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88화. 소므니움의 마지막 나날

포장마차를 낸 지 사흘째, 그 효과는 숫자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오늘도 손님이 반 토막이에요."

세레나가 소므니움의 꿈 상점 앞을 지나며 슬쩍 훔쳐본 결과를 전했다.

"그럴 만하다."

라면사장이 국자를 저으며 답했다.

"따뜻한 걸 먼저 먹이면, 꿈이 덜 당긴다. 배부르고 따뜻한 사람은 원래 잘 안 흔들린다."


그날 오후, 소므니움이 직접 포장마차 앞에 나타났다. 평소의 정중한 미소 대신, 처음으로 뚜렷한 언짢음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이건 반칙입니다."

"뭐가."

"현재가 이렇게 따뜻하면, 미래가 안 팔리잖아요."

라면사장은 국자를 든 손을 멈추지 않은 채 태연히 답했다.

"그게 장사다."


"장사라고 하기엔, 제 규칙까지 이용하시는군요. 저는 자발적 거래만 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당신은 그 자발성 자체를 줄여버리고 있습니다."

"내가 뭘 강제로 한 게 있나. 그냥 국물 팔았을 뿐이다."

"국물이 너무 맛있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처음으로 옅게 웃었다.

"그게 내 죄라면, 인정한다."


수연이 옆에서 그 대화를 듣다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기요, 지는 게임인데 왜 자꾸 우기세요?"

"지는 게 아니라, 부당한 겁니다."

"부당한 게 아니라 그냥 저희가 더 잘하는 거예요."

소므니움은 그 단호한 반박에 잠시 말을 잃었다.

"당신들, 정말 하나같이……."

그는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체념한 얼굴로 물러섰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근데 이건 기억해두세요. 저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소므니움이 떠난 뒤, 수연은 문득 라면사장 옆에 바짝 붙어 서서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근데 사장님, 저놈 표정 봤어요? 완전 억울해하던데요."

"봤다. 상대도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거다."

"사장님은 저놈이 밉지 않으세요?"

"밉다기보다는, 이해가 안 된다.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사장님도 이해 안 되는 게 있어요?"

"당연히 있다. 나도 다 아는 건 아니다."

수연은 그 뜻밖의 대답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예요, 그 표정."

"그냥, 사장님도 모르는 게 있다는 게 신기해서요."

"나도 사람…… 아니, 사람 비슷한 거다. 모르는 게 있는 게 당연하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다가 스스로도 그 표현이 조금 어색했는지, 슬쩍 헛기침을 했다. 수연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 비슷한 거요? 그거 되게 이상한 표현이에요."

"귀여우시네요, 가끔."

수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도 놀라 입을 다물었다. 라면사장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귓불이 옅게 붉어져 있었다.

"…국물이나 저어라."


그 소식은 곧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상담소에 앉아 있던 녹사도,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짧게 수첩에 적었다.

'포장마차 대응 — 국물이 꿈을 이긴다. 저놈, 슬슬 막바지에 몰리고 있다.'

"녹사 씨, 이거 진짜 재밌는 방식 아니에요?"

이리스가 그 상담소에 들러 물었다.

"재밌다기보다는, 정확하다. 힘으로 싸우지 않고, 그냥 더 나은 걸 보여주는 거다."


"근데 저놈이 계속 이렇게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까요?"

이리스가 걱정스레 물었다.

녹사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모른다. 근데 지금까지 저놈이 보여준 방식을 보면,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다. 저놈은 어디까지나, 선택지를 파는 존재니까."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죠."

"그래야 한다. 라면사장한테도 그렇게 전해뒀다."

이리스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극장 거리로 향했다. 도시 전체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 낯선 손님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날 밤, 포장마차를 정리하며 수연이 문득 물었다.

"사장님, 내일도 저놈이랑 이렇게 계속 싸울 거예요?"

"싸운다기보다는, 그냥 우리 할 일을 하는 거다. 저놈이 뭘 팔든,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걸 하면 된다."

"저도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사장님 밑에서 배운 대로."

라면사장은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잘 배웠다."


며칠 뒤, 소므니움은 손님을 끌기 위해 아예 문턱시장을 직접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걸음을 멈춘 곳은, 시든 꽃만 파는 리브 아넬의 수레 앞이었다.

리브는 오래전부터, 한창때를 지나 고개를 숙인 꽃들만 골라 팔아왔다. 그 이유를 묻는 손님에게 그녀는 늘 이렇게 답했다.

"시든 꽃한테도 마지막 자리는 필요하니까요."


"흥미로운 장사시네요."

소므니움이 그 수레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

"당신, 그 꿈 파는 분이시죠. 근데 궁금한 게 있어서요. 당신도 저한테 사고 싶은 게 있지 않습니까?"

"뭘 파실 수 있는데요?"

"시들지 않은 세계요. 당신이 파는 이 꽃들이, 전부 활짝 핀 채로 영원히 지지 않는 세계."


그 제안은 얼핏 그녀의 일과 정확히 반대되는, 그러나 동시에 무섭도록 매혹적인 것이었다. 소므니움이 손을 뻗자, 순간 그녀 앞에 작은 풍경이 펼쳐졌다. 꽃들이 만개한 채로 시들지 않는 정원. 아름다웠다. 지나치게,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리브는 그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거, 견본만 봐도 알겠네요. 이 세계엔 제 가게가 없겠어요."

"무슨 뜻입니까?"

"시든 꽃이 없는 세계엔, 저 같은 사람이 할 일이 없잖아요. 저는 시든 것들의 배웅인이에요. 그게 제 일이에요."


"당신은, 자신의 일을 잃는 게 싫어서 거절하시는 겁니까?"

"그것만은 아니에요. 저도 처음엔 조금 흔들렸어요. 저 정원, 정말 예뻤거든요."

"근데 왜 거절하셨습니까?"

"흔들린 채로 계속 보고 있으니까,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어요. 저 안에 있는 꽃들, 다 똑같은 순간에 멈춰 있잖아요. 시간이 안 흐르니까요."


"시간이 안 흐르는 게, 왜 문제입니까?"

"저는 원래, 다른 시절의 꽃을 다루는 사람이에요. 어린 봉오리도 있고, 활짝 핀 것도 있고, 시든 것도 있어요. 근데 저 정원은, 전부 딱 하나의 순간만 있어요. 그게 저한테는 오히려 무섭게 느껴졌어요."

리브의 그 설명에, 소므니움은 잠시 침묵했다.

리브는 시든 꽃 하나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이 꽃들, 활짝 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아름답게 시드는 거예요. 시들지 않으면, 애초에 핀 적도 없는 게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 핀 시절을 배웅해주는 사람이에요. 시들지 않은 꽃한테는, 배웅해줄 것도 없어요."


소므니움은 그 말에 오랫동안 정원의 풍경을 그대로 둔 채 침묵했다.

"당신도, 이 도시 사람들과 똑같군요."

"그런가요? 저는 그냥 제 일을 하는 것뿐인데."

리브는 그렇게 답하며 다시 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소므니움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원의 풍경을 조용히 거두었다.


그날 저녁, 리브는 가게에 들러 오늘 있었던 일을 라면사장에게 전했다.

"저도 만났어요, 그 꿈 파는 분. 근데 좀 재밌었어요. 저한테는 팔 게 없더라고요. 제 일이 원래 그런 거니까요."

"자네 같은 사람이, 이 도시엔 몇 없다. 끝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

리브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사장님도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거."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답 대신 옅은 미소만 지었다.

"사장님, 시들지 않는 세계, 보고 싶으세요?"

"아니. 나는 시드는 것도, 지키는 것도 다 봐야 하는 입장이다."

리브는 그 대답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저도 제 몫 할게요. 오늘도 시든 꽃, 마지막 자리 잘 찾아줘야죠."


리브가 떠난 뒤, 가게에는 오랜만에 손님 하나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조용한 저녁, 소므니움이 다시 걸어 들어왔다.

"오늘은 뭘 팔러 온 게 아닙니다."

그가 먼저 말했다.

라면사장은 국자를 든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뭐 하러 왔나."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소므니움은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앞에 앉았다. 드물게, 그 목소리에는 정중함 대신 순수한 궁금함이 담겨 있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왜 인간은, 아니 이 도시 사람들은, 아픈 현재를 고르죠? 저는 늘 더 나은 걸 보여드렸는데, 다들 결국 지금의 아픔을 택했습니다. 그게 왜 더 낫다는 겁니까?"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국물을 젓던 손을 멈추었다.

"고른 아픔은, 자기 거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네가 준 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남이 만든 거다. 근데 이 사람들이 고른 아픔은, 자기가 직접 선택한 거다. 그 차이가, 사람들한테는 전부다."


"근데 아픔인데도요? 좋은 것도 아니고, 아픈 걸 굳이 자기 걸로 삼는 이유가 뭡니까?"

"아픈 걸 자기 걸로 삼는 게 아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정하는 거다. 그 삶에 아픔이 섞여 있어도, 그게 자기가 정한 거라면 견딜 수 있다."

"저는 그 반대로만 생각했습니다. 아픔은 최대한 없애주는 게 좋은 거라고."


"없애주는 것과, 선택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네가 아픔을 없애주면, 그 사람은 편해질지 몰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니게 된다."

"주인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중요하다. 나도 그것 때문에 이 가게를 열었다."

소므니움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당신도,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까?"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답 대신 옅게 웃었다.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지."

"…알겠습니다."

소므니움은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 대답을 오래 곱씹듯, 한참을 그 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근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제가 하는 일에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루지 못한 것도 볼 수 있게. 그게 왜 나쁜 겁니까?"

"나쁘지 않다. 다만 방식이 틀렸다. 너는 선택지를 보여준 뒤, 거기 머물게 만들었다. 그게 문제다. 보여주는 것과 붙잡는 것은 다르다."


소므니움은 그 말에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대화,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한테 이렇게 직접 대답해주신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라면사장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옅게 눈을 감았다.

'……저놈도, 나름의 방식으로 서사를 갖고 있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악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에게도, 어쩌면 그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정면으로 들어주는 것 역시, 이 가게의 방식 중 하나였다.


그날 밤, 수연이 마감을 도우며 물었다.

"사장님, 아까 저놈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그냥, 왜 사람들이 아픈 현재를 고르는지 물어보더라. 고른 아픔은 자기 거니까, 라고 답했다."

수연은 그 대답에 문득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도 그런 거였네요. 콜라비빔면 만드는 거."


"근데 사장님, 저놈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노력하는 존재는, 미워하기 어렵다."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래. 그리고 너도, 그런 존재다."

수연은 그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도 늘 노력한다. 그래서 나도, 너를 미워할 수가 없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고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슬쩍 헛기침을 했다.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네. 알아요."

수연은 그렇게 답하며 옅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확신에 찬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서서 마감을 마무리했다.

가게 문을 잠그고 돌아서던 길, 두 사람은 비아와 마주쳤다. 비아는 오늘도 어딘가 느긋한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놈, 슬슬 끝이 보인다……이다."

비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비아 씨도 그렇게 느끼세요?"

수연이 물었다.

"당연하다……이다. 처음 왔을 때는 자신만만했는데, 요즘은 걸음걸이부터 다르다……이다."

"걸음걸이가 왜요?"

"쫓기는 걸음이다……이다. 나는 그런 걸음, 많이 봤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관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눈은 틀린 적이 없지."

"당연하다……이다. 나는 모든 문을 지켜봤다……이다. 저놈이 다음에 어느 문으로 나갈지도, 대충 알 것 같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저놈, 진짜 얼마 안 남은 거예요?"


"모른다……이다. 근데 얼마 안 남은 건 맞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답하며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라면사장과 수연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싸움이 끝나면, 또 뭐가 올까요?"

수연이 문득 물었다.


"모른다. 근데 뭐가 오든, 우리는 또 이겨낼 거다."

라면사장이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수연은 그렇게 답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옆으로 조금 더 다가섰다.

세 존재는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저물어가는 소므니움의 마지막 나날들을 함께 지켜보았다. 창밖에는 오늘도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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