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60화. 2막 커튼콜: 균형의 사자

녹사와 헤어진 뒤로 사흘, 원정대는 귀로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후드의 온기가 가리키는 방향은 더 이상 낯선 세계를 향하지 않았다— 익숙한 결, 노바 니발리스 쪽의 온기였다. 형사는 짐을 정리하며 오랜만에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이번엔 정말 돌아가는 겁니까?"

"그런 것 같아." 수연이 답하며, 손질해 둔 검을 등에 갈무리했다. 옆구리의 붕대는 여전히 뻐근했지만, 걸음을 옮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녹사 씨도 이겼고, 청룡도 잠들었고. 이 정도면— 한 번쯤 숨 돌려도 되지 않을까."

레테가 마지막으로 야영지의 불씨를 정리하며 웃었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꼭 뭔가 나타나더라고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이 갈라졌다.


처음엔 소리부터 왔다. 아주 낮은 저음이 대기 전체를 진동시켰다. 사람의 귀로는 온전히 듣지 못하고 가슴뼈로 먼저 느끼는 소리였다. 수연은 그 진동을 느끼는 순간 반사적으로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형사는 발밑의 땅이 미세하게 울리는 걸 신발 바닥으로 감지했다. 마치 아주 먼 곳에서 거대한 발걸음이 다가오고 있는 듯한, 규칙적이고 무거운 울림이었다.

"…이거, 청룡 때보다 더 큽니다." 형사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며, 그 틈으로 산맥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는 듯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처음엔 그저 거대한 소의 형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그만큼 컸다. 굵은 목덜미와 등 전체를 뒤덮은 것은 털이 아니라 오래된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지층이었고, 그 등 위에는 실제로 하나의 탑이 자연스럽게 솟아 있었다. 세월에 풍화된 돌탑, 그 자체가 이 존재의 등뼈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발굽이 땅에 닿을 때마다 공기압이 훅 밀려와 세 사람의 옷깃을 흔들었다. 눈에 보이는 진동이 아니라, 살갗으로 먼저 느껴지는 압력이었다. 멀리 있는 나무들이 그 발걸음마다 소리 없이 휘청였고, 눈밭 위로 잔물결 같은 파장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숨소리마저 거대했다— 낮고 느린 숨 한 번이 마치 겨울바람 한 자락이 지나가는 것처럼 세 사람의 뺨을 스쳤다.

수연은 그 발걸음의 리듬이 이상하리만치 일정하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까지 만난 신들은 저마다 다른 박자로 세계에 충격을 줬다— 청룡은 몸부림칠 때마다 계절이 미친 듯 날뛰었고, 녹사는 비명 하나하나가 불규칙하게 터졌다. 그런데 이 존재의 발걸음은 시계추처럼 정확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사이의 간격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마치 세계 그 자체의 박동을 재는 듯한 걸음걸이였다.

귓속이 먹먹해질 정도로 기압이 낮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형사는 그 압력 변화에 귀가 멍해지는 걸 느끼며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레테는 목도리를 여미며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황룡." 그녀가 그 이름을 낮게 읊조렸다. "중앙과 균형의 수호자."


그 거대한 형상이 마침내 지상 가까이 내려섰다. 땅이 크게 한 번 울렸고, 눈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수연은 그 앞에서 저도 모르게 검자루를 고쳐 쥐었다. 그러나 손끝에 닿은 감각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맞서온 다른 수호자들에게서 느꼈던 그 팽팽한 긴장, 억눌린 고통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수연은 반사적으로 그 몸을 눈으로 훑었다. 목덜미도, 등도, 발목도. 실이 없었다.

"…실이 없어요."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레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만난 모든 수호자한테 실이 있었는데."

형사도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거대한 몸을 다시 살폈다. 봉인의 흔적도, 강제의 흔적도, 고통의 기색도 없었다. 그저 고요하고 압도적인, 완전한 존재감뿐이었다.

황룡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눈이 세 사람을 정면으로 내려다봤다. 그 눈빛에는 적의도, 괴로움도 없었다. 다만 오래된 것 특유의, 흔들림 없는 확신만이 담겨 있었다.

"나는 묶이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마치 아주 오래된 종이 울리듯, 한 음절 한 음절이 땅을 통해 전신으로 전해졌다.

"동의했다."


수연은 그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만난 여섯의 수호자— 세레스티아, 현무, 청룡, 백호, 주작, 그리고 녹사까지— 그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실에 묶인 채, 자신의 의지와 반대되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그 반대편의 몸부림이야말로 원정대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였다.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구원의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존재에게는 그 실마리가 아예 없었다. 저항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는 이미 스스로 그 편에 서기로 결정했으니까.

수연은 순간 아득해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싸워온 방식— 상대의 몸과 마음이 갈라진 틈을 파고들어, 그 틈에 검을 걸고, 마침내 실을 끊어 자유를 되돌리는 방식— 이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직감했다. 자유가 되돌려줄 게 없었다. 이미 자유로운 선택으로 여기 서 있는 존재였으니까.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적이다.' 수연은 속으로 되뇌었다. 여태까지의 싸움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조였다. 아무리 격렬해도, 그 끝에는 언제나 풀려나는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풀려날 사람이 없다. 이 거대한 존재는 갇힌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간 거니까. 그렇다면 이 싸움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유도, 해방도 아닌— 순수한 대립만이 남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 손은, 녹사 앞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이유로 무거웠다. 그때는 검을 겨눌 수 없어서 무거웠다. 지금은— 검을 겨눠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무거웠다.


"고통 없는 세계가 곧 균형이라 판단했으므로."

황룡이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중앙에서, 사방의 균형이 무너지고 세워지는 걸 지켜봤다. 계절이 미쳐 날뛰고, 결단이 함부로 나뉘고, 빛이 꺼지고, 기억이 왜곡되는 걸— 나는 그 모든 걸 저울에 올려 재왔다. 그리고 그 사람이 세운 세계를 봤을 때, 나는 처음으로 완전한 저울을 봤다."

레테는 문득 자신이 오래전 관장했던 어느 세계를 떠올렸다. 그곳 사람들은 슬픔을 잊는 대신 기쁨의 감각도 함께 잃어갔다— 망각이 지나치면, 남는 건 균형이 아니라 그저 텅 빈 평온이었다. 그 세계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권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되새기곤 했다. 지금 눈앞의 존재가 말하는 균형이, 그 텅 빈 평온과 얼마나 닮았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레테가 앞으로 나섰다. "완전한 저울이 아니에요. 그건 그냥— 저울추를 다 치워버린 저울이에요."

황룡의 거대한 눈이 그녀를 향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너무 길어서, 형사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들었다, 그 논리는." 황룡이 마침내 답했다. "다른 수호자들에게서도, 그리고 지금 너에게서도. 그러나 나는 판단을 바꾸지 않는다."

"어째서요." 수연이 물었다. 목소리에 힘을 실으려 했지만, 그 거대함 앞에서 목소리가 자꾸만 작아졌다.

"나는 논리로 흔들리는 존재가 아니다." 황룡이 답했다. "나는 저울이다. 저울은 말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저울은 실제로 다른 무게가 얹혀야만 기운다."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형사와 레테를 향해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셋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오늘 이 자리에서 결판날 싸움이 아니었다.

"그럼," 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무얼 하러 오신 겁니까."

"경고하러 왔다." 황룡이 답했다. "너희가 지금까지 열 가운데 여섯을 흔들었다는 걸, 나는 안다. 세레스티아를 물리쳤고, 청룡과 백호와 주작을 풀었으며, 현무는 스스로 가라앉았고, 녹사마저 되찾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다르다.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나를 흔들 만한 무게를 아직 가져오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그 거대한 몸이 서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발굽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마지막으로 육중한 진동이 한 번 더 퍼졌다.

"돌아가라." 황룡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하늘 위에서 낮게 울렸다. "다음에 만나면, 나는 너희를 지운다."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형상은 갈라졌던 구름 사이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하늘이 다시 원래의 잿빛으로 닫혔다. 마치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계는 다시 고요해졌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수연이 먼저 침묵을 깼다. "…쟤는, 진짜네."

"진짜라뇨?" 레테가 물었다.

"인질이 아니라 확신범이잖아." 수연이 말했다. "지금까지 만난 애들은 다 어딘가 붙잡혀 있었어. 근데 쟤는— 자기가 원해서 저기 있는 거야."

형사가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제일 어려운 상대군요. 인질이 아니라 확신범입니다."

그 말이 눈 덮인 벌판 위로 낮게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원정대는 언제나 상대의 몸과 마음 사이의 틈을 찾아 싸워왔다. 그 틈이 곧 승리의 문이었다. 그러나 황룡에게는 그런 틈이 없었다. 그는 온전히 하나였다— 몸도 마음도, 판단도 신념도, 전부 한 방향을 향해 완벽하게 정렬된 존재.

레테가 낮게 말했다. "이 힘이 만약 정말로 최강이라면— 이건 신들의 전쟁 전체에서 가장 큰 벽일 거예요."

"근데 순서상으론 제일 마지막이 아니잖아." 수연이 말했다. 그녀는 후드를 매만지며 지평선 저편을 바라봤다. "녹사 씨가 그랬어. 둘 남았다고. 그중 하나는 실조차 필요 없을 거라고. 그게 쟤였네."

"그럼 남은 하나는요?" 형사가 물었다.

아무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잠시 말없이, 황룡이 사라진 하늘의 흔적을 바라봤다. 구름은 이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잿빛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 아래 서 있는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방금 마주한 그 확신에 찬 존재감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수연은 자신의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신살의 힘은 지금까지 늘, 상대의 몸과 마음이 갈라진 자리를 파고들어 그 틈에 결과를 새겨 넣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청룡의 사슬을 끊을 때도, 녹사의 실을 끊을 때도— 언제나 저쪽에 '풀려나고 싶어 하는 반쪽'이 있었기에 이 힘이 걸릴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방금 마주한 존재에게는 그 틈이 아예 없었다. 온전히 하나로 정렬된 존재를 상대로, 자신의 힘이 대체 어디에 걸릴 수 있을지 수연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날 내가 부순 세계도, 어쩌면 저런 모습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갈라진 틈 없이, 그저 하나의 방향으로 완전히 정렬되어 있던 것. 그런 걸 부수려면— 그때는 그냥 전부를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할까. 그녀는 그 물음 앞에서 잠시 숨이 막혔다. 신살이라는 이름 그대로, 신을 완전히 끝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아직, 그 답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일단은," 수연이 마침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돌아가자. 세레나 위원장님한테도, 녹사 씨한테도— 이 얘기 전해야지."

"그리고 좀 쉬어야죠." 레테가 옅게 웃으며 덧붙였다. "이번엔 정말로."

세 사람은 다시 노바 니발리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등 뒤로, 방금 전 거대한 존재가 내려섰던 자리에 남은 발자국 하나가— 사람 몇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크기로, 눈 위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 발자국은 오래도록 녹지 않을 것처럼, 고요하고 단단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날 밤, 모닥불 앞에서도 세 사람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형사가 장작을 하나 더 던져 넣으며 낮게 입을 열었다.

"인질이었던 여섯은, 결국 다 흔들 수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갈라져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확신범은— 애초에 흔들 자리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논리로도 안 되고, 힘으로도 안 되고." 수연이 담요를 끌어당기며 나직이 덧붙였다. "그럼 대체 뭘로 이겨야 해?"

아무도 그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레테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아마— 이번엔 저희 쪽이 먼저 흔들려야 할지도 몰라요. 상대를 흔드는 게 아니라, 저희가 먼저 무언가를 걸어야, 저울이 반응할 거예요."

수연은 그 말을 담요 속에서 오래 곱씹었다. 모닥불의 불씨가 낮게 타닥거렸다. 오늘 만난 그 거대한 존재의 낮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낮게 울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문득 도시에 남겨두고 온 얼굴들을 떠올렸다— 세레나, 비아, 그리고 여전히 증언대에 서 있을 녹사.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이 무거운 예고 앞에서도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가 마침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일단 돌아가서, 세레나 위원장님한테 이 얘기부터 전하자. 다음 싸움은, 다 같이 준비해야 할 것 같으니까."

형사와 레테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닥불이 사그라지는 소리만이 낮게 이어지는 가운데,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을 품은 채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 너머, 아직 오지 않은 세 번째 막이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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