 거다."
"무슨 뜻이야?"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한테, 실컷 놀림받고 넘어지고 웃음거리가 되는 시간은 오히려 편안함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니까."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아의 짓궂은 장난도, 어쩌면 그 나름의 방식으로 돈키호테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는지 몰랐다.
"비아는 그걸 알고 저러는 걸까?"
"몰라도 상관없다. 결과가 같으면 됐다. 이 가게에서는 늘 그랬다."
수연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마지막 그릇을 정리했다. 가게 안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오늘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는 한동안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비아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전, 창고 문을 한 번 더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잘 버텼다……이다. 다음에 또 놀아주자……이다."
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비아는 그 침묵마저도 흡족한 듯 웃으며 자리에 누웠다. 이 가게의 밤은 오늘도 그렇게, 소란과 온기가 뒤섞인 채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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