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26화. 지워지는 것의 목록

형사는 그날 아침, 낡은 수첩을 완전히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산발적이었다. 손님들이 흘리는 말, 우연히 목격한 장면, 다른 이들의 증언 — 그는 그 모든 것을 시간순으로 대충 나열해뒀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이 정도 규모로 커진 이상, 이제는 제대로 된 파일이 필요했다.

그는 가게 문을 열기 전, 카운터에 새 종이를 펼쳐놓고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1단계 — 초기 (약 한 달 전):**
전쟁 종결, 학대 소멸, 낙상 사고 0건. 전부 "명백한 비극"의 삭제.

**2단계:**
꿈의 재편집 — 실패와 상실의 기억이 "없었던 일"로 대체됨. 홀트, 리브 아넬 등 확인 사례.

**3단계:**
창작과 감상의 불완전성 상실 — 이리스, 볼도, 뮤나 페브 확인 사례. 위험 개념 자체의 소실 — 세레나 실험으로 확인.

**4단계 (현재):**
신적 존재의 강제 예속 — 소므니움 확인. 규모와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

그는 그 목록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패턴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엔 대상이 명백한 악(惡)이었다. 전쟁, 학대, 사고사.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비극들.

그다음은 미묘해졌다. 실패, 상실, 슬픔 — 나쁜 것이라 부르기엔 애매하지만, 고통을 동반하는 것들.

그리고 지금은 — 이별하는 선택, 도전하는 선택, 누군가를 믿는 선택. 그 자체로는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오히려 인간다움의 핵심에 가까운 것들까지 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 마지막 항목에는, 이미 구체적인 얼굴이 하나 붙어 있었다.

구두 수선공 얀 코렐. 십 년 전 데리고 있던 견습이 금고를 통째로 들고 사라진 뒤, 남에게 작업대 근처도 내주지 않게 된 사람. 그런 그가 얼마 전 이 가게에 와서, 요즘 자기 가게 앞을 서성이는 청년 하나를 받아볼까 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국물이 다 식도록 젓가락도 안 들고서, 손재주가 아깝다고, 눈빛이 옛날 자기 같다고.

그리고 사흘 전, 얀은 다시 왔다. 이번에는 라면을 남김없이 먹었고, 표정도 평온했다. 다만 형사가 먼저 그 청년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참 자기 손바닥만 들여다봤다. 이상하다고 했다.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마음을 다시 꺼내려고 하면 — 벽에 늘 걸려 있던 공구를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빈 못만 만지는 기분이라고. 무섭거나 싫은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고.

믿어보자고 마음이 움직이던 순간이 있지 않았느냐고 형사가 묻자, 얀은 그릇 가장자리를 젓가락 끝으로 두어 번 두드리다가 답했다. "그게…… 있었나?"

형사는 그 대답을 받아 적던 순간, 자기 손끝이 차가워지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지워진 것: 누군가를 믿어보기로 하는 선택. 남은 것: 믿으려 했다는 사실의 흐릿한 윤곽, 그리고 빈 못. 단계와 항목만으로는 아무도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름 하나와 빈 못 하나는, 실감하게 만든다.

그는 그 목록 밑에 이렇게 적었다.

"선을 넘는 건 늘 한 걸음씩이다. 처음 한 걸음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한 걸음이 다음 한 걸음을 정당화하고, 그 다음 한 걸음이 또 다음을 정당화한다. 지금 그가 지우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처음 봤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그는 그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우리는 지금, 그 선이 얼마나 더 넘어갈지 모른다는 게 제일 무섭다."

그는 예전 형사 시절, 비슷한 패턴을 다룬 적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작은 부정을 눈감아준 조직이, 결국 큰 부정까지 눈감게 되는 사건들. 처음엔 다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 정도"의 기준이, 매번 아주 조금씩 물러났다.

그는 그때 배운 원칙 하나를 다시 떠올렸다 — 선이 넘어가는 걸 막으려면, 처음 넘어간 그 지점을 정확히 찾아 되돌려야 한다는 것. 이미 넘어간 뒤에 "여기서부터는 안 된다"고 새로 선을 긋는 건, 언제나 늦었다.

분류를 마친 종이는 열두 장이 되어 있었다. 형사는 그것들을 들고 가게 안쪽 창고로 들어가, 라면 상자를 치운 벽에 한 장씩 붙였다. 낡은 테이프가 뜯길 때마다 마른 소리가 났고, 창고의 찬 공기에는 밀가루와 기름 냄새가 배어 있었다. 다 붙인 뒤 그는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예전에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벽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수사반 시절부터의 버릇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보는 서류와 벽에 붙여놓고 걸으며 보는 서류는 다른 것을 보여준다. 앉아서 보면 항목이 보이고, 걸으면 흐름이 보인다. 그는 1단계 앞에서 반 걸음을 늦췄고,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한 번 멈췄고, 4단계 앞에서는 오래 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걸음 자체가 증거라는 걸 깨달았다. 벽 위의 종이 간격은 일정한데, 종이와 종이 사이에 흐른 시간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고 있었다. 처음 한 달에 걸쳐 일어나던 규모의 일이, 이제는 며칠 단위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창고 벽 앞에 선 채로 그 가속을 몸으로 느꼈다. 걷는 속도를 아무리 늦춰도, 목록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는 감각. 그것은 젊은 시절 연쇄 사건을 쫓을 때 느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초조함이었고, 그때와 다른 점은 단 하나 — 이번 사건에는 관할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목록의 맨 위, 1단계 항목으로 돌아갔다.

전쟁 종결. 학대 소멸. 낙상 사고 0건.

그는 그 항목들 옆에 물음표를 하나씩 그렸다.

"이것들이 정말 처음이었을까."

그가 중얼거렸다.

"아니면, 우리가 눈치채기 전에 더 작은 것들이 이미 지워졌던 걸까."

그 질문에 답할 방법은 없었다. 지워진 것은, 지워졌다는 사실 자체를 남기지 않았으니까. 형사는 그 근본적인 한계 앞에서,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가 아무리 꼼꼼히 기록해도,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진 것들은 영원히 목록에 오르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그 무력감을 억누르며, 목록 맨 아래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놓치지 않고 전부 적는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다."


가게 문을 열자, 형사는 또 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그날의 주문 목록이었다. 그는 하루가 끝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날 팔린 메뉴를 기록해왔다 — 재고 관리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 그 목록이 이상하리만치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전부 실패 확률이 낮은 메뉴였다. 국물 온도까지 정확히 취향대로 맞춰 나가는 익숙한 조합들.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콜라비빔면 주문이, 사흘째 0건이었다.

수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점심 무렵이었다.

"콜라비빔면이 사흘째 안 나갔다고요?"

그녀가 카운터의 장부를 확인하며 물었다.

"예."

형사가 답했다.

"원래도 인기 메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 재미 삼아 시켰습니다. 근데 요즘은 아예 없습니다."

수연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맛없는 걸 고를 권리부터 지워지고 있어."

그녀가 입속말로 되뇌었다.

"콜라비빔면은 원래 맛없는 걸 알면서도 직접 고르는 의식이었어. 근데 그런 선택 자체를 아무도 안 하게 됐다는 건—"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형사가 대신 말을 이었다.

"실패할 걸 알면서도 시도하는 자유부터, 지워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수연은 그날 오후, 광장으로 나갔다.

그녀는 손에 콜라 한 캔과 비빔면 봉지를 들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조합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광장 한가운데서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면을 삶기 시작했다.

물이 끓고, 면이 익고, 그녀는 그 위에 콜라를 부었다. 검붉은 액체가 면 위로 쏟아지는 순간,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이 헛숨을 삼켰다.

"저게 뭐예요?"

한 아이가 물었다.

"내 권리."

수연이 짧게 답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비빔면을 비비고, 한 젓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첫맛은 잠깐 속을 만했다. 비빔장의 매운맛이 앞장서서, 뒤에 뭐가 따라오는지 반 박자쯤 가려줬다. 문제는 두 번째로 씹는 순간부터였다. 김빠진 콜라의 단맛이 매운 양념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입안에서 시럽에 절인 고춧가루 맛이 났다. 면발은 탄산 때문에 겉이 미끈하게 들떠서 씹을 때마다 단내가 코 뒤로 훅 올라왔고, 삼키고 나면 혀뿌리에 인공적인 캐러멜 맛이 끈적하게 눌어붙었다. 그게 매운 기운과 뒤엉켜서, 목구멍이 뜨거운 건지 단 건지 끝내 구분이 안 갔다.

수연은 그 모든 맛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느꼈다. 느끼려고 먹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더럽게, 맛없어."

그녀가 울먹이듯 내뱉었다. 눈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정말로 맛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먹었다. 한 입, 또 한 입. 눈물을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한 청년이 갑자기 자기 가방을 뒤져, 우연히 가지고 있던 탄산음료 캔을 꺼냈다. 그는 근처 노점에서 산 국수 한 그릇에 그 탄산음료를 부었다.

"…어, 나도 갑자기 이게 하고 싶어졌어."

그가 중얼거렸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였다.

그는 그 이상한 조합을 한 입 먹고, 인상을 썼다.

"으, 진짜 맛없다."

그러나 그는 계속 먹었다. 그의 얼굴에, 이상한 해방감 같은 것이 스쳤다.

몇 명이 더 그 광경에 홀린 듯 비슷한 시도를 했다. 한 노점상 할머니는 팔던 어묵 국물에 갑자기 설탕을 잔뜩 들이부었다. 옆에 있던 손녀가 기겁하며 말렸지만, 할머니는 그 국물을 한 그릇 다 비웠다. "…맛은 없는데, 이상하게 속이 시원하네." 근처의 젊은 연인은 서로의 커피에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계피 가루를 잔뜩 뿌리고는, 마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결과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 다들 맛없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먹었다는 것.

그러나 광장의 모두가 그 대열에 합류한 건 아니었다. 장바구니를 든 중년 여자 하나는 구경하던 아이의 손을 잡아채듯 끌며 걸음을 서둘렀다. 보지 말라는 낮은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약재상 앞에 서 있던 남자는 팔짱을 낀 채 오래 그 광경을 노려보다가, 옆 사람더러 들으라는 듯 내뱉었다. "저건 자유가 아니라 낭비지. 멀쩡한 음식으로 뭐 하는 짓이야." 몇몇이 그 말에 동조하며 자리를 떴고, 몇몇은 뭐라 답하려다 입을 다물고 남았다. 광장은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는 금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온도로 갈라져 있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보며,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씁쓸하게 웃었다.

"…기억은 못 지웠구나, 저 나쁜 새끼."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내 몸에 새겨진 이 짓거리는, 아직 못 건드렸어."


그날 저녁, 가게에 돌아온 수연은 낮에 있었던 일을 형사와 비아에게 전했다.

비아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카운터 위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문만 닫을 수 있다……이다."

그녀가 말했다.

"새로운 선택은 막을 수 있다……이다. 근데 이미 산 것들은, 못 지운다……이다."

"그게 무슨 뜻이야?"

수연이 물었다.

"콜라비빔면을 처음 만든 순간,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 됐다……이다. 네 몸이, 네 습관이, 네 기억이 그걸 기억한다……이다. 그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선택을 막을 순 있어도, 이미 일어난 선택을 되돌릴 순 없다……이다."

형사가 그 말을 받아 수첩에 적었다.

"…그러니까 이미 살아진 삶은 삭제 불가능하다는 겁니까."

"그렇다……이다."

비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증거다……이다. 그 사람이 나를 통째로 지우려고 했으면 지울 수 있었을 거다……이다. 근데 대신, 마음을 넣어줬다……이다. 왜인 줄 아나……이다? 이미 우리 사이에 있었던 것들은, 지우는 것보다 남기는 게 그 사람한테도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이다."

수연은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럼—"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이 도시에서 겪은 모든 것들, 그러니까 지금까지 다들 함께 웃고 울었던 모든 순간들은 — 그 자체로 이미 지울 수 없는 방벽이 되는 거네."

"그렇다……이다."

비아가 답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이다. 계속, 뭔가를 만들고 겪는 거다……이다. 그 사람이 못 지우는 걸 계속 늘려가는 거다……이다."

형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수첩에 옮겨 적으며, 새로운 표제를 달았다.

"저항의 원칙: 이미 살아진 삶은 삭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한다."

그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문득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해봤다. 그가 이 가게에서 보낸 모든 아침, 모든 저녁, 모든 손님과의 대화 — 그 모든 것들이 이미, 누구도 지울 수 없는 그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 사실에서, 오랜만에 확실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늦도록 카운터에 둘러앉아 있었다. 형사가 끓인 라면 세 그릇이 각자의 앞에 놓여 있었다. 평범한, 실패 없는 라면이었다.

"근데."

수연이 젓가락으로 면을 뒤적이며 말했다.

"이미 살아진 게 삭제 불가능하다고 쳐도, 그럼 우리가 지금부터 겪는 것들은 어떻게 지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잖아. 아직 안 산 거잖아."

비아가 그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건 다르다……이다."

"뭐가."

"아직 안 일어난 일은, 그 사람이 미리 지울 수 있다……이다. 근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함께 라면을 먹는 이 시간은 — 지금 이 순간에 이미 일어나고 있다……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지금을 살아야 한다……이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을 놓치면, 그 사람이 지울 게 오히려 늘어난다……이다. 근데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진하게 살면, 그 순간은 이미 우리 것이 된다……이다."

형사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사도 비슷합니다. 미제 사건을 붙잡고 있으면 놓칩니다. 지금 눈앞의 증거부터 확실히 잡아야, 다음 단서로 이어집니다."

수연은 그 말들을 들으며, 자기 앞의 라면 그릇을 오래 내려다봤다.

"…그럼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뭘 해야 돼?"

비아가 그녀를 봤다.

"지금, 여기 있는 거다……이다. 그거면 된다……이다."

수연은 그 대답에 픽 웃었다.

"되게 간단하게 말하네."

"간단한 게 제일 어렵다……이다."

세 사람은 그 뒤로 한동안 말없이 라면을 먹었다. 창밖으로 눈이 소리 없이 내렸고, 가게의 등불은 여전히 따뜻하게 켜져 있었다. 그 평범한 저녁이, 이제는 그들이 지킬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방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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