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6화. 비아의 개방

세레나의 말이 광장 위에 남긴 정적은, 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로 가득 찬 침묵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침묵 속에서 아주 오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눈꺼풀도, 손끝도, 코트 자락도 움직이지 않았다. 녹사의 팔에 반쯤 기댄 채 숨을 고르던 세레나조차, 그 침묵의 무게에 눌려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형사도, 수연도 아니었다.

비아였다.

그녀는 군중 사이에서 조용히 걸어 나왔다. 걸음마다 흰 드레스 자락이 광장 바닥을 스쳤고, 그 스치는 소리만이 이 거대한 정적 안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녀는 라면사장의 정면, 딱 한 걸음 앞에 멈춰 섰다. 토끼 귀가 아주 살짝, 바람도 없는데 떨렸다.

"돌려달라고 했지……이다."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좋다. 대신— 통째로는 안 준다. 보여만 준다."

라면사장의 눈이 처음으로, 그 오랜 침묵을 뚫고 그녀를 향해 완전히 초점을 맞췄다.

"…비아." 그가 낮게 말했다. "네가 치를 대가를 아나."

"안다……이다." 그녀가 답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래도 한다. 이건— 내가 정하는 거다……이다."

그 말과 동시에, 비아의 몸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의 손끝에서, 다음엔 어깨에서, 마지막엔 그녀 전신에서— 마치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손끝이 하늘을 향했다.

그러자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가는 금이었다. 도시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을 하늘의 균열이라기보다 저녁놀의 그림자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금은 순식간에 넓어졌고, 넓어지는 방향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것은 무작위로 찢어지는 게 아니라, 정확히 문(門)의 형상으로, 위아래로 긴 직사각형의 윤곽을 그리며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이 도시의 하늘 전체가 처음부터 커다란 문이었고, 지금 그 문이 태초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것처럼.

광장에 있던 모든 이가— 형사도, 소므니움도, 녹사에게 기댄 세레나도, 멀찍이서 지켜보던 이리스와 볼도와 파빌라도, 그리고 도시 곳곳의 시민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수백 개의 지붕 위에서, 골목 어귀에서,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창문 안에서,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만큼은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눈이 되어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형사는 그 갈라지는 하늘 아래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켜온 사람답게, 사건의 한가운데서 눈을 돌리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품속의 낡은 수첩을 슬쩍 매만졌다— 지금 이 순간을, 언젠가 자신이 기록해야 할 마지막 현장으로 각인하듯이. 소므니움은 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서서, 평소답지 않게 아무 농담도 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하늘을 올려다봤고, 그 눈빛에는 유혹의 신 특유의 여유 대신,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마주하는 듯한 낯선 정적이 깃들어 있었다.

문의 틈새가 완전히 벌어지자, 그 틈으로 빛이— 단순한 빛이 아니라 빛의 형태를 한 기억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처럼 흘러내리는 동시에 안개처럼 퍼졌고, 닿는 곳마다 아주 짧게 온기를 남겼다. 광장 바닥에, 지붕 위에, 사람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그 빛의 입자들은 마치 늦여름 반딧불이처럼 명멸했다. 냄새마저 났다— 오래된 나무 마루의 냄새와, 눈 녹은 흙냄새와, 그리고 무엇보다 진하게, 갓 끓인 육수의 냄새가 광장 전체에 밀려왔다.

"…이게 전부, 그 사람 안에 있던 거예요?" 파빌라가 옆에 선 볼도에게 속삭였다.

볼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인인 그조차, 지금 이 순간 붙일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빛의 폭포 한가운데서, 첫 번째 장면이 광장 위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 아직 손님도 없고 해도 뜨지 않은 시각. 라면가게의 작은 주방 안에서, 한 남자가 냄비를 꺼내 물을 받고 있었다. 그는 늘 그랬듯 가장 먼저 물을 올렸다— 재료를 다듬기도 전에, 앞치마를 제대로 매기도 전에, 그가 하루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언제나 물을 끓이는 것이었다. 가스불이 파랗게 붙는 소리, 물방울이 냄비 바닥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옅은 진동, 그리고 아직 차가운 새벽 공기 속으로 서서히 피어오르는 김. 그는 그 김을 향해 손을 잠깐 쬐고는, 그제야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똑같은 순서, 매일 똑같은 온도. 광장의 사람들은 그 사소한 반복 속에서, 이상하게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것이 그의 하루 중 가장 정직한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장면이 그 위로 겹쳐 흘렀다.

카운터에 팔을 괸 채, 그가 손님— 이제는 얼굴이 흐릿해진, 오래전의 어느 손님에게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였다. "오늘 국물이 좀 짜다고? …그럼 내일은 눈물을 좀 덜 흘리고 와라." 대사 자체는 아무렇지도 않은 농담이었지만, 그 순간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던 것을, 광장의 몇몇은 알아챘다. 손님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소리에 맞춰 그의 눈가에도 옅은 주름이 잡혔다— 웃지 않는 얼굴로 유명한 그가, 아주 드물게 자기 농담에 스스로 만족했던 순간이었다.

세 번째 장면은 조금 더 무거웠다.

수연의 앞에 선 그가, 흔들리는 눈으로 낮게 말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힘들어서— 고통받을 때까지, 막지 못해서." 그 말을 하는 그의 손이 아주 살짝 떨리고 있었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흔들림이었다. 광장에 서 있던 수연은 그 장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저 미안함이 얼마나 오래 그의 안에 눌려 있었는지, 이제야 실물로 보고 있었다.

네 번째 장면에서, 광장의 온도가 처음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그것은 어떤 한 장면이라기보다, 감정 그 자체가 빛으로 풀려나온 것에 가까웠다. 수연이 국자를 씻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그 시선에 담긴 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한 온기였고, 억누르려 해도 억눌러지지 않는 무언가였다. 빛이 그 감정의 결을 그대로 옮겨왔다. 심장이 뛰는 속도, 숨이 아주 조금 빨라지는 리듬, 그녀가 웃을 때마다 그의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밝아지던 그 온도까지.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감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수연을 사랑했던 감정— 그것이 지금, 그것을 지우려던 자의 눈앞에서, 있는 그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수연은 그 광경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이 붉어졌다가, 다음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가, 그 다음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지금까지 짐작만 해왔던 그 마음이, 이렇게 빛의 형태로, 이렇게 도시 전체가 보는 앞에서 증명되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다섯 번째 장면은 다시 조금 밝아졌다.

연습실에서 처음 알바를 시작한 이리스가, 서투르게 그릇을 나르다 넘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녀를 부축하려던 그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을 짚었고,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이리스가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그것은 크지 않은, 짧고 맑은 웃음이었지만, 그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라면사장의 얼굴에도 옅은 안도가 스쳤다. 별을 만들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웃기려다 웃음을 이끌어낸 순간. 광장의 이리스는 그 장면을 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자신이 잊고 있던,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던 첫 웃음의 온도가 지금 다시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여섯 번째 장면은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

폐허 같은 절벽 위, 아직 도시도, 이름도, 아무것도 없던 그 자리에서— 세레나가 손을 내밀고, 그가 그 손 위에 자신의 힘을 얹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 말과 함께 세레나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빛의 원이, 황무지 전체를 뒤덮으며 첨탑과 지붕과 거리를 하나씩 지면 위로 밀어 올렸다. 도시가, 이 노바 니발리스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광장의 세레나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 손끝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은, 그날의 온기.

일곱 번째 장면에서, 몇몇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작은 손 하나가 서투르게 젓가락을 쥐고 있었다. 파빌라였다. 그보다 훨씬 어린 모습의 그녀가, 처음으로 이 가게에 앉아 국수 가락 하나를 집어 올리려다 놓치고, 또 놓치고, 그러다 마침내 성공했을 때— 그가 짧게 박수를 쳐주며 말했다. "그래. 그거다." 그 한마디에 어린 파빌라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금의 파빌라는 그 장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자신이 구해진 게 한 번이었다면, 배운 건 매일이었다던 그 편지의 문장이, 지금 눈앞에서 실물로 증명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장면이 떠올랐을 때— 광장의 온도가 가장 높이 올라갔다.

그것은 도시도, 가게도, 손님도 없던 훨씬 더 이전의 장면이었다. 세상과 세상 사이의 갈라진 틈, 빛도 어둠도 아닌 경계의 자리에서— 아직 이름도 배역도 없던 두 존재가 나란히 서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와, 하얀 드레스에 토끼 귀가 달린 소녀. 그는 그 틈에서 막 빠져나온 참이었고,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틈을 지키던 존재였다. 둘 사이에 오간 말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두 존재는 서로를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존재"로 인식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름도, 사연도 없는, 그저 두 존재가 나란히 서 있었다는 사실 하나— 그러나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 경계의 자리엔 바람도, 하늘도, 땅도 없었다— 오직 빛도 어둠도 아닌 회색의 틈만이 있었다. 그런데도 광장에 재생된 그 장면에는 분명한 온도가 있었다. 서늘하지만 매섭지 않은, 갓 태어난 존재가 처음 마주하는 세상의 첫 공기 같은 온도. 그는 그 틈에서 빠져나오며 처음으로 숨이라는 걸 쉬어봤고, 그 옆에 서 있던 소녀는 그 낯선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둘 다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 침묵에는 어색함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확인하는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가 처음 그녀에게 건넨 말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너도, 혼자였나." 그뿐이었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옆에 조용히 나란히 섰을 뿐이었다. 그 나란히 선 거리가,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완전히 벌어진 적이 없었다.

삭제하러 온 자의 눈앞에서, 그가 지우려던 "사랑하는 선택"의 실물 전부가, 이렇게 재생을 마쳤다.


빛의 폭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하늘의 문은 여전히 갈라진 채였지만, 그 안에서 쏟아지던 것들은 이제 잦아든 잔물결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비아의 몸이 흔들렸다.

처음엔 아주 미세한 떨림이었다. 그러나 곧, 그녀의 몸 전체가 반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팔이, 어깨가, 드레스 자락이 유리처럼 빛을 통과시켰다. 마치 그녀 존재의 일부가 실제로 뜯겨나간 것처럼. 그러나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무릎이 꺾이지도, 몸이 기울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반투명한 몸으로, 여전히 똑바로 서 있었다.

그리고 웃었다.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봤냐."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에 옅은 떨림이 섞여 있었지만, 그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벅참에 가까웠다. "이게 내 첫 친구다……이다."

그 한마디에, 광장의 공기가 완전히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방금까지 도시 전체를 채웠던 건 뜯어내는 고통의 진동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엔 그 고통 위로 애틋함이 함께 떨리고 있었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

라면사장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손이— 늘 흔들림 없던 그 손이— 아주 살짝 떨렸다. 그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지금 그가 마주한 것은, 그가 지우려던 대상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는 사실이었다.

"…비아." 그가 겨우 말했다. "너는— 왜 항상 그런 식이냐."

"어떤 식이냐……이다?" 그녀가 반투명한 손으로 자기 드레스 자락을 매만지며 되물었다.

"…아프면서도 웃는 식." 그가 낮게 답했다.

비아는 잠시 그 말을 곱씹더니, 옅게 웃었다.

"문이 원래 그런 거다……이다." 그녀가 답했다. "열릴 때마다 조금씩 닳는다……이다. 그래도 열어야 할 게 있으면 연다……이다. 그게 문의 존엄이다……이다."


그 말이 끝난 직후, 비아의 표정이 문득 달라졌다. 놀라움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어라." 그녀가 자기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이상하다……이다."

"뭐가." 수연이 다가서며 물었다. 그녀는 아직 조금 전 자신을 향한 그 감정의 재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였지만, 비아의 그 목소리에 즉시 몸을 돌렸다.

"…가볍다……이다." 비아가 자기 손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계속— 아주 오래전부터, 이유도 모르고 뭔가에 매달리고 싶었다……이다. 손을 잡고 싶고, 옆에 붙어 있고 싶고, 그게 왜인지도 모른 채로……이다. 근데 지금— 그게, 옅어졌다……이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반투명하게 흔들리는 손을 몇 번이나 쥐었다 펴며, 자신의 몸 안쪽을 더듬듯이.

"…이상하다……이다." 그녀가 다시 중얼거렸다. "이제 안 붙어 있어도 될 것 같다……이다."

그 말의 의미를, 수연은 곧바로 이해했다. 지금껏 비아가 이유도 없이 자신에게 매달리던 그 낯선 애착— 손을 놓지 않으려 하고, 옆에 바짝 붙어 앉고, 어깨에 기대고 싶어 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온전히 비아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것은 비아 안에 절반쯤 살아 있던 그의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넘친 것이었다. 방금 그 절반이 광장 위로 완전히 재생되어 빠져나간 순간, 비아를 붙들던 그 낯선 끌림도 함께 옅어진 것이었다.

수연은 그 사실 앞에서 잠시 복잡한 감정에 잠겼다. 위로가 되는 동시에, 어딘가 씁쓸했다— 그동안 자신이 받아온 그 매달림이, 비아 자신이 아니라 비아 안의 그의 조각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씁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 앞에 서 있는 건 어디까지나 비아였고, 비아가 그 무게에서 놓여난 걸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수연은 옅게 웃으며, 먼저 손을 뻗어 비아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잡고 있어." 그녀가 말했다. "이제 이유 알았으니까, 이건 그냥 내가 좋아서 잡는 거야."

비아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반투명한 얼굴 위로,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완전히 아이 같은 표정이 스쳤다.

"……그래도 되나……이다?" 그녀가 물었다.

"되지." 수연이 그 손을 조금 더 꼭 쥐며 답했다. "이유 없어도 잡을 수 있는 거야, 원래."

비아는 그 손을 마주 쥐었다. 반투명하던 손끝이, 그 순간 아주 조금 다시 색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뜯겨나간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채워지듯이.


광장의 다른 이들은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파빌라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이리스는 자기 팔을 감싸안은 채 하늘의 갈라진 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볼도는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종이만 만지작거렸다— 지금 이 순간을 시로 담기엔, 그 자신도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걸 알았다.

세레나는 녹사의 부축을 받은 채로, 라면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계산도, 무표정도, 억눌린 흔들림도 아닌— 그저 무너지기 직전의, 완전히 벌거벗은 얼굴이었다.

녹사는 그 얼굴을 보며 낮게 숨을 골랐다. 그녀는 남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대신 비명 지르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 자신도 그 무엇도 대신해줄 수 없었다. 이건 오롯이 그가 직접 견뎌야 하는 통증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세레나를 부축한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대신 질러줄 비명도 없나 보다."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소므니움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반투명해진 비아와 그녀의 손을 마주 쥔 수연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는 짧게, 그러나 진심이 반쯤 섞인 투로 중얼거렸다.

"…첫 친구라, 나쁘지 않은 타이틀이군." 그가 말했다. "난 아직 그런 타이틀 받아본 적 없는데."

아무도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처음부터 대답을 기대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늘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아직 옅은 빛의 잔광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 잔광이 광장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방금 재생된 그 모든 장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 도시의 공기 어딘가에 조금씩 스며든 것처럼.

라면사장은 그 빛 속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그의 손엔 여전히 만년필이 쥐여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금 그가 마주한 건, 지워야 할 세계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조각이었다.

비아는 여전히 반투명한 몸으로, 그러나 수연의 손을 마주 쥔 채,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네 몫이다……이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보여줬다……이다. 그 다음은— 네가 정하는 거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하늘의 갈라진 문을, 그리고 그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세레나, 녹사, 파빌라, 이리스, 볼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연과 비아를— 하나씩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그의 안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정지해 있던 무언가가, 아주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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