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24화.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

이리스가 이상을 처음 느낀 건, 며칠 전 연습실에서였다.

그녀는 다음 공연을 구상하고 있었다. 늘 그랬듯, 그녀의 공연은 안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 드론들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붙여 날리거나, 조명을 극단적으로 빠르게 전환해 관객의 시야를 일부러 흔들거나, 폭죽처럼 터지는 빛의 낙하 지점을 예측 불가능하게 흩어놓거나. 그녀의 공연이 사람들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는 언제나, 그 안에 아주 조금씩 섞여 있는 위험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위험한 부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 위에 연출 스케치를 그리려 했다. 손이 움직였다. 드론의 궤적, 조명의 순서, 낙하하는 빛의 타이밍 — 전부 아름답고, 전부 안전했다. 그녀는 그 스케치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뭔가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날카로움이 없었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했다. 이번엔 의식적으로 위험한 요소를 넣어보려 했다. 예전처럼 드론들을 아슬아슬하게 붙여보려고.

그런데 손이 그 지점에서 멈췄다.

정확히는, 멈춘 게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 펜을 움직였다. 그러나 펜 끝에서 나오는 선은, 자꾸만 안전한 간격으로 돌아갔다. 마치 그녀의 손이, 위험한 선을 그리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 것처럼.

"…어?"

그녀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나 왜 이 생각을 못 하지?"

그녀는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아예 종이를 새로 꺼내, "위험한 연출"이라는 제목을 크게 적어놓고 그 밑에 뭐든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려 했다.

머릿속이 텅 비었다.

정확히는, 텅 빈 게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다만 그 아이디어들이 전부 — 안전했다. 예쁘고, 감동적이고, 실패할 리 없는 것들.

그녀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 했는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정말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위험한 연출을 아무렇지 않게 구상했다. 조명이 갑자기 나가는 연출, 드론이 일부러 충돌 직전까지 가는 연출, 관객이 순간적으로 "어어, 이거 사고 나는 거 아니야?" 하고 숨을 삼키게 만드는 연출. 그게 그녀의 특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 특기로 가는 회로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는 그날 오후, 도시를 한 바퀴 돌았다. 자기만 이런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먼저 들른 곳은 두반 카로의 광장이었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 눈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전부, 완벽하게 균형 잡힌 형태였다.

예전에는 이상한 모양의 눈사람도 많았다 — 머리가 너무 크거나, 팔이 비대칭이거나, 심지어 넘어질 듯 기울어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광장에 서 있는 눈사람들은 전부, 마치 설계도를 보고 만든 것처럼 완벽하게 균형 잡혀 있었다.

이리스는 한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거, 좀 삐뚤게 만들어볼래?"

아이는 눈사람의 몸통에 눈덩이를 하나 더 얹으려다 멈췄다.

"…이상하게 손이 안 가요."

아이가 곤란한 얼굴로 답했다.

"삐뚤게 만들려고 하면, 자꾸 똑바로 만들게 돼요."

이리스는 그 대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증언대 근처, 볼도가 종종 앉아 시를 쓰는 벤치였다. 그는 종이를 앞에 두고, 펜을 든 채 오래 멈춰 있었다.

"뭐 해?"

이리스가 다가가 물었다.

볼도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당혹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시를 쓰려는데, 안 써져."

"원래도 가끔 그러잖아."

"아니, 이런 식은 처음이야."

볼도가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엔 몇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전부 아름답고, 전부 희망차고, 전부 — 이상하게 평면적이었다.

"이거, 원래 네 시 같지가 않아."

이리스가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볼도가 답했다.

"나는 원래, 아픈 단어를 골라서 시를 썼어. '잃었다', '그립다', '돌아오지 않는다' — 그런 단어들. 근데 오늘, 그 단어들이 하나도 안 떠올라. 머릿속이 온통 예쁜 단어들뿐이야."

그는 펜을 다시 종이에 대며 실험을 시작했다.

"내가 지금 확인해볼게."

그는 의식적으로, 가장 슬픈 문장을 써보려 했다.

'그가 떠난 뒤, 나는—'

거기까지 쓰고, 그의 손이 완전히 멈췄다.

몇 분이 지나도,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시도했다. 손끝에 힘을 주고, 억지로 펜을 움직이려 했다.

종이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안 써진다."

그가 힘없이 말했다.

"진짜, 물리적으로 안 써져."

이리스는 그 옆에 앉아,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볼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늘 아픈 말을 고를 수 있어서 시인이었구나."

그 말은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깨달음의 무게는, 이리스의 가슴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나도 그래."

그녀가 낮게 답했다.

"나는 위험한 걸 만들 수 있어서 스타메이커였는데. 그 위험을 못 고르게 되니까, 나는 지금 뭘 만드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어."


두 사람은 그날, 도시의 다른 창작자들을 몇 명 더 찾아갔다.

가로등지기 노인은 자신이 매일 밤 부르던 오래된 곡조의 슬픈 절반을 잊었다고 했다. 앞부분의 밝은 선율은 멀쩡히 기억나는데, 후렴에서 어두워지는 대목에 이르면 입이 저 혼자 앞부분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시계방은 골목 안쪽에 있었다. 문을 열자 기름 냄새와 함께 수백 개의 초침 소리가 두 사람을 맞았다. 이리스는 문턱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가게의 초침들은 원래 서로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 노인이 일부러 그렇게 맞춰놓은 것이었다. 시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그만의 서명. 그래서 이 가게에 들어서면 늘, 수백 개의 시계가 저마다 다른 박자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늘은 그 소리가 하나였다. 수백 개의 초침이 완벽하게 겹쳐서, 거대한 시계 하나가 뛰는 것처럼 똑, 똑, 울리고 있었다.

"내가 맞춘 게 아니야." 노인이 작업대에서 눈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어제 하루 종일 손보고 나니 이렇게 돼 있더군. 어긋나게 맞추려고 손을 대면, 손이 끝에 가서 꼭 바로잡아버려."

그는 작업대 위의 자명종 하나를 집어 태엽을 감았다. 젊은 시절 살던 세계에서, 그는 늦잠 때문에 누군가의 마지막 배웅을 놓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뒤로 그가 만드는 자명종은 전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사납게 울렸다 — 그건 기술이 아니라 그의 사과였다.

태엽이 풀리고, 자명종이 울렸다. 종소리가 둥글었다. 사납기는커녕, 눈 내리는 소리에 얹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소리였다.

"망치날을 갈아서 소리를 더 날카롭게 세워보려고도 했지." 노인은 자명종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 들여다봤다. "근데 갈고 나면 꼭 더 매끄러워져 있어. 손이 자꾸, 저 혼자 용서를 해버려."

패턴은 명확했다. 위험, 실패, 슬픔, 어긋남 — 그 모든 "불완전함을 향한 선택"이 창작자들의 손에서 조용히 지워지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가게로 돌아온 두 사람은, 형사에게 그날 조사한 내용을 전했다.

형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수첩에 하나씩 받아 적었다.

"…이건 단순히 나쁜 선택지를 지우는 것과는 다른 문제군요."

그가 말했다.

"나쁜 선택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 뭔가를 '다르게 만드는 선택' 자체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 슬퍼할 수 있는 자유, 완벽하지 않을 자유."

"그게 왜 위험한 거야?"

수연이 물었다.

형사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창작이라는 건, 원래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실패의 가능성이 없으면, 새로운 것도 나올 수 없습니다. 전부 이미 검증된, 안전한 것들의 반복만 남게 되니까요."

비아가 카운터 위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세상이 정돈되고 있다……이다. 근데 정돈된 세상에는, 새로운 게 안 생긴다……이다."


뮤나 페브가 가게에 들른 건, 그 직후였다. 그녀는 평소의 활기 대신, 지친 얼굴로 카운터에 앉았다.

"저도 오늘, 방송 대본이 하나도 안 나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대본만이 아니었다. 새벽 방송 끝에 넣을 짧은 로고송 — 하루를 접는 사람들을 위한 세 음짜리 쓸쓸한 곡조를 만들려고 오후 내내 허밍을 했는데, 세 번째 음이 자꾸만 저 혼자 올라가더라는 것이었다. "단조로 내려가야 할 자리에서 목이 자꾸 장조로 꺾여요. 백 번을 불러도 백 번 다요. 제 목청인데, 제 목청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제 방송의 매력은, 사연이 늘 예측 불가능하다는 거였잖아요. 누가 무슨 사연을 보낼지 아무도 모르는 거. 근데 오늘 온 사연들은 전부 — 이상하게 뻔했어요. 다들 비슷한 감동, 비슷한 결말. 마치 미리 짜인 각본 같았어요."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저도 모르게, 그 뻔한 사연들에 감동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이거 너무 뻔한데' 하고 걸렀을 텐데, 오늘은 진심으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형사가 그 말을 받아 적었다.

"…감상하는 감각 자체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군요.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도."

"네. 그게 제일 무서워요. 저는 방송을 하는 사람이면서 듣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세레나가 그날 저녁 가게에 들렀다가, 그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래 생각에 잠겼다.

"이건 단순한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다.

"창작이든 감상이든, 결국은 '이것과 다를 수도 있었다'는 감각이 필요한 일입니다. 완벽하게 예측 가능한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도 새로운 감동도 나올 수가 없어요. 도시가 이대로 계속 정돈되면 —"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는 언젠가, 서로에게 놀랄 수 없는 사람들이 될 겁니다."

그 말이 가게 안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날 밤, 이리스는 연습실에 홀로 남았다.

그녀는 드론 열 대를 전부 하늘로 띄웠다. 아홉 대에서 각기 다른 색의 빛이 천장 가까이 떠올라 작은 인공 별자리를 이뤘고, 열 번째 하나만은 늘 그렇듯 불이 꺼진 채 그 곁을 묵묵히 따라 돌았다.

그녀는 그 빛을 오래도록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위험한 걸 못 만들게 되면."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나는 뭘 만들 수 있지?"

드론들이 그녀의 손짓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완벽하게 안전한 궤적으로. 그녀는 그 궤적을 보며, 예전 같으면 절대 만족하지 못했을 그 완벽함을 오히려 낯설게 느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처음 별을 만들기 시작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의 드론은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툴렀고, 자주 충돌했고, 한 번은 정말로 추락해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

그 실패가, 결국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녀는 드론 하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의식적으로, 그 드론을 다른 드론과 충돌 직전까지 몰아붙이려 했다.

드론은 그 명령을 거부하듯,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스스로 방향을 틀었다.

"…거봐."

그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너도 이제 안전한 것만 하려고 하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드론의 자동 보정을 전부 껐다. 이제 궤적은 온전히 그녀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조종간을 쥐었다. 충돌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그 궤적이라면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었다 — 수백 번은 날려본 선이었으니까.

드론이 속도를 올렸다. 간격이 좁혀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 뼘을 남긴 지점에서, 그녀의 엄지가 저절로 힘을 풀었다. 그녀가 푼 게 아니었다. 엄지가 풀었다. 남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 위에 겹쳐진 것처럼, 정확히 그 지점에서, 매번.

그녀는 조종간을 내려놓고 창가로 갔다. 유리에 앉은 성에 위에 손가락으로 그 궤적을 그려봤다. 두 개의 선이 부딪치는 그림. 손끝이 얼음 가루를 밀어내며 나아가다가, 교차점 직전에서 부드럽게 휘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그었다. 선은 또 휘었다. 성에 위에는 결국, 서로 스치기만 하고 영원히 만나지 않는 곡선 두 개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을 감고, 그리는 것조차 포기한 채 그저 상상만 해보려 했다. 두 개의 빛이 부딪치는 순간을. 머릿속에서 그 장면은 번번이, 부딪치기 직전에 아름다운 불꽃놀이로 흩어졌다. 상상 속에서조차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드론이 아니었다. 손도 아니었다. 그 거부는 손보다 위, 생각이 태어나는 자리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그 완벽하고 아름답고 텅 빈 궤적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실패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 감정을 안고 가게로 향했다. 마감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이었지만, 등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형사가 카운터를 정리하다가 그녀를 맞았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이리스는 카운터에 앉아, 조금 전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했다.

형사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조용히 들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형사님도요?"

"제 예전 직업에서는, 실패한 수사가 오히려 다음 수사의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놓친 것, 틀렸던 것 — 그런 것들을 복기하면서 실력이 늘었죠. 만약 제가 처음부터 완벽했다면, 저는 아마 지금 같은 관찰력을 갖지 못했을 겁니다."

이리스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러니까, 실패가 없으면 실력도 안 는다는 거네요."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형사는 국자를 씻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실패할 수 없는 사람은 — 자기가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요."

이리스는 그 말에 오래 침묵하다가, 문득 물었다.

"…그거 알아요? 저 오늘, 실패했던 첫 드론 얘기를 다시 떠올렸어요. 그 드론이 추락해서 누군가 다쳤던 날이요."

"그날 얘기를, 아직 아무한테도 안 하셨죠."

"네.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얘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이 마취가 심해지기 전에, 제가 뭘 딛고 여기까지 왔는지 누군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형사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더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이야기가 준비된 때에 나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준비되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언제든 듣겠습니다."

이리스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형사님, 진짜 그 사람 제자 맞네요."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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