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29화. 증언
증언대를 세우는 일은, 형사와 비아가 나무를 나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레테가 광장 한쪽에 자리를 정하자, 형사는 곧장 목재를 구해왔다. 오래된 창고에서 꺼낸 낡은 판자들이었지만, 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듬어 단상의 모양을 잡아나갔다. 비아는 못을 입에 문 채 그 옆에서 판자를 붙잡아줬다.
"이렇게 하는 거 맞냐……이다?"
"제가 판단하기론 맞습니다. 예전에 현장 보존용 임시 구조물을 몇 번 지어본 적 있습니다."
망치질 소리가 광장에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톱밥이 눈 위에 얇게 쌓였고, 아직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가 찬 공기 속에 퍼졌다.
작업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첫날은 뼈대였다. 얼어 있던 판자는 대패를 대면 얇게 밀리는 대신 잘게 부서졌고, 형사는 결국 판자를 가게 안에 들여 하룻밤 녹인 뒤에야 결을 제대로 다듬을 수 있었다. 비아는 못을 건네는 역할을 맡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망치 소리의 간격만 듣고도 다음 못이 필요한 때를 알아챘다. 맨손에 쥔 못이 차가워서, 그녀는 못 한 줌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데워가며 건넸다. "따뜻한 못이 잘 박힌다……이다." 근거는 없는 말이었지만, 형사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날의 못은 하나도 휘지 않았다.
둘째 날은 페인트였다. 흰 칠을 두 번 올리는 동안 광장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늦췄다. 뭘 짓는 거냐고 묻는 사람에게 형사는 매번 같은 대답을 돌려줬다. 다 지어지면 아시게 될 겁니다. 그 대답이 소문의 절반을 만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페인트가 마르기도 전에 단상 모서리를 슬쩍 만져보고 도망친 아이들이 만들었다.
완성된 단상 옆에는 팻말이 걸렸다. 형사가 직접 새긴 글씨였다.
"없어진 것들의 자리."
레테는 그 팻말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방식은 아니지만."
그녀가 말했다.
"이제부터는, 이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증언대가 완성되고 사흘 뒤, 첫 공개 증언의 날이 밝았다.
그날 아침, 광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소문은 이미 도시 전체에 퍼져 있었다 — 증언대라는 게 생겼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뭔가 불편한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광장을 채웠다.
레테는 단상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의 부서진 몸이, 오늘따라 더 위태로워 보였다. 형사가 그 곁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팔을 받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레나가 먼저 나서서 짧게 인사말을 건넸다.
"오늘 여러분께 몇 가지 증언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편하게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들으신 뒤에 각자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물러섰다.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 도시의 오래된 원칙이었다.
첫 증언은 세 사람이 자원했다.
첫 번째는 오르 니에베였다. 도시의 날씨를 예보하던 그녀는, 단상에 올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는 원래, 날씨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제 직업의 재미는, 모른다는 데 있었어요. 하늘이 어떻게 변할지 반쯤은 짐작하고 반쯤은 모르는 채로, 그 모름을 즐기면서 예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 예보는 백 퍼센트 맞습니다. 하늘이 더 이상 놀라게 하지 않아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예보라는 일이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를, 손짓을 섞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관측탑에 올라 손가락에 침을 발라 바람의 방향을 재던 일. 구름 밑면의 잿빛이 푸른 쪽으로 기우는지 누런 쪽으로 기우는지를 눈을 가늘게 뜨고 가늠하던 일. 비 오기 전날이면 어김없이 쑤시던 왼쪽 무릎까지 계산에 넣던 일. 그렇게 다 재고도, 하늘은 절반쯤은 다른 답을 내놨다는 것.
"빗나간 날 아침에 창문을 열면, 예보에 없던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그럼 저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 웃음이 났어요. 오늘도 네가 이겼구나, 하고요. 그 웃음이 제 직업이었습니다."
"저는 정확해졌는데, 오히려 제가 하던 일이 사라진 기분이에요."
그녀는 자기 손에 들린 낡은 관측 노트를 내려다봤다. 수십 년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적어온 기록들. 그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들은, 예전과 달리 깨끗하고 정갈했다. 오차도, 놀라움도, 급하게 휘갈긴 흔적도 없었다.
"이 노트를 볼 때마다, 저는 제가 점점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몇몇 사람들이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줬다.
두 번째는 반 홀로였다. 그는 10년째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집은 도시 외곽, 오래된 골목 끝에 있었고, 그 문이 열린 걸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는 얼마 전, 마침내 그 문을 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근데 그 결심 자체가, 어느 순간 흐릿해졌어요. 제가 정말 그런 결심을 했었는지, 아니면 그냥 계속 문을 안 열어도 되는 게 편했던 건지 — 이제 구분이 안 갑니다."
세 번째는 마고 센느였다. 그녀는 단상에 올라, 오래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제가 왜 매일 밤 뜨개질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근데 어제, 갑자기 기억이 났어요. 제 조카가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오래 병원에 있었어요. 저는 그 겨울, 병실 옆에서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조카가 나으면 씌워주려고요. 조카는 나았고, 저는 그 뒤로도 계속 그 습관을 이어왔어요. 근데 얼마 전, 저는 그 이유를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제 조카를 향한 그 마음이, 저도 모르게 흐려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녀는 품에서 그 목도리를 꺼내 보였다. 오래되어 색이 바랬지만, 정성스레 짜인 티가 역력한 물건이었다.
"저는 어제 이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야, 이 목도리를 다시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손이 심심해서 뜨는 취미인 줄 알았어요. 근데 사실은, 이 안에 제 조카에 대한 사랑이 한 코 한 코 다 들어 있었던 거예요."
그녀는 그 목도리를 가슴에 꼭 안았다.
"그걸 잊고 살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제일 무서워요."
광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한 훌쩍임이 번졌다. 몇몇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오래된 습관들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도시 사람들은 그 증언들을 들으며, 처음으로 "잃은 것"이라는 개념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슬픔의 형태가 생겨났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게였다.
그것은 이상한 종류의 배움이었다. 잃는다는 게 무엇인지 정면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광장에 아무도 없었다. 다만 증언 하나가 끝날 때마다, 듣던 사람들 각자의 안에서 무언가가 하나씩 짚였다. 뒷줄의 요리사는 자기가 언제부터 간을 안 보게 됐는지를 속으로 꼽아봤고, 짚이는 날짜가 없다는 사실에 서늘해졌다. 그 옆의 노점상은 지난 한 달 동안 거스름돈을 한 번도 잘못 세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갑자기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잃은 것을 세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를 몸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없어진 물건은 빈자리를 남긴다. 그러나 없어진 선택은 빈자리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러니 세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 남의 증언을 듣고, 그 증언을 자기 삶에 대보는 것. 증언대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백 사람의 자(尺)가 되는 것.
광장 가장자리에서 누군가 옆 사람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도 뭐 없어진 거 있어요. 질문받은 사람은 한참 만에 답했다. 모르겠어요. 그게 이 광장에서 나올 수 있는 제일 무서운 대답이라는 걸, 두 사람 다 그 순간에야 알았다.
증언대 뒤편, 언젠가 회의에서 "그게 왜 문제죠?"라고 물었던 그 상인도 와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뒤에 서서, 반박도 동의도 하지 않은 얼굴로 그 증언들을 듣고 있었다.
파빌라가 그다음 순서로 단상에 올랐다.
"저는 수백 번 죽었다 살아난 애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 담담한 첫마디에, 광장이 조용해졌다.
"그 반복을 만든 왕도, 저를 구한 아저씨도 — 다 선택이었어요. 아저씨가 지금 하는 일은, 그 왕이 하던 일이랑 방향만 반대예요. 남의 이야기를 대신 정하는 거."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저를 구해준 그 선택이 없었으면, 저는 지금 여기 없어요. 근데 지금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한테서 그런 선택 자체를 없애고 있어요. 저 같은 애가 생길 기회 자체를요."
그녀는 광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자신을 지켜보는 수백 개의 눈동자.
"저는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고통 덕분에 구해진 사람이거든요. 둘 다예요. 그래서 저는 알아요 — 고통이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그 고통 안에 저를 구해줄 손이 같이 들어 있었다는 걸."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러나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아저씨가 지우려는 게, 사실은 그 손까지 같이 지우는 거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도시가 완전히 숙연해졌다. 몇몇 어른들은 그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레테가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랐다.
"제가 하나만 더 보태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며칠 전 형사와 비아, 수연에게 보여줬던 그 기억 — 폭풍 속 바다로 나갔던 소녀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 소녀가 조난 끝에 만난 구조자는, 훗날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다른 마을에서 퍼진 전염병을 막았어요. 그리고 그 의사에게 살아난 아이들 중 하나가—"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광장을 둘러봤다.
"이 도시 증언대 운동에 참여한 어느 분의 조상이었습니다."
광장에 완전한 정적이 흘렀다.
형사가 그 계보를 종이에 그려 보였다 — 소녀에서 시작해 화살표로 뻗어나가는 이름들의 나무. 그 나무의 가지 끝에, 지금 이 광장에 서 있는 몇 사람의 이름이 실제로 걸려 있었다.
"이 하나가 지워지면."
레테가 낮게 말했다.
"이 자리에 앉은 몇 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에 광장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술렁임이 일었다. 몇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자기 손을, 자기 옆에 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듯 바라봤다 — 혹시 나도, 혹시 저 사람도.
레테는 그 동요를 가라앉히듯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저는 이걸 누구를 겁주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좋은 결과들 밑에, 아무도 동의를 구하지 않은 희생이 최소한 하나는 있었다는 것을요."
그 말은 좋은 결과라는 그물 밑에, 누구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못 하나가 박혀 있었다는 뜻이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존재하기 전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존재한 뒤에는, 그것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세레나는 그 계보도를 오래 바라보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해 이만한 빚을 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도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대답할 수 있는 종류의 말이 아니었다.
증언이 끝난 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무게를 안고 흩어졌다.
수연은 광장 구석에서 그 계보도를 오래 들여다봤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계산하는 거야."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소녀 하나가 이렇게 많은 걸 떠받치고 있는 줄, 그 나쁜 새끼는 알고나 지운 걸까."
형사가 그 계보도를 접으며 답했다.
"아마 몰랐을 겁니다. 아니, 몰랐다기보다 — 계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즉각적인 고통의 유무니까요. 그 뒤로 이어지는 수십 년의 그물까지는, 그의 계산 범위 밖입니다."
"그럼 이건."
수연이 말했다.
"걔가 몰라서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알아도 상관없다는 뜻이네."
형사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광장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찻집을 운영하던 노파였다. 회의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 증언들은 전부 들었던 사람.
그녀는 증언대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몸을 돌려 자기 찻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이름은 헬가였다. 도시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찻집을 운영해온,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오늘 증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오르 니에베의 잃어버린 놀라움, 반 홀로의 흐려진 결심, 마고 센느의 되찾은 사랑, 파빌라의 정곡을 찌르는 말, 그리고 레테의 계보도까지.
그녀는 찻집 문을 열고 들어가, 불도 켜지 않은 채 한참을 그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어둠에 눈이 익자, 창으로 스며든 증언대 등불의 빛이 창가 탁자 하나를 희미하게 비췄다. 그날 아침 그녀가 마시다 만 찻잔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광장에 잠깐만 다녀올 생각이었으니까. 차는 식어서 표면에 얇은 막이 앉아 있었고, 잔 받침에는 아침에 흘린 차 자국이 마른 테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잔을 치우려고 손을 뻗었다가, 그대로 뒀다. 마시다 만 차. 하다 만 생각. 이 도시에서의 그녀의 시간도, 지금 꼭 그 모양이었다.
"…나도 저 계보 어딘가에 걸려 있으려나."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낡은 찻잔 세트, 몇 벌의 옷, 그리고 오래된 사진 몇 장. 그녀는 그것들을 하나씩 상자에 담으며, 자신이 정확히 어디로 갈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채였다.
그녀가 무엇을 결심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증언대의 등불만이, 그 모든 사람들의 흩어진 발자국 위로 오래도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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