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55화. 비아의 감기

이상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가게 뒷문의 경첩이었다. 원래 그 문은 비아가 손대면 항상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녀가 이 가게에 온 뒤로, 문이라는 것들은 유난히 그녀의 손을 잘 따랐다— 마치 오래전 자신이 문 그 자체였던 시절의 버릇이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그런데 요 며칠, 뒷문을 밀 때마다 경첩에서 낮은 마찰음이 났다. 처음엔 파빌라가 기름칠이 부족한가 싶어 손질을 했지만, 다음 날이면 또 뻑뻑해졌다. 문제는 경첩 자체가 아니었다. 비아의 손이 문에 닿는 순간에만 그 뻑뻑함이 나타났고, 다른 사람이 밀면 아무 문제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이상하다……이다." 비아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모르게, 그 순간부터 뒷문 쪽을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상은 유리창이었다. 가게 창문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미세하게 늦게 따라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 유리 속의 비아는 반 박자쯤 늦게 그 움직임을 따라 했다— 마치 그녀의 형체가 이 세계에 완전히 붙어 있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 파빌라가 그 사실을 처음 알아챈 건, 비아와 나란히 카운터를 정리하다 우연히 유리창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였다. 파빌라의 그림자는 정확했다. 그러나 비아의 그림자만, 아주 살짝 흐릿하게 어긋나 있었다.

"…비아, 괜찮아요?" 파빌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다……이다." 비아가 즉시 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에서, "……이다"라는 어미가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느리게 붙었다. 파빌라는 그 어긋남을 눈치챘지만, 당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 사이로, 비아의 손이 자꾸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수연이 원정을 떠나기 전 늘 앉던 카운터 자리. 그녀가 검을 손질할 때 쓰던 낡은 천. 벽에 걸린, 이제는 손잡이가 반들반들해진 그 자리의 옷걸이— 수연의 겉옷이 걸려 있던 자리. 비아는 청소를 한다는 핑계로 그 자리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쳤고, 지날 때마다 손끝으로 그 물건들을 가만히 매만졌다.

처음엔 그저 그리움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이 되어간다는 게, 이런 마음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일 거라고. 그러나 요 며칠, 그 그리움의 결이 조금 이상했다. 단순히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훨씬 깊고, 훨씬 조급하고, 훨씬 그녀 자신답지 않은 무언가가 그 안에 섞여 있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마음이 그녀의 몸을 빌려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낯선 감각이었다.

그녀는 그 낯섦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몸은 마음보다 정직했다.

그날 저녁, 비아는 카운터에서 그릇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손을 짚었다. 그릇이 그녀의 손끝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의 손이, 아주 짧은 순간 그릇을 통과할 뻔한 것처럼 흐릿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비아!" 파빌라가 놀라 뛰어왔다.

"…괜찮다……이다." 비아가 다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 스스로도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의 이마는 뜨거웠다. 인간이라면 열이라고 부를 그 증상이, 비아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 다만 그 열은 이마뿐 아니라 그녀의 형체 전체에서 배어 나오는 듯했다—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대신, 그녀의 윤곽 전체가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게 일렁였다.

세레나와 녹사가 그 소식을 듣고 급히 그녀의 방으로 왔다. 녹사는 비아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이건 몸의 병이 아니다." 그녀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요?" 파빌라가 물었다.

"마음이 넘친 거다." 녹사가 답했다. "너무 오래 참아온 마음이, 몸까지 흔드는 거다. 나도 안다. 나도 그런 식으로 무너진 적이 있다."

세레나는 비아의 이마를 짚은 손을 떼며 조용히 말했다.

"비아, 무슨 일 있었나요? 요즘 계속— 뭔가 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비아는 그 질문에 오랫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천장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몇 번이고 말을 시작하려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세레나와 녹사가 조용히 방을 나가고, 방 안에는 파빌라만 남았다. 파빌라는 비아의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평소보다 훨씬 뜨거웠다.


"…파빌라." 비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네."

"물어볼 게 있다……이다."

"뭐든지요."

비아는 천장을 바라본 채, 오랫동안 숨을 골랐다. 그녀의 눈가가 조금씩 젖어들었다.

"요즘,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난다……이다." 그녀가 말했다. "그 사람이 앉던 자리, 그 사람이 쓰던 물건, 그 사람이 걸었던 길— 그런 것들을 보면 자꾸 손이 간다……이다. 처음엔 그냥 그리운 거라고 생각했다……이다. 근데—"

그녀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파빌라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이거 내 마음 맞아?" 그녀가 물었다. "아니면 그 사람 마음이 나한테 남아 있는 거야?"

파빌라는 그 질문 앞에서,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비아가 말을 이었다. "나는 원래, 그 사람이랑 제일 먼저 만난 사이다……이다. 세레나보다도, 이 도시보다도 먼저. 근데—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반쯤 갖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이다. 반쯤 지워지려는 그 사람의 마음이, 절반은 나한테 있는 것 같다……이다. 그럼 지금 이 그리움도— 진짜 내 그리움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남겨둔 그리움일 수도 있다……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마음인데, 내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이게 제일 무섭다……이다."


파빌라는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속에서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비아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문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정착할 자리 없이 늘 어딘가로 향하던 존재. 그런 비아가 이제야,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자기 것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 그것은 파빌라 자신이 겪어온 두려움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수백 번 다시 만들어진 삶 속에서, 파빌라도 오랫동안 자신의 선택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의심해왔다. 왕이 정해준 반복 속에서 웃던 그 웃음이, 정말 자신이 선택한 웃음이었는지— 그 질문은 그녀를 오래 괴롭혔었다.

그래서 파빌라는 이 순간, 자신이 답을 모른다는 것 자체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 섣불리 "아니야, 그건 그냥 네 마음이야"라고 단정 짓는 건, 오히려 비아의 두려움을 덮어버리는 것과 같았다. 그 두려움은 덮어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이었다. 아저씨가— 라면사장이 그렇게 사람들의 고통을 지워왔다면, 지금 이 순간 파빌라가 할 수 있는 건 정반대의 일이었다. 지우는 대신, 정확히 이름을 붙여주는 일.

그녀는 레테에게서 배운 것을 떠올렸다. 아픈 기억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렇게 하면 그 감정은 괴물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슬픔이 된다는 것. 지워지지 않는 것과 함께 사는 방법은, 그것을 없애는 게 아니라 정확히 부르는 것이었다.

파빌라는 비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비아."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이건 사장님이 보고 싶은 거."

비아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잠시 그 말을 곱씹듯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눈물이 그녀의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다……이다."

"그럼 됐어요." 파빌라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병 아니에요."


그 말이, 이상하게도 비아의 몸에서 뻣뻣하게 굳어 있던 무언가를 조금씩 풀어냈다. 그녀의 윤곽이 흐릿하게 일렁이던 것도, 아주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근데," 비아가 눈물을 닦으며 다시 물었다. "그게 내 마음인지, 그 사람 마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이다."

"그건 몰라도 돼요." 파빌라가 답했다. "왜냐면— 둘 다 슬픈 거잖아요. 비아의 마음이든, 사장님의 마음이 비아 안에 남아 있는 거든. 어느 쪽이든 결국은 같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거니까요. 굳이 어느 게 진짜인지 나누지 않아도, 그냥 지금은— 그리운 걸 그리워해도 돼요."

비아는 그 말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나……이다?"

"음." 파빌라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레테 언니한테요. 그리고— 저도 요즘, 저 자신한테 그렇게 해보고 있어요. 제 슬픔이 진짜 제 건지, 아니면 그냥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인지— 저도 아직 다 몰라요. 근데 어느 쪽이든, 지금 슬프면 슬픈 거니까요."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고, 방 안의 등불만이 조용히 흔들렸다.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두 사람 모두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밤, 그들은 그 배움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을 함께 나눠 가졌다— 슬픔의 출처를 캐묻지 않고, 그저 슬픔 그 자체를 나란히 견디는 법.

"…자고 갈래……이다?" 비아가 물었다. "혼자 있기 좀, 그렇다……이다."

파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아의 침대 옆에 작은 이불을 폈다. 두 아이는 그렇게 나란히 누워, 오랫동안 서로의 숨소리만 들으며 잠을 청했다.


비아는 잠들자마자, 낯선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그곳은 색이 없는 공간이었다. 회색도 흰색도 아닌, 그저 색이라는 개념 자체가 빠져나간 듯한 풍경. 그 공간 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서서히 다가왔다. 헐렁한 옷, 나른한 걸음걸이, 그리고 그 특유의— 상대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알아채는 눈빛.

"소므니움."

비아는 그 이름을 곧바로 알아챘다. 몸은 여전히 몽롱했지만, 정신만큼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소므니움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그의 표정에는 예전의 그 능글맞은 여유가 남아 있었지만, 그 여유 아래로— 예전에는 없던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얽혀 있었다. 그 실이 그를 움직이는 방향을, 그가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정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그가 말했다. 목소리에도 예전의 장난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 아래로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너, 고생한다……이다." 비아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소므니움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존재들의 꿈속을 오가며, 그 사람의 명령대로 악몽을 심어왔다. 그것이 그의 지금 유일한 역할이었다— 유혹의 신에서, 악몽을 배달하는 노예로. 오늘 밤도 그는 이 도시의 여러 사람들의 꿈속에 그런 씨앗을 심으라는 명령을 받은 참이었다.

그러나 비아의 꿈만은, 그는 처음부터 그 명령을 온전히 따르지 않았다.

"…네 꿈에는," 그가 낮게 말했다. "나쁜 걸 안 심을 거다."

"왜……이다?"

소므니움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아를 오래도록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살짝 돌렸다.

"그 자식이랑은," 그가 말했다. "오래된 사이였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고, 그 자식은 사람들의 고통을 지워주고.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이상하게 서로를 제일 잘 알아보는 사이였어. 몇 번이나 붙었지. 이길 때도 있었고, 질 때도 있었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근데 이젠 그 자식이 나를 부린다. 아이러니하지." 그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씁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래도— 적이었던 시절에도, 그 자식이 아끼는 건 안 건드리는 게 내 나름의 규칙이었어. 지금은 명령 때문에 대부분 못 지키지만. 딱 하나, 너한테만은— 아직 지킬 수 있는 만큼은 지키고 있다."

비아는 그 말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옛 논적의 방식으로나마 지켜지는 이 작은 배려가, 그녀의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건드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 거다." 소므니움이 덧붙였다. "나는 그럴 자격 없어. 아직도 명령받은 대로, 다른 애들 꿈은 헤집고 다니니까. 그냥— 너한테만은, 이거 하나는 지킨다는 거."

비아는 그를 오래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고맙다……이다."

소므니움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그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몸짓— 능글맞은 미소도, 얄미운 농담도 없이, 그저 조용히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그가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을 했다.

그 모습을 끝으로, 색 없는 공간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비아는 눈을 떴다.

창밖에는 이미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봤다. 흐릿하게 일렁이던 윤곽이, 이제는 완전히 또렷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열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옆에는 파빌라가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다. 비아는 그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꿈에서 본 소므니움의 얼굴과 그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그 말들 사이에서, 무언가— 오랫동안 흐릿하게 떠돌던 조각 하나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들어맞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는 가슴께에 두 손을 가만히 포갰다. 이 손 안에 절반쯤 남아 있다는, 그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이 왜 하필 자신에게 남았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로 지우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젯밤까지만 해도 흐릿했던 그 그림이, 지금은 조금 다른 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걸어갔다.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그 빛을 향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나 이제 알겠다……이다."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파빌라가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뭘요?" 그녀가 물었다.

비아는 창밖을 바라본 채,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과, 그 슬픔을 훨씬 뛰어넘는 어떤 확신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마지막에,"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지우려는 게 뭔지."

파빌라는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그 순간 비아의 표정에서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정해졌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비아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아는 그 손을 마주 잡으며, 창밖의 아침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 눈빛 안에는, 아직 아무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다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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