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6화. 통증을 미워하는 사람들

이틀째, 소리는 여전히 밤마다 이어졌다.

도시는 서서히 그것에 적응해가고 있었지만, 적응이 곧 이해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견디는 법은 배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늘 두려움을 낳았다.

볼도는 그날 아침 유독 일찍 가게에 들렀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밤새 순찰했어?"

수연이 물었다.

"응. 다들 문 걸어 잠그고 있어서 오히려 순찰 돌기는 편해."

"그 소리, 순찰 중에도 들려?"

"제일 크게 들려. 경계 쪽이 내 담당이니까."

"괜찮아?"

볼도는 잠시 침묵하다 짧게 답했다.

"익숙해지는 것도 이상하더라."

"어떤 게?"

"처음엔 소름 끼쳤거든. 근데 요 며칠은 오히려 그 소리가 안 들리면 더 불안해. 뭔가 잘못됐나 싶어서."

"그건 좀 이상한데."

"그러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볼도는 그 말을 하고서 스스로도 낯설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카운터에 앉아 조용히 국물을 들이켰다. 수연은 그의 옆얼굴에서 평소보다 짙은 피로를 읽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이 도시의 밤은, 겉보기와 달리 아무나 편히 넘기는 시간이 아니었다.

시장 좌판에서는 온갖 추측이 오갔다.

"도시 경계 너머에서 뭔가 들어오려는 거 아냐?"

"재앙의 전조라던데."

"누가 저주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어."

수연은 배달을 돌며 그런 말들을 스치듯 들었다. 근거 없는 소문들이었지만, 반복될수록 사실처럼 굳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들 뭔지도 모르면서 왜 저렇게 무서워해요?"

가게로 돌아와 라면사장에게 물었다.

"모르니까 무서운 거다."

"알면 안 무서워요?"

"알아도 무서울 수 있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낫다."

"그럼 알려주면 되잖아."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님상에 그릇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수연은 그 침묵이 답답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날 오후, 소동이 벌어졌다.

골목에서 뛰어놀던 아이 하나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다. 발목이 심하게 부었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지나가던 세레나가 재빨리 아이를 안아 올려 가게로 데려왔다. 발을 다친 곳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늘 있는 곳이었다.

"여기 앉혀도 되죠?"

"당연하다."

라면사장이 즉시 자리를 내주었다. 수연이 서둘러 찬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왔고, 소예는 붕대를 찾아 뛰어갔다. 비아는 아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이는 발목을 붙잡은 채 훌쩍이며 말했다.

"아파요……. 아픈 거 진짜 싫어요."

"그래, 많이 아프겠다."

수연이 조심스럽게 발목을 살피며 말했다.

"왜 아픈 게 있는 거예요……. 안 아프면 안 돼요?"

그 순진한 질문에 가게 안의 어른들이 잠시 말을 잃었다. 흔한 아이의 투정 같은 말이었지만, 요 며칠의 분위기 속에서는 어쩐지 더 무겁게 들렸다. 수연과 소예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이내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렸다.

라면사장이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그는 평소 아이들에게 그다지 살갑지 않은 편이었지만, 오늘은 드물게 시간을 들여 마주 앉았다.

"아픈 건 나쁜 게 아니다."

"근데 아프잖아요……"

"아픈 건 경고다."

"경고요?"

"몸이 너한테 말해주는 거다. '여기 다쳤다, 조심해라'라고. 경고가 없으면 넌 다친 채로 계속 뛰어다녔을 거다. 그럼 더 크게 다쳤을 거고."

비아가 아이의 다른 손을 마저 잡아주며 작게 속삭였다.

"나도 예전에 발 다친 적 있다……이다."

"진짜?"

"진짜다……이다. 그때도 아팠지만, 그게 신호라서 다행이었다……이다."

"무슨 신호?"

"더 다치기 전에 멈추라는 신호다……이다."

아이는 그 말에 조금씩 울음을 그쳤다. 비아 특유의 어눌한 말투가 오히려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듯했다. 세레나는 옆에서 아이의 이마를 짚어 열이 없는지 확인하며 나직이 덧붙였다.

"많이 놀랐죠. 그래도 지금 잘 참고 있어요."

아이는 그 말에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아픈 게 저를 지켜주는 거예요?"

"그렇다. 아픈 걸 미워하면 안 된다. 미워해야 하는 건 아프게 만든 사고이지, 아픔 그 자체가 아니다."

라면사장은 그 말을 하며 아이의 발목에 조심스럽게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의 손길은 투박했지만 신중했다.

"경고가 없으면, 무너지는 것도 모른다."

그 말은 아이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어쩐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수연은 문득 요 며칠 밤의 그 소리를 떠올렸다.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피하고, 문을 걸어 잠그던 그 소리를.


아이가 부모 손에 이끌려 돌아간 뒤, 가게 안은 다시 평소의 소음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수연은 그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까 그 말……"

"뭐."

"아픈 게 경고라는 거. 혹시 밤에 들리는 그 소리도 그런 거야?"

라면사장은 순간 손을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수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

"맞구나."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근데 방금 그건 힌트였잖아."

"힌트가 아니라 원칙이다. 아이한테 한 말은 아이한테 한 말이다."

수연은 그 대답이 답답했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조용히 카운터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사람들이 그 소리를 재앙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것과, 아이의 발목 통증을 경고라 부르는 것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저녁, 소예가 손님상을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그 얘기, 저도 듣고 있었는데요."

"어느 부분?"

"아픈 걸 미워하지 말라는 거. 저도 예전에 그런 적 있어요. 뭔가 힘들 때마다 그냥 이 감정 자체가 싫어서 억누르려고만 했거든요."

"그래서?"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때 힘들었던 게 사실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였더라고요.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원인 없이 결과부터 내는 자신의 힘을, 한때는 그저 이상한 것으로만 여기고 억누르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자신의 일부였다.

"신호를 무시하면 어떻게 돼?"

"더 크게 터지겠죠. 아까 사장님 말대로."

수연은 문득 자신의 힘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원인 없이 결과부터 내는 그 낯선 감각을, 처음엔 애써 못 본 척하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워졌던 기억이 났다.

"나도 비슷한 적 있어. 뭔가 이상한 힘이 있는데, 그냥 없는 셈 치려고 했거든. 근데 그럴수록 더 제멋대로 튀어나오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받아들이기로 했어. 이게 나구나, 하고."

"그러니까 나아졌어요?"

"적어도 다루기는 쉬워졌어."

소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웃었다.

"사람이든 힘이든 도시든, 다 똑같은가 봐요. 무시하는 것보단 마주 보는 게 나은 거."

두 사람은 그 말을 곱씹으며 한동안 말없이 정리를 계속했다.


저녁 장사가 한창일 때, 아까 그 아이의 부모가 감사 인사를 하러 다시 들렀다. 아버지는 라면사장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애가 아까 그 말을 계속 곱씹더라고요. 아픈 게 지켜주는 거라고."

"별말 아니었다."

"아니에요. 저도 사실 그동안 애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그냥 짜증부터 냈거든요. 오늘 듣고 좀 반성했습니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그릇을 내밀었다.

"국물이나 드시고 가라."

아버지는 옅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 가게가 단순히 밥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기서 오가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며칠을 바꾸기도 했다.

마왕이 그 옆 테이블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끼어들었다.

"내가 다스리던 시절엔 저런 말 해주는 신하가 없었지."

"왜요?"

"다들 내 눈치만 보느라 바빴으니까. 아픈 소리를 하면 내가 싫어할까 봐, 다들 괜찮은 척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마왕은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술잔을 비웠다.

"경고를 못 들었지.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그 말은 낮에 라면사장이 아이에게 했던 말과 정확히 겹쳤다. 수연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마왕이 그 대화를 들었을 리 없는데도,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그거 오늘 사장님이 한 말이랑 똑같은데요."

"당연하다. 세상 어디서나 같은 이치다. 왕국이든, 가게든, 사람이든."

마왕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그의 뒷모습에서 오늘따라 유독 옛 왕의 무게가 느껴졌다.


밤이 깊어지자, 그 소리는 다시 시작되었다. 낮고, 길고, 오늘따라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리는 듯했다.

비아가 창가에 앉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두려움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오늘은 안 무서워?"

수연이 다가가 물었다.

"무서운 거 아니었다……이다."

"그럼?"

"슬픈 거였다……이다. 계속."

"뭐가 슬픈데?"

비아는 오래 침묵하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안 들어줘서……이다."

수연은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재앙이라 불리며 사람들이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드는 저 소리가, 사실은 그저 들어줄 사람을 찾는 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스쳤다.

"……우리라도 들어줘야겠다."

"그래도 되냐……이다?"

"응. 아픈 걸 미워하지 말라며. 저 소리도 아픈 소리일 수 있잖아."

비아는 그 말에 조금씩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수연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창가에 나란히 앉아, 그 낮고 긴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라면사장은 주방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이에게 했던 말이, 자기 자신에게도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아픈 걸 미워하지 말 것. 경고가 없으면 무너지는 것도 모른다는 것. 그는 국자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언젠가 저 소리의 주인이 이 문턱을 넘을 날을 위해, 오늘도 조용히 불을 지키고 있었다.

소예가 마감 정리를 하다 말고 문득 물었다.

"사장님은 아플 때 어떻게 해요?"

"나?"

"네. 아까 그 말, 사장님 본인한테도 적용돼요?"

라면사장은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나는…… 아직 잘 못한다."

"경고를 무시한다는 거예요?"

"무시한다기보다는, 못 들은 척하는 쪽에 가깝다."

"왜요?"

"들으면 뭔가 해야 하니까. 근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진짜로 없어요?"

"……아직은. 때가 되면 달라질 거다."

소예는 그 대답에서 뭔가 더 깊은 게 있다는 걸 느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조용히 마지막 그릇을 정리하고 앞치마를 벗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너도."

가게 문을 잠그기 전, 라면사장은 잠시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그 낮고 긴 소리가 골목 끝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가, 이내 평소처럼 담담한 얼굴로 돌아왔다.

"내일도 문은 연다."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않은 그 말은, 그러나 이 도시 전체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문을 잠그고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조금 무거웠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가게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 것이었다. 그 소리가 그치든, 그치지 않든. 통증을 미워하지 않는 법을, 이 도시는 아직 배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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