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03화. 볼도의 완성된 시

볼도가 증언대 앞에 선다는 소식은 도시 전체에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퍼졌다. 그가 시를 쓴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완성하지 못한 시가 있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그는 증언대 근처 벤치에 앉아 종이를 앞에 두고 펜을 든 채 오래 멈춰 있는 모습으로 자주 목격되었다. 그 종이는 쓰였다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어떤 밤엔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고, 어떤 밤엔 한 문장을 써놓고 그것마저 긴 줄을 그어 지웠다.

그가 낭독을 하겠다고 알린 날,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시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이 도시가 함께 견뎌온 그 상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려 애써온 지난 계절에 관한 것이리라고.

낭독을 알리기 전날 밤, 볼도는 오랫동안 다니지 않던 창고 앞을 지나갔다. 예전엔 감정이 벅찰 때마다 그곳에 들어가 혼자 울고 혼자 웃으며 삭이던 곳이었다. 지금은 그 문 앞을 지나쳐도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 그는 이미 그 어둠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발걸음이 저절로 그 앞에서 멈췄다. 오래된 습관이 몸에 남긴 자국이었다. 그는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가, 결국 잡지 않고 손을 뗐다. 이번 슬픔은 혼자 삭이고 끝낼 것이 아니었다. 이번엔 꺼내서, 사람들 앞에 내놓아야 하는 슬픔이었다.

그는 그 길로 증언대까지 걸어가, 벤치에 앉아 마지막으로 원고를 다시 읽었다. 몇 달간 쓰고 지운 문장들이 눈앞에 겹쳐 보였다. 처음엔 그저 슬픔을 옮겨 적으려 했다. 그러나 문장을 쓸 때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슬픔의 묘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훨씬 단순했다 — 그 조용함 뒤에 있던 마음을,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는 원고를 접어 품에 넣고, 이튿날 낭독을 알렸다.

증언대 앞에는 저녁 무렵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상인도, 학생도, 등불 여관 골목의 이웃들도, 심지어 예전에 회의에서 "그게 왜 문제죠?"라고 물었던 그 상인마저 뒷줄에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다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한 기대를 담은 얼굴로 볼도를 기다렸다.

볼도가 증언대 위로 올라섰을 때, 그의 손에는 낡은 원고지 몇 장이 들려 있었다. 오랫동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흔적이 종이 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접힌 자국, 얼룩진 잉크, 몇 번이나 다시 편 흔적. 그는 그 원고를 증언대 위에 올려놓고, 잠시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원고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이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떨림이었다 — 오랫동안 마음속에서만 굴려온 것을 마침내 소리 내어 말해야 하는 순간의 긴장. 볼도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원고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가 첫마디를 뗐다. 목소리도 손처럼 살짝 떨렸다.

"이 시를 완성하는 데요. 몇 번이나 다시 썼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겨우 마지막 줄을 찾았습니다."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가장 조용히 닫힌 문 뒤에 / 가장 시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 첫 두 줄이 광장 위로 퍼져나가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술렁임이 일었다. 다들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 이 도시를 떠난 그 존재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모습, 아무 소리도 없이, 아무 저항도 없이 조용히 흩어져 사라지던 그 순간을. 그러나 그 조용함 뒤에 얼마나 많은 것이 들끓고 있었는지, 지금 이 순간 볼도의 시가 처음으로 말로 옮기고 있었다.

볼도의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다음 연으로 넘어갔다.

"나는 그 문 앞에 서서 오랫동안 / 안쪽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 문이 너무 조용해서 /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문장들을 받아들였다. 어떤 이는 눈을 감았고, 어떤 이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고, 어떤 이는 그저 입술을 깨문 채 서 있었다. 그리고 몇몇은, 자기도 모르게 품 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그 문장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던 그 순간에야 / 나는 알았다 / 조용함이란 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 소리를 지르지 않기로 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시가 계속될수록, 볼도의 목소리는 처음의 떨림을 조금씩 잃어갔다. 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원고지 끝이 눈에 띄게 흔들렸는데, 이제는 그 흔들림이 잦아들어, 두 손이 종이를 안정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마치 시를 읽어나가는 행위 자체가,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두려움을 하나씩 풀어내는 것 같았다.

낭독이 끝날 무렵, 그의 손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떨림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히려 이상한 평온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조용히 닫힌 문 뒤에 / 가장 시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문을 / 열지 않고도 이해한다"

마지막 줄이 끝나자, 광장은 한동안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그러다 누군가 먼저 박수를 쳤고, 곧 그 박수가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든 종이 — 급하게 받아 적은 몇몇의 종이, 미리 준비해온 몇몇의 수첩 — 를 서로 돌려보며 놓친 구절을 채워 넣었다. 그렇게 그 시는 몇 시간 만에 도시 곳곳으로 조각조각 흩어져 나갔다. 어떤 이는 그 시의 첫 두 줄만 외워 골목으로 돌아갔고, 어떤 이는 마지막 연만을 마음에 품고 집으로 향했다.

형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평소 습관대로 수첩을 꺼내, 낭독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그 문장들 옆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내려갔다. "조용함은 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지 않기로 한 선택이다." 그는 그 문장 아래 짧게 덧붙였다. "그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소리 지르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수첩을 덮고, 외상장부와 만년필이 있는 서랍을 떠올렸다. 그 서랍 안의 침묵도, 어쩌면 같은 종류의 선택이었을지 몰랐다.

파빌라는 그 시 중 한 줄만을 마음에 담아 돌아갔다. "나는 그 문 앞에 서서 오랫동안 안쪽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녀는 그 줄이 자신의 이야기와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녀 역시 오랫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문 안쪽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살아왔으니까. 그녀는 그날 밤 붉은 테두리 그릇을 닦으며, 그 한 줄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낭독이 끝난 뒤, 볼도는 잠시 증언대 아래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사람들이 하나둘 다가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중 한 사람이, 오랫동안 망설이던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등불 여관 골목에서 오래 삯바느질을 해온 노부인이었다. 몇 년 전 아들을 사고로 잃고, 이 도시에 정착한 뒤로도 오랫동안 바늘을 쥔 손을 떨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그 떨림 대신 조심스러운 확신을 담은 눈으로 볼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볼도 씨."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슬픔이, 결국 당신을 더 좋은 시인으로 만든 거네요?"

그 물음은 순수한 호의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도시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품고 있던 믿음 — 고통은 결국 무언가로 승화된다는, 결국은 다 쓸모가 있었다는 믿음의 표현이었다. 저항군이 오랫동안 서로에게 되뇌어온 논리이기도 했다. 고통은 성장의 재료였다고.

볼도는 그 질문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요."

단호하지만 차갑지 않은 어조였다.

"이 슬픔이 저를 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더 나은 시인이 됐는지, 그냥 됐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노부인은 그 대답에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볼도는 그 당황함을 알아채고, 조금 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슬픔을 겪고 나서 시를 더 잘 쓰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겨울 저녁의 첫 별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저는 그걸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슬픔이 저를 더 나은 무언가로 만들어줬는지 아닌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이 슬픔은 결국 재료가 됩니다. 뭔가를 위한 재료요. 그런데 저는 이 슬픔을 재료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노부인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볼도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저는 그냥, 이걸 다시 겪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 말에, 주변에 남아 있던 몇몇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뭘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 그 시간이, 이유 없이 그냥 제 것이었으니까요."

그 순간, 볼도의 눈은 다시 한번 하늘을 향했다. 별빛이 그의 얼굴 위로 옅게 내려앉았다.

"저는 이 슬픔으로 뭔가를 증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성장했다는 증거로 쓰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간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게 답니다."

노부인은 그 말을 한참 곱씹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슬픔이 꼭 뭔가로 이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볼도가 답했다.

"교훈으로 남지 않아도, 이 슬픔은 그 자체로 제 것이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노부인 뒤에 서 있던 청년 하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는 겨울 축제 때마다 무대 설치를 도맡아온 목수였는데, 몇 해 전 화재로 손가락 두 개를 잃은 뒤로 한동안 연장을 쥐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다시 능숙하게 일하고 있었지만, 그 상실 자체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었다.

"그럼 볼도 씨는, 이 도시가 그 상실을 통해서 뭔가 배웠다고도 말 못 하시는 거예요?"

"배웠을 수도 있죠."

볼도가 그를 향해 답했다.

"근데 배웠다는 게 이 상실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저는 제 손가락을 잃고 뭔가 배우신 게 있는지 모릅니다. 있으시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겠죠. 근데 그 배움이, 손가락을 잃은 걸 괜찮은 일로 만들어주진 않잖습니까."

목수는 그 말에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낮게 웃었다.

"…맞는 말씀이네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 사이로 낮은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불편한 침묵이 아니라, 무언가가 조용히 자리를 잡는 침묵이었다. 오랫동안 이 도시를 지탱해온 믿음 — 고통은 결국 배움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 — 이 처음으로, 다른 방식으로 다시 쓰이는 순간이었다. 고통이 반드시 무언가로 환원되어야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그 자체로 존엄할 수 있다는 것.

볼도는 마지막으로 원고를 다시 접어 품에 넣었다. 그의 손은 이제 완전히 멈춰 있었다. 떨림도, 망설임도 없이.

"저는 이제 이 시를 다 썼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이 슬픔도, 이제 제 안에서 다 쓰인 게 아니라— 그냥 계속 제 것으로 남을 겁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그날 저녁, 이리스는 연습실 벽에 새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초안이었지만, 큰 글씨로 적힌 주제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실패, 상실, 그리고 다시 켜는 빛".

그녀는 포스터 아래 작은 글씨로 몇 마디를 더 적었다. "꺼졌던 것들에게 바치는 무대." 그러고는 그 위에 자신의 열 개 드론 그림을 손수 스케치해 넣었다. 아홉 개는 밝게, 하나는 여전히 어둡게. 그러나 그 어두운 하나도, 이번엔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 포스터는 다음 날 아침 광장 게시판에 나붙었다. 그리고 그날, 오랜만에 광장을 걷던 수연이 그 포스터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포스터를 바라봤다. "실패, 상실, 그리고 다시 켜는 빛"이라는 글자와, 그 아래 그려진 열 개의 드론. 아홉 개의 빛과 하나의 어둠이 나란히 있는 그림.

수연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그 이야기가 끝난 뒤로 처음 짓는 웃음이었다. 크지도 않고, 소리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미소였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포스터를 바라보다가, 후드 속으로 손을 넣어 목에 걸린 작은 매듭 — 이제는 풀려 있는, 그러나 여전히 몸에 지니고 있는 그 매듭의 흔적 — 을 살짝 만졌다. 그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이가 전보다 조금 더 가벼워 보였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리스는, 창문 너머로 그 옅은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웃었다. 수연 씨가."

그러고는 스스로도 모르게, 자신의 뺨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이 공연이, 어쩌면 정말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그제야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녀는 다시 포스터로 눈을 돌렸다. 아홉 개의 밝은 드론과 하나의 어두운 드론. 그 어두운 하나를 볼 때마다 이리스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조여드는 걸 느꼈다 — 아직 찾지 못한 자기 자신이 거기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공연은, 그 어둠을 감추거나 서둘러 채우려는 공연이 아니었다. 어둠도 함께 무대에 세우는 공연이었다. 볼도가 자신의 슬픔을 교훈으로 환원하지 않고 그저 간직하기로 했던 것처럼, 이리스도 이번만큼은 그 꺼진 하나를 억지로 밝히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함께 데리고 무대에 서기로.

그녀는 포스터 한쪽에 작은 글씨를 하나 더 적어 넣었다. "빛나지 않아도, 함께 선다." 그러고는 그 글씨 옆에, 아직 불이 꺼진 열 번째 드론을 다시 한번 정성껏 그려 넣었다. 이번엔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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