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7화. 광장의 침묵

하늘의 문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옅은 빛의 잔상만을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보다 먼저 광장을 채운 것은 침묵이었다— 방금 무엇을 보았는지, 그 무게를 아직 몸이 다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의 침묵.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파빌라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고, 이리스는 팔을 감싸안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볼도는 손에 쥔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종이를 도로 품에 넣었다. 세레나는 녹사에게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소진 때문이 아니라, 방금 본 것을 눈꺼풀 안쪽에 붙잡아두려는 사람처럼.

이 침묵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것을 목격하고, 그 목격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눈물을 삼켰고, 누군가는 숨을 참았고, 누군가는 그저 하늘을— 이제는 서서히 아물어가는 그 갈라진 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광장 뒤편, 오래전부터 이 도시에서 국숫집을 하나 얻어 살던 노파도 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딸을 잃은 사람이었고, 그 슬픔을 지워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도시가 아직 삭제의 시대 초입에 있을 무렵, 조용히 다가온 어떤 목소리로부터.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슬픔이 없으면 딸을 그리워할 자리도 없어질 것 같아서였다. 지금 그녀는 하늘에서 쏟아졌던 그 낯선 남자의 기억들— 물 끓이는 습관, 농담, 사랑, 우정— 을 보며, 자신이 거절했던 그 제안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었다. 저 남자도, 결국은 누군가의 슬픔을 지워주겠다며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신이 지우려던 것에게 가장 깊이 붙들려 있었다.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지우려고 해서."

아무도 그 혼잣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 말은 광장의 침묵 속에서 조용히 흩어졌다.

라면사장은 그 침묵 한가운데 여전히 서 있었다. 손에 쥔 만년필은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방금까지 하늘을 향해 있었지만, 이제는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형사는 그 얼굴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현장을 다녀본 사람이었다. 종결 처리된 사건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캐내는 게 그의 일이었고, 그 일을 하며 그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말보다 얼굴이 더 많은 걸 증언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은 입으로는 얼마든지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눈꺼풀이 떨리는 속도나 턱 끝이 굳는 방식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는 그렇게 수십 개의 현장에서 수십 개의 얼굴을 읽어왔다. 가해자의 얼굴, 피해자의 얼굴, 그리고 그 둘의 경계가 흐려진 얼굴들을.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얼굴은, 그 세 번째 부류에 가장 가까웠다.

그는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을 깨는 게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것 같았다. 대신 그는 자신이 늘 해왔던 방식으로— 관찰로— 이 순간을 기록했다. 라면사장의 눈가에 잡힌 옅은 떨림,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려다 삼켜지는 숨, 만년필을 쥔 손가락 마디의 하얗게 질린 부분. 그는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이건 수사관으로서 그가 하는 마지막 관찰이 될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그러나 분명하게 예감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껏 다뤄온 사건들 중에는, 가해자와 방치된 피해자가 한 몸에 겹쳐 있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그는 그 패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복잡해지곤 했다— 죄를 벌하는 일과, 그 죄를 저지른 사람 안에 방치된 상처를 알아보는 일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이 존재도, 그 오래된 패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사건을 저지르는 자이면서, 동시에 누구보다 오래 자기 자신을 방치해온 자.

그는 문득 아주 오래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한 남자가 자기 딸을 학대한 사람을 직접 처단하고, 그 뒤로 스스로 목격자가 되어 자신의 죄를 낱낱이 기록해 경찰서 문 앞에 두고 갔던 사건이었다. 서류상으로는 그 사건이 '해결'로 종결되어 있었지만, 형사는 알고 있었다— 그 남자는 이후로 단 하루도 자신을 용서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몸에 겹쳐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안전하게 설 자리가 없다. 그는 그 사건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었다. 그리고 지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낯선 도시의 광장에서, 그는 똑같은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얼굴의 규모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세계의 삶을 담고 있다는 것만이 달랐다.

그는 그 사실 앞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자신이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 낡은 메모 한 장, "내 토끼를 부탁해"라는 부탁 하나로 여기까지 걸어온 그 이유— 가 지금 이 순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은 그것을 말로 옮길 때가 아니었다.

그는 아직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지켜볼 시간이었다.


그 침묵을 처음으로 흔든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발소리였다.

소므니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까부터 라면사장의 곁— 정확히는 그의 뒤쪽 약간 왼편, 오랫동안 그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 에 서 있었다. 노예의 자리였다. 유혹의 신이 인간의 세계와 신들마저 농락하던 그 오만한 존재가, 라면사장에게 붙잡힌 뒤로는 늘 그 자리에서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자리를 벗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첫걸음은 느렸다. 마치 자신조차 이 걸음의 방향을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발을 떼는 데 한참이 걸렸다. 신발 밑창이 광장의 돌바닥에 닿는 소리— 타박, 하는 낮고 건조한 그 울림이 돌바닥의 냉기를 타고, 광장에 선 사람들의 발밑까지 저릿하게 전해졌다.

그 소리가 광장에 있는 유일한 소리였다.

두 번째 걸음까지는 조금 더 오래 걸렸다. 그는 걷다 말고 잠시 멈췄고, 그 멈춘 시간 동안 아무도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다시, 타박, 하고 발소리가 이어졌다. 세 번째 걸음은 좀 더 빨랐다— 마치 망설임의 무게를 스스로 덜어내려는 것처럼. 그러나 네 번째 걸음에서 그는 다시 멈췄다. 그 간격은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걸음은 짧고 빠르게, 어떤 걸음은 길고 무겁게. 마치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거짓 없이 가능했던 미래만 보여주고, 대가는 절대 보여주지 않던 유혹의 방식— 과 정반대로, 처음으로 대가를 알면서도 걷는 걸음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 같았다.

그는 라면사장의 옆을 지나쳤다. 아주 가까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로.

그 순간 그는 딱 한 번, 옆으로 눈길을 주었다. 라면사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나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소므니움의 눈에는 조롱도, 미련도 없었다. 그저 이미 오래전에 결정한 어떤 사실을, 지금에서야 발로 옮기고 있을 뿐이라는 담담함만이 있었다.

광장의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미동도 없었다. 방금까지 하늘을 채웠던 빛의 온기도 이제는 다 식어, 살갗에 닿는 바람은 서늘하기만 했다. 그 서늘한 공기 속에서 소므니움의 발소리만이 유일하게 온도를 가진 것처럼 울렸다— 타박, 타박, 그리고 다시 긴 침묵. 그 침묵의 길이는 매번 달랐다. 어느 걸음 사이에는 사람 셋이 참았던 숨을 몰아쉴 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 걸음 사이에는 눈 한 번 깜빡일 틈도 없었다. 그 불규칙함이야말로, 그가 지금 이 순간 스스로도 온전히 확신하지 못한 채 걷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발소리와 발소리 사이의 침묵 속에서, 각자의 안쪽에서는 각자의 것들이 조용히 오가고 있었다.

파빌라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자신의 심장 박동을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세는 이유는 단순했다— 세지 않으면, 지금 당장 저 사람에게 달려가버릴 것 같아서였다. 달려가서 소매를 붙잡고, 편지에 다 못 쓴 말들을 전부 쏟아낼 것 같아서.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럴 차례가 아니라는 걸. 그래서 그녀는 달려가는 대신 숫자를 셌다. 스물일곱, 스물여덟. 박동은 셀 수 있었지만, 그 박동이 왜 이렇게 빠른지는 셀 수 없었다.

군밤 할머니는 광장 가장자리에서, 빈손으로 나온 주제에 습관처럼 허공에서 집게를 쥐는 시늉을 하다가— 자기 손이 비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평생 그녀는 말 대신 군밤을 건네온 사람이었다. 우는 애한테도, 떠나는 손님한테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뜨끈한 봉투 하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저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에게는 건넬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건넬 것도, 할 말도 없이 그냥 서 있어야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걸, 그녀는 여든 해를 살고서야 배우고 있었다.

하늘의 진 한쪽에서, 청룡은 그 침묵을 낯설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에게 침묵이란 원래 계절 하나가 통째로 지나가는 단위였다— 씨앗이 어둠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그 긴 고요. 그런데 인간들의 침묵은 달랐다. 겨우 숨 몇 번 사이의 정적인데, 그 안에 뿌리내리고 자라고 갈라지는 것들이 나이테 백 년 치보다 많았다. 그는 그 짧고 빽빽한 고요를, 아주 오래된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느린 경외로 지켜봤다.

소므니움은 계속 걸었다. 광장을 가로질러, 반투명하게 흔들리던 비아의 옆에 가서 섰다.

비아는 그를 힐끗 올려다봤다.

"…왜 왔나……이다?" 그녀가 물었다.

소므니움은 짧게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가 말했다. "그냥—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그게 다냐……이다?"

"그게 다야." 그가 답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엔, 평소의 가벼움 아래 조금 다른 무게가 섞여 있었다. "…계속 저기 서 있었으면, 나도 저 사람처럼 될 것 같아서."

비아는 그 말에 더 캐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라면사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면사장은 그 발소리를— 마지막 노예가 자신을 떠나는 그 발소리를— 하나하나 듣고 있었다.

그는 소므니움을 붙잡은 순간부터, 그를 도구로만 여겨왔다. 유혹의 신마저 부리는 존재라는 사실이, 그가 얼마나 멀리까지 와버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데 지금, 그 도구가— 명령도 강요도 없이— 스스로 걸어서 자신을 떠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배신감도 없었다. 대신 그의 가슴 안쪽에서, 아주 오래전에 잊은 줄 알았던 감각이 다시 올라왔다— 그것은 상실이었다. 소므니움을 잃는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발소리의 리듬— 느리고, 망설이고, 그러나 결국 멈추지 않는 그 걸음— 이 그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붙잡혀 있던 것들도, 결국은 자기 발로 걸어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붙잡아온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언제든 이렇게 조용히 떠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그 발소리가 완전히 멈추는 순간까지, 눈을 감지 않고 들었다. 마지막 발소리가 비아의 옆에서 멎었을 때, 그는 아주 짧게,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짧게 숨을 내쉬었다.


세레나는 그 광경을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녹사의 팔에 여전히 기댄 채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또렷했다.

"…저것도, 하나의 대답이겠죠." 그녀가 낮게 말했다.

녹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요로 붙잡아둔 것들은, 결국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다." 그녀가 답했다. "묶는 힘이 아무리 강해도, 걷겠다고 정한 발걸음까지 묶을 순 없다."

이리스는 그 발소리가 울리는 내내,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소므니움이 처음 이 도시를 흔들려 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별을 만들던 시절, 그리고 그 별이 되고 싶었던 시절의 유혹들. 지금 그 신이 아무 말 없이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를 이해할 것 같았다. 유혹이라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방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고.

파빌라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 발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그녀에게는 그 발소리가, 방금 전 하늘에서 쏟아진 그 모든 기억들과 마찬가지로— 무언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로 들렸다.

볼도는 그 발걸음의 리듬을 마음속으로 되짚고 있었다. 시인인 그는, 언젠가 이 순간을 시로 옮길 날이 올 거라고 예감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이 침묵은, 아직 언어로 옮겨지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창고에서 지내던 시절 자신이 처음 쓴 시가 완성되지 못한 채로 몇 년을 묵혀 있었던 걸 떠올렸다. 그때 그는 슬픔을 억지로 문장에 욱여넣으려다 매번 실패했었다. 슬픔이 아직 다 여물지 않았는데 성급히 낱말을 붙이면, 그 슬픔은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얄팍하게 굳어버린다는 걸 그는 그때 배웠다. 지금 이 침묵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여물지 않은 것을 성급히 말로 눌러 담으면, 이 순간이 가진 진짜 무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는 품속의 종이를 다시 매만지다가, 결국 도로 접어 넣었다. 오늘은, 적지 않는 게 이 침묵에 대한 최선의 예의였다.


수연은 여전히 비아의 손을 잡은 채, 그러나 시선은 라면사장에게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하늘 위에서 재생된 그 감정— 그가 자신을 향해 품어왔던 그 온도— 을 여전히 가슴 어딘가에 담고 있었다. 기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 마음이 진짜였다는 확인은 기뻤지만, 그 확인이 지금 이 순간, 그가 무너지기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에게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 다가와 그를 붙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이 침묵의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비아의 손을 조금 더 꼭 쥔 채 기다렸다.


발소리가 완전히 멎은 뒤, 광장은 다시 완전한 침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침묵은 조금 전의 것과는 결이 달랐다. 무언가를 목격한 침묵에서, 무언가를 떠나보낸 침묵으로.

수연은 여전히 비아의 손을 잡은 채, 라면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흔들림도, 침묵도 아닌— 아주 낯선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붙잡아온 모든 것들의 목록을, 하나씩 다시 세어보고 있는 것 같은 얼굴.

그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 만년필을 쥔 손이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 침묵을 서둘러 깨려 하지 않았다. 형사도, 세레나도, 녹사도— 모두 이 침묵이 스스로 다음 말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의 갈라진 틈은, 이제 아주 옅은 빛의 실선만을 남긴 채 서서히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 실선이 좁아질 때마다, 광장에 남은 잔광도 조금씩 옅어졌다. 마치 방금까지 이 도시 전체를 채웠던 거대한 사건이, 서서히 하늘 저편으로 봉인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봉인은 완전하지 않았다— 실선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아주 가느다랗게 하늘에 남아 있었다.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흉터처럼.

라면사장은 그 흉터 같은 실선을 한동안 올려다보다, 다시 시선을 내려 광장을 둘러봤다. 세레나, 녹사, 형사, 파빌라, 이리스, 볼도, 그리고 비아와 수연. 이 도시를 이루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망도, 동정도 아닌— 그저 지켜보는 눈빛으로.

그는 그 눈빛들 앞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계산의 오류가 아니었다. 두려움도 아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자리까지 도달했다는 자각에 가까웠다.

그는 손에 쥔 만년필을 내려다봤다. 펜촉 끝에 맺힌 잉크 한 방울이, 아직 종이에 닿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 한가운데서, 라면사장은 자신이 무엇을 향해 서 있는지 이제는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앎을 어떤 문장으로 옮겨야 할지— 그 첫 획을 아직 긋지 못한 사람의 얼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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