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4화. 문고리 분실 사건
비아가 문고리를 잃어버린 것은 순전히 본인 부주의였다.
"없다……이다."
그녀가 가게 안을 뱅뱅 돌며 중얼거렸다.
"뭐가 없어?"
수연이 물었다.
"문고리다……이다."
"그거 없으면 어떻게 돼?"
"문 못 연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순간 긴장했다. 비아가 문을 못 연다는 건, 창고도 못 가고, 지름길도 못 만든다는 뜻이었다. 이 가게의 편의 절반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녀는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아의 문이 이 가게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조용히 해결해왔는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봤어?"
"아침에 있었다……이다. 냉장고 열 때."
"그다음엔?"
"기억 안 난다……이다."
라면사장이 냄비를 저으며 담담하게 끼어들었다.
"찾으면 된다."
"그게 쉬운 말이야?"
"어렵게 말해도 결과는 같다."
수연은 그 태연함에 오히려 더 조급해졌다. 그녀는 즉시 가게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카운터 아래, 선반 뒤, 냄비 옆까지.
가게 전체가 수색에 나섰다.
소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봤다. 마왕이 마침 가게에 있다가 얼결에 동원되어 카운터 밑을 기어 다녔다. 볼도는 의자를 하나씩 뒤집어가며 밑바닥까지 살폈다.
"여기도 없어요."
"여기도."
"밑바닥에도 없습니다."
마왕은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다가, 소예의 눈총을 받고 마지못해 무릎을 꿇었다.
"내가 왜 이런 걸 도와야 하지."
"손님이니까 도우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격이 있는 존재다."
"문고리 하나 찾는 데 격이 무슨 상관이에요."
마왕은 투덜대면서도 카운터 밑을 열심히 더듬었다. 손끝에 먼지만 잔뜩 묻히고서, 그는 뭔가 발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찾았다!"
전원이 그쪽으로 몰렸다. 마왕이 자랑스럽게 내민 것은 마른 멸치 한 마리였다.
"……이게 왜 여기 있어요."
"문고리 아니냐?"
"멸치잖아요."
"비슷하게 생겼다."
"하나도 안 비슷해요."
소예가 한숨을 쉬며 멸치를 집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왕은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하고 다시 수색에 몰두하는 척했다.
볼도는 한편 구석에서 묵묵히 의자를 하나씩 옮기고 있었다. 그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더 조용했다. 수연이 그 곁을 지나며 물었다.
"괜찮아? 표정이 어두운데."
"……비아가 문고리 없으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아서."
"뭘 아는데?"
"예전에 나도 뭔가 잃어버린 적 있어. 중요한 거였는데, 다시는 못 찾았어."
수연은 그 말에 더는 캐묻지 않았다. 볼도는 원래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 정도 꺼낸 것만도 드문 일이었다. 그저 그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지나갔다.
"이번엔 찾을 거야."
볼도는 대답 대신 옅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의자를 옮겼다.
한 시간이 지나도 문고리는 나오지 않았다. 비아는 점점 시무룩해졌다.
"내가 잃어버렸다……이다. 처음이다……이다."
"괜찮아, 찾으면 되잖아."
수연이 위로했지만, 비아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거 없으면 나는 그냥 토끼다……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에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수연은 순간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무겁게 자기 자신을 말하는 비아를, 그녀는 처음 봤다.
라면사장이 국자를 내려놓고 비아 앞에 앉았다.
"문고리가 없어도 너는 문이다."
"아니다……이다. 문고리가 있어야 문이다."
"문고리는 도구다. 네가 문인 건 도구랑 상관없다."
"근데 나 문고리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이다. 문도 못 연다……이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다른 방법이 뭔데……이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도 정확한 답은 몰랐다.
"찾아보자."
그가 낮게 말했다.
비아는 그 말에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조금은, 어깨의 힘이 빠졌다.
소예가 문득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근데 그 문고리, 원래 어디서 났어요?"
라면사장은 잠시 손을 멈췄다.
"이 가게 지을 때부터 있었다."
"처음부터요?"
"이 가게가 처음 생겼을 때, 문에 아무것도 안 달려 있었다. 비아가 그때 이 문고리를 가져왔다."
"비아가 직접요?"
"어디서 났는지는 안 물어봤다."
소예는 그 말에 흥미가 동해 비아를 돌아보았다.
"진짜야? 어디서 났어?"
비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짧게 답했다.
"기억 안 난다……이다."
"에이, 거짓말."
"진짜다……이다. 그냥 어느 날 손에 쥐고 있었다……이다."
수연은 그 대답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자기가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 낡은 문을 부수고 들어왔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도 뭔가가 이미 손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다들 처음 어떻게 여기 왔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없네."
"그런가……이다?"
"응. 나도 문 부수고 들어온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전은 흐릿해."
"나도 흐릿하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저 냄비 속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 침묵이 유독 길게 느껴졌지만, 아무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이 가게에서는 그런 침묵도 종종 있는 일이었으니까.
수연이 문득 비아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나도 처음 여기 왔을 때, 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비아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진짜냐……이다?"
"응. 검이 없으면 나는 그냥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왜 아니냐……이다?"
"검 없이도 배달하고, 청소하고, 콜라비빔면도 만들잖아. 검은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일 뿐이지, 나 전부는 아니더라고."
비아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럼 나도 문고리 없어도 나냐……이다?"
"응. 너는 그대로 너야."
비아는 그 말에 조금씩 표정이 풀렸다.
"……그래도 찾고 싶다……이다."
"당연하지. 찾자."
수색은 계속됐다.
소예가 문득 뭔가 떠올렸다.
"오늘 아침에 손님 있었어요?"
"있었지."
라면사장이 대답했다.
"누구요?"
"몇 명 다녀갔다."
"혹시 그중에 옷이 좀 헐렁한 사람 있었어요? 아니면 주머니가 큰 사람이라든가."
수연이 그 질문의 의도를 눈치챘다.
"설마 손님이 가져갔다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실수로 옷에 딸려 갔을 수도 있잖아요."
가게 사람들이 서로를 둘러보며 오전의 손님들을 하나씩 되짚기 시작했다. 구스 발트가 새벽에 들렀고, 볼도가 아침 식사를 했고, 세레나가 잠깐 얼굴을 비쳤고…
"잠깐."
수연이 자기 후드를 내려다보았다.
주머니가 불룩했다.
"……설마."
그녀가 조심스럽게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낡은 황동 문고리가 만져졌다.
"……찾았다."
가게 안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어떻게 네 주머니에 있냐……이다?"
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도 몰라!"
수연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아까 냉장고 열 때 근처에 있었잖아. 그때 뭐 떨어뜨린 거 주워서 넣었나?"
"기억이 안 나!"
"네가 훔쳤다……이다."
"안 훔쳤어!"
라면사장이 그 소란 속에서 조용히 문고리를 받아 비아에게 건넸다.
"찾았으니 됐다."
비아는 문고리를 꼭 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수연을 노려봤다.
"범인은 너다……이다."
"범인 아니라니까! 나도 억울해!"
"네 주머니에서 나왔다……이다. 빼박이다……이다."
"그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세레나가 말했다."
수연은 세레나가 대체 어디서 이런 표현들을 배워서 비아에게 전수하는지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은 뒤, 수연은 문득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근데 진짜 이상하다."
"뭐가."
"나 진짜 저거 주운 기억이 없어."
라면사장이 그녀를 흘끔 보았다.
"네 후드 때문일 수도 있다."
"후드가 왜?"
"가끔 이상한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얘기가 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라면사장은 더 설명하지 않고 다시 냄비 쪽으로 돌아섰다. 수연은 그 대답이 석연치 않았지만, 더 캐물어도 나올 게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비아는 문고리를 손에 쥔 채, 수연의 후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화가 아니라, 뭔가를 가늠하는 눈빛.
"……낯이 익다……이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뭐가?"
"아무것도 아니다……이다."
비아는 그 말을 끝으로 문고리를 카운터 아래 원래 자리에 조심스럽게 걸어두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실 하나를 매듭지어 살짝 고정했다.
"이제 안 없어진다……이다."
"실 하나로 되겠어?"
"돼야 한다……이다."
수연은 그 조치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비아 나름의 방식이었으니까.
그날 저녁, 비아가 유독 조용히 카운터 위에 앉아 있었다.
"왜 그래?"
수연이 물었다.
"오늘 무서웠다……이다."
"뭐가?"
"진짜로 없어진 줄 알았다……이다. 나라는 게 없어지는 줄 알았다……이다."
수연은 그 고백에 마음이 짠했다.
"안 없어져. 문고리가 있든 없든, 너는 너야."
"근데 문고리 없으면 못 하는 게 많다……이다."
"그럼 그때그때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지. 나도 검 없이 사는 법 배우고 있잖아."
비아는 그 말에 조금씩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나도 배울 수 있냐……이다? 문고리 없이 사는 법."
"당연하지. 오늘부터 연습해보자."
라면사장이 그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끼어들었다.
"연습은 나중에. 오늘은 그냥 쉬어라."
"오늘은 왜……이다?"
"놀랐잖아. 오늘 하루는 그냥 쉬어도 된다."
비아는 그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문고리를 손에 꼭 쥔 채,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라면사장은 그 작은 몸에 담요를 덮어주며, 조용히 문고리가 걸린 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실 매듭은 여전히 단단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지키고 싶은 것은, 문고리가 아니라 그것을 잃었을 때 비아가 느꼈던 두려움이 다시 오지 않는 것이었다.
수연은 정리를 마치고 카운터에 걸터앉아, 잠든 비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매일 이래?"
"뭐가."
"이렇게 매번 뭔가 잃어버리고, 찾고, 소란 피우고."
"자주 있다."
"근데 왜 화 안 내?"
라면사장은 잠시 대답을 고르다 말했다.
"찾을 수 있는 건 화낼 일이 아니다."
"그럼 화낼 일은 뭔데?"
"못 찾는 것."
수연은 그 말의 무게를 곱씹었다. 단순한 말이었지만, 어쩐지 이 가게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 같았다.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것. 문제는 영영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오늘은 다행이었네."
"그렇다."
라면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냄비 앞으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 장사를 위해 육수를 우려야 했다. 수연은 잠시 더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비아의 손에 쥐어진 문고리를 살며시 바로잡아주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가게 안의 불빛만이 골목 한쪽을 밝히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서 하루의 소동은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수연은 문득 자신의 후드 주머니를 다시 한번 만져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왠지, 무언가가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가게는 다시 평소의 소음으로 채워졌다. 문고리는 제자리로 돌아왔고, 소동도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무도 웃지 못한 미묘한 정적이 한 박자 있었다는 것을, 수연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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