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9화. 꾸꾸꾸의 법칙

이리스가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그녀만의 독특한 출근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런 콘셉트로 왔어요!"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어제와는 또 다른 머리 스타일, 다른 색감의 앞치마 코디, 심지어 작은 액세서리까지 세심하게 매치되어 있었다.

"왔냐, 신입."

수연이 카운터에서 그릇을 닦으며 심드렁하게, 그러나 반가운 티를 숨기지 못한 채 인사를 건넸다. 신입이라는 말에 이리스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신입이라고 불러주는 거예요?"

"후배 왔는데 후배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왠지 감동인데요."

"매일 감동할 일도 아니다. 근데 오늘은 또 뭐냐, 그 머리는."

"……매일 이렇게 꾸미고 오는 거예요?"

소예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인생은 꾸꾸꾸잖아."

"꾸꾸꾸요?"

"꾸미고, 또 꾸민다는 뜻이야. 내가 만든 말인데, 괜찮지 않아?"

이리스는 그 조어를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수연은 그 열정에 헛웃음을 지었다.

"서빙하는데 그렇게까지 꾸밀 필요가 있냐, 신입."

"당연히 있죠! 어제보다 오늘 더 예뻐야 손님들도 기분 좋잖아요."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들으며 그저 묵묵히 국물을 저었다.

"국물 맛이 매일 같아야 손님들도 기분 좋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거예요!"

이리스가 발끈하며 반박했지만, 라면사장은 별다른 대꾸 없이 다시 그릇을 준비했다.


그날부터 이리스의 "출근 룩"은 가게의 소소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손님들도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일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오늘은 파란색 머리끈이네요!"

"어제는 리본이었는데 오늘은 클립이에요?"

이리스는 그 관심을 즐기며 매번 정성껏 대답했다.

"오늘 콘셉트는 '차분한 활기'예요. 파란색이 차분함을 주고, 이 클립이 포인트로 활기를 줘요."

손님들은 그 설명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나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비아는 그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꾸꾸꾸"라는 말이 유독 그녀의 마음에 들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을 여기저기 흉내 내기 시작했다.

"오늘 나도 꾸꾸꾸했다……이다!"

그녀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작은 리본을 머리에 달고 카운터를 오갔다.

"어, 진짜 잘 어울린다!"

이리스가 반색하며 칭찬했다.

"꾸꾸꾸는 좋은 말이다……이다! 모든 문은 유행어를 통과시킨다……이다!"

그 알쏭달쏭한 선언에 가게 안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수연이 웃으며 물었다.

"몰라도 된다……이다! 그냥 멋있는 말이다……이다!"

헤라 몬츠도 그날 가게에 들렀다가 그 유행어를 처음 접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 뜻이여?"

"꾸미고 또 꾸민다는 뜻이래요."

수연이 설명해주었다.

"허허, 요즘 젊은것들 말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먼."

"할머니도 한번 써보세요."

"내가 그런 걸 뭐하러."

그러나 헤라 몬츠는 그날 이후로 종종 등산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산도 꾸꾸꾸하게 올랐구먼" 하는 식으로 슬쩍 그 말을 섞어 쓰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그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매번 웃음을 터뜨렸다.

비아는 그 후로도 며칠 동안 "꾸꾸꾸"를 온갖 상황에 갖다 붙였다. 손님이 그릇을 예쁘게 비우면 "그릇도 꾸꾸꾸했다……이다", 소예가 새 앞치마를 입으면 "소예도 꾸꾸꾸했다……이다" 하는 식이었다.

"이러다 저 말 도시 전체에 퍼지겠다."

소예가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다.

"이미 퍼지고 있을지도 몰라."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실제로 며칠 뒤, 시장에서 배달을 돌던 수연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오늘 이 상품 완전 꾸꾸꾸하죠?"

포목점 주인이 새로 들여온 옷감을 자랑하며 손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수연은 그 장면에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퍼졌네."

가게로 돌아온 그녀는 그 이야기를 전했고, 이리스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내 말이 유행어가 됐어! 완전 대박이다!"

"이게 자랑할 일이냐, 신입."

"당연하지! 이런 게 진짜 영향력이잖아."

라면사장은 그 소란 속에서도 무심하게 그릇을 정리했다.

"영향력보다 국물이 식는 게 더 큰일이다."

"사장님은 진짜 낭만이 없으시네요."

"낭만은 국물 안에 있다."


며칠이 지나면서, 이리스의 출근 룩 시리즈는 점점 더 다채로워졌다. 어떤 날은 꽃 장식, 어떤 날은 리본, 어떤 날은 작은 별 모양 핀까지. 그녀는 매일 새로운 콘셉트를 소예와 수연에게 설명하며 즐거워했다.

"오늘은 '봄의 시작' 콘셉트예요."

"어제는 '가을의 끝'이라며. 갑자기 봄이냐, 신입."

"계절은 마음대로 오가는 거예요."

수연은 그 뻔뻔한 논리에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습관이, 이제는 가게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있었다.

"근데 매일 이렇게 준비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겠어요."

소예가 물었다.

"응,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근데 재밌어서 안 힘들어."

"진짜 좋아하는 거구나."

"응. 나 원래 이런 거 진짜 좋아했거든."

그 대답에는 며칠 전 손님의 말에 흔들렸던 것과는 다른, 확고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가게 안 다른 존재들도 하나둘 그 유행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마왕은 어느 날 평소와 다른 색의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오, 마왕님도 꾸꾸꾸하셨네요!"

이리스가 반색하며 알아봐 주자, 마왕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냥…… 옷장 정리하다가 눈에 띄어서 입은 거다."

"에이, 인정하세요. 신경 쓰신 거잖아요."

"아니라니까."

그러나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가게 안 사람들 모두가 눈치챘다. 소예가 킥킥거리며 놀렸다.

"마왕님도 은근 귀여우신 데가 있으시네요."

"그런 말 마라."

세레나도 순찰 도중 잠시 들렀다가 그 광경을 보고 옅게 웃었다.

"세레나 씨도 꾸꾸꾸 한번 해보세요!"

이리스가 신이 나서 권했다.

"저는 딱히 꾸밀 게 없어서요."

"에이, 머리끈이라도 하나 해보세요. 제가 골라드릴게요!"

이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서랍에서 작은 리본 하나를 꺼내 세레나의 머리에 살짝 얹어주었다.

"어때요? 잘 어울리죠?"

세레나는 거울도 없이 그저 손끝으로 리본을 매만지며 옅게 웃었다.

"낯설긴 한데…… 나쁘지 않네요."

"완전 잘 어울려요!"

소예가 손뼉을 치며 맞장구쳤다. 세레나는 그날 하루, 평소와 다른 작은 리본을 하나 단 채로 순찰을 돌았다. 그 사소한 변화에, 도시 사람들 몇몇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오늘 뭔가 다르시네요!"

"조금요."

세레나는 그 짧은 대답과 함께 옅게 웃으며 순찰을 이어갔다.


두반 카로도 어느 날 광장에서 눈사람에 리본을 달아주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꾸꾸꾸인가."

지나가던 소예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 유행이네요, 이거."

"비아가 매일 와서 눈사람도 꾸며야 한다고 조르니까."

"비아가요?"

"어. 요즘 아주 열성적이야. 리본 달고, 목도리 씌우고. 눈사람이 아주 패션쇼를 하고 있다."

수연도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광장에 나가보니, 정말로 미완성 눈사람이 형형색색의 리본과 작은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두반 카로의 정교한 조각 옆에서, 그 눈사람은 훨씬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것도 나름 예술이네요."

수연이 웃으며 말하자, 두반 카로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과 꾸밈은 또 다른 문제니까."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이리스는 평소처럼 화사한 인사와 함께 퇴근했다. 그러나 몇 분 뒤, 우연히 밖에 나갔던 수연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가게 옆 작은 화단, 그 구석에 이리스가 홀로 앉아 있었다. 아까까지의 화려한 웃음은 사라지고,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수연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신입?"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물었다.

이리스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표정을 고쳤다.

"어, 수연 씨! 왜 나왔어요?"

"그냥 바람 좀 쐬려고. 근데 여기서 뭐 하냐."

"아, 그냥……." 이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애써 밝게 웃었다. "별 보고 있었어요. 제가 만드는 것 말고, 진짜 별이요."

수연은 그 대답에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괜찮냐."

"네, 그럼요."

"근데 표정이 좀……."

이리스는 그 지적에 순간 시선을 내렸다.

"……들켰네요."


"사실 좀 지쳐서요."

그녀가 나직이 털어놓았다.

"매일 꾸미고, 매일 밝게 웃고. 그게 다 진심이긴 한데, 가끔은……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안 꾸민 채로 앉아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럼 그래도 돼."

"근데 다들 제 화려한 모습을 좋아하니까, 그걸 계속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수연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피로,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안 된 그녀가 아직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습관이었다.

"근데 아까 가게에서는 그냥 순수하게 좋아서 그러는 것 같았는데."

"맞아요, 진짜 좋아해요. 꾸미는 거, 사람들 웃게 하는 거. 근데……." 그녀는 잠시 말을 골랐다. "가끔은 그 안 꾸민 모습도 누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수연은 그 말에 오래도록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좋아해. 지금 이 모습도."

이리스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요?"

"응. 화려한 모습도 멋지지만, 이렇게 화단에 앉아서 진짜 별 보는 모습도 좋아. 오히려 더 편해 보여서."

이리스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마워요."

"라면사장님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할걸.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보여줘도 된다고 했잖아."

"맞아요.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요."

"나도 사실 비슷한 경험 있어."

수연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검 쓰는 거요?"

"응. 다들 제 검술에 감탄할 때, 저는 사실 그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계속 잘해야 할 것 같고, 계속 멋있어야 할 것 같고."

"근데 지금은요?"

"지금은 그냥…… 못해도 되는 날이 있다는 걸 알아. 이 가게 사람들은 내가 실수해도 다들 그냥 웃고 넘어가 주더라고."

이리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에 얼굴을 살짝 파묻었다.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실수해도 괜찮은 날."

"신입은 이미 되고 있는 거 아니냐. 오늘 그릇 세 번이나 흘렸잖아."

이리스는 그 지적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좀 부끄러운 기록인데요."

"근데 아무도 그거 가지고 뭐라 안 했잖아."

"……맞아요."

그녀는 그 사실을 새삼 깨달은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인공 별자리 대신, 진짜 별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저기……." 이리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거, 아무한테도 말 안 해줄 수 있어요? 이렇게 앉아 있는 거."

"당연하지. 근데 왜?"

"그냥…… 아직은 이런 모습 보여줄 준비가 안 됐어요. 나중에는 몰라도."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근데 이런 시간, 계속 가져도 돼. 나도 가끔 같이 있어줄게."

이리스는 그 제안에 옅게, 그러나 진심 어린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진짜."

두 사람은 그렇게 조금 더 앉아 있다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기 전, 이리스는 다시 한번 얼굴을 매만지며 평소의 화사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 표정 아래, 오늘 나눈 이 짧은 대화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리스는 여느 때처럼 화려하게 꾸미고 가게 문을 열었다.

"오늘도 꾸꾸꾸했어요!"

비아가 그 모습을 보고 반갑게 달려왔다.

"오늘은 뭐다……이다?"

"오늘은 '씩씩한 하루' 콘셉트야."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며 옅게 웃었다. 어제 화단에서 봤던 조용한 얼굴과, 지금의 밝은 얼굴. 둘 다 진짜 이리스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오늘도 힘내라, 신입."

그녀가 작게 말을 건넸다.

이리스는 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알아채고, 눈빛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가게 안은 다시 평소의 활기로 채워졌고, 그 화려함 뒤에는 이제 그녀만이 아니라 이 사실을 알아준 한 사람의 든든함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비아가 그날도 어김없이 새로운 리본을 달고 나타나 이리스 곁을 맴돌았다.

"오늘 이리스 콘셉트 뭐냐……이다?"

"오늘? '씩씩한 하루'라니까."

"어제도 씩씩했다……이다."

"오늘은 더 씩씩한 거야."

비아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자기 리본을 매만졌다.

"나도 매일 더 꾸꾸꾸할 거다……이다!"

가게 안 사람들이 그 다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라면사장도 그 소란 속에서 옅게 웃으며 국물 냄비를 다시 저었다.

"오늘 국물은 특별히 더 정성껏 끓였다."

"그것도 꾸꾸꾸예요?"

이리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런 셈이다."

라면사장의 그 대답에 가게 안이 다시 한번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화려함과 소박함이 뒤섞인 이 가게의 하루가, 오늘도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수연은 그 소란스러운 아침을 바라보며 어제 화단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그 안에 감춰진 조용한 얼굴. 이 가게는 그 둘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곳이었고, 이리스도 이제 조금씩 그 사실을 믿기 시작한 듯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다들!"

이리스가 활기차게 외치며 앞치마를 둘렀다. 그 목소리에는 어제의 조용한 떨림 대신, 다시 채워진 단단한 밝음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수연은 이제 그 밝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