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3화. 화려한 우울

그 무렵부터, 손님들 사이에서 이리스를 부르는 새로운 별명이 돌기 시작했다.

"화려한 우울."

이리스는 여전히 매일 완벽하게 꾸미고 출근했고, 수연과의 합동 무대 연습도 정기휴일마다 빠짐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조명 동선을 짜고, 드론을 손보고, 다음엔 뭘 더 넣을지 신나서 떠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이번엔 진짜로 사람들 앞에서 하자"는 이야기만 나오면, 그녀는 매번 슬쩍 말을 돌렸다.

"조명 배치를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드론 배터리가 아직 불안해요."

핑계는 매번 그럴듯했다. 그리고 그런 날 저녁이면, 그녀는 가게 밖 화단 옆에 완벽하게 꾸민 채로 그냥 앉아 있었다. 드론 열 대가 빛을 내지 않은 채 그녀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마치 켜지는 법은 아는데, 켜질 차례가 되면 늘 물러서는 별들처럼.

라면사장은 붉은 테두리 그릇을 닦다가, 그 별명을 손님 입에서 처음 들었을 때 손을 멈췄다.


이리스에게는 그런 "가라앉는 날"이 있었다. 이유를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무거움, 완벽한 화장 뒤에 숨은 공백. 그녀는 그런 날 결근하는 대신, 오히려 더 완벽하게 출근해서 완벽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상태를 알아보는 것은 소예뿐이었다. 소예는 별말 없이 그녀 옆에 조용히 앉았다. 위로도, 질문도 없이.


수연은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했다. 위로에 서툰 사람 특유의 갈팡질팡이었다. 결국 그녀가 택한 방식은 단순했다.

"야, 나랑 드론 정비나 해."

이리스의 손이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그 눈빛이 살아 있다는 걸 수연은 알고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수연은 한 가지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무대 한가운데, 자기 자신이 서는 순간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노바 니발리스의 밤은 전보다 조금 더 빨리 찾아왔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여러 계절이 지나 있었다. 시계방은 여전히 바빴고, 달력은 두꺼워졌고, 아이들은 자랐다. 그 사실은 이제 누구에게도 새삼스럽지 않았다.

라면가게 안은 평소보다 조금 들떠 있었다. 수연의 작은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손님들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고 컵라면 국물을 마시며 방금 들은 노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불꽃 좋더라."

"마지막에 눈이랑 같이 터진 거 봤어?"

"저거 진짜 마법이야?"

"몰라. 여기 와서 과학 찾으면 지는 거야."

수연은 카운터 옆 의자에 털썩 앉아 있었다. 토끼 후드의 귀가 한쪽으로 축 처져 있었다.

"아, 죽겠다."

"안 죽는다."

라면사장이 컵라면 박스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답했다.

"비유잖아요."

"비유도 매번 하면 사실이 된다."

"사장님은 위로라는 걸 좀 배우셔야 돼요."

"위로 대신 무료 라면."

"그건 위로가 아니라 매수죠."

라면사장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국물 냄비 뚜껑을 닫았다. 그러나 그가 슬쩍 그녀 앞에 놓아준 그릇에는, 평소보다 계란이 하나 더 들어 있었다.

수연은 그 그릇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게 매수 맞네."

"그렇다."


수연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방금 공연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손님들의 표정이 달랐다.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고, 몇 명은 떠나기 전에 가게 문을 한 번 더 돌아봤다.

노바 니발리스에서 그건 꽤 큰 변화였다. 누군가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는 뜻이니까.

그때, 문이 조용히 열렸다.

딸랑.

세레나가 들어왔다.


눈이 묻은 긴 머리카락 끝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흐트러짐 없이 서 있었다. 도시에 처음부터 있었던 사람처럼. 아니, 실제로 그랬다.

수연은 손을 대충 들어 보였다.

"왔어요?"

세레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공연 축하드립니다, 수연."

"뭐예요, 갑자기."

"즐거워 보였어요."

수연은 괜히 시선을 피했다.

"뭐, 손님들이 좋아하면 된 거죠."

"네. 라면가게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라면사장이 박스를 들던 손을 멈췄다. 세레나가 그런 식으로 웃으며 다가올 때는, 보통 뒤에 부탁이 하나 붙어 있었다. 역시나였다.


세레나는 한 걸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근데 수연 씨, 이리스 씨랑 연습은 요즘 어때요?"

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잘하고 있는데요. 왜요?"

"손님들이 요즘 이름을 하나 붙였더라고요."

"무슨 이름이요?"

"화려한 우울."

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뭔 소리예요?"

세레나는 잠시 수연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부드러웠지만, 슬쩍 넘어가 주는 법이 없었다.

"이리스 씨 얘기예요."

수연은 눈을 깜빡였다.

"이리스가 왜요. 요즘 연습도 열심히 하는데."

"그 열심 안에, 뭔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라면사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뭐가 빠졌는데."

비아가 컵라면 뚜껑 위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거야 모든 문은 안다……이다."

라면사장이 비아를 내려다봤다.

"넌 뭘 안다는 거냐."

"이리스는 문을 잘 만든다……이다. 근데 자기가 그 문으로 안 들어간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더 캐묻지 않았다. 이 가게에서 비아의 말은, 알아들을 때보다 나중에 알아듣게 될 때가 더 많았다.


수연은 팔짱을 꼈다.

"이리스가 무대 만드는 건 진짜 열심히 해요. 조명도, 동선도, 다 자기가 다 짜고."

"근데 정작 그 무대에 본인이 서는 얘기가 나오면 어때요?"

수연은 순간 말이 막혔다.

세레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가게 맞은편 골목, 눈이 쌓인 화단 옆에 금발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리스 루멘.

오늘도 완벽하게 꾸몄다. 금발은 빛을 먹은 듯 반짝였고, 검은 글리터 드레스 위에 걸친 코트도 지나치게 잘 어울렸다. 손가락에는 반지가 많았고, 목에는 초커가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열 대의 드론이 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드론들은 전부 켜져 있었지만, 빛을 내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주변을 천천히 돌 뿐이었다.


손님 두 명이 창밖을 보며 속삭였다.

"또 저기 있다."

"화려한 우울."

"예쁘긴 진짜 예쁜데, 보면 나까지 좀 슬퍼져."

수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세레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방금 저 말, 어떻게 들으셨어요?"

"손님들이 멋대로 떠드는 거잖아요."

"맞아요. 근데 저렇게 이름까지 붙었다는 건, 그만큼 다들 뭔가 눈치는 채고 있다는 뜻이에요."

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레나는 계속 말했다.

"이리스 씨 덕에 요즘 가게가 훨씬 활기차졌어요. 무대 준비도, 조명도, 다 그 친구 손에서 나온 거고."

"그건 좋은 거잖아요."

"네, 정말 좋은 일이죠."

세레나는 수연을 지그시 바라봤다.

"근데 정작 이리스 씨 본인은, 자기가 만든 그 무대 위에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서 본 적이 없어요."

수연은 그 말에 뭔가 짚이는 게 있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맨날 조명이랑 동선 핑계 대면서 미루긴 하네요."

"그게 우연일까요?"

수연은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닫았다. 그러고는 짧게 혀를 찼다.

"쳇. 왜 그걸 저한테 시켜요."

"수연 씨가 제일 가까이 있으니까요."


라면사장이 조용히 말했다.

"세레나."

그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낮은 무게가 있었다. 세레나는 라면사장을 보지 않았다.

"아시잖아요."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수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또 무슨 소리예요?"

세레나는 창밖의 눈을 바라봤다.

"조만간,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달라질 것 같다는 뜻이에요."

그 말은 작았다. 하지만 가게 안의 모든 소리를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끓고 있던 물소리. 젓가락이 컵라면 용기에 닿는 소리. 비아가 뚜껑 위에서 발을 까딱이던 소리. 전부 잠깐 멈췄다.


수연은 세레나를 바라봤다.

"달라진다니, 뭐가요?"

세레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수연은 라면사장을 봤다.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박스 위에 손을 얹은 채, 비아를 보고 있었다. 비아는 아무렇지 않게 컵라면 뚜껑 위에 앉아 있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았다. 수연은 그게 마음에 걸렸다.


"비아."

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왜 부르느냐……이다."

"너 뭐 알아?"

비아는 잠깐 생각했다.

"많이 안다……이다."

"그 말이 아니잖아."

"질문을 똑바로 해라……이다. 너희는 항상 문 앞에서 말을 흐린다……이다."

수연이 이를 악물었다.

"여기에 무슨 일이 생겨?"

비아는 수연을 바라봤다. 그 작은 토끼 얼굴은 늘 그렇듯 별 감정이 없어 보였다.

"모든 문은 언젠가 닫힌다……이다."

수연은 더 묻지 못했다.


세레나는 조용히 말을 받았다.

"저도 누군가를 억지로 멈추게 할 수는 없어요."

그 말은 수연에게 하는 말이면서, 라면사장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쩌면 비아에게도.

세레나의 시선이 라면사장에게 아주 잠깐 닿았다. 라면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아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수연은 뭔가를 느꼈다.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셋 다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무언가를 나눠 갖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수연은 낮게 말했다.

"그래서 저보고 이리스를 어떻게 하라고요?"

"진짜 무대 위로 데려와 주세요."

"우리 계속 연습해왔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연습 말고요.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요."

수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해결책이에요?"

"아니요."

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해결책까지는 아니에요."

수연은 말을 잃었다.

세레나는 덧붙였다.

"근데 시작점은 될 수 있어요."


창밖의 이리스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드론들은 그녀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자기가 직접 켜는 법을 아는 별들이, 정작 자신은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세레나는 낮게 말했다.

"이리스 씨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으로는 이미 완전히 이 도시 사람이에요. 근데 그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는, 아직 자기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요."

수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그렇게 다른 거예요?"

"많이 다르죠. 만드는 건 숨을 곳이 있는 일이고, 서는 건 숨을 곳이 없는 일이니까요."

세레나는 수연을 바라봤다.

"수연 씨는 이미 그 차이, 알고 있잖아요."


수연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곳을 좋아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좋아했다. 누가 명령하지 않는 곳. 누가 구원하라고 떠밀지 않는 곳. 실패한 사람이 실패한 채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 그런 시시한 곳이, 이상하게 소중했다.

수연은 창밖의 이리스를 봤다.

"근데 걔, 이미 무대는 만들고 있잖아요.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충분할 수도 있어요. 근데 본인이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럼 왜 나예요?"

세레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주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리스 씨 옆에서 같이 무대를 만들어온 사람이, 수연 씨밖에 없어서요."


수연은 세레나를 봤다.

"세레나 씨가 말하면 되잖아요."

"저는 너무 멀리 있어요."

그 말은 이상했다. 세레나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은 맞기도 했다. 세레나는 이 도시를 처음 세운 사람이었다. 모두를 품는 존재. 그런 사람은 오히려 누군가 한 명에게만 손을 뻗기가 더 어려운 법이었다. 너무 큰 손은 작은 어깨에 닿는 법을 잊어버린다.


수연은 조용히 말했다.

"사장님은요."

라면사장은 말없이 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아도 라면사장을 바라봤다. 둘 사이에는 수연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세레나는 대답했다.

"사장님은, 조금씩 다른 걸 준비하고 계세요."

수연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요?"

라면사장이 낮게 말했다.

"세레나."

"말 안 해도, 알 사람은 압니다."

"아직 아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드리는 거예요."


수연은 둘을 번갈아 봤다.

"잠깐. 무슨 소리예요. 준비라니. 뭘요?"

비아가 조용히 말했다.

"문 너머 얘기다……이다."

수연은 비아를 노려봤다.

"넌 왜 그렇게 태연해?"

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문은 닫히는 걸 슬퍼하지 않는다……이다."

"나는 문 아니거든?"

"그래서 네가 시끄러운 거다……이다."

수연은 말문이 막혔다. 진짜 얄미운 토끼였다. 자연현상만 아니었으면 누가 벌써 귀를 잡아당겼을 것이다.


세레나는 수연에게 다시 말했다.

"수연 씨."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피할 곳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리스 씨가 이번엔 진짜로 무대에 서게 도와주세요."

"그게 왜 그렇게 급한데요?"

"조만간 많은 게 달라질 것 같아서요."

"얼마나 많이요?"

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수연은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삐걱 소리를 냈다.

"진짜 다들 짜증 나."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수연은 후드의 끈을 거칠게 당겼다.

"말은 절반만 하고, 중요한 건 숨기고, 결국 귀찮은 건 나한테 시키고."

세레나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그 말에 수연은 더 짜증이 났다. 세레나가 저렇게 순순히 사과하면, 화를 낼 자리가 없어져 버린다.

수연은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라면사장을 돌아보았다.

"사장님."

라면사장이 그녀를 봤다.

"뭐 준비하고 계신다는 거, 나중에 저한테는 말해주실 거죠."

그것은 물음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그래."

그가 짧게 답했다.

"저 몰래는 안 돼요."

"안다."

수연은 그 짧은 대답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한 번 두드리고, 다시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연은 창밖을 향해 걸어갔다.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근데 하나만 물어볼게요."

세레나가 바라봤다.

수연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이리스가 진짜로 무대에 서면, 뭐가 달라져요?"

세레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적어도, 자기가 만든 그 무대에 자기도 설 자격이 있다는 걸 더는 못 모른 척하게 되겠죠."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잔인하네요."

"그런가요."

세레나는 옅게 웃었다.

"근데 가끔은 그게 다정한 말보다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수연은 문을 열었다. 차가운 눈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왔다.

딸랑.

문이 닫히고, 수연은 밖으로 나갔다.

가게 안에는 세레나와 라면사장과 비아만 남았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라면사장이 비아를 내려다봤다.

"너는 알고 있었냐."

비아는 컵라면 뚜껑 위에서 발을 흔들었다.

"나는 문이다……이다."

"대답."

비아는 잠시 라면사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문은 열리는 순간부터, 언젠가 닫힐 날도 함께 안다……이다."

라면사장은 웃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전 수연이 두드리고 간 손등을, 그는 다른 손으로 가만히 감쌌다.


세레나는 눈을 감았다. 창밖에서 수연이 이리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리스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수연은 잠깐 그 앞에 서 있다가, 그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뭐예요."

"우리 그동안 연습만 몇 번을 한 거지?"

이리스는 그 질문에 순간 굳었다.

"……갑자기 그건 왜요."

수연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다음엔 연습 말고 진짜로 하자.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주위를 돌던 드론들이 일제히 멈췄다.

눈이 조용히 내렸다.

그리고 노바 니발리스의 시간이, 아주 조금 더 앞으로 갔다.


며칠 뒤, 이리스는 고민 끝에 짧게 답했다.

"……노래는 기대하지 마세요."

그것으로 수락이었다. 수연은 그 대답을 듣고 씩 웃었다.

"조건은?"

"눈은 수연 씨가 담당해주세요. 조명이랑 연출은 제가 총괄할게요."

"오케이, 콜."

두 사람의 진짜 첫 공연 준비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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