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34화. 마고 센느의 어묵탕

부두 쪽에 새로운 포장마차가 생겼다는 소문이 돈 지 며칠, 수연은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직접 그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낡은 나무 수레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다란 냄비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에서 억센 팔뚝의 여인이 국자를 휘두르고 있었다.

"어서 와요! 뭐 하나 먹고 가요!"

여인의 목소리가 부두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저기, 이거 뭐예요?"

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어묵탕이지! 내가 마고 센느야. 이 부두에서 제일가는 국물 맛이라고!"

마고 센느는 자신만만하게 국자로 냄비를 휘저으며 김이 오르는 국물을 한 그릇 퍼주었다. 수연은 그 냄새에 이끌려 한 입 맛보았다.

"……맛있네요."

"당연하지! 이 국물 하나로 삼 대째 이 부두를 지켜온 거야."


수연은 그 국물 맛에 감탄하며 문득 라면가게를 떠올렸다.

"저희 가게는 국물은 봉지에서 나오는 건데, 이건 완전히 다르네요. 진하고 깊어요."

"어느 가게?"

"저기 골목 안쪽에 있는 라면가게요."

마고 센느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아, 거기? 그 라면집 사장이랑은 예전부터 좀 신경전이 있었지."

"신경전이요?"

"내가 처음 그 가게 갔을 때, 대뜸 그러더라고. '국물은 봉지가 다 하는데 뭘 그렇게 자랑하나.' 그 말에 자존심이 확 상해서 한마디 했지. '그럼 당신은 뭘 자랑하는데?' 그랬더니 자기는 고명으로 승부 본다는 거야."

수연은 그 이야기에 흥미가 동했다. 라면사장이 누군가와 이렇게 신경전을 벌인다는 게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본 적 있어요?"

"몇 번 있지. 근데 매번 결론이 안 나. 국물이랑 고명이랑, 애초에 비교가 되는 것도 아닌데 서로 안 물러서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국자로 냄비를 크게 한 번 휘저었다.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부두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고 센느는 그렇게 말하며 수연에게 어묵 하나를 더 건넸다.

"이건 서비스야. 오늘 처음 온 손님이니까."

"감사해요! 근데 저 라면가게에서 일해요."

마고 센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거기서 일한다고? 그럼 더더욱 잘 왔네. 가서 전해. 국물은 정성이 다라고. 봉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 삼 대째 국물은 못 이긴다고."

"그, 그건 좀……."

"괜찮아, 농담이야. 반은."

수연은 그 웃음에 마고 센느가 보기와 달리 꽤 유쾌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근데 라면사장님이랑 왜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시게 된 거예요?"

"그게 좀 오래된 얘기인데……." 마고 센느는 국자를 저으며 회상하듯 말을 이었다. "처음 이 부두에 왔을 때, 그 사람이 어묵 냄새만 맡고 뭐가 부족한지 정확히 짚어내더라고. 자존심이 확 상했지."

"그래서요?"

"그날부터 오기가 생겼어. 언젠가 내 국물로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가게로 돌아온 수연은 그 이야기를 라면사장에게 전했다.

"오늘 부두에서 마고 센느라는 분 만났어. 어묵탕 파시는 분."

라면사장의 손이 순간 멈췄다.

"……그 사람 만났나."

"응. 근데 사장님이랑 신경전 있다면서요? 국물이 봉지가 다 하는 거라고 그랬다면서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가 상처받죠."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내 고명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그건 사실이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 좀 그런데."

"사실이니까 말하는 거다."


비아도 그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운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 아줌마 나도 안다……이다! 가끔 배달 갈 때 마주친다……이다!"

"어떤 사람이야?"

"목소리 크고, 국자 잘 휘두르고, 근데 사장님 얘기만 나오면 얼굴 빨개진다……이다."

"얼굴이 빨개져?"

"화나서 그런 건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이다."

수연은 그 묘사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이 신경전이 단순한 자존심 싸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며칠 뒤, 놀랍게도 마고 센느가 직접 라면가게를 찾아왔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어이, 오랜만이야!"

라면사장은 그 등장에 별로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웬일인가."

"소문 들었어. 여기 새로 온 아가씨가 내 어묵탕 맛보고 왔다며? 그래서 나도 여기 라면 맛 좀 보러 왔지. 봉지가 다 하는 그 국물에, 고명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지."

"마음대로 해라."

마고 센느는 자신만만하게 카운터에 앉아 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국물을 한 술 뜨고, 이어서 고명을 하나씩 살펴보며 잠시 침묵했다.

가게 안 손님들이 그 반응을 긴장한 채 지켜보았다.


"……흠."

마고 센느가 낮게 소리를 냈다.

"어때."

라면사장이 물었다.

"국물이야 뭐, 봉지 맛이지. 근데 이 계란은 인정한다. 반숙이 기가 막히네."

"그럴 리가, 라니.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

"내 어묵 국물은 삼 대째 우려낸 비법이 있다고. 그건 어떤 고명으로도 못 따라와."

"고명은 국물 흉내를 내는 게 아니다. 국물이 못 채우는 걸 채우는 거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 점점 열기가 붙기 시작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러다 진짜 싸움이 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럼 정식으로 겨뤄보자."

마고 센느가 팔을 걷어붙이며 선언했다.

"뭘로."

"내가 어묵탕 한 그릇 내올 테니, 당신도 고명 제일 자신 있는 걸로 한 그릇 내와. 여기 있는 손님들이 심판 봐주는 거야."

가게 안 손님들이 그 제안에 술렁였다. 몇몇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오, 재밌겠다!"

"저도 심판 볼래요!"

라면사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해보자."


마고 센느는 즉시 부두로 돌아가 자신의 어묵탕을 큰 냄비째 가져왔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임시 시식회장이 되었다.

수연이 얼떨결에 심판을 맡게 되었다.

"저, 저도 심판이에요?"

"당연하지! 네가 둘 다 먹어봤으니까 딱이야."

마고 센느가 그렇게 말하며 수연에게 어묵탕 한 그릇을 내밀었다. 라면사장도 곧이어 고명을 정성껏 얹은 라면 한 그릇을 건넸다.

"공정하게 평가해라."

수연은 갑자기 떠맡겨진 그 중대한 임무에 진땀을 흘렸다.


그녀는 먼저 어묵탕을 한 술 떴다. 깊고 진한 해산물 국물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맛있어요."

"그치? 그치?"

마고 센느가 신이 나서 물었다.

수연은 이어서 라면사장의 그릇을 맛보았다. 봉지 국물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 위에 얹힌 파 기름과 반숙 계란, 얇게 저민 고명이 국물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다른 차원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것도 맛있어요."

"당연하다."

라면사장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래서 누가 더 나은데?"

마고 센느가 팔짱을 끼며 재촉했다.

수연은 그 질문에 순간 얼어붙었다.

"저, 저기…… 둘 다 맛있어서……."

"그런 애매한 대답 말고! 확실히 골라!"

"저는 심판이지 재판관이 아니에요!"

가게 안 손님들이 그 실랑이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수연은 진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어묵탕은 국물 자체가 깊고, 라면은 고명이 국물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줘요. 그냥…… 애초에 자랑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심판이야! 우열을 가려야지!"

마고 센느가 발끈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면사장도 드물게 마고 센느의 말에 동의했다.

수연은 그 협공에 더욱 당황했다.

소예도 그 옆에서 조심스럽게 한 입씩 맛보며 고민에 빠졌다.

"음…… 저도 진짜 못 고르겠어요. 어묵탕은 씹는 맛이 있고, 라면은 고명 하나하나가 다 다른 식감이라."

"거봐, 다들 똑같은 소리만 하지."

마고 센느가 투덜거렸다.

이리스도 그 소란에 합류해 한 술씩 떠먹으며 진지하게 평가했다.

"제 생각엔…… 둘 다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한 것 같아요.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애매한 소리 하지 말고!"

마고 센느가 다시 발끈했다.

"저는 그냥 솔직한 감상이에요!"

"두 분 다 처음으로 의견이 맞으시네요."

그 지적에 두 사람은 순간 서로를 마주 보다가, 이내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다른 손님들도 그 시식에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저도 먹어볼래요!"

"저도요!"

가게 안은 순식간에 두 그릇의 맛 비교로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다른 편을 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난 어묵탕이 더 좋은데."

"나는 여기 계란 반숙이 진짜 예술이야."

"둘 다 각자 매력이 있는 거 아니야?"

마고 센느와 라면사장은 그 왁자지껄한 반응을 지켜보며 조금씩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다들 골고루 좋아하는군."

마고 센느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다."

라면사장도 동의했다.

"근데 좀 아쉽네. 확실한 승자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승부가 꼭 필요한가."

마고 센느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핑계였어. 자꾸 여기 와서 트집 잡는 거."

"핑계?"

"그래. 이 도시 와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여기 사장이 워낙 무뚝뚝해서 말 걸 구실이 필요했거든."

라면사장은 그 뜻밖의 고백에 잠시 침묵했다.


"그런 거였나."

"그래. 국물이랑 고명 얘기 아니면 딱히 할 말도 없었고."

"그럼 이제부턴 그냥 편하게 와라. 굳이 시비 안 걸어도 된다."

마고 센느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진짜? 그럼 나도 편하게 놀러 와도 되는 거지?"

"그렇다."

"근데 국물이랑 고명 얘기는 계속할 거야. 그건 진심이니까."

"마음대로 해라."

두 사람은 그렇게 투닥거리며 서로의 그릇을 다시 한번 나눠 먹었다.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고 센느는 그 말에 못내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뭐, 아무튼! 이제 알았으니까 됐어. 앞으로도 종종 얘기하러 올 거야."

"마음대로 해라."

"근데 진짜 신기하다. 이 가게 사람들, 다들 되게 편하게 받아주네. 나 처음 왔을 때도 그렇고."

"익숙해진다."

라면사장의 그 짧은 대답에 마고 센느는 옅게 웃었다.

"저기, 그럼 요령 좀 교환해볼래?"

마고 센느가 문득 제안했다.

"요령을?"

"응. 나는 삼 대째 국물 우리는 법 알려줄 테니까, 당신도 그 고명 만드는 요령 좀 알려줘. 궁금하잖아, 계란 반숙 그거."

라면사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다른 사람한텐 비밀이다."

"당연하지!"

"내 어묵탕엔 다시마 우린 물을 하루 종일 끓이거든. 그게 핵심이야."

"내 계란은 정확히 육 분 삼십 초다. 파는 기름에 볶기 전에 소금물에 살짝 절인다. 그게 감칠맛의 비결이다."

"소금물에 절인다고? 그거 좋은 생각이네. 나도 어묵 절일 때 한번 써볼까."

"함부로 따라 하지 마라."

"뭐 어때, 서로 배우는 거지."

라면사장은 그 뻔뻔함에 옅게 웃으며 더는 말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카운터에 마주 앉아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비법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의 팽팽한 신경전이, 결국 이렇게 훈훈한 교류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시식회가 끝난 뒤, 수연은 배가 터질 듯 부른 채로 카운터에 늘어졌다.

"저 오늘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고생했다."

라면사장이 짧게 위로했다.

"그러니까요. 근데 둘 다 진짜 맛있어서 다행이에요."

마고 센느도 그 옆에서 웃으며 거들었다.

"고마워, 심판 봐줘서. 다음엔 새로 개발한 걸로 또 겨뤄보자."

"또요?"

수연이 울상을 지었다.

"이번엔 진짜 심판 아니고 그냥 손님으로 와서 편하게 먹어. 배 터지게 먹이는 건 오늘로 끝이야."

마고 센느의 그 말에 수연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마고 센느가 자신의 냄비를 챙겨 돌아갈 채비를 하며 마지막으로 라면사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또 놀러 올게."

"마음대로 해라."

"그 말투 진짜 안 변하네."

"변할 이유 없다."

마고 센느는 그 무뚝뚝함에도 웃으며 부두 쪽으로 향했다. 라면사장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외상장부를 슬쩍 꺼내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마고 센느 — 국물과 고명으로 시작해서 우정으로 끝나기 (완료).』

수연은 그 짧은 문장을 곁눈질로 보며 옅게 웃었다. 이 가게의 외상장부에는, 오늘도 또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가 조용히 채워지고 있었다.

비아가 그 페이지를 슬쩍 넘겨다보며 물었다.

"이제 신경전 안 하냐……이다?"

"신경전은 계속할 거다. 그게 재미다."

"근데 이제 사이좋은 신경전이다……이다?"

"그런 셈이다."

비아는 그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도 그런 신경전 하나 갖고 싶다……이다."

"누구랑?"

"돈키호테랑……이다! 걔도 오래 보다 보면 마고 아줌마처럼 될지도 모른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가게에서는 처음엔 날 선 신경전으로 시작된 인연들이, 결국 다들 이렇게 따뜻한 우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그 모든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냄비를 정리했다. 오늘 밤 고명에는, 어쩌면 슬쩍 소금물에 절인 재료 하나가 더 올라갈지도 몰랐다.

수연은 그날 밤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처음엔 그저 우스꽝스러운 맛 대결로 시작된 하루가, 결국은 외로움을 견디려 애써 시비를 걸어온 한 사람의 진심으로 마무리됐다. 이 도시에서 만나는 존재들은,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서툴게나마 갖고 있었다. 어떤 이는 화려한 별자리로, 어떤 이는 삐걱거리는 갑옷과 소란으로, 그리고 오늘은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의 자존심 싸움으로.

"내일은 또 어떤 손님이 올까."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제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이 가게의 매일은, 예측할 수 없어서 오히려 더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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