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5화. 다리 너머의 발소리

며칠 뒤, 가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범하게 문을 열었다.

파빌라는 그날 처음으로 "어서 오세요"를 연습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모기 소리에 가까웠지만, 손님들은 하나같이 그 인사를 크게 들은 척 대답해주었다.

"어서 오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파빌라는 그 반응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회복기의 첫걸음은 그렇게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그 무렵, 비아는 몰래 뭔가를 적고 있었다. 소예가 우연히 그 종이를 발견했다.

제목은 "라면가게에서 중요한 것들"이었다. 물 올리는 순서, 손님별 간 맞추는 법, 그리고 "사장님이 웃는 포인트"라는 항목 아래 딱 세 가지가 적혀 있었다.

"이거 뭐야?"

"인수인계다……이다."

"누구한테?"

비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비밀이다……이다."

소예는 그 대답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그 무렵부터, 수연은 대놓고 라면사장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왕국에서 본 것을 도무지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도 보고할까."

라면사장이 물었다.

"네."

"……그래라."

그것은 신경전인지 애정인지 구분이 안 되는 나날이었다. 수연은 그가 국물을 젓는 횟수까지 세어보곤 했다.


파빌라는 조금씩 도시 아이들 무리에 섞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싸움의 규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무시무시한 전략병기가 되어버리는 소동이 있었다.

"쟤 대장 시키자!"

로키 밤이 감탄하며 외쳤다.

그렇게 파빌라는, 원치 않게 도시 아이들 사이에서 소속 하나를 얻었다.


그 무렵, 세레나는 파빌라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더 빨리 데리러 가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파빌라는 그 사과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기다린 게 아줌마 잘못이면, 기다려진 저는 뭐가 돼요?"

세레나는 그 한마디에 말을 잃었다. 아이의 질문이, 그녀가 오랫동안 쌓아온 죄책감의 논리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용서는 때로 이해보다 빨랐다.


그 무렵, 녹사가 가게에서 졸기 시작했다. 파빌라의 통증을 오랫동안 감춰온 세월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 탓이었다.

"녹사 씨 조는 거 처음 봐요."

수연이 신기해하며 말했다.

도시는 곧 "녹사 재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담요가 일곱 장이나 덮였고, 그녀는 그렇게 꼬박 사흘을 잤다.


어느 오후, 라면사장과 파빌라 단둘이 남는 시간이 있었다.

"아저씨는 그때 왕국을 지우려고 했죠."

파빌라가 불쑥 물었다.

"그래."

"저 때문에요?"

"……그래."

"저는 그거, 부탁한 적 없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어떤 대답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파빌라는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화났어요?"

"아니다."

"근데 왜 대답을 못 해요?"

"……네 말이 맞아서."

파빌라는 그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른들은 맞는 말 들으면 원래 저래요?"

"가끔 그렇다."

그날 저녁, 라면사장은 홀로 카운터에 앉아 그 대화를 곱씹었다. 그가 그은 결심, 그가 지우려 했던 왕국,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이유였던 아이가 던진 질문.

'……나는 누구를 위해 그랬던 걸까.'

그는 그 답을 쉽게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구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그 무렵, 파빌라의 그릇에 마침내 이름이 새겨졌다. 도시의 킨츠기 장인 카나 우루의 솜씨였다.

그릇 바닥에는 금빛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파빌라 닉스.'

"이제 아무도 못 지워요."

카나 우루가 그렇게 말하며 그릇을 건넸다.

파빌라는 그 그릇을 오랫동안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이름을 지웠던 왕국에 대한, 이 도시의 조용한 대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일 하나가 큰 싸움으로 번졌다.

라면사장이 위험할 수도 있는 문 너머를 혼자 조사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또 혼자 정하셨죠."

수연이 폭발했다.

"별일 아니었다."

"별일인지 아닌지를 왜 사장님이 정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녀의 화는 신뢰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언젠가 혼자서 정말 큰 것을 정해버릴까 봐, 그게 무서웠던 것이다. 수연 자신도 정확히는 몰랐지만, 그 두려움은 이미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날 서로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 라면사장은 수연의 살얼음 토핑 레시피를 말없이 조금 개량해두었다. 수연은 그의 국자를 말없이 새것으로 갈아두었다.

이 도시식 화해였다.

그러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레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고쳐진 건 도구뿐이네.'


그 무렵, 반 홀로의 다리에 낯선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코트 차림의 한 남자가 다리 한가운데 서서, 오래도록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건너오지는 않았다. 사흘째, 같은 시간, 같은 자리였다.

도시에는 곧 소문이 돌았다.

"저 사람 뭐 하는 거래요?"

"몰라. 근데 매일 저기 서 있대."

그 남자는 문을 통과해 온 것이 아니었다. 걸어서, 눈밭을, 오래된 흔적을 따라서 왔다.

전직 형사였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유품정리사로 일했다. 죽은 이들의 집에서, 그들이 남긴 마지막 부탁들을 정리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코트 주머니에는 낡은 메모 한 장이 있었다.

'내 토끼를 부탁해.'

그는 그 메모를 몇 번이고 꺼내 읽었다. 누구에게 받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그 부탁만이, 종이 위에 또렷이 남아 그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가 다리 위에서 사흘을 서 있었던 것은, 망설임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현장에 들어서기 전, 오래 서서 전체를 눈에 담는 사람. 서두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는 오랜 세월 몸으로 배웠다.

다리 너머의 도시는 조용했다. 눈이 내리고, 불빛이 켜지고, 사람들이 오갔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평범함 안에서, 뭔가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는 걸 느꼈다.

멀리, 골목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작은 불빛 하나.

나흘째 되던 날, 그는 마침내 다리를 건넜다.

"10년 열어뒀는데, 걸어서 온 사람은 당신이 두 번째요."

반 홀로가 그를 맞으며 말했다.

"첫 번째는 누구였습니까?"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쇼."

남자는 그 대답에 옅게 웃고는, 도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라면가게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와 라면사장의 시선이 마주쳤다.

가게 안의 공기가 잠시 멈췄다. 서로를 아는 사람들 특유의 침묵이었다.

"……당신이군요."

남자가 먼저 말했다.

"……왔군."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아무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수연도, 세레나도, 그저 그 낯선 무게를 느낄 뿐이었다.

남자는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카운터, 붉은 테두리의 그릇들, 손님들의 얼굴. 그의 시선이 잠시 파빌라에게 머물렀다가, 다시 라면사장에게 돌아왔다.

"자리, 있습니까."

"있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하며, 카운터 한쪽을 가리켰다.

남자는 코트를 벗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오랫동안 서 있던 사람답지 않게 이미 편안해 보였다.

세레나는 그 모습을 문가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저 사람, 뭔가를 찾아 여기까지 온 걸까.'

그녀는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라면사장의 표정에서, 이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형사의 첫 라면이 나왔다.

그는 먹기 전, 습관처럼 가게 안을 다시 한번 살폈다. 출입구의 위치, 손님들의 동선, 사람들의 표정까지.

"좋은 현장이네요."

그가 말했다.

"사건이 없는."

"사건이 없으면 형사는 뭘 하지."

라면사장이 물었다.

"지킵니다."

형사가 국물을 한 입 뜨며 답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그는 파빌라를 보고 오래 멈췄다.

지키지 못했던 누군가와 닮아서가 아니었다. 지켜진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늦지 않은 경우도 있군요."

그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풀렸다.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파빌라가 물었다.

"늦게 도착하는 사람입니다."

"저희 가게는 마감이 없어요."

형사는 그 말에 처음으로 웃었다.


며칠 뒤, 형사는 도시 곳곳을 조사하듯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오랜 직업병이었다. 물건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

라비 스톨의 분실물 보관소에서, 그는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하나씩 살피며, 그 사연을 정확히 복원해냈다.

"이거, 왼손잡이가 쓰던 우산이네요. 손잡이 마모 각도를 보면."

재하는 그 통찰에 감탄하며 그와 자연스레 콤비를 이루게 되었다.


그 무렵, 형사는 자신의 과거를 아주 조금 열어 보였다.

"제가 있던 곳에서는, 저는 '종결 처리된' 사건들을 다시 파는 사람이었습니다."

"종결이면 끝난 거 아닌가."

라면사장이 물었다.

"시스템이 '문제없음'으로 닫아버린 고통들이었어요. 종결과 해결은 다른데, 그걸 구분 못 하는 세계였습니다. 제 쪽은."

라면사장은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래서, 다시 팠나."

"거의 다요."

형사는 잔에 남은 국물을 내려다보았다.

"딱 한 번은, 파는 걸로 안 끝났습니다. 시스템이 닫은 사건 중에, 제가 지키려던 사람이 걸려 있던 게 있었어요. 서류로는 이미 종결. 가해자는 이미 처벌도 다 받았다고 되어 있었고요. 실제로는 아니었죠."

"그래서."

"제가 끝냈습니다. 시스템 밖에서. 그리고 그만큼, 복역했습니다."

담담한 어조였다. 변명도, 후회도 섞이지 않은.

"후회하나."

"아니요."

형사는 짧게 답했다.

"다만 그 뒤로, 제가 지키려던 사람의 얼굴이 잘 안 떠올라요. 이상하죠. 제일 안 잊어야 할 걸 제일 먼저 잃었습니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침묵이 형사에게 필요한 종류의 침묵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며칠간 형사를 조용히 관찰했다. 그리고 어느 날, 세레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문 앞에 머무를 줄 아는 사람이다."

세레나는 그 말의 무게를 정확히 느꼈다.

"……누군가를 찾고 계셨군요."

라면사장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수연은 형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라면사장이 그를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그녀는 형사에게 대련을 청했다.

형사는 거절했다.

"저는 못 이기는 싸움은 안 합니다."

"그럼 뭘 하는데."

"대신—"

그는 수연의 자세 하나를 지적했다.

"왼쪽 어깨. 옛날 상처 감싸는 버릇이 있네요."

수연은 그 한마디에 순간 얼어붙었다. 관찰자로서의 격이, 그렇게 증명되었다.


그날 밤, 마감 후 라면사장과 형사는 단둘이 뱅쇼 잔을 나눴다.

"당신, 제 이야기를 알고 있죠."

형사가 물었다.

"……봤다. 오래전에. 미안하다."

"사과는 됐고. 결말도 봤습니까?"

"너의 결말은, 아직 안 적혔다."

형사는 그 대답에 잔을 비웠다.

"그럼 됐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그 한 번의 대화로 성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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