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00화. 콜라비빔면

동이 트기 전, 수연은 잠에서 깼다. 정확히는, 애초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매듭을 풀어낸 그 밤 이후로, 그녀의 몸 어딘가에서는 계속 무언가가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뒤척이다 결국 몸을 일으켜,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각에 혼자 가게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발소리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형사도, 비아도, 파빌라도 아직 각자의 방에서 잠들어 있을 시각이었다. 그녀는 이 시간을 일부러 골랐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아마 그녀는 오늘 하려는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온전히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불을 하나만 켜고, 조용히 냉장고를 열어 콜라비를 꺼냈다. 오랫동안 손에 익은 재료였다.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던 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이라고 울며 먹었던 바로 그 재료. 그 뒤로 이 재료는 그녀에게 여러 번 다른 의미로 되돌아왔다— 어떤 밤엔 위로였고, 어떤 밤엔 오기였고, 또 어떤 밤엔 그냥 익숙한 습관이었다. 오늘은 또 다른 의미가 될 차례였다.

그녀는 콜라비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칼날이 단단한 속살을 지나갈 때마다 사각, 사각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이 새벽의 정적 속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다. 그녀는 그 소리에 맞춰 숨을 골랐다. 손끝이 시렸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콜라비는 차가웠고, 그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팔뚝까지 스몄다.

채를 썰고, 양념장을 만들고, 면을 삶는 그 모든 과정을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천천히, 하나하나의 손동작을 눈에 새기듯 움직였다. 면을 삶는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 양념장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와 식초가 섞이는 냄새, 채 썬 콜라비가 그릇에 담기며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 그 모든 감각이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식초 병을 여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시큼한 냄새에 그녀는 잠시 손을 멈췄다.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자신이 처음 이 재료 앞에서 엉엉 울던 밤, 그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내밀어주던 손. 복숭아를 잘못 먹고 한바탕 소동이 났던 어느 날, 그 소동 끝에 결국 이 콜라비로 마무리를 지었던 저녁. 눈이 유난히 굵게 내리던 밤, 이 그릇을 둘이 나눠 먹으며 별다른 말 없이 창밖만 보던 시간. 재료 하나에 이렇게 많은 계절이 배어 있다는 게, 그녀는 새삼스레 벅찼다.

면을 삶는 냄비 앞에 서서, 그녀는 물 끓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보글보글, 일정한 리듬으로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물이 끓는다는 건 아주 단순한 물리적 현상일 뿐인데, 이 소리만은 언제 들어도 이 가게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면을 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저으며 삶는 시간을 가늠했다. 정확히 재보지 않아도, 이제는 손끝의 감각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양념장을 만들며, 고춧가루의 양을 평소보다 한 스푼 더 넣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늘만큼은, 이 맛없는 음식이 조금 더 강렬하게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슬픔이 뭉근하게 오래가는 대신, 잠깐이라도 맵고 선명하게 느껴지길 바랐다.

그녀는 그릇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평소 자신이 쓰던 그릇이었고, 다른 하나는— 붉은 테두리의 그릇이었다. 그녀는 그 그릇을 카운터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삶아낸 면을 각각 나눠 담았다. 양념장을 끼얹고, 채 썬 콜라비를 얹고,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살짝 뿌렸다. 두 그릇은 완전히 똑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릇을 집어 들고, 카운터 앞 스툴에 앉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뒀다. 랩도 씌우지 않고, 반대편 스툴 앞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것으로 그쳤다. 누군가 그 앞에 앉기라도 할 것처럼.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면을 한 입 먹었다. 여전히 맛이 없었다. 콜라비 특유의 밍밍하고 아삭한 식감과,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매운 양념장이 뒤섞인 그 맛은,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 변함없는 맛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세상 모든 게 변해도, 이 맛만은 그대로였다.

그녀는 그 맛을 씹으며 지난 계절들을 떠올렸다. 이 그릇에 처음 이 면을 담아 울며 먹던 밤. 그 뒤로 이 그릇이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 벽값을 갚던 날, 첫 손님을 받던 날, 원정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 면을 나눠 먹던 밤. 그 모든 순간이 이 그릇 하나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그 무게를 젓가락 끝으로 가만히 느끼며 계속 씹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도 그 사실이 의아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밤마다 몰래 울어왔다— 아무도 모르게,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이불 속에서. 그런데 오늘, 이렇게 가장 슬픈 이유로 이 면을 먹으면서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어쩌면 눈물은 아직 무언가가 끝나지 않았다고 믿을 때 나오는 것이고, 지금 그녀는 이미 그 끝을 받아들이고 있어서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단순히, 울음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이어서 눈물로는 다 표현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 이유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은 울지 않고 이 면을 다 먹기로 했다.

그녀는 문득, 이 가게에서 함께한 밤들의 숫자를 세어본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크게 기념했던 어느 밤이 있었다— 숫자로 딱 떨어지는 어느 밤, 다들 모여 그동안 쌓아온 그릇의 수를 세며 웃었던 기억. 그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특별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런 숫자도, 그런 기념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조용한 아침이야말로, 어쩌면 그 어떤 기념일보다 더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세지 않는 숫자, 아무도 축하하지 않는 하루— 그런데도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하루.

그녀는 그릇을 비워갔다.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젓가락으로 훑어 먹었다. 맞은편 그릇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그릇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 그녀는 두 개의 빈 그릇— 정확히는 하나는 빈 그릇, 하나는 아직 그대로인 그릇을 나란히 바라봤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낮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웃는 것과 우는 것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소리였다.

"…다음엔 네가 만들어." 그녀가 맞은편 그릇을 향해 말했다. "나보다 맛없게 만들 자신 있으면."

그 말을 뱉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 깨달았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 말을 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자리를, 그녀는 이제 아무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언젠가 그 자리를 다시 다투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이 자리에서, 식어가는 이 그릇을 앞에 두고 그에게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던 밤을 떠올렸다. 식어도 맛없는 건 똑같다고, 그러니 식으라고 그냥 두는 거라고. 그때는 정말로 그가 돌아와 이 자리에 앉을 거라고 믿었다. 지금 그녀 앞에 놓인 이 그릇도, 그 밤의 그릇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기다림의 성격이 달랐다— 그때는 반드시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자리를 비워두는 마음이었다. 그 차이가 그녀의 가슴을 훨씬 더 무겁게 눌렀지만, 그녀는 그 무게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계단 위에서, 형사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도 마침 일찍 깨어 내려오던 참이었다. 그는 카운터에 홀로 앉아 있는 수연과, 그 맞은편에 놓인 손대지 않은 그릇을 보고는 더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계단참에 서서, 조용히 그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아침만큼은, 그녀 혼자만의 시간으로 남겨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비아 역시 자기 방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도마질 소리와 물 끓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돌아갔다. 오늘만큼은, 옆에 앉아주지 않는 것이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수연은 그 두 사람의 발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계속 젓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정리하려다, 문득 손을 멈췄다.

맞은편 그릇 안에서, 면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그릇을 들여다봤다. 착각일 거라고, 그녀는 곧바로 생각했다. 실제로 그릇 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창밖에서 새벽빛이 막 스며들기 시작하며, 그릇 옆에 놓인 냉기 서린 컵의 그림자가 그릇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그림자가 면발 위를 스치며, 마치 면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시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아직 다 식지 않은 국물에서 마지막 김이 한 줄기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김이 흔들리며, 면 위의 빛과 그늘이 미세하게 바뀌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그녀는 그 두 가지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쉽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림자와 김, 그 둘이 겹쳐 만들어낸 우연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우연이 하필 지금, 하필 이 그릇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이상하게 뛰게 했다. 그녀는 그릇 쪽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봤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저 식어가는 면과, 서서히 옅어지는 김뿐이었다.

'…착각이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그 착각을 딱히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다. 착각이어도 좋았다. 착각이라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가 정말로 그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려 했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이 방금 본 것을 다시 곱씹었다. 그림자였다고, 김이었다고, 이성은 정확히 설명해줬다. 그러나 마음은 이성의 설명을 다 듣고도 완전히 수긍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동안 신들과 싸우며 세상에는 설명되지 않는 힘도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워온 사람이었다. 그 배움이,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확신을 아주 살짝 흔들어놓고 있었다. 어쩌면 이 세계엔, 완전히 설명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하나쯤 남아 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흔들림을 굳이 다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짧고, 어이없다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래, 착각이면 뭐 어때." 그녀가 그릇을 향해 중얼거렸다.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네."

그녀는 그릇을 그대로 둔 채, 조용히 창가로 다가갔다. 아직 다 걷히지 않은 새벽 어둠 속에서,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가깝게 보였다. 평소라면 아득히 먼 점처럼 보이던 별들이, 오늘따라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제 쏟아진 별비의 잔광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오늘 새벽 공기가 유난히 맑아서인지— 그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별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별, 진짜 가깝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이 새벽, 이 가게, 이 두 개의 그릇 앞에서 그녀가 느낀 것을 그대로 소리 내어본 것뿐이었다. 창밖의 별빛이 그릇 위로 옅게 스며들었다. 아직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 그릇 안에서, 마지막 김 한 줄기가 조용히, 아주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창틀에 손을 짚은 채, 그녀는 문득 이 모든 계절을 지나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늠해봤다. 마녀였던 시절의 그녀는 이런 아침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슬픔과 다행함이 한 몸으로 뒤섞인 이 새벽, 두 그릇의 콜라비빔면, 그리고 유난히 가까운 별들. 그녀는 그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이 사랑을 선택했기 때문에 도착한 자리라는 걸 알았다. 후회하지 않기로 한 그 다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 한참을 더 서 있었다. 별빛이 서서히 옅어지고, 동쪽 하늘 끝이 희붐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밤새 가게를 지키던 등불이 아침빛에 밀려 조용히 제 역할을 다했다. 그녀는 창가에서 몸을 돌려, 다시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빈 그릇을 개수대로 가져가 씻었다. 그러나 맞은편의 그릇은, 아직 조금 더 그 자리에 두기로 했다. 다 식을 때까지, 아니 그보다 조금 더. 그녀는 앞치마를 챙겨 입으며, 오늘 하루도 이 가게의 문을 열 준비를 시작했다. 조금 뒤면 형사가 내려올 것이고, 비아가 물을 올릴 것이고, 파빌라가 그릇을 정리할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루가, 어제와 다르지만 어제와 이어진 하루가 시작될 것이었다.

창밖의 별들은 아직 완전히 지지 않은 채, 밝아오는 하늘 한쪽에 마지막으로 몇 개 남아 반짝이고 있었다. 유난히 가깝게. 마치 손을 뻗으면, 오늘은 정말로 닿을 것처럼. 그녀는 그 별들을 향해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그 거리 그대로, 조금 더 오래 바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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