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8화. 붉은 테두리의 그릇
그날 아침, 라면가게 문에는 처음 보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금일 휴업. 대청소."
글씨는 반듯했고, 종이는 반으로 접었다 편 자국이 있었다. 오래전에 미리 써두고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던 종이처럼.
소예는 그 앞에서 잠깐 고민했다. 휴업이면 알바도 쉬는 건가. 그러나 문을 밀어보니 열렸고, 안에서는 이미 라면사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왔네."
"휴업이라면서요."
"손님이 휴업이다. 우리는 아니다."
"그 말을 어제 해주셨으면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텐데요."
"준비하면 도망갔을 거잖아."
소예는 반박하지 못했다.
카운터 위에는 비아가 걸레를 머리에 얹은 채 앉아 있었다. 청소를 돕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걸레를 모자로 쓰겠다는 선언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비아도 해."
"나는 감독이다……이다."
"감독은 뭘 하는데."
"보는 거다. 열심히 본다……이다."
라면사장은 대꾸하지 않고 비아의 머리에서 걸레를 걷어 소예에게 던졌다. 비아는 모자를 빼앗긴 아이의 얼굴이 되었다가, 금세 카운터 아래에서 새 걸레를 찾아내 다시 머리에 얹었다. 그 걸레가 어디서 났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기로 했다.
문이 벌컥 열린 것은 그때였다.
"오늘 휴업이라며. 왜 불이 켜져 있어."
수연이었다. 휴업 공지를 봤으면서 굳이 들어와서 휴업인 이유를 따지는 사람. 라면사장은 그녀에게도 걸레를 던졌다.
"온 김에 해."
"내가 왜."
"밥 먹잖아, 매일."
"……그건 그렇지만."
수연은 걸레를 받아 들고도 한참 투덜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투덜거림은 이미 소매를 걷는 손과 따로 놀고 있었다.
대청소는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다.
가게는 작았지만 물건은 많았다. 카운터 아래에는 라면 봉지가 종류별로 쌓여 있었고, 그 뒤에는 외상장부가 세 권, 그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들이 있었다. 상자 하나를 열어본 소예는 안에 어묵 꼬치의 나무 막대만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 조용히 닫았다. 이 가게에는 묻지 않는 게 나은 것들이 있었다.
수연은 청소에 물리력을 도입했다.
"창문은 내가 할게."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유리창 표면에 살얼음이 얇게 끼었다가, 때가 얼어붙은 채로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유리는 새것처럼 반짝였다.
"……그거 편리하네."
"그치."
"바닥도 그렇게 돼?"
"바닥은 우리가 얼음 위에 서게 되니까 안 돼."
"물리적으로 정확하네요."
"마법은 물리야."
비아는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즉, 청소가 끝난 자리를 골라 밟고 다니며 "여기 아직 덜 됐다……이다"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평가에서 수연이 비아를 통째로 들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고, 비아는 그 뒤로 카운터 위에서만 감독했다.
청소 도중에는 발굴도 있었다.
카운터 제일 아래 칸에서 소예가 낡은 공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공책. 외상장부 세 권 옆에 끼어 있었지만, 장부는 아니었다.
"이건 뭐예요?"
라면사장이 흘끔 보더니, 드물게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버리면 안 되는 거다."
"안에 뭐가 있는데요?"
"아무것도 없다."
소예가 펼쳐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백지. 그런데 종이의 결이 이상했다. 수없이 넘겨본 책처럼 모서리가 부드럽게 닳아 있었다. 쓴 적 없는 공책을 읽은 흔적이라는, 말이 안 되는 물건이었다.
"백지를 왜 이렇게 많이 넘겨봤어요?"
"쓸까 말까 고민을 오래 했다."
"뭘 쓰려고 했는데요?"
"안 쓰기로 한 걸."
대답이 되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소예는 그 이상 묻지 않고 공책을 제자리에 꽂았다. 이 가게에는 묻지 않는 게 나은 것들이 있었고, 오늘 그 목록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었다.
정오쯤, 마왕이 세탁소 교대를 마치고 놀러 왔다가 걸레를 받았다.
"나는 손님인데."
"휴업이다. 오늘 손님은 없다."
"그럼 나는 뭐지."
"인력."
마왕은 항의하려다가, 천 년의 경험으로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선반 정리를 시작했다. 그는 의외로 정리에 재능이 있었다. 라면 봉지들이 색깔별로, 그다음엔 매운 정도별로 정렬되었다. "정복이란 결국 정리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소예가 그 자리를 발견한 것은 오후였다.
카운터 안쪽, 가장 구석. 다른 의자들을 전부 꺼내 물걸레질을 하던 그녀는, 맨 안쪽 의자 하나가 다른 것들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조금 낮았다.
어른 의자와 아이 의자의 중간쯤 되는 높이. 그리고 등받이에는 붉은 끈이 하나 묶여 있었다. 낡지 않은 끈이었다. 색이 바래지 않게 누군가 관리하고 있는 끈.
그리고 그 의자 앞, 카운터 안쪽 선반에는 작은 그릇이 하나 놓여 있었다.
테두리가 붉은 그릇이었다.
소예는 처음엔 그냥 식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가게의 그릇들은 전부 카운터 아래 선반에 포개져 있는데, 이 그릇만 혼자 그 자리에, 마치 상이 차려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똑바로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릇을 들어보았다.
먼지가 없었다.
대청소가 필요한 가게에서, 청소가 필요 없는 그릇이 딱 하나 있었다.
"그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면사장이었다. 그는 소예의 손에 들린 그릇을 보고 있었다. 화난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의 무심함과도 달랐다.
"아, 죄송해요. 닦으려던 건 아니고, 이미 깨끗해서……."
"매일 닦으니까."
"매일요?"
"그래."
소예는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새 그릇의 매끈함이 아니라, 쓰이지 않은 채 오래 관리된 물건 특유의, 조금 쓸쓸한 반질반질함이었다.
"누구 거예요?"
"올 사람 거다."
"……언제 오는데요?"
"몰라."
라면사장은 소예의 손에서 그릇을 조심스럽게 받아,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았다. 각도까지 정확하게. 소예는 그 손길에서 이 그릇이 이 가게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어렴풋이 느꼈다.
"더 안 물어봐도 돼요?"
"물어봐도 된다. 대답을 안 할 뿐이다."
"……그게 이 가게 방식이죠."
"배웠네."
소예는 걸레를 고쳐 쥐고 옆 의자로 넘어갔다. 그러나 청소하는 내내, 시선이 자꾸 그 붉은 테두리로 돌아갔다.
수연도 당연히 알아차렸다.
"야, 저 그릇 뭐야."
그녀는 소예처럼 돌려 묻지 않았다. 창문을 다 끝낸 수연이 카운터 안쪽을 정리하다가 그릇을 발견하고, 라면사장에게 직진했다.
"올 사람 거다."
"올 사람이 누군데."
"오면 알게 된다."
"그 대답 진짜 싫어."
"자주 듣게 될 거다."
수연은 그릇을 노려보다가, 문득 뭔가 떠올린 얼굴이 되었다.
"……잠깐. 나 왔을 때는 왜 저 그릇 안 줬어?"
라면사장이 고개를 들었다.
"네 첫 그릇은 비빔면 그릇이었잖아."
"그러니까. 첫 손님이었잖아, 나. 기다리던 손님 아니었어?"
"기다리던 손님 맞다."
"그런데?"
"저건 다른 기다림이다."
수연은 그 대답을 곱씹었다. 기다림에도 종류가 있다는 말인지, 자기 말고 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지. 어느 쪽이든 마음에 걸렸지만, 어느 쪽인지 확인하는 건 이 가게에서 하면 안 되는 일 같았다.
"쳇."
그녀는 짧게 혀를 차고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한 번 더 그릇을 봤다.
비아는 그동안 카운터 위에서 조용했다.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걸레 모자도 어느새 벗어두고 있었다. 소예가 흘끔 보니, 비아는 그 낮은 의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아는 알아? 저거 누구 자리인지."
소예가 작게 물었다.
비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기다리는 자리다……이다."
"그건 아까 사장님도 말했어."
"기다리는 자리는 문이랑 비슷하다."
비아가 말했다.
"문은 열어두는 거다. 누가 올지 몰라도, 열어두는 거다. 저 그릇도 그런 거다……이다."
소예는 비아의 얼굴을 보았다. 장난기가 걷힌 회보랏빛 눈은 평소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아주 가끔, 비아는 어린애의 얼굴로 아주 오래된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
"언제 올까, 그 사람."
"모른다."
비아는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걸레를 머리에 얹었다.
"그래도 물은 매일 끓는다……이다."
오후 늦게 세레나가 들렀다.
그녀는 휴업 공지를 읽고도 문을 열었다. 이 도시에서 그 공지를 그대로 믿은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는 셈이었다.
"대청소 중이시군요."
"거의 끝났다."
"도울 일이 있을까요?"
"없다. 앉아 있어."
세레나는 순순히 카운터 앞에 앉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앉기 전부터 이미 한 곳에 가 있었다. 카운터 안쪽, 낮은 의자와 붉은 테두리의 그릇.
청소 때문에 주변이 훤해진 만큼, 그 자리는 평소보다 더 도드라져 보였다.
세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주 자연스러운 걸음이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의 걸음이 아니라, 수백 번 서봤던 자리에 다시 서는 걸음.
그녀는 그릇 앞에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하나 꺼냈다.
소예는 걸레질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세레나는 계란을 손에 쥔 채, 그릇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계란을 그릇에 넣으려는 것처럼. 그러나 넣지 않았다.
한참 뒤, 그녀는 계란을 도로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도 아니네요."
"그래."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오래 반복해온 사람들의 대화는 대부분이 생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레나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소예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옅게 웃었다.
"궁금하죠."
"……네. 솔직히."
"저도 궁금해요. 언제 올지."
"누가 오는지는 아세요?"
세레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은 모른다는 뜻이 아니었다. 안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 알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의 침묵.
"언젠가, 아주 지친 아이가 올 거예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가 왔을 때, 이 도시에서 제일 먼저 해줄 일이 정해져 있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 그릇에 뜨거운 걸 담아주는 것. 그게 전부예요."
"……그래서 매일 닦아두는 거군요."
"네. 언제 와도 첫 그릇이 준비돼 있게."
소예는 자기가 처음 이 가게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았고, 그릇이 먼저 나왔다. 그때는 그게 무심함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그것은 준비된 무심함이었다. 오래전부터 연습된, 잘 훈련된 환대.
"이 가게, 좀 무섭네요."
소예가 웃으며 말했다.
"뭐가요?"
"친절을 이렇게까지 준비해두는 게요."
세레나는 그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드문 일이었다.
"맞아요. 이 가게의 친절은 즉흥이 아니에요. 전부 재고가 있죠."
"재고라니, 사람 말을 이상하게 한다."
라면사장이 낮게 항의했지만, 아무도 정정해주지 않았다.
세레나는 저녁 전에 돌아갔다.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한 번 더 그 그릇 쪽을 돌아보았다. 소예는 그 시선의 길이를 눈치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배우는 중이었다. 이 도시의 방식을.
해 질 무렵, 청소가 끝났다.
가게는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창문은 수연의 얼음 세공 덕에 투명했고, 선반은 마왕의 정복욕 덕에 백화점처럼 정렬돼 있었다. 마왕은 뿌듯한 얼굴로 자기가 정리한 선반을 세 번 둘러보고 갔다. 가면서 "다음 휴업일에도 부르도록"이라고 했다. 아무도 안 불렀는데 올 사람의 말투였다.
라면사장은 수고비 대신 저녁을 끓였다. 휴업일의 저녁은 손님용이 아니라서, 넷이 카운터에 나란히 앉아 먹는 밥이었다. 봉지라면에 계란과 파. 반찬은 낮에 만들어둔 어묵볶음.
"오늘 발견한 건데요."
소예가 국물을 뜨며 말했다.
"이 가게, 물건마다 자리가 다 정해져 있더라고요. 대충 놓인 게 하나도 없어요."
"당연하지."
"어묵 막대만 가득한 상자도요?"
"그건 비아 거다."
"모은다……이다."
"왜?"
"많으면 기분 좋다……이다."
명쾌한 수집 철학이었다. 소예는 웃으며 넘어갔다.
수연은 젓가락을 든 채 카운터 안쪽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낮은 의자와 붉은 그릇 쪽을.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 자리 말이야."
"응."
"그 사람 오면, 우리 자리 배치 바뀌는 거야?"
"안 바뀐다. 자리는 늘어나는 거지, 밀려나는 게 아니다."
수연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을 마셨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물은 척했지만, 대답을 듣고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옆에서 다 보였다. 소예는 못 본 척했다. 배려의 방식도 이 가게에서 배우는 중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수연과 소예가 돌아간 뒤였다.
비아는 카운터 위에서 배를 깔고 누워 벌써 반쯤 잠들어 있었다. 라면사장은 마지막 정리를 했다. 그릇을 씻고, 행주를 널고, 불을 반쯤 줄였다.
그리고 카운터 안쪽으로 걸어갔다.
붉은 테두리의 그릇 앞에.
그는 마른 행주를 들어, 이미 깨끗한 그릇을 한 번 더 닦았다. 서두르지 않는 손길이었다. 매일 하는 일의 손길. 물을 올리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일.
닦고 나서, 그는 그릇을 제자리에 놓았다. 낮은 의자의 각도를 살짝 고쳤다. 등받이의 붉은 끈을 한 번 매만졌다.
그의 눈은 잠깐, 아무도 없는 그 낮은 의자 위에 머물렀다.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인지도 몰랐다. 볼 수 있다는 것과 봐도 된다는 것은 다르니까. 그 규칙은 손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아니군."
그가 낮게 말했다.
그 말투는 실망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달력에 표시를 하듯, 오늘 하루를 접어 넘기는 말.
카운터 위에서 비아가 잠결에 뒤척였다.
"……물은, 내일도 끓는다……이다……."
잠꼬대인지 대답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라면사장은 비아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마지막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가게는 조용했다. 깨끗해진 유리창으로 눈 내리는 거리의 빛이 스며 들어와, 카운터 안쪽의 작은 그릇 하나를 희미하게 비췄다.
테두리의 붉은색은 어둠 속에서도 붉었다.
그릇은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가게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서두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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