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9화. 매듭

그날도 낮 동안은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가게에 나가 손질을 도왔고, 손님들의 침묵을 함께 견뎠고, 저녁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그녀는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을 손질하고, 후드를 정리하고, 필요한 말만 짧게 나눴다. 그러나 방문을 닫고 홀로 남은 순간, 그녀는 하루 종일 참아온 무언가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 느꼈다.

수연은 그날 밤, 자기 방 침대 끝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손목만 내려다봤다. 그 매듭은 원래 후드의 끈이었다. 낯선 세계들을 떠돌던 원정 내내, 그녀는 그 끈을 풀어 손목에 옮겨 묶어뒀었다— 소원 하나를 그 매듭 안에 가둔 채로. 그날 이후로 그녀는 단 한 번도 그 매듭을 풀지 않았다. 씻을 때도, 검을 휘두를 때도, 그 매듭은 늘 손목에 그대로 있었다.

지금 그 매듭을 풀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풀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 밤, 그 매듭을 풀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이제는— 그 소원을 계속 가둬둘 필요가 없어졌다는 느낌. 소원이 이루어져서가 아니라, 소원을 가두고 있던 시간 자체가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오른손 손끝을 매듭에 갖다 댔다. 실은 이미 오래전에 색이 바래 있었다. 손목의 온기와 땀, 그리고 무수한 전투의 손질을 견디며, 그 매듭은 처음 묶었을 때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매듭의 첫 고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힘을 줬다. 매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눌리고 조여진 실은, 이제 하나의 덩어리처럼 굳어 있었다. 그녀는 손톱 끝을 매듭 틈새에 밀어 넣어봤다. 실 틈이 너무 좁아, 손톱이 미끄러지기만 했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고, 이번엔 양손을 다 써서 매듭 양쪽을 잡아당겼다.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손을 멈추고, 자신의 손목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매듭이 이렇게까지 안 풀릴 줄은 몰랐다. 단순한 매듭 하나였는데, 그 안에 담긴 시간이 실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꿔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문득 이 저항감이, 매듭 그 자체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실이 안 풀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아둔 마음이 안 놓아지는 거였다.

그녀는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이로 매듭 한쪽 끝을 물고, 손으로 반대쪽을 당겼다. 실이 이 사이에서 서걱거리는 감촉이 났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매듭이 느슨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완전히 풀리기 전에, 실이 오히려 더 단단하게 꼬여버렸다. 그녀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려놓았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 건 그때였다. 비아였다. 그녀는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안 자냐……이다?"

"어, 좀 있다가." 수연이 손목을 슬쩍 옷소매로 가리며 답했다.

비아는 그 몸짓을 놓치지 않았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대신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옆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뭐 하고 있었냐……이다?"

"그냥." 수연이 짧게 답했다. "손목에 뭐가 좀 안 풀려서."

비아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번에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문가로 다시 걸어가며 말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거면, 나는 안 도와준다……이다. 근데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준다……이다."

"괜찮아. 이건, 나 혼자 풀어야 하는 거야." 수연이 답했다. 그 말이 스스로도 낯설게 들렸지만, 사실이었다.

비아는 그 대답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부드럽게 들렸다. 수연은 다시 매듭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다시 손끝에 힘을 모았다. 이번엔 손톱 대신 옷핀 끝을 가져와, 매듭의 가장 단단한 부분을 살살 벌려봤다. 실 틈으로 옷핀 끝이 겨우 들어갔지만, 조금만 힘을 더 주면 실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끊고 싶지 않았다. 이 실은 끊어내는 게 아니라, 풀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뭐야, 이거.'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매듭 하나 푸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그녀는 지금까지 신들과 싸워왔고, 세계를 가로질러 왔고, 자신의 손끝에서 신살의 힘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손목의 실 매듭 하나가 지금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우습기도 하고, 동시에 묘하게 슬프기도 했다.

그녀는 다시 손끝에 힘을 모았다. 이번엔 서두르지 않고, 매듭의 결을 하나씩 짚어가며 천천히 풀어나갔다. 손끝이 아릴 만큼 오래 매만졌다. 실 한 가닥, 한 가닥이 서로 얽힌 자리를 그녀는 손톱 끝으로 조심스럽게 벌렸다. 땀이 손바닥에 배어났다. 그녀는 그 땀 때문에 손끝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몇 번이나 손을 옷에 문질러 닦고 다시 매듭을 붙잡았다.

마침내, 아주 오랜 시간 끝에, 매듭의 마지막 고리가 스르륵 풀렸다.

그 순간 그녀는 손목이 갑자기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무게가 얼마 되지 않는 실 한 가닥이었을 텐데, 손목에서 그것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마치 오랫동안 지고 있던 무언가가 통째로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풀린 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남아 있던 매듭의 흔적— 눌린 자국, 색이 바랜 부분, 실이 서로 엉켜 있던 무늬— 을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그녀는 그날, 자신이 이 매듭을 처음 묶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원정이 한창이던 어느 밤, 아직 결전이 오기 전이었다. 그녀는 후드의 끈을 풀어 손목에 옮겨 묶으며, 이 소원만은 끝까지 아무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다시 확인시키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 다짐 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만약 이 소원을 다시 들여다보면, 자신이 그 소원을 지킬 자신이 없어질까 봐. 그래서 그녀는 그 마음을 실 안에 가둬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게, 손으로도 쉽게 닿지 않게.

그 실 안쪽에는, 아주 작은 종이쪽지가 함께 묶여 있었다. 그녀가 처음 이 매듭을 묶던 날, 실 사이에 끼워 넣어뒀던 것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펼쳐본 적 없는 쪽지였다— 소원을 적어두고, 그걸 다시 읽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었다.

그녀는 그 쪽지를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펼쳤다. 종이는 오랜 시간 접혀 있던 탓에 접힌 선을 따라 하얗게 바래 있었다. 그녀는 그 위에 적힌 자신의 글씨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가 사랑한 걸 후회하게 하지 마라."

그녀는 그 문장을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다. 자신이 쓴 문장인데도,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만큼 오래전의 마음이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어떤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하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언젠가 자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 그녀는 그 무너짐이 두려웠던 게 아니었다. 그녀가 진짜 두려워했던 건, 그 무너짐 끝에서 스스로 그 사랑을 후회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종이를 무릎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 문장을 쓸 때의 자신을 떠올려봤다. 그때 그녀는 아직 그가 무슨 존재인지도 다 알지 못했고, 이 도시가 어떤 대가를 치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미 그때,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미리 대답을 해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마음만은 후회하지 않겠다고. 그건 순진한 다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 가장 무거운 약속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금, 그 약속의 결말이 도착해 있었다. 그는 떠났고, 다시 오지 않는다.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던 사람은, 결국 빛으로 흩어졌다. 이보다 더 후회하기 좋은 결말이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이라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하면 이 아픔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러나 그녀는 그 질문에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녀는 그 문장을 쓸 때부터, 이미 오늘 같은 밤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썼다. 알면서도 사랑했다.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아픔이 없을 거라는 약속이 아니었다— 아픔이 있어도 그 선택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진짜 순간이라는 걸 알았다.

"…후회 안 해."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근데 화는 나. 평생 화낼 거야."

그 말은 모순처럼 들렸지만, 그녀에게는 조금도 모순이 아니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사랑을 선택한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화가 난다는 건 그 사랑이 이런 식으로 끝나야 했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었다. 두 감정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동시에 진짜였다. 그녀는 그 두 감정을 굳이 하나로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화가 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마음, 그리움과 분노가 같은 손에 쥐어진 채로— 그게 지금 그녀가 가진 마음의 정확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무릎에 놓인 종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이 짧은 한 문장을 쓰던 그 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그를 이렇게 오래, 이렇게 깊이 사랑하게 될 줄은. 그가 라면 국물의 온도를 손등으로 먼저 확인하던 습관도, 그가 그녀를 부를 때 유독 조심스러워지던 말투도, 그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그녀 앞에서만 흔들리던 그 미세한 순간들도. 그 모든 사소함이 쌓여서 지금의 이 아픔이 된 거라면, 그녀는 그 쌓임 전부를 다시 선택해도 좋았다. 아픔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와 정확히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늘 밤의 눈은 어제까지의 눈과는 다른 냄새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기 전부터 그 차이를 느꼈다— 방 안까지 스며든 바깥 공기가, 익숙한 겨울의 냄새가 아니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들어왔다. 그 바람에 실린 눈 냄새를 그녀는 오래도록 들이마셨다. 지금까지 그녀가 알던 겨울 냄새는, 아주 오래되고 무거운 것이었다— 삭제의 시대를 지나며 이 도시를 덮었던 눈, 슬픔을 머금은 채 쌓이던 눈. 그러나 오늘 밤의 눈은 그 무게가 없었다. 더 가볍고, 더 맑고, 마치 이제 막 태어난 것 같은 냄새였다.

그녀는 창밖으로 손을 뻗었다. 눈송이 하나가 손바닥 한가운데 내려앉았다. 평소라면 손바닥의 온기에 곧바로 녹아 사라졌을 눈이었다. 그러나 그 눈송이는, 손바닥 위에서 잠깐 동안 녹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그녀는 숨을 죽인 채 그 눈송이를 바라봤다. 육각의 결정 하나하나가 손바닥 위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보였다.

그녀는 그 순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연일 수도 있었다. 손바닥의 온도가 마침 낮아서였을 수도 있고, 눈송이가 유난히 단단하게 얼어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우연을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짧은 머무름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치 세상이 아주 잠깐, 그녀에게 숨 고를 시간을 내어준 것처럼.

그녀는 그 짧은 정지 속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지나온 모든 계절을 생각했다. 세계를 부수던 마녀의 겨울,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해 얼어붙은 골목을 걷던 겨울, 원정길에서 낯선 세계마다 마주쳤던 셀 수 없이 다른 겨울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겨울을 지나 도착한 이 겨울. 눈송이 하나가 손바닥 위에서 잠깐 버티는 그 짧은 시간이, 그녀에게는 그 모든 계절을 건너온 대가처럼 느껴졌다.

눈송이는 이내 녹아 사라졌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물기 한 방울만 남았다. 그녀는 그 물기를 닦지 않고, 그대로 손을 내려놓았다. 창밖의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서서, 그 새로운 냄새의 눈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손목에는 이제 매듭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오랫동안 눌려 있던 붉은 자국 하나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국을 손끝으로 쓸어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화낼 자격은, 평생 남겨둘게."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창문을 닫았다. 방 안으로 다시 온기가 돌아왔다. 그녀는 풀어낸 실과 낡은 쪽지를 서랍 안 깊숙이 넣어두었다. 서랍을 닫기 전, 그녀는 그 실을 손끝으로 한 번 더 쓸어봤다— 이제 이 실은 더 이상 소원을 가두는 도구가 아니라, 그저 그녀가 한 시절을 통과했다는 증거로만 남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편안한 자세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손목이 허전했지만, 그 허전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오늘 밤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하나씩 되짚어봤다— 매듭이 풀리지 않던 순간의 조바심, 쪽지를 펼치던 순간의 두려움,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읽고 난 뒤의 이상한 홀가분함.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지금은 그저 나른한 피로로 가라앉아 있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목을 한 번 쓸어봤다. 매듭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그녀 스스로 지켜갈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 그 마음은 묶이지 않아도 풀리지 않을 것이었다— 애초에 실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정한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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