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15화. 외상값
삼 초 동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삼 초는 짧았지만, 가게 안의 모든 이에게는 각자 다른 길이로 흘렀다. 형사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말을 다시 정리할 시간이었고, 비아에게는 목 안에 걸린 말을 삼키고 또 삼키는 시간이었고, 파빌라에게는 붉은 그릇을 쥔 손끝의 떨림을 가라앉히려 애쓰는 시간이었고, 수연에게는 밀려오는 감정 중 어느 것을 먼저 꺼내야 할지 고르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그 침묵을 가장 먼저 깬 것은 형사였다.
그는 국자를 내려놓고, 카운터 아래에서 낡은 장부를 꺼냈다.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해진 그 장부는, 이 가게의 모든 외상과 약속이 적힌 물건이었다. 그는 그것을 펼쳐, 이미 알고 있는 그 페이지를 정확히 찾아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장부를 카운터 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착석하셨으니 주문 받습니다." 형사가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정중했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 외상값부터 갚으시고요."
장부에는 낯익은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라면 한 그릇 — 나중에 갚겠음. 돌아오면.
형사는 그 페이지를 볼 때마다, 자신이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던 날을 떠올리곤 했다. 그때 그는 부탁만 남고 사람은 지워진 채로 이 자리에 섰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그는 다시 지킬 것을 찾았고, 다시 아침을 여는 법을 배웠다. 그가 이 장부를 매일 밤 펼쳐 그 한 줄을 들여다본 것은, 단순히 손님을 기다리는 습관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에게 매일 다짐하는 방식이었다 — 이 자리를, 이 약속을, 자신이 대신 지키고 있다는 다짐. 그는 그 페이지를 펼쳐둔 채 잠든 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잉크가 살짝 번진 것도, 그가 몇 번이고 그 위에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는 걸, 이 가게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그 문장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필체였다. 스스로 남겨두고도 잊고 있었던, 아니 정확히는 잊지 않으려 애써 외면해온 그 한 줄이었다. 그는 그 글자들을 손끝으로 가만히 짚었다. 잉크는 오래되어 살짝 번져 있었지만, 획 하나하나는 여전히 또렷했다.
그리고 그가 웃었다.
그것은 이 가게의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웃음이었다. 예전의 그가 짓던 표정에는 늘 계산된 여백이 있었다 — 웃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관찰자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웃음은 완전히 달랐다. 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이며, 눈가에 눈물이 맺힐 만큼 온전한 웃음이었다. 사람의 웃음이었다.
"…내가 이걸 적어뒀군." 그가 웃음 사이로 말했다. "정확히, 딱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그가 그렇게 웃는 동안, 그의 어깨에 남아 있던 마지막 눈송이 몇 알이 녹아 떨어졌다. 그는 웃으면서도 자꾸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눈물과 웃음이 뒤섞이는 것이 낯설다는 듯, 그는 그 두 감정을 구분하려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이런 뒤섞임을 즉시 분류하고 정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뒤섞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형사도 그 웃음을 보며 처음으로 표정을 풀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둔 두 번째 것을 꺼내기 위해, 다시 카운터 아래로 몸을 숙여 서랍을 열었다. 장부가 놓여 있던 바로 그 옆자리 — 손끝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닿았다. 그는 그것을 꺼내, 카운터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만년필이었다. 짙은 남색에 가까운 잉크가 클립 아래로 여전히 배어 있는, 그의 것이었다.
"소지품도 보관 중이었습니다." 형사가 말했다.
그가 만년필을 내려다봤다. 광장에서 빛으로 흩어지던 그 순간, 손에서 떨어졌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것을 쥐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오래전 그대로였다. 그는 그 감촉을 확인하듯 몇 번이고 손안에서 굴려보다가, 다시 웃었다. 이번엔 조금 더 조용한 웃음이었다.
"…고맙다." 그가 말했다. 형사에게 건네는 말이었지만, 그 말 안에는 이 가게 전체를 향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두 번째로 움직인 것은 수연이었다.
그녀는 그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매일 밤 호숫가에서 얼음을 던지며 울부짖던 시간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검을 벼리던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말 — 화가 나도 괜찮다, 원망해도 괜찮다, 대신 사랑한 걸 후회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그 다짐. 그 모든 감정이 지금, 그의 웃음소리 하나에 무너지듯 밀려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감정을 눈물로도 웃음으로도 풀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몸은 가장 정직한 방식을 택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한 대 쳤다. 진심으로, 정말로 아프게.
퍽, 소리가 났다. 그가 순간 숨을 컥 삼키며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아프군." 그가 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원망이 조금도 없었다.
"당연히 아파야죠." 수연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그 떨림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정도로 끝날 줄 알았어요?"
그는 등을 문지르던 손을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 눈에는 오랜만에 보는,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가진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 눈빛을 마주 보다가,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늘 그가 앉던 자리 바로 옆, 오랫동안 비워둔 적 없던 그 자리였다.
다음 말은, 존댓말로 나오지 않았다. 벗겨진 말끝을 그녀는 굳이 주워 담지 않았다 — 그는 이제, 도망 못 가니까.
"콜라비빔면."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에 물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네가 만들어. 내 거까지."
그 말에 담긴 것은 단순한 주문이 아니었다. 새벽마다 홀로 두 그릇을 만들어 하나는 자신의 몫으로, 다른 하나는 그냥 놓아두던 그 계절 전체가, 그 짧은 문장 안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계절 동안 단 한 번도 그 남겨둔 그릇에 대해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하는 순간, 그것이 헛된 습관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 습관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굳이 말로 풀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저 그에게 그릇 하나를 만들라고, 자신의 몫까지 만들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그 계절 전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그 무게를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새벽을, 얼마나 많은 빈 그릇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을지 짐작했다. 그 짐작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지만, 동시에 그를 안심시켰다 — 그녀가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에도, 자신의 몫으로 만든 라면을 끝까지 다 먹어왔다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방식으로, 그녀는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 그가 답했다. "내가 만든다."
"매운 거 빼고." 수연이 재빨리 덧붙였다. "그리고 계란은 두 개."
"…알고 있다." 그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는 오랜 시간 그녀를 지켜봐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익숙함이 묻어 있었다.
세 번째로 움직인 것은 비아였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카운터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서 있었다. 형사가 장부를 내밀고, 수연이 그의 등을 치는 그 모든 순간에도,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오히려 몸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수연의 그 마지막 말 — 네가 만들어, 내 거까지 — 을 듣는 순간, 그녀 안에서 무언가가 마침내 풀렸다.
그녀는 카운터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다가가 소매를 꽉 붙잡았다.
"셋째 조건."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지금 말한다……이다."
그가 그녀를 향해 완전히 몸을 돌렸다. 그 눈빛에는 각오와 순응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이 조건을 듣지 않고서는, 이 재회가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이 말을 마음속에 품어왔다. 소멸하던 그 순간에도 끝내 꺼내지 못했던 말이었다. 이제 그 말을 꺼낼 시간이었다.
"다시 만나면," 그녀가 그의 소매를 더 세게 그러쥐며 말했다. "이번엔 네가 내 이름을 불러라."
그 말에는 그녀 특유의 말버릇이 붙지 않았다. 그것은 무심함으로 마무리 짓는 여느 말과 달랐다 — 오랫동안 벼려온 하나의 요구, 하나의 조건 그 자체였기에, 그 무게가 여느 문장과 같은 방식으로 흩어지는 걸 그녀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이 가게의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것들은 그녀와 그 사이에만 존재하는 오래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 셋째 조건만은, 그녀가 소멸 직전까지도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가 빛으로 흩어지던 그 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셋째 조건, 못 듣고 가는군"이라고 말했었다. 그녀는 그때 그저 고개를 저으며 "가서 들어라"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명령이 아니라 애원이었다 — 제발 어딘가에서 이 조건을 들으러 다시 와달라는. 그리고 지금, 그 애원이 마침내 응답받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 그가 처음 그녀를 "너"라고 불렀던 그 절벽 위의 순간이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겹쳐졌다. 그때 그는 그녀를 문이 아니라 존재로 대하며 그 이름을 건넸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같은 이름을 다시 부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비아."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다녀왔다."
그 짧은 두 마디가 가게 안의 모든 공기를 뒤바꿔놓았다.
비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몸을 지탱하던 무언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부서짐이 아니라 풀림이었다 — 오랫동안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마침내 원래의 길이로 되돌아가는 듯한, 그런 종류의 풀어짐. 그녀는 그의 소매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처음엔 소리 없이, 그다음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다녀왔다는 말이,"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 거였냐……이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예전이었다면 이런 몸짓은 그의 계산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 모양이다." 그가 답했다. 그 목소리에도 물기가 섞여 있었다.
형사는 그 광경을 카운터 뒤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새 냄비에 물을 올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국자를 쥔 손이, 오늘따라 유독 든든하게 느껴졌다. 파빌라는 여전히 붉은 그릇을 쥔 채로, 그 재회의 광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지만, 그녀는 아직 그 편지를 꺼낼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그녀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수연은 그의 옆자리에 앉은 채, 비아가 우는 모습과 그가 그녀를 다독이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원망과 안도가 여전히 뒤섞여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뒤섞임조차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비아의 등을 함께 쓸어주었다.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이 가게의 그 어떤 소리보다도 따뜻하게 가게 안을 채웠다.
문가에 서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세레나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벽 쪽에 기대어 서서, 형사가 물을 올리고, 비아가 눈물을 닦으며 웃고, 수연이 그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애써 무심한 척하고, 파빌라가 그릇을 꼭 쥔 채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이 장면을 나중에 연대기에 어떻게 적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록자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목격자로 남고 싶었다.
비아는 눈물을 다 닦아내고도, 그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안 놓을 거다……이다." 그녀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당분간은, 계속 이럴 거다……이다."
"그래." 그가 답했다. 그 대답에는 조금의 거부도 없었다. "잡고 있어라. 얼마든지."
수연이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완전히 애 취급이네요, 서로."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도 웃음이 묻어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웃음이었다.
물이 완전히 끓어올랐다. 형사가 면을 집어 넣었다. 자잘한 기포가 냄비 벽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경쾌하게 가게 안을 채웠다.
창밖에서는 눈이 그치고 있었다. 아침 내내 낮게 깔려 있던 구름 사이로, 어제부터 도시를 물들여온 그 낯선 붉은 기운이 다시 옅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게 안의 온기와 창밖의 그 온기가,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닿을 듯 가까워지고 있었다.
형사는 그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손을 움직여 다음 그릇을 준비했다. 손님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오늘은 유독 그 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문득, 언젠가 이 모든 소란이 가라앉고 나면, 이 가게가 다시 예전처럼 조용한 하루하루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 이제는 그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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