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77화. 회수 요구
손이 완전히 뻗어지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비아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시간을 다 합친 것보다 길게 느껴졌다.
"맡긴 것을 돌려받겠다."
그가 말했다. 손끝은 아직 그녀에게 닿지 않은 채, 허공에 정지해 있었다.
비아는 카운터 위에서 몸을 조금도 물리지 않았다. 토끼 귀가 팽팽하게 곤두섰고, 붉은 눈은 그 손끝을 똑바로 마주 봤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도망칠 생각조차 없었다.
"싫다……이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 두 글자 안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모든 완고함이 다 들어 있었다. 그녀는 평생 문이었다. 열림과 닫힘을 스스로 정하는 존재. 그러니 지금 이 거절도, 그녀가 가진 가장 오래된 권능의 발현이었다.
"그것은 도구다." 그가 담담히 답했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이미 확정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도구는 회수되어야 한다. 그것이 그의 논리의 전부였다.
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흔들렸다기보다는, 오래 눌러왔던 무언가가 처음으로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에 가까웠다.
"이건 도구가 아니라 네 마음이다……이다."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이전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마음은 물건처럼 못 돌려준다. 이미 내 일부가 됐다……이다."
그 말에는 저항의 의지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스스로에게도 확실히 설명하지 못했던 어떤 진실이 처음으로 언어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그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다시 내놓으라는 요구 앞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깊이 뿌리내려 있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그는 그 대답에 아주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은 망설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실행하기 직전의 마지막 정적에 가까웠다.
"…마음이든, 도구든." 그가 말했다. "회수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내부에서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주 작은 파열이 일어났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이 결정을 끝냈다고 믿고 있었다. 인간성을 넘겨준 그 밤, 그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온기까지 전부 비아에게 맡기고 떠났었다. 그것으로 계산은 끝났다고, 그는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확인시켰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서서, 그 절반을 다시 거둬들이려는 이 순간— 그는 자신이 왜 하필 지금, 하필 이 방식으로, 이것을 되찾으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도 완전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세계를 완전히 마취시키기 위해서는 이 마지막 감정의 조각까지 지워야 한다는 논리, 그것이 그가 붙든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 논리 뒤에,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그 무언가를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계산만 실행하면 되었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손끝이 비아의 형상—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께, 심장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을 법한 자리— 안으로 그대로 밀려 들어갔다. 저항도, 표면도 없었다. 마치 그녀라는 존재의 경계 자체가, 그의 손 앞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것처럼.
그 순간, 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끼이이이익— 낡은 문의 경첩이, 녹슨 채로 억지로 뒤틀리며 뜯겨나갈 때 나는 소리였다. 쇠와 쇠가 서로의 결을 거스르며 갈리는 소리, 그 안에 섞인 아주 미세한 파열음까지. 그것은 물리적인 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비아라는 존재 그 자체가— 그녀를 지금의 그녀이게 하는 모든 이음매가— 강제로 뜯겨나가는 소리였다.
그녀의 형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윤곽선이 마치 물에 비친 그림자처럼 흔들리더니, 이내 한쪽 어깨 부근에서부터 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존재를 이루는 빛의 입자들이, 마치 전류가 불안정한 낡은 조명처럼 점멸했다. 켜졌다 꺼졌다, 다시 켜졌다 완전히 꺼지기 직전까지 어두워졌다가, 또다시 억지로 켜졌다. 그 깜빡임의 리듬은 일정하지 않았다. 마치 뜯겨나가는 부위가 늘어날 때마다, 그녀의 존재 전체가 그 상실을 어떻게든 버텨보려 애쓰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이……다……"
그녀가 말을 이으려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
소리가 중간에서 그대로 끊겼다. 마치 테이프가 갑자기 잘려나간 것처럼, 마지막 음절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던 그 말버릇— 언제나 확고하게 매듭짓던 그 "……이다"라는 세 글자가, 처음으로 완성되지 못한 채 허공에 걸려버렸다.
그 미완성의 침묵이, 완성된 비명보다 훨씬 크게 가게 안을 울렸다.
형사는 그 광경 앞에서 숨을 멈췄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국자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평생 셀 수 없이 많은 죽음과 상실의 현장을 지켜봐 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뜯김은— 살이 찢기는 것도, 뼈가 부러지는 것도 아닌, 존재 그 자체의 결이 강제로 해체되는 이 광경은— 그가 알던 어떤 죽음과도 같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문 한 짝이, 아직 그 문틀에 완전히 속해 있는 채로 산 채로 뜯겨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비아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깜빡이며 흩어지려는 그 손이— 오히려 그의 손목을 마주 붙들었다. 힘껏, 놓지 않겠다는 듯이.
"너 없을 때부터," 그녀가 말했다. 이번엔 그 말이 끊기지 않았다. 마치 이 문장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해야 한다는 듯, 뜯겨나가는 존재의 마지막 온전한 의지가 그 한마디에 전부 실려 있었다. "나는 문이었다."
빛이 그녀의 어깨에서, 팔에서, 가슴에서 계속 깜빡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붙든 손을 놓지 않았다.
"네가 처음으로 나를 '너'라고 불렀다……이다."
뜯겨나가는 고통과 붙잡는 온기가 동시에 가게 안의 공기를 채웠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둘은 같은 순간,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형상이 갈가리 흔들리며 빛을 흩뿌리는 동안에도, 그녀의 손끝만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의 손목을 붙들고 있었다. 찢기는 몸과, 놓지 않는 손.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 장면을 그 무엇보다 아프게 만들었다.
그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의 눈에 —여전히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눈에— 아주 미세한 정지가 스쳤다. 계산이 아니라, 계산이 처음으로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멈춘 정지였다.
"…그랬었다." 그가 낮게 답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온도가 없었다. 그러나 그 대답이 나온 타이밍만은, 그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뱉은 어떤 말보다도 느렸다.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완전히 드러났다.
비아의 안에서 뜯겨나가고 있는 이것— 그가 회수하려는 이 절반— 은 단순한 감정의 파편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주 구체적인 기억의 다발이었다. 수연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던 순간들, 그녀가 웃을 때 저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던 순간들, 그녀가 다치고 돌아온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지켜보던 순간들— 그 모든 그리움과 사랑의 조각들이, 이 안에 통째로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아는 비로소, 지난 여러 달 동안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낯선 충동들의 정체를 처음으로 완전히 이해했다. 이유도 모른 채 수연의 손을 붙들고 놓지 않으려던 것도, 그녀의 옆자리에 바짝 붙어 잠들고 싶어지던 것도, 수연이 원정을 떠난 뒤 그녀의 물건과 자리에 유난히 애착을 느꼈던 것도— 전부 이것 때문이었다. 이 봉인된 그리움이, 비아 자신의 마음인 줄 알았던 그 모든 순간에, 사실은 그를 대신해 조용히, 끊임없이 수연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 것인 줄로만 알았다. 어린아이 같은 애착이라고, 그저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자연스러운 정情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 마음의 절반은—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부분은—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남자가 인간이기를 그만두던 그 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어 이곳에 맡겨두고 간 마음이었다. 비아는 그 마음을 자신의 것인 줄 알고 품어온 시간 동안, 실은 그를 대신해 계속 수연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 깨달음이 비아를 더 아프게 했다. 뜯겨나가는 고통보다, 그 진실을 알게 된 슬픔이 더 컸다. 자신이 그토록 이유 모를 그리움에 시달렸던 밤들이, 사실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실은 그녀를 안도하게도 했다. 적어도 이 사람이, 완전히 감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는 증거였으므로. 그가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그 차가움 아래 아직 이만큼의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는 증거였으므로.
지난 계절의 조각들이 순서 없이 그녀의 안에서 한꺼번에 떠올랐다. 원정을 떠나기 전, 아직 다 함께 있었던 시절— 별다른 이유 없이 수연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놓지 않던 저녁들. 떠나는 날 아침, 손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자신을 형사가 조용히 떼어놓아야 했던 그 장면. 수연이 원정 중일 때, 그녀가 쓰던 방석에 괜히 오래 앉아 있던 오후들과, 파빌라에게 굳이 수연의 안부를 몇 번이고 캐묻던 밤들. 그리고 수연이 마침내 돌아오던 날, 남들보다 유난히 오래, 유난히 세게 끌어안았던 그 재회의 순간까지. 그 모든 장면이 사실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이 사람의 그리움이 흘러나온 자리였다는 것을, 비아는 이제야 낱낱이 되짚어보고 있었다. 억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그리움을 대신 짊어지고 있었던 시간이, 이제 와 돌아보니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럼," 비아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빛이 그녀의 목덜미까지 깜빡이며 번져가고 있었다. "네 마음은, 계속 나였다……이다. 내가 그리워한 게 아니라, 네가 나를 통해 그리워한 거다……이다."
그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 봉인된 그리움의 가장 마지막 층— 에 닿아 있었다. 그것을 완전히 꺼내는 순간, 그녀 안에 남은 마지막 온전함까지 함께 뜯겨나갈 것이었다.
바로 그때, 가게의 문이 안쪽부터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성에가 유리창 가장자리에서부터 퍼져나가더니, 순식간에 문 전체를 하얗게 뒤덮었다. 나무 문틀이 얼음의 무게로 삐걱거렸다. 그 서늘한 공기가 가게 안으로 밀려드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그 존재를 알아챘다.
문 앞에, 수연이 서 있었다.
후드는 쓰지 않은 채였다. 오랫동안 얼굴을 가려주던 그 토끼 후드가, 지금은 그녀의 등 뒤로 완전히 젖혀져 있었다. 숨길 것이 없다는 듯, 감출 감정이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두 눈은 지금 이 순간 가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 뜯겨나가는 비아와, 그 손을 붙든 채 서 있는 남자— 을 정확히, 남김없이 담고 있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저 안에서 뜯겨나가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몸이 먼저 반응했다— 마치 자신의 몸 어딘가에서도 똑같이 무언가가 뜯겨나가고 있는 것처럼, 가슴 한복판이 저릿하게 당겨왔다. 그녀는 그 통증의 출처를 짚어내려 애썼다. 오랫동안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토끼 후드, 그 안에 밴 낯선 온기. 비아가 이유도 없이 자신의 손을 붙들고 놓지 않던 밤들. 원정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유난히 자신의 물건에, 자신이 앉던 자리에 매달리던 그 모습들. 그 모든 조각이 지금 이 순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려 하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완성되기 직전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 손끝이 뜯어내려는 것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정확한 논리가 아니라 순전한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신살의 힘을 처음 다시 쥐었던 그날처럼, 이번에도 몸이 머리보다 먼저 답을 찾아냈다. 저건 단순한 도구의 회수가 아니었다. 저건 누군가의 그리움을, 강제로 뜯어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이제 막 깨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수연의 손끝이 떨렸다. 화가 나야 마땅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녀 안에서 가장 먼저 치밀어 오른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서글픔이었다. 저 사람은 지금, 자신이 남기고 간 마음의 흔적조차 견디지 못해 그것마저 지우러 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품은 채 살아온 비아는— 그리고 어쩌면 그 마음의 일부를 무의식중에 나눠 받았을지도 모를 자기 자신은—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끌어안고 살아온 것인가. 그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갖고 있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저 뜯김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녀의 발밑에서 서리가 퍼져나가며 바닥을 하얗게 물들였다.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가게 전체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그 냉기와 달리 낮고 고요했다.
"먼저 저부터 상대하세요."
짧은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그 어떤 절규보다도 단호한 결의가 실려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비아가 감당하고 있는 그 고통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언하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손끝은 여전히 비아의 안쪽에 머문 채였다. 그의 눈이 문가에 선 그녀를 마주했다.
가게 안의 시간이, 아주 잠깐 완전히 멈춘 것 같았다. 뜯겨나가는 빛의 깜빡임도, 냉기가 퍼져나가는 소리도, 형사가 참고 있던 숨소리도— 모든 것이 그 짧은 정적 안에 갇혔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비아는 여전히 그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마지막 남은 온전한 힘을 다해 속삭였다.
"…아직……이다."
그것은 애원이 아니었다. 시간을 벌기 위한 선언이었다. 아직 완전히 뜯겨나가지 않았다는, 아직 이 손을 놓지 않았다는— 문이었던 존재가, 마지막까지 지켜낸 단 하나의 확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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