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30화. 별의 A/S
아침부터 가게 문이 거칠게 열렸다.
"저기요!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성난 얼굴의 주민 몇 명이 들이닥쳤다. 앞장선 남자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젯밤에 별자리 보여준다고 해서 온 가족이 옥상에 올라가서 기다렸는데, 갑자기 반쪽만 뜨고 나머지는 그냥 꺼져버렸잖아요!"
"저희 애가 완전 실망해서 밤새 울었다고요!"
가게 안에서 서빙 중이던 이리스가 그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죄송해요! 제가 확인해볼게요!"
"확인이고 뭐고, 어제 그렇게 화려하게 광고해놓고 이게 뭡니까?"
이리스는 그 항의에 순간 얼굴이 굳었지만, 이내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밤 다시 완벽하게 준비해서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특별히 더 화려하게요."
그녀의 사과는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웠다. 목소리 톤, 고개 숙이는 각도, 미소의 정도까지 모든 것이 정확했다.
성난 손님들도 그 완벽한 대응에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럼…… 오늘 밤엔 진짜 제대로 보여주는 거죠?"
"물론이죠! 약속드릴게요."
손님들이 만족한 얼굴로 돌아가자, 이리스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어깨가 아주 살짝 늘어지는 것을, 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괜찮냐, 신입."
수연이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네, 그럼요! 별거 아니에요."
이리스가 즉각 밝게 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진짜?"
"진짜예요. 이 정도는 흔한 일이에요."
수연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이리스를 따라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는 이리스의 드론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꺼내 세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야?"
"이 녀석 배터리 접점이 좀 헐거워졌나 봐요. 어제 착륙할 때 살짝 부딪혔거든요."
이리스는 작은 공구를 꺼내 능숙한 손길로 드론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서투른 서빙과는 완전히 다른, 전문가다운 손놀림이었다.
"이거 봐요, 여기 접점이 살짝 휘었어요."
"그거 고칠 수 있어?"
"당연하죠. 이런 건 제가 제일 잘해요."
공구를 쥔 그녀의 손끝은 조금의 떨림도 없이 정확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정교하게 접점을 펴고, 배선을 다시 연결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수연은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확신을 느꼈다. 이건 진짜 그녀가 자신 있는 영역이었다.
소예도 창고 문 앞에서 그 광경을 신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우와, 완전 전문가 같아요."
"이 정도는 기본이야."
"저도 나중에 배울 수 있어요?"
"당연하지! 근데 이거 진짜 섬세한 작업이라 조심해야 돼."
이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소예에게 드론의 내부 구조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소예는 눈을 반짝이며 그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작은 부품 하나하나가 다 역할이 있는 거예요?"
"응. 이게 균형을 잡아주는 거고, 이건 방향을 조정하는 거고."
"신기하다……."
수연도 그 옆에서 함께 들으며, 이리스가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자기 영역에서 편안해 보인다는 걸 느꼈다.
"근데 이런 거 매번 혼자 고쳐?"
수연이 물었다.
"네, 원래 그랬어요. 다른 사람한테 맡긴 적이 없어서."
"힘들지 않아, 신입? 공연도 하고, 수리도 하고, 이제는 여기서 일까지."
이리스는 그 질문에 잠시 손을 멈췄다.
"힘들죠. 근데…… 그게 제 일이니까요."
"꼭 혼자 다 해야 해?"
"그럼 누가 해줘요?"
그 되물음에는 옅은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수연은 그 어조에서 뭔가를 느꼈지만, 지금은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오후 내내 그녀는 나머지 아홉 대의 드론을 하나씩 점검했다. 배터리 상태, 프로펠러 정렬, 조명 회로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그 모습에서, 수연은 그녀가 이 기계들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진짜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는 걸 느꼈다.
"이름까지 붙여준 이유가 있어?"
수연이 물었다.
"그냥…… 매일 같이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이 녀석들이 없으면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평범한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럴지도요. 근데 아직은 이 녀석들이랑 함께하는 제가 더 익숙해요."
라면사장이 마침 창고를 지나가다 그 대화를 듣고 짧게 끼어들었다.
"기계도 손님이다. 잘 대해라."
"당연히 잘 대하죠!"
이리스가 발끈하며 답했지만, 그 말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저녁이 되자, 이리스는 다시 광장으로 나가 손상됐던 별자리를 완벽하게 복원했다. 화려한 빛의 궤적이 다시 밤하늘을 수놓았고, 사람들은 아침의 항의는 잊은 듯 환호했다.
"우와, 진짜 완벽하다!"
"역시 별 만드는 언니야!"
이리스는 그 환호에 완벽한 미소로 화답했다. 손을 흔들고, 감사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주었다. 그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수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완벽한 미소, 완벽한 리액션. 그러나 그녀는 그 미소가 낯설게 느껴졌다.
"저거……."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저거 무대용 웃음이야."
아까 항의했던 가족도 다시 광장을 찾아 완벽한 별자리를 감상했다. 아이는 아까의 실망은 잊은 듯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진짜 예쁘다!"
아버지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리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까는 제가 좀 심했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했어요."
"근데 오늘 건 진짜 대단하네요. 아까보다 더 화려한 것 같아요."
"오늘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이리스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조금 전 항의했던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을 뿐,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아 있진 않았다. 수연은 그 미묘한 간극을 여전히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가족이 만족스럽게 돌아간 뒤, 다른 구경꾼들도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광장이 서서히 한산해지고, 이리스의 어깨가 조금씩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수연은 이리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늘 진짜 고생 많았다, 신입."
"에이, 뭘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리스가 여전히 그 완벽한 미소를 유지한 채 답했다.
"근데……." 수연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그 웃음, 좀 쉬어도 돼."
이리스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무슨 말이에요?"
"나도 알아, 그 웃음이 뭔지."
"제가 뭘요?"
"진짜 웃음이랑, 보여주기 위한 웃음. 나도 검 휘두를 때 그런 표정 지어본 적 있거든. 힘들어도 괜찮은 척, 완벽한 척."
이리스는 그 말에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완벽했던 미소가 처음으로 옅게 흔들렸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가 결국 나직이 물었다.
"눈. 입은 웃는데 눈은 안 웃고 있더라."
이리스는 그 말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들켰네요."
"괜찮아. 나만 알아챈 것 같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내가 그런 표정 지을 때, 아무도 못 알아챘거든. 사장님만 빼고."
이리스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이번엔 진짜 웃음이었다.
"그럼 저도 이제 두 명한테 들킨 거네요. 여기랑, 지금."
"세 명이야. 사장님도 벌써 알고 있을걸."
이리스는 그 말에 놀란 눈치였다.
"진짜요?"
"응. 처음 왔을 때부터 뭔가 눈치챈 것 같던데."
지나가던 마왕이 그 광경을 흘끔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오늘 아침 소란은 잘 마무리됐나."
"네, 그런 것 같아요."
이리스가 애써 밝게 답했다.
마왕은 그 대답의 어색함을 눈치챈 듯,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
"백성들 앞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나도 잘 안다."
"……그러셨어요?"
"내가 다스릴 때, 실수 한 번 하면 왕국 전체가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했지."
"그래서 어떻게 되셨는데요?"
마왕은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무너졌다. 완벽한 척하느라 진짜 문제를 못 봤거든."
이리스는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럼 저도……."
"너는 아직 안 늦었다. 지금이라도 가끔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마왕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떴다. 수연은 그 짧은 대화가 이리스에게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광장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이리스는 이제 완벽한 미소를 굳이 유지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오늘 아침에 그 항의 받고 진짜 속상했어요."
그녀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근데 왜 그렇게 완벽하게 응대했어?"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화내면 안 될 것 같고, 속상해하면 안 될 것 같고."
"근데 화나고 속상한 건 당연한 거잖아. 애써 준비한 게 고장 났는데."
이리스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맞아요. 근데 그런 감정 보이면, 사람들이 실망할 것 같아서요. 완벽한 이리스가 아니게 되니까."
수연은 그 말에 마음이 아팠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
"진짜요?"
"나 봐. 나는 완벽한 이리스보다, 지금 이렇게 솔직한 이리스가 더 좋아."
이리스는 그 말에 결국 눈물을 살짝 훔치며 웃었다.
"고마워요, 진짜."
"오늘 드론 고치는 거 봤어. 그거 진짜 잘하던데."
수연이 화제를 돌렸다.
"그거요? 원래 좋아하는 거라서요."
"그럼 그것만 보여줘도 되지 않아? 화려한 공연 말고, 그냥 고치는 모습."
이리스는 그 제안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것도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나는 좋아했어. 오늘 그 손길, 진짜 멋있었거든."
이리스는 그 칭찬에 처음으로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화려한 무대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얼굴이었다.
"……생각해볼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복원된 별자리가 여전히 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수연에게는 이제, 그 화려한 빛보다 옆에 앉은 이리스의 진짜 표정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게로 돌아온 두 사람을 라면사장이 무심하게 맞았다.
"오늘 고생했다."
"저 오늘 좀 힘들었어요."
이리스가 처음으로 솔직하게 인정했다.
"안다."
"어떻게요?"
"보면 안다."
이리스는 그 짧은 대답에 옅게 웃었다.
"사장님도 진짜 다 아시는군요."
"모르는 척하는 거다, 대개는. 오늘은 좀 알아준 것뿐이다."
이리스는 그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 오랜만에 아무 꾸밈없는 얼굴로 국물 한 그릇을 받아 들었다.
"이거 먹으면 좀 나아지겠죠?"
"그럴 거다."
그녀는 조용히 국물을 한 술 떴다. 따뜻한 온기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완벽한 미소도, 화려한 별자리도 없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저녁이었다.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그런 이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 힘들었냐……이다?"
"응, 좀."
"근데 지금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낫다……이다."
"어떻게 다른데?"
"아까는 웃는데 슬퍼 보였다……이다. 지금은 안 웃는데 편해 보인다……이다."
이리스는 그 말에 놀라 비아를 바라보았다.
"……너도 알아챘어?"
"응……이다. 나 눈치 되게 빠르다……이다."
이리스는 그 자신만만한 대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네, 진짜."
"다음엔 안 웃어도 된다……이다. 여기선 안 웃어도 아무도 안 뭐라 한다……이다."
이리스는 그 말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작은 존재의 서툰 위로가, 그녀가 오늘 하루 들었던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도 깊이 와닿았다.
"고마워, 비아."
"천만에……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씩씩하게 가슴을 폈다. 수연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옅게 웃었다. 이 가게는 늘 이런 식이었다. 화려한 위로의 말 대신, 있는 그대로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곳.
라면사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조용히 그릇 하나를 더 준비했다.
"한 그릇 더 줄까."
"아니에요, 이거면 충분해요."
"그럼 내일도 오나."
"당연하죠. 내일은 진짜 아무것도 안 꾸미고 올지도 몰라요."
"그것도 괜찮다."
이리스는 그 대답에 활짝 웃었다. 이번엔 완벽하게 계산된 미소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새어 나온 진짜 웃음이었다.
그녀는 국물 그릇을 다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광장 저편, 아직 그녀가 만든 별자리의 잔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내일은 진짜 드론 고치는 거 보여드릴까 봐요. 화려한 공연 말고."
"그거 좋은 생각이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죠?"
"실망할 사람은 실망하고, 좋아할 사람은 좋아한다. 둘 다 어쩔 수 없다."
이리스는 그 담백한 말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이제 그렇게 생각해볼게요."
그녀는 가게 문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 다들 고마웠어요. 진짜로요."
"내일 봐, 신입.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수연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리스는 그 인사에 화답하며 문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아홉 대의 밝은 드론과 한 대의 어두운 드론이 다시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나 오늘 밤, 그 어두운 드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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