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4화. 잿불

며칠 뒤 저녁, 세레나는 여느 때처럼 냉장고에서 계란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쥔 채 잠시 멈췄다.

수백 번 반복해온 동작이었다. 계란을 꺼냈다가, 다시 넣는 것.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세레나는 그 계란을 파빌라의 그릇에 조용히 넣었다.

"어, 저 오늘도 하나 더 받는 거예요?"

파빌라가 물었다. 그녀는 그 질문 자체에도 아직 서툴렀다.

"네."

세레나는 그렇게 답하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라면사장은 그녀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세레나는 그렇게 몇 부에 걸쳐 반복해온 동작 하나를, 조용히 끝맺고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향해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다들 모르는 척해주었다.


그날 밤, 가게 문을 닫은 뒤 세레나와 라면사장 단둘이 남았다.

"탓하라고 했잖아요."

세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라면사장은 국물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탓하면, 네가 편해지나."

"아니요."

"그럼 탓하지 않겠다."

그것은 용서도, 면죄도 아니었다. 각자의 죄를 각자 지고 가기로 하는, 어른들의 결말이었다.

그러나 그 대화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처음으로 아주 얇은 금이 하나 남았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레나는 그 금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세레나가 조용히 물었다.

"돌아간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그렇겠죠."

"근데 이렇게 계속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레나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완전한 위로는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날 밤, 수연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은하의 상처. 멈추지 않던 그의 걸음. 구분하지 않는 힘.

'……나, 쟤를 멈출 수 있는 게 나밖에 없구나.'

그 자각은 자랑이 아니었다. 무게였다. 그녀는 그 무게를 가늠해보려 했지만, 정확히 얼마나 무거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생각을 안은 채,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게로 나갔다. 라면사장은 여느 때처럼 국물을 끓이고 있었다.

"어제 잘 잤나."

"아니요."

"왜."

수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그냥, 생각이 많았어요."

"무슨 생각."

"사장님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거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손을 멈췄다.

"부담스러우면, 안 그래도 된다."

"아니요. 할래요."

그녀는 그렇게 답하며, 카운터 앞에 앉아 평소처럼 콜라 캔을 땄다. 무게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짊어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며칠 뒤, 다리 너머에서 소식이 왔다. 왕국이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

왕은 성냥 없이는 더 이상 미래를 볼 수 없게 되자 점점 더 광포해지고 있었고, 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반목하기 시작했다.

"경고는 이미 갔다."

녹사가 낮게 말했다.

"들을지는 그들의 몫이다."

라면사장은 그 소식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예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 무렵, 파빌라에게는 악몽이 찾아왔다. 성냥 긋는 소리만 들려도 몸이 굳고 경기를 일으켰다.

회복은 직선이 아니었다.

그날 밤, 비아가 파빌라의 방으로 이불을 들고 찾아왔다.

"오늘부터 나도 여기서 잔다."

"왜요?"

"무서운 꿈은 문이다……이다. 내가 닫아준다……이다."

파빌라는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비아가 옆에 눕자,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렇게 두 아이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파빌라의 재활은 느리지만 꾸준했다.

"오늘 뭐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아무것도."

라면사장이 답했다.

"아무것도를 어떻게 해요?"

"그걸 배우는 중이잖아."

파빌라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결국 가게 구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것이 전부인 하루였다.

그러나 그 하루는,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무에게도 소비되지 않은 하루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왕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다.

서기관도, 수연도, 녹사도 그 왕국에 손을 대지 않았다.

미래를 미리 보는 것에 중독된 통치는, 미래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 성냥이 사라진 뒤, 왕은 더 이상 다음 수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신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신하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파벌을 나눠 왕좌를 노렸고, 군대는 명령 체계를 잃었다.

"왕국은 녹사에게 멸망한 게 아니다."

라면사장이 그 소식을 듣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경고를 무시해서, 스스로 멸망한 거다."


왕국의 마지막 날들에 대한 소식이 조각조각 도시로 흘러들었다.

궁정 내부의 암투, 굶주린 백성들의 봉기, 서로에게 등을 돌린 귀족들. 왕국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무너졌다.

그 혼란 속에서, 도망치던 사람들 일부가 눈밭에서 이상한 문 하나를 발견했다. 비아가 판단 없이 열어둔 문이었다.

"들어갈지는 각자 정한다……이다."

비아는 그렇게만 말하며, 그 문을 조용히 열어두었다.

그 소식을 들은 세레나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가해국의 난민들조차 이 도시에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은 그녀가 세운 원칙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도시는, 누구든 받아들이는 곳이어야 해요."

그녀가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저지른 일과,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방식은 다른 문제니까요."

그렇게 그 원칙은 가장 혹독한 형태로 시험받았고, 결국 통과했다.


왕국의 최후를 전해 들은 라면사장의 반응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국자를 저었다. 손님을 맞았다. 계란을 넣고, 면을 삶았다.

그러나 그날 밤, 가게 문을 닫은 뒤 그는 홀로 남아 공책을 펼쳤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지운 것이 아니었다.

적은 것이었다.

왕국의 이야기 전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잊히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다르니까."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그것은 서기관의 방식으로 치르는, 조용한 장례였다.


그 소식은 다른 방식으로도 도시에 남았다. 기록청은 왕국의 몰락 과정을 별도의 장으로 정리해 연대기에 실었다. 제목은 "스스로 무너진 것들"이었다.

"왜 이걸 굳이 적어요?"

피피 모나가 물었다.

"교훈은 기록해야 다음 세대가 반복 안 하니까요."

셀린 무어스가 그렇게 답하며 마지막 문장을 써넣었다.


그 무렵부터,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뭔가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라면사장이 달라졌다.

화를 내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조용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저거, 좋은 변화 아니야?"

이든 홀트가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수연과 세레나와 녹사와 비아, 이 넷만은 그 부드러움 속에서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저게 더 위험한 거다……이다."

비아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무도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한편, 파빌라는 조금씩 이 도시의 리듬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처음으로 스스로 성냥을 켰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저 난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성냥불이 살아나는 순간, 그 어떤 장면도 나타나지 않았다. 왕도, 승리도, 반복되는 죽음도 없었다.

그냥, 불이었다.

파빌라는 그 불에 손을 쬐며 조용히 말했다.

"불이…… 그냥 불이네요."

그 말에, 가게 안의 몇몇이 동시에 숨을 죽였다.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세레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비아는 옆에서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이다. 불은 원래 그냥 불이다……이다."

카메라가 조금씩 뒤로 빠지듯, 그 광경을 문가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라면사장의 눈빛이 있었다.

그 눈에는 분명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만큼, 어떤 결심도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눈 속에 묻혀 있던 잿불 하나가, 그렇게 다시 불씨가 되어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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