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02화. 세레나의 회복

세레나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갈라져 있었다.

처음 며칠은 아예 말을 잇지 못했다. 목 안쪽 어딘가가 마른 종이처럼 부스러졌고, 한 문장을 말하려 하면 중간에서 소리가 뚝 끊겼다. 그녀는 그것이 단순한 성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 도시 전체의 이야기를 홀로 품고 기록해온 대가였다. 신들의 전쟁이 지나간 자리, 그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받아 적어야 했던 사람의 몸이 마침내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었다.

녹사는 그 며칠 내내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 원래 말이 많은 존재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침묵이 유난히 무거웠다. 그녀는 세레나의 침상 옆 낮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몇 시간이고 그저 그 자리를 지켰다. 가끔 세레나가 뒤척이면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곁에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태지 않겠다는 듯이.

가장 심했던 밤, 세레나의 몸은 며칠째 열에 들떠 있었다. 이마에 손을 얹으면 얼음장 같다가도 순식간에 불덩이가 됐고, 눈을 감으면 그녀의 눈꺼풀 아래로 무언가가 계속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 마치 그녀 안에서 도시 전체의 기억이 다시 재생되고 있는 것처럼. 의사도 아니고 치료사도 아닌 녹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젖은 천으로 이마를 짚어주고, 숨소리가 고르지 않을 때마다 손을 잡아주는 것. 그 손을 통해서라도 무언가를 나눠 짊어질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게 그녀의 오랜 역할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역할조차 온전히 해낼 수 없어서 답답했다. 세레나가 앓는 열은, 몸의 열이 아니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품어낸 대가였고 — 그건 대신 짊어질 수 있는 종류의 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녹사는 그냥 곁에 있었다. 짊어질 수 없다면, 최소한 혼자 두지는 않겠다는 마음으로.

형사와 볼도도 번갈아 들렀다. 형사는 매번 국물을 담은 냄비를 들고 왔다 — 라면사장이 남기고 간 방식 그대로, 토핑 없이 국물만 진하게 우려낸 것. 세레나가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날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냄비를 놓고 갔다. "식으면 다시 데워 드립시다"는 말과 함께. 볼도는 아무 말 없이 창가에 시 한 편을 적은 종이를 놓고 가곤 했다. 읽어달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눈을 뜰 때 그 종이가 거기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너."

어느 날 아침, 세레나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소리를 냈다. 갈라진 채로, 그러나 문장 하나는 겨우 완성할 수 있는 정도로.

녹사가 고개를 돌렸다.

"너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녹사는 오랫동안 다른 존재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대신 비명 질러온 존재였다 — 그런 그녀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두려움을 드러낸 적은 드물었다.

세레나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목 안쪽이 아직도 아팠지만,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웃음이 되려다 만 소리였다. 갈라진 숨소리에 가까운.

"저도요."

두 마디였다. 그러나 그 두 마디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는지, 두 존재 모두 알고 있었다. 세레나는 이번 전쟁에서 자신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었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마지막 순간, 도시 전체의 기억이 한꺼번에 자신을 통과해 지나가던 그 감각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 마치 자신이 강물이 되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야 했던 것처럼.

녹사는 그 대답에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웃었다. 그것은 오랜만의 웃음이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전쟁이 끝난 뒤로, 도시 전체가 애도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그 시간 동안, 아무도 제대로 웃지 못했다. 웃어도 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좁은 방 안에서, 그 웃음이 아주 작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멍청한 소리."

녹사가 다시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가며 말했다.

"죽는 줄 알았다는 사람한테 저도요, 라니. 위로가 안 된다."

"위로하려던 게 아니에요."

세레나가 갈라진 목소리로,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그냥, 사실이었어요."

녹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불깃을 다시 한번 정리해주었다. 손끝이 거칠었지만 동작만은 조심스러웠다.

"됐다. 더 말하지 마라. 목 상한다."

"…네."

세레나는 그 말을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세레나의 회복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았다. 도시의 등불들이 회복되는 속도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다. 전쟁 직후 도시의 가로등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게 낮고 흐릿한 빛을 냈었다 — 마치 도시 자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그러다 어느 밤부터, 골목 하나씩, 광장 한 귀퉁이씩, 등불이 원래의 밝기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문득 고개를 들어 "오늘 유난히 밝네" 하고 말하는 순간들을 갖게 되었다.

세레나의 목소리도 그렇게 돌아왔다.

첫째 날엔 한 문장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둘째 날엔 짧은 단어 몇 개가 겨우 이어졌다. 셋째 날엔 갈라진 채로나마 문장이 완성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열흘쯤 지났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갈라진 흔적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도시 전체에 낭독하듯 울려 퍼지던 그 결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었다.

녹사는 그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다. 세레나가 아침 인사를 건네는 그 짧은 순간마다, 녹사는 귀 기울여 그 목소리의 결을 확인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가. 오늘은 그 갈라진 부분이 조금 덜한가. 그녀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그 확인이 그녀의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어느 날, 세레나가 창가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목소리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져 있었다.

"목이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들린다."

녹사가 짧게 답했다.

"뭐가요?"

"어제보다 덜 갈라졌다."

세레나는 그 말에 살짝 미소 지었다.

"매일 듣고 계셨어요?"

"할 일 없어서."

"거짓말."

"…시끄럽다."

녹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레나는 그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을 함께 봤다. 저 멀리 도시의 지붕들 위로, 등불 하나가 방금 막 원래의 밝기를 되찾은 참이었다. 노란빛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번져나갔다.


기력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세레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늘 그렇듯 두꺼운 연대기가 펼쳐져 있었다 — 이 도시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이 담긴 책.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그녀는 틈틈이 기록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새로운 장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끝난 장 다음에는, 언제나 새로운 제목이 필요했다.

그녀는 펜 끝을 종이 위에 댄 채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을 제목으로 삼아야 할지, 그녀는 쉽게 정하지 못했다. "신들의 전쟁 이후"라고 쓰려다 지웠다. 너무 사무적이었다. "상실의 기록"이라고 쓰려다 또 지웠다. 이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그저 상실 하나로만 요약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떠난 뒤"라고 쓰려다, 그녀는 펜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그것도 아니었다. 그의 부재만으로 이 시간을 규정하는 건, 지금 이 도시에 남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실례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지난 며칠을 떠올렸다. 파빌라가 밤마다 그릇을 닦는 소리, 형사가 서랍을 여닫는 손짓, 비아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물을 올리는 아침.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다시 웃기 시작하는,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순간들. 이야기 하나는 분명히 끝났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끝났다고 해서, 이 도시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도시는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펜을 쥔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이 아직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 손으로 도시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받아 적어왔다 — 축제도, 상실도, 첫 손님도, 마지막 전투도. 그런데 유독 이 한 장의 제목 앞에서는, 그 오랜 손이 낯설게 굳었다. 아마도 이 장이 그녀 자신에게도 아직 소화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기록자는 지나간 일을 적는 사람이지, 아직 안에서 진행 중인 일을 적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마주한 것은 후자였다 — 상실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상실 이후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녀 자신의 몸 안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겨울 저녁의 마지막 잿빛이 지붕 위로 얇게 걸쳐 있었다. 이 도시를 만든 건 자신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 자신의 힘만이 아니었다 — 파빌라가 매일 밤 그릇을 닦았고, 형사가 매일 아침 물을 올렸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장의 제목은, 그녀 혼자의 슬픔을 대변하는 문장이어서는 안 됐다. 이 도시 전체가 함께 걸어온 시간을 담아야 했다.

그녀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써 내려갔다.

"끝난 이야기와 끝나지 않은 도시."

쓰고 나서, 그녀는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목 안쪽이 아직 조금 아팠지만, 그녀는 그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봤다.

"끝난 이야기와, 끝나지 않은 도시."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녹사가 방문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틀에 기대선 채, 세레나가 그 제목 아래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걸 지켜봤다.

"그는 이 도시에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이제 다시 채워지지 않을 빈자리. 다른 하나는, 그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오늘이라는 것."

세레나는 그 문장을 쓰고 나서 잠시 손을 멈췄다. 목이 메었지만, 이번엔 갈라짐이 아니라 그저 감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이어 썼다.

"이 연대기가 그 두 가지를 모두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실을 미화하지 않고, 그러나 그 이후의 삶을 폄하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그 무렵, 이리스가 처음으로 병문안을 왔다. 화려한 금발을 평소보다 단정하게 묶고, 열 개의 드론 중 아홉 개만 등 뒤에 얌전히 띄운 채였다 — 열 번째, 아직 불이 꺼진 그것은 늘 그렇듯 조금 뒤처져 따라왔다.

"세레나 씨, 얼굴 좀 보여주세요. 저 진짜 걱정했단 말이에요."

이리스가 문가에서 호들갑스럽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 밑에는 진심이 깔려 있었다. 세레나는 침상에서 몸을 살짝 일으켰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안 오면 제가 마음이 안 편해서요. 근데—"

이리스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다음 공연을 준비하려고 하는데요. 세레나 씨 생각은 어떠세요?"

"벌써요?"

"네. 이번엔 조금 다른 걸 해보려고요. 실패랑 상실이랑, 그리고 다시 불을 켜는 것에 대한 이야기요."

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목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길게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녀는 짧게 답했다.

"좋은 주제네요."

"괜찮을까요? 지금 이 도시가, 그런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요?"

"준비는."

세레나가 갈라진 목소리로, 그러나 확신을 담아 말했다.

"완벽하게 되고 나서 하는 게 아니에요. 하면서 되는 거예요."

이리스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옅게 웃었다. 그러고는 세레나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았다.

"빨리 나으세요. 그때 되면 세레나 씨도 보러 오셔야 해요."

"당연하죠."

이리스가 나가고 난 뒤, 세레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실패와 상실과 다시 켜는 빛이라는 그 세 단어가, 이상하게도 지금 자신이 쓰려는 연대기의 새 장과 정확히 겹쳐 있었다. 이 도시 전체가, 지금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세레나는 창문을 살짝 열고 바람을 쐬었다. 몸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지만, 방 안에만 갇혀 있는 것도 답답했다. 녹사가 옆에서 담요를 어깨에 둘러주며 잔소리했다.

"오래 열어두지 마라.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잠깐이면 돼요."

세레나는 창밖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낯익은 실루엣들이 하늘 위로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을 봤다. 처음엔 구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 거북의 등딱지 같은 윤곽, 날개를 접은 듯한 곡선, 소의 등에 얹힌 탑처럼 보이는 그림자. 수호자들이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그들이, 가끔 이렇게 도시의 하늘을 가로질러 지나가곤 했다.

"저것 좀 보세요."

세레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녹사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별들 사이로, 그 실루엣들이 마치 하나의 별자리처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잠깐이었다. 곧 그들은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들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군요."

세레나가 중얼거렸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녹사가 답했다.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운 어조였다.

"당신도 그런 거죠. 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뭔 소리냐."

"죽는 줄 알았냐는 물음이요. 저도요, 라고 대답한 거. 저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뜻이었어요. 이 도시, 이 방, 그리고 당신 곁이요."

녹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짧게, 퉁명스럽게 답했다.

"오글거린다."

"그래도 좋으시잖아요."

"…시끄럽다."

세레나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이제 예전처럼 부드러웠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저 멀리 도시의 등불들은 하나둘 완전한 밝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창문을 닫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다. 목소리도, 도시도,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회복되고 있었다.

"끝난 이야기와 끝나지 않은 도시."

그녀는 그 제목 아래 두 번째 문단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녹사는 그 옆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그 소리는, 파빌라의 그릇 닦는 소리만큼이나 이 도시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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