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2화. 폭설의 밤

그날 밤, 가게 문을 모두 닫고 홀로 남은 비아는 카운터 아래 문고리를 만지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나는 알고 있다……이다. 언젠가 이 문고리를, 넘겨줄 거라는 거……이다."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그녀 자신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아주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던 예감이었다.


카운터 아래 그림자 속에는, 마침 뭔가를 찾으러 내려왔던 라면사장이 서 있었다. 그는 비아의 그 혼잣말을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의 옆을 지나쳐, 자신의 발끝만 그림자 속에 남겨둔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비아는 그가 들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작은 소동이 하나 있었다. 수연이 세탁을 위해 자신의 후드를 벗어 빨래통에 넣어둔 사이, 비아가 그 후드를 발견하고는 무심코 뒤집어쓰고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돌아온 수연은 그 광경을 보고 순간 걸음을 멈췄다. 후드는 비아에게 완벽하게 맞는 크기였다.


"…원래 네 거였니?"

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아는 잠결에 웅얼거리듯 답했다.

"원래는…… 다 하나였다……이다."

그 말의 의미를 수연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그 잠든 얼굴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한참을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무렵, 오르 니에베가 심상치 않은 예보를 전해왔다. 대형 폭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좀 셀 겁니다."

그의 그 말에, 도시는 오히려 유쾌하게 들썩였다. 이제는 폭풍도, 폭설도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맞이하는 축제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라면사장은 재료를 평소의 세 배로 준비하며 드물게 먼저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다들 여기서 자게 될 거다."

그 말은 명령이라기보다 예언에 가까웠다. 도시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저마다 담요와 여벌 옷을 챙겨 가게로 모여들 준비를 했다.


폭설은 예보대로 거세게 몰아쳤다. 그날 밤, 가게는 도시 전체가 모인 임시 대피소가 되었다. 헤라, 소예, 마왕, 부관, 미다, 이든 홀트, 켈 도미르, 켄 오르드, 마르타 벨지, 그리고 아이들까지. 거의 모든 얼굴이 한자리에 모였다.

난로가 타오르고, 담요가 나눠지고, 끝없는 국물이 데워졌다.


밤이 깊어지자, 아이들은 하나둘 졸음에 겨워했다. 세레나가 그 아이들을 재우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옛날에, 토끼를 기르던 사람이 있었대."

아이들의 눈이 반짝 뜨였다. 세레나는 그 이야기를 천천히, 조곤조곤 이어갔다.


"그 사람은 토끼를 정말 아꼈어. 근데 어느 날, 아주 큰일이 생겨서 더 이상 토끼를 돌볼 수 없게 됐대.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기가 아는 사람한테 이렇게 부탁했대."

세레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용히 그 마지막 문장을 읊었다.

"'내 토끼를 부탁해.'"


그 순간, 국물을 젓던 라면사장의 손이 멈췄다. 그것은 며칠 전 그가 꾸었던 악몽 속에서, 수백 개의 목소리가 겹쳐서 말하던 바로 그 문장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주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눈치챈 것은, 이번에도 수연뿐이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괜찮으세요?"

"……괜찮다. 그냥,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문장이라서."

"어디서요?"

"모른다. 아직은."

수연은 그 대답에 더 캐묻지 않고, 대신 조용히 그의 옆에 서서 함께 국물을 저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불안하기보다 오히려 든든했다.


폭설은 밤새 이어지다가, 새벽 무렵 서서히 그쳤다. 가게 안에는 서로 뒤엉켜 잠든 도시 사람들로 가득했다.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팔다리, 나란히 기대어 잠든 얼굴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피어오르는 국물의 온기.

라면사장은 가장 먼저 깨어나, 문가에 서서 그 광경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장면, 기록하고 싶다.'

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그는 세계를 기록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른 감정이 뒤따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그 낯선 감정의 정체를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나쁜 감정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수연이 잠에서 깨어나 그 옆으로 다가왔다.

"뭐 보고 계세요?"

"이 도시. 그리고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예쁘죠?"

"그래. 근데 이제,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눈이 그친 아침, 도시는 반짝이는 설원으로 뒤덮여 있었다. 가게 안에서 하나둘 깨어난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며 서로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다들 무사히 밤을 넘겼네요!"

세레나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헝클어진 머리와 구겨진 담요를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리스는 잠에서 깨자마자 조명 장비부터 확인했다. 어젯밤 급하게 대피시킨 드론들이 눈에 덮인 채 창가에 쌓여 있었다.

"얘네도 무사히 밤을 넘겼네요."

그녀가 안도하며 드론의 눈을 털어냈다. 그 옆에서 켈 도미르가 자신의 시계를 꺼내 시각을 확인했다.

"시계도 멈추지 않았어요. 이 도시, 정말 튼튼해졌네요."


녹사는 밤새 뒤척이는 사람이 없는지 조용히 살피며 가게 안을 돌았다. 모두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눈부신 설원을 바라보는 라면사장 옆에 다가와 섰다.

"어젯밤 그 이야기, 너도 들었겠지."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짐작 가나."

"아직은 모른다. 근데 안다는 확신은 든다."

녹사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고, 다만 조용히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날 아침, 라면사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국물을 끓였다. 지난밤의 그 문장, 그리고 그 앞에서 느낀 낯선 감정 모두를 마음 한편에 눌러 담은 채로.

'……좋은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근데 좋은 시절일수록, 지켜야 할 게 늘어난다.'

그는 그 사실을 이제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각오로.

창밖에는 폭설이 그친 자리에, 눈부시게 맑은 겨울 아침이 도시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노바 니발리스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4부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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