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79화. 수연 vs Writer (1)

먼저 움직인 것은 수연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달려들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선 채로, 그녀는 하늘을 향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발끝의 서리 원이 한순간 눈부시게 빛났고, 새벽하늘 높은 곳— 다섯 수호자의 그림자보다도 더 높은 곳에서, 푸른 마법진들이 꽃처럼 연달아 피어났다. 하나, 둘, 여섯, 열둘. 진이 겹칠 때마다 대기가 낮게 웅웅거렸고, 그 진들 너머에서 불덩어리들이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운석이었다. 그녀가 소환한, 그녀의 운석이었다.

광장 가장자리에서 낮은 술렁임이 일었다. "저건……." 누군가 목이 멘 소리로 중얼거렸다. "공연 때 그거잖아." 그랬다. 이 도시는 저 광경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겨울 축제의 밤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자신의 방패로 받아 불꽃으로 터뜨리던 그 운석들.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올려다보던 그 불빛. 그러나 오늘의 소환은 그 어떤 공연 때보다 빨랐고, 궤도는 그 어떤 리허설보다 깨끗했다— 그리고 이번엔, 받아줄 방패 없이 곧장 한 사람을 향해 떨어졌다.

광장 어디선가, 뮤나 페브의 송신기가 먼저 터졌다. "피날레! 시작부터 피날레입니다, 여러분! 마법진이 열둘, 낙하도 열둘—! 궤도는 전부 한 점으로 모입니다! 공연에선 저걸 무대막으로 받아 불꽃으로 바꿨죠— 오늘은, 오늘은 그대로 꽂습니다!!" 첫 수부터 마지막 곡을 꺼내 든다는 그 말의 앞뒤 없음에, 사람들은 반쯤 웃고 반쯤 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에 그 이름만큼 맞는 말이 없었다.

열두 개의 불덩어리가 대기를 찢으며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는 피하지 않았다. 만년필을 든 손이 허공에 한 획을 그었고, 금빛 문장이 떨어지는 운석들의 궤도 한가운데에 펼쳐진 책장처럼 떠올랐다. 운석이 그 문장을 통과하는 순간— 불이 꺼졌다. 폭음도, 충격파도 없었다. 대기를 태우며 떨어지던 열두 개의 화염 덩어리가, 문장을 지나며 하나하나 눈송이로 바뀌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도시를 위협하던 화력이, 광장 위로 조용히, 하얗게 내려앉았다. 지워진 게 아니었다. 고쳐 쓰인 것이었다. 떨어지는 운석이라는 문장을, 그가 내리는 눈이라는 문장으로 퇴고해버린 것이다.

수연의 등줄기에 서늘한 것이 스쳤다. 마법은 물리였다. 질량과 속도와 온도— 그녀의 힘은 언제나 그 계산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저 문장은 물리를 상대하지 않았다. 물리가 적힌 종이 그 자체를 바꿔버렸다.

"…시작이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 말에는 이 전투가 이미 그의 계산 속 어딘가에서 예정되어 있었다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말보다 마법이 먼저였다.


그의 반격은, 하늘에서 왔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새벽하늘 저 높은 곳에서 빛이 뭉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처럼 작은 점이었던 그 빛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실체를 갖췄다. 운석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대여섯 개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동시에 대기권을 가르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예전 왕국에서 마주쳤던 그 어떤 공격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가장 작은 것조차 광장 하나를 통째로 뒤덮을 만한 크기였고, 가장 큰 것은 그 그림자만으로 도시 절반을 어둡게 뒤덮었다. 떨어지는 운석 표면에서 마찰열이 일며 대기가 타는 냄새가 광장까지 퍼져왔다. 탄내와 금속 냄새가 뒤섞인 그 냄새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코를 감쌌다.

수연이 왼손을 들었다. 그를 향해서가 아니라, 광장 가장자리— 사람들 쪽을 향해서였다. 운석 하나가 궤도 끝자락에서 기울며, 관중이 늘어선 지붕들 쪽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반투명한 푸른 반구가 피어났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겹, 세 겹, 다섯 겹— 층층이 겹쳐진 얼음의 돔이 광장 가장자리 상공을 통째로 덮었다. 운석이 첫 번째 층에 부딪히는 순간 그 층이 스스로 깨지며 충격을 삼켰고, 두 번째 층이 나머지를 받아 흩었고, 세 번째 층에 닿을 즈음 그 거대한 질량은 이미 빛의 가루로 부서져 있었다. 굉음 대신 부드러운 파열음과 함께, 희고 푸른 빛무리가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꽃처럼 터졌다.

그것은 이 도시의 모든 이가 아는 광경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곡, 하늘로 쏘아 올린 운석을 겹겹의 방패로 받아 불꽃놀이로 바꾸던 그 피날레. 무대 위에서 수천 번 반복해온 그 반사신경이, 지금은 실전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이 하나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가 제 어미의 손에 붙들려 멈췄다. 그러나 그 짧은 박수 소리가, 얼어붙어 있던 광장의 공기를 아주 조금 데워놓았다. 그녀는 싸우면서 동시에 지키고 있었다— 두 가지가 그녀에게는 애초에 한 동작이었다.

"무대막입니다!" 뮤나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로질렀다. "겹이 다섯— 다섯 겹입니다! 한 겹이 깨질 때마다 저 바위의 무게를 한 입씩 삼킵니다! 공연 때 그 무대막이, 지금 여러분 머리 위에 있습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새삼 깨달았다— 저 막은 언제나, 자신들을 위해 쳐져 있었다는 것을.

동시에, 그의 주변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뒤틀림은 아니었다. 다만 광장의 원근감이 이상하게 어긋나며, 마치 눈앞의 거리가 실제보다 몇 배는 더 멀어진 것 같은 착시가 일었다. 수연이 그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 평소라면 단숨에 좁혀졌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발을 뻗어도, 뻗어도, 그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공간 자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 그녀의 걸음을 자꾸만 뒤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공간이……." 수연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발밑의 돌바닥은 분명 그대로인데, 그와 그녀 사이의 거리감만이 왜곡되어 있었다. 예전 왕국의 폐허에서 마주쳤던 그 늘어나는 공간의 감각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때보다 훨씬— 훨씬 크고 깊었다. 그때는 방 하나, 복도 하나가 늘어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광장 전체가, 어쩌면 도시의 체감 거리 자체가 뒤틀리고 있었다.


수연은 그 왜곡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떨어지는 운석 하나가 지면에 닿기 직전, 그녀는 그 표면을 발판 삼아 몸을 날렸다. 얼음이 그녀의 발밑에서 순식간에 뻗어 나가, 뜨겁게 달아오른 운석 표면을 얼려 붙였다. 치이익— 뜨거운 암석과 차가운 얼음이 맞닿으며 수증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그 수증기 사이를 뚫고, 얼어붙은 운석 표면을 발판 삼아 다음 운석으로, 또 다음 운석으로 몸을 옮겨 다녔다. 마치 거대한 얼음 계단을 딛고 하늘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안에서 얼음이 순식간에 응축되며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투명하지 않은, 짙고 무거운 푸른빛의 검— 칼날 표면에 서리 결정이 나뭇가지처럼 뻗은, 그녀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손에 붙는 도구였다. 광역의 포격으로는 닿지 않는 정밀한 작업에는, 언제나 이 검이 맞았다. 늘어난 공간을 가로지르기 위해, 그녀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격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그 궤적을 따라 늘어난 공간이 마치 접히듯 압축되었다. 늘어진 천을 반으로 접어 구김을 없애는 것처럼, 그녀의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거리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 번의 검격으로는 부족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검을 휘둘러야 했다. 접고, 또 접고. 그때마다 검날에서 서릿바람이 터져 나와 광장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운석 하나가 마침내 지면에 격돌했다. 굉음과 함께 돌바닥이 거대하게 파이며 흙먼지가 치솟았다. 그 충격파가 광장 가장자리까지 밀려와, 늘어선 사람들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나 그 충격 속에서도, 도망치는 발걸음은 없었다.

수연은 마지막 운석의 잔해를 박차고 지면으로 뛰어내렸다. 그녀의 발이 돌바닥에 닿는 순간, 늘어났던 공간이 완전히 원래의 거리로 되돌아왔다. 그와 그녀 사이, 이제 정확히 다섯 걸음이었다.

"…예전 왕국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네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숨이 조금 거칠어져 있었지만, 목소리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때보다 훨씬 크고… 훨씬 멀어요."

"그때의 나는," 그가 답했다. "아직 세계 하나를 완전히 끝내보지 못한 자였다."

그 말에는 설명이 아니라, 그저 사실의 나열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의미하는 무게는, 이 자리에 선 모두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지금 그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왕국 하나가 아니라 세계 하나를 부수고 나온 자였다.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잠깐 숨이 막혔다. 예전 왕국의 폐허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 그녀는 그 힘의 크기에 이미 압도당했었다. 그런데 지금 떨어지는 저 운석 하나하나는, 그때 부서졌던 성벽 전체보다도 컸다. 성벽은 다시 쌓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 하나가 부서진다는 것은— 그녀는 그 규모를 가늠하려다 이내 포기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애초에 잴 수 없는 크기였다. 다만 몸으로 느껴지는 것 하나는 분명했다. 지금 자신이 마주한 상대는, 예전에 상상했던 그 어떤 강함의 기준도 이미 넘어서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러나 그녀는 그 압도감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압도감이, 그녀 안에 있던 어떤 결심을 더 단단하게 다졌다.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힘 앞에서 두려워하는 것과, 그 힘 앞에서도 검을 놓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 자기 손으로 세계 하나를 부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지금 눈앞의 이 존재가 얼마나 큰 파괴를 짊어지고 있는지, 그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 이해가, 두려움을 딛고 설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먼저 하늘이 바뀌었다.

수연이 검을 든 채 왼손을 수평으로 그었다. 그 동작 하나로 광장 상공의 대기가 통째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새벽의 잿빛 하늘이 순식간에 하얗게 물들며, 도시 하나를 덮을 만한 빙설 폭풍이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쳤다. 눈보라가 아니었다— 방향과 의지를 가진 폭풍이었다. 수만의 얼음 결정이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오직 한 사람을 향해 조여들었다. 그런데 그 폭풍의 가장자리는 광장의 사람들을 스치지도 않았다. 경계선이 자로 잰 듯 정확했다. 무대와 객석을 가르던 오래된 감각이, 폭풍의 반경까지 통제하고 있었다.

그가 손끝을 비틀었다. 폭풍의 눈 한가운데에서 공간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여들던 소용돌이가 아무리 좁혀 들어도, 그가 선 중심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그만큼 다시 멀어졌다. 폭풍은 그를 삼키기 직전의 반경을 무한히 반복할 뿐 끝내 닿지 못했다. 지평선을 향해 달리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달려도 지평선은 꼭 그만큼 물러났다.

그렇다면, 수와 속도로 채우면 될 일이었다.

수연이 검을 지면에 꽂았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 순간, 그녀의 주위 허공에 얼음 창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열, 서른, 백— 세는 것이 무의미해질 때까지. 광장 상공의 절반이 창끝으로 뒤덮였다. 창 하나하나가 사람 키를 넘는 길이였고, 그 모든 창끝이 미세하게 각도를 달리한 채 한 점을 겨누고 있었다. 늘어나는 공간까지 계산에 넣은 조준이었다. 정면으로 닿지 못한다면, 모든 각도에서 동시에 떨어지면 된다.

그리고 그 창들 사이로, 어느새 검이 섞여 들고 있었다. 자루도 주인도 없는 얼음의 검 수백 자루가 창의 대열 위로 겹겹이 돋아나며, 광장의 하늘이 온통 칼끝의 구름으로 낮게 내려앉았다.

"장마가 옵니다!" 뮤나가 외쳤다. "검의 장마입니다, 여러분! 창이 수백, 그 위로 검이 또 수백— 전부 다른 각도로 단 한 점을 겨눕니다! 정면이 막히면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비입니다! 우산은 없습니다, 필요도 없습니다— 저 비는 딱 한 사람 위에만 내립니다!"

그 방송 소리는 왜곡된 공간 너머까지 울렸다. 수연은 마지막 검 한 자루의 각도를 잡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장마는 무슨. 그냥 검 비잖아." 이름 같은 건 붙인 적도 없었다. 늘 남들이 먼저 붙였고, 그녀는 나중에 들었다.

일제 사격이 시작됐다. 수백 발의 창이 대기를 찢는 소리는 거대한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가 만년필을 세로로 내리그었다. 금빛 문장들이 벽이 되어 그의 사방에 겹겹이 둘러섰다— 글자들이 벽돌처럼 쌓인, 오래된 서고의 서가 같은 방벽이었다. 창이 꽂힐 때마다 문장 하나가 깨지며 금빛 파편이 튀었고, 그 자리에 새 문장이 즉시 덧쓰였다. 부수는 속도와 다시 쓰는 속도의 경쟁이었다. 그 충돌의 여파로 광장의 대기가 쉴 새 없이 진동했고, 얼음 파편과 빛의 파편이 뒤섞여 내리는 하늘은 두 개의 계절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올려다보며 깨달았다. 지금 저 위에서 오가는 것은 검격이 아니라 포격이었다. 도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문의 포대가 서로를 두드리는— 신화 속에서나 듣던 규모의 교전이, 지금 자신들의 광장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 충돌은,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 왔다.

그가 만년필 끝을 허공에 그으며 새로운 문장을 그려냈다. 그 획이 지나간 자리마다, 마치 종이를 찢는 듯한 미세한 파열음이 연달아 터졌다. 찌익, 찌익. 그 문장의 선들이 허공에서 실체를 갖추더니, 날카로운 빛의 칼날이 되어 수연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벼려진 필획 같았다— 마치 누군가의 운명 한 줄을 통째로 그어버리는 획처럼.

수연은 검을 크게 휘둘러 그 빛의 칼날들을 쳐냈다. 부딪히는 순간마다 서로 다른 소리가 났다. 어떤 칼날은 유리 깨지듯 쨍하게 부서졌고, 어떤 칼날은 무겁게 텅,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파편이 그녀의 뺨을 스치며 옅은 열기를 남겼다— 화상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불씨가 스친 것 같은 얼얼함이었다. 그녀는 그 얼얼함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이 빛의 칼날 하나하나가, 어쩌면 실제로 어느 세계의 한 사람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이 그녀를 더 화나게 했다.

칼날들이 모두 걷힌 자리, 광장 바닥에는 가느다란 균열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었다. 돌이 갈라진 단면에서 옅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그 균열을 보며, 방금 자신들이 서 있던 자리에서 겨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저것이 떨어졌더라면 어찌 되었을지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수연이 검을 든 채, 왼손 끝으로 제 가슴께를 짧게 스쳤다.

그녀의 좌우 허공에서 빛이 사람의 형태로 응축됐다. 하나, 둘, 셋. 얼음도 그림자도 아닌, 푸른 마력 그 자체로 빚어진 세 명의 수연이었다. 광장이 술렁였다— 사람들은 저 형상들을 알고 있었다. 공연 때마다 무대 위에서 그녀 곁에 서서 함께 춤추던, 빛으로 만든 그 분신들. 오늘 그 분신들의 손에는, 마이크 대신 검이 들려 있었다.

세 분신이 서로 다른 세 방향에서 동시에 그를 파고들었다. 그가 만년필을 짧게 그었다— 왼쪽에서 뛰어들던 하나가, 도약의 정점에서 문장째 지워지듯 흩어졌다. 그러나 남은 둘은 이미 그의 코앞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두 분신이 동시에— 한 손을 가슴에 얹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그녀가 객석을 향해 하던, 바로 그 인사였다. 그녀의 근육 기억으로 빚어진 존재들이라, 끝의 동작까지 그녀를 닮아 있었다.

인사가 끝나는 순간 두 분신이 폭발했다. 푸른 섬광이 그를 통째로 삼켰고, 그는 겹겹의 금빛 문장을 둘러친 채 그 폭심에서 반걸음 밀려났다. 코트 자락에는 서리가 타들어 간 자국처럼 하얗게 눌어붙어 있었다.

"커튼…" 뮤나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 "…커튼콜입니다, 여러분. 빛으로 빚은 그녀 자신이— 무대에서 함께 춤추던 그 분신들이, 파고들고, 인사하고… 스스로 터지는 마법입니다." 그 이름을 끝까지 말하는 데 한 박자가 더 걸렸다. 그 인사는 언제나, 공연이 잘 끝났다는 뜻이었으니까.


빛은, 폭심의 섬광이 걷히기도 전에 들어왔다.

수연이 손가락을 튕겼다. 광장 전체가 일순 공연장처럼 환해졌다— 그를 둘러싼 모든 방향의 허공에서, 무대를 비추던 빛기둥들이 일제히 점화된 것이다.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공연의 막이 오르던 순간과 똑같은 광경이었으니까. 다음 순간 그 기둥들이 일제히 꺾이며, 광자의 격류가 십자포화로 그 한 점에 쏟아졌다.

"조명— 조명 들어갑니다!! 무대를 비추던 그 빛기둥들이 전방위에서— 한 방향이 아니라 모든 방향에서, 한 점을 향해 일제히 꺾입니다! 객석을 훑던 빛이 지금은 꿰뚫는 빛입니다! 여러분 이건, 이건 공연이 아닙니다만—" 뮤나의 목소리가 중계의 습관과 경외 사이에서 갈라졌다.

그는 이번에도 지우지 않았다. 금빛 문장의 벽들이 사방에 비스듬히 서며 광선들의 입사각을 한 줄씩 고쳐 적었고, 빛은 전부 그를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껴갔다. 광선이 아니라, 광선이 적힌 문장을 퇴고한 것이다.


광장 가장자리, 사람들 틈에서 볼도는 한 손에 낡은 수첩을 펼쳐 든 채였다.

그는 원래 창고에서 곡물을 세던 사람이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었고, 처음 쓴 시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채 서랍 속에 넣어두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은 저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전 운석이 떨어지던 굉음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는 손으로 한 줄을 적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도, 결국은 누군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자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그러나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이것이 그가 세상과 맞서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두려움을 언어로 바꾸는 것.

그 옆, 뮤나 페브는 어깨에 걸친 낡은 라디오 송신기를 붙든 채였다. 이름을 외치던 그 목소리가, 지금은 낮게 가라앉아 실황을 전하고 있었다. "…지금, 광장을 뒤덮었던 빛이 걷히고 있습니다. 수연 님이 다시 거리를 좁혀 마주 서고 있고… 상대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여러분, 이건 이 도시 전체가 함께 겪어야 할 아침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끊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 도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자신의 자리라고 믿어왔다. 두려운 순간일수록, 사람들에게는 함께 듣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 파빌라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 이 가게의 문턱을 넘던 순간부터, 이 도시가 자신에게 준 것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겨온 사람이었다. 라면 한 그릇, 붉은 테두리 그릇,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 한 장. 지금 저 앞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주먹 쥔 손에 조금씩 더 힘을 주며,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수연은 다섯 걸음의 거리를 두고 그를 마주 봤다. 검끝에서 서릿김이 옅게 피어올랐다.

그녀는 지금 이 거리가, 앞으로 얼마나 좁혀지고 또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싸움은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수백의 시선, 시를 적는 손, 방송을 전하는 목소리, 주먹을 쥔 손— 그 모든 것이 지금 그녀의 검 끝에 함께 실려 있었다.

그녀는 검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얼어붙은 돌바닥을 박찼다.


그다음 충돌은 지상에서 벌어졌다.

수연이 몸을 낮추고 파고들자, 그가 처음으로 반 걸음 물러섰다. 얼음 검이 그의 코트 자락을 스치는 순간, 옷깃에서 차가운 스파크 같은 빛이 튀었다— 마치 젖은 옷감에 정전기가 이는 것처럼, 파직거리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였다. 그는 그 스침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손끝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 자신의 발밑 지면을 통째로 밀어 올렸다. 돌바닥이 그대로 솟아올라 방패가 되었고, 수연의 검이 그 돌덩어리를 가르며 굉음을 냈다. 돌가루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소매로 눈을 가리며 그 가루비를 뚫고 다시 파고들었다.

그 근접전 속에서, 수연은 그의 눈을 아주 가까이서 마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이었다. 그러나 그 무표정 아래, 아주 오래전 그녀가 알던 얼굴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놓치지 않았다. 국물을 젓던 손, 서투르게 웃던 얼굴,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 그 모든 기억이, 지금 이 차가운 눈동자 저 깊은 곳에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그 확인이 그녀를 더 아프게 했다. 상대가 완전한 괴물이었다면 차라리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는, 그녀가 사랑했던 그 사람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그 흔적을 향해 검을 겨눠야 한다는 사실이, 이 싸움을 세상의 그 어떤 전투보다도 무겁게 만들었다.


광장 가장자리, 사람들은 그 근접전의 파편들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돌가루가 옷자락에 내려앉았고, 아이들은 부모의 다리 뒤에 숨은 채로도 눈만은 그 광경에서 떼지 않았다. 순찰대원 몇몇이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려 했지만, 아무도 완전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마치 이 거리,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응원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볼도는 여전히 수첩에 손을 놀리고 있었다. 이번엔 한 줄이 아니라 몇 줄을 한꺼번에 적어 내려갔다. "얼음과 빛이 부딪히는 소리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사랑이 부딪히는 소리와 닮았다." 그는 그 문장을 적고 나서, 스스로도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뮤나 페브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드는 대신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근접전으로 전환됐습니다. 두 분의 거리가 지금, 거의 한 팔 간격까지 좁혀졌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듣고 계신 이 파열음은— 저도 정확히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여기 서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옅은 떨림이 아닌 확신이 실렸다.

파빌라는 여전히 주먹을 쥔 채였다. 그러나 그 주먹 안에서, 그녀는 작은 종잇조각 하나를 함께 쥐고 있었다. 오래전 붉은 테두리 그릇 밑에 넣어두었던 그 편지의 복사본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부적처럼 쥐고, 소리 내지 않은 채 입술만 달싹였다. 돌아오세요. 이번엔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녀 자신도 더는 헷갈리지 않았다.


수연은 다시 거리를 벌리며 숨을 골랐다. 이마에 맺힌 땀이 서릿바람에 얼어 잘게 부서졌다. 그녀는 검을 늘어뜨린 채,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 다섯 수호자의 그림자가 여전히 원을 그리며 광장 위를 지키고 있었다. 그 방패 안에서, 이 싸움은 온전히 두 사람만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다시 그를 향해 시선을 내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검끝을 낮게 늘어뜨린 채, 다음 걸음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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