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1화. 늙지 않는 사람들
세레나는 그날 오후, 오랜만에 도시 전체를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았다. 순찰이 아니라, 그저 도시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시계방은 여전히 바빴고, 온실의 싹은 조금 더 자라 있었으며, 아이들은 골목에서 꿈 장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발걸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도시를 한 바퀴 다 돌고 나서야, 그녀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라면사장님이, 요즘 조금씩 조용해지고 있어.'
겉으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좋은 시절의 화면 한구석에서 자라나는 그림자를, 처음으로 정면으로 응시하기로 했다.
"라면사장님, 요즘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 있으세요?"
그날 저녁 가게에 들른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거 아니다. 그냥, 지켜야 할 게 많아지니까 신경 쓸 일도 많아지는 거다."
세레나는 그 대답이 완전한 진실은 아니라는 걸 느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그 무렵, 도시에는 유쾌한 소식 하나가 퍼졌다. 치즈 장인 감바 롤로가 오랫동안 숙성해온 치즈 저장고를 처음으로 개방한 것이다.
"드디어 완성됐다! 다들 와서 맛봐!"
감바 롤로가 우렁차게 외치며 사람들을 초대했다. 도시 전체가 순수한 미식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라면사장은 그 치즈를 받아 라면 토핑으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거, 진짜 맛있어요!"
수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게 치즈 라면이 가게의 새로운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비아도 그 치즈를 처음 맛보고는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건…… 문보다 대단하다……이다."
그 말에 가게 안이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무렵, 마감 후 가게 앞에서 이상한 목격담이 돌기 시작했다. 낯선 여자가 가게 앞에 서 있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목격자는 소예뿐이었다.
"백금발에, 뭔가 부서질 것 같은 실루엣이었어요. 손님이었을까요?"
소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 들어올 때가 아닌 거다."
"네? 아는 사람이에요?"
"모른다. 근데 언젠가, 알게 될 것 같다."
그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소예는 그 대답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다시 캐묻지 못했다.
그 무렵, 수연에게 기쁜 소식이 있었다. 오랫동안 토핑과 사이드 메뉴만 맡아온 그녀가, 드디어 정식 메뉴 하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맡게 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그녀가 연습해온 냉면이었다.
"오늘부터 냉면, 제가 만드는 거예요!"
첫 판매일, 수연이 만든 냉면은 그날 준비한 물량이 전부 완판되었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라면사장의 평가를 기다렸다.
"팔리네."
"그게 다예요?"
"최고의 평가다."
수연은 그 짧은 대답에 하루 종일 실실댔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왜 그렇게 싱글벙글한지 몰라 의아해했지만, 라면사장만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무렵, 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도는 화제가 하나 있었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자라는데, 유독 라면사장, 세레나, 비아, 녹사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대놓고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저마다 다른 무게의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어른들은 원래 안 늙는 줄 알았어."
한 아이가 천진하게 그렇게 말하자, 주변 어른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긴 침묵이 남았다.
수연도 그 대화를 듣고 문득 라면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국물을 젓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무표정 아래 뭔가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 무렵, 도시의 유리 오르간 연주자 솔 미제레는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계절의 온도차 때문에 오르간의 음이 계속 틀어지는 것이었다.
"이거, 완벽하게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가 이리스에게 하소연했다.
도시 사람들이 그 조율을 돕겠다고 나섰다. 며칠간의 시행착오 끝에, 오르간은 완벽한 음 대신 이 도시만의 독특한 음을 갖게 되었다.
"이게, 오히려 더 좋은데요?"
이리스가 그 음을 들으며 감탄했다. 그녀는 그 음을 자신의 다음 공연 키로 삼기로 했다.
"이 도시의 소리를 담은 무대, 만들어볼게요."
그날 저녁, 세레나는 다시 라면사장을 찾아왔다.
"사장님, 아까 낮에 있었던 얘기요. 다들 안 늙는다는 거."
"그게 왜."
"그냥, 언젠가는 사장님이 저한테 다 말씀해주실 날이 올까요? 사장님이 진짜 누구인지."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짧게 답했다.
"올 거다. 근데 아직은 아니다."
세레나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기다림은 가장 오래된 미덕이었다.
"그럼 기다릴게요. 얼마가 걸리든."
그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세레나는 문득 녹사와 마주쳤다.
"방금 라면사장님이랑 얘기했어요. 다들 안 늙는다는 거."
"뭐라던가."
"올 거라고 하셨어요. 말해줄 날이. 근데 아직은 아니라고."
녹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저놈이 스스로 말할 날을 정한 거니까, 우리가 서두를 필요 없다."
"녹사 씨는 안 궁금해요? 사장님이 진짜 뭔지."
"궁금하다. 근데 나도 안 늙는 존재다. 어쩌면 나도, 저놈이랑 비슷한 이유로 여기 있는 걸지도 모른다."
세레나는 그 말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세요?"
"가끔. 근데 답을 서두르면, 진짜 답이 아니라 상상이 된다. 나는 상상보다 진짜를 기다리는 쪽이다."
세레나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게로 돌아온 세레나에게, 라면사장은 말없이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내밀었다.
"녹사랑 얘기했나."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세레나는 그 말에 옅게 웃으며 국물을 받아 들었다. 창밖에는 늙지 않는 이들과 자라나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위로, 겨울 햇살이 고요히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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