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73화. 축제 전야

축제를 하루 앞둔 날, 도시 전체가 마지막 준비로 분주했다.

"자, 조명대는 이쪽에 세우고, 배경막은 저쪽에 걸어주세요!"

이리스가 광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지시를 내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반쯤 쉬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감독님, 이 정도면 될까요?"

한조 벨이 완성된 도장 부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완벽해요! 벨 씨 도장, 다들 기념으로 하나씩 받아 가실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요."

벨은 그렇게 답하며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업대를 다시 정리했다.


파올라 링의 회전목마도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이제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도 안 나요!"

파올라가 직접 목마를 돌려보며 신이 나서 말했다.

"다행이에요. 내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이리스는 그 광경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지난 며칠간의 모든 곤란들이, 이제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키에 안데르의 얼음 초롱들도 광장 곳곳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거 봐요, 감독님! 원석 덕분에 예정보다 더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안데르가 자랑스럽게 초롱 하나를 들어 보였다. 얼음 속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가,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정말 아름다워요."

"내일 밤에 불을 밝히면 더 예쁠 거예요. 기대하세요."


그 시각, 세레나는 준비위원장으로서 마지막 점검을 돌고 있었다.

"조명대는 확인했고, 배경막도 걸렸고……."

그녀는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광장을 돌았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완성된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셨네."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곁을 지나던 비아가 그 말을 듣고 다가왔다.

"세레나는 안 쉬나……이다. 벌써 며칠째 계속 도시를 돌고 있다……이다."


"쉬어야죠. 근데 오늘만큼은 끝까지 보고 싶어서요."

"왜……이다."

"이 도시가 이만큼 자리 잡았다는 증거잖아요. 그게 그냥 기쁠 뿐이에요."

비아는 그 대답에 잠시 세레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세레나, 웃고 있다……이다. 근데 피곤해 보인다……이다."

"티가 나요?"

"난다……이다. 항상 난다……이다."

세레나는 그 직설적인 지적에 살짝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옅게 웃었다.


"비아 씨는 참 예리하시네요."

"그런 거 아니다……이다. 그냥 오래 봐서 안다……이다."

그 짧은 말에, 세레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 자신의 피로를 알아봐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내일은 좀 쉴게요."

"그래야 한다……이다. 안 그러면 내가 혼낸다……이다."

"비아 씨한테 혼나면 무섭겠네요."

"당연하다……이다. 나는 제일 높다……이다."

세레나는 그 단호한 대답에 결국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비아의 그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한 말투가, 오늘따라 유독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럼 오늘은 마지막으로 광장만 한 바퀴 더 돌고 쉴게요."

"같이 돈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 옆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말없이 완성된 광장을 함께 둘러보았다. 얼음 초롱, 회전목마, 텅 빈 무대 — 그 모든 것이 내일을 기다리며 조용히 서 있었다.


저녁 무렵, 가게에서는 라면사장과 수연이 축제용 재료를 미리 손질하고 있었다.

"계란이 몇 개나 필요해요?"

수연이 물었다.

"내일 하루치로는 이백 개는 필요하다."

"이백 개요?! 그걸 언제 다 삶아요?"

"밤새 삶으면 된다."

라면사장의 그 태연한 대답에, 수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사장님도 참, 무슨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세요."

"별일 아니다. 물만 끓이면 되는 일이다."

"물 끓이는 건 쉽지만, 이백 개 까는 건 안 쉬워요!"

"그래서 네가 도와주는 거다."

수연은 그 말에 못 이기는 척 웃으며 계란을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밤늦도록 함께 계란을 삶고 껍질을 벗겼다. 손끝이 뜨거워질 때마다 수연이 앓는 소리를 내면, 라면사장은 그때마다 무심한 듯 찬물을 건네주었다.

"사장님, 손 안 뜨거우세요?"

"익숙하다."

"저는 아직도 뜨거운데."

"너도 곧 익숙해진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수연은 문득 이런 시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손은 바빴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근데 사장님, 내일 축제 기대되세요?"

수연이 계란 껍질을 벗기며 물었다.

"기대라기보다는, 궁금하다."

"뭐가 궁금하세요?"

"이 도시가 처음 여는 축제다. 다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저는 그냥 신나요. 이렇게 큰 행사, 저도 처음 겪어보는 거라."

"너도 처음이군."

"네. 그러고 보니 사장님도 저도, 다 처음이네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이 도시의 많은 것들이 다 처음이다. 그래서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수연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아직 모든 것이 새로 쌓여가는 중이었다. 첫 축제, 첫 무대, 첫 캐스팅 — 그 모든 '처음'들이, 어쩌면 이리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사장님, 신입 내일 무대에 설까요?"

"모른다. 근데 서든 안 서든, 그것도 저 아이의 첫 결정일 거다."

"맞아요. 그것도 처음이겠네요."

두 사람은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계란 이백 개를 향해 손을 놀렸다.


그 무렵, 극장 거리 한구석에서는 볼도가 홀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는 몇 번이고 첫 문장을 고쳐 말하다가, 결국 들고 있던 종이를 구겨버렸다.


"뭐 하세요?"

지나가던 이리스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아, 감독님! 내일 낭독할 시를 연습하고 있었다!"

"잘 안 되세요?"

"첫 문장이 계속 마음에 안 든다! 너무 거창하게 들린다!"


이리스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 시, 누구한테 쓰신 거예요?"

돈키호테는 그 질문에 순간 말을 멈췄다.

"……나 자신에게."

"그럼 첫 문장, 거창할 필요 없지 않아요? 자기 자신한테 하는 말인데."


"그런가?"

"네. 그냥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 있는 그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돈키호테는 그 조언에 잠시 생각하다가,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펼쳤다.

"그래! 그럼 이렇게 시작하겠다 — '나는 오랫동안 창고에 숨어 울었다.'"


"그거 좋은데요."

"정말인가?"

"네. 솔직하고, 진짜예요."

돈키호테는 그 칭찬에 눈을 반짝이며 다시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문득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내일,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듯이, 그녀도 언젠가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편, 이리스는 모든 준비가 끝난 텅 빈 광장에 홀로 남아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갔고, 남은 것은 완성된 무대와 정적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잠깐 서 있다 내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무대 중앙에 서서, 텅 빈 객석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저 자리에 사람들이 다 앉아 있겠지."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조여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그 상상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함께 그려보고 있었다.


'……내가 저기 서면.'

그녀는 눈을 감고, 자신이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노래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만든 이 모든 것들 — 사람들의 재능을 하나로 엮어낸 이 무대 자체를 —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상상이었다.

'……그거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것은 완전한 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두려움보다 그 상상이 주는 설렘이 조금 더 커진 순간이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뭐 해?"

수연이었다. 계란 삶기를 마치고 산책 삼아 광장에 들른 모양이었다.

"그냥…… 무대가 어떤 느낌인지 보고 있었어."

"어떤 느낌인데?"

이리스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무서운데, 조금은 하고 싶기도 한 느낌."


수연은 그 대답에 무대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니야?"

"뭐가?"

"완전히 안 무서워야만 서는 게 아니잖아. 무서운데도 하고 싶으면, 그게 진짜 하고 싶은 거야."

이리스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며칠 전 들었던 볼도의 말과, 오늘 라면사장에게 들은 말과, 지금 수연의 말이 하나로 겹쳐지는 기분이었다.


"나 아직 결정 못 했어."

"괜찮아. 내일까지 시간 있잖아."

"근데 신입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실망 안 할 자신 있어?"

"당연하지. 신입이 뭘 하든, 그건 신입 몫이야. 내가 실망할 이유가 없어."

이리스는 그 확고한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이 도시에서, 그리고 이 가게에서 배운 것 중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원칙이 바로 그것이었다 — 누구도 서로에게 특정한 모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내일이 축제 당일인데?"

"그러니까 아직 하루 남았다는 거지."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무대 위로 훌쩍 올라왔다. 그리고 이리스 옆에 나란히 서서, 함께 텅 빈 객석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꽤 크네."

수연이 중얼거렸다.

"그치. 내일은 저기 사람들이 꽉 찰 거야."

"무섭겠다."

"……응, 무서워."

이리스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 인정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근데 신입, 나 하나만 물어볼게."

"뭔데?"

"만약에 내일 아무도 신입한테 기대 안 하면, 그럼 무대에 설 거야?"

이리스는 그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하나도 없으면. 그냥 서 보기만 하면 되는 거면, 그럼 설 거냐고."


이리스는 그 질문을 한참 곱씹었다.

"……서 볼 것 같아."

"그럼 부담을 만드는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신입 자신인 거네."

수연의 그 지적에, 이리스는 말문이 막혔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강요는 언제나 그녀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 것 같아."

이리스가 나직이 인정했다.

"그럼 그 부담, 내일 하루만이라도 내려놔 봐.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그렇게 쉽게 될까?"

"안 되면 나한테 화내. 괜히 부추겼다고."

수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이리스도 그 말에 결국 따라 웃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나란히 무대 위에 서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숨결만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슬슬 들어가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수연이 먼저 무대를 내려가며 말했다.

"응, 갈게."

이리스는 그렇게 답하고도, 잠시 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내일.'

그녀는 그 한 단어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아직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텅 빈 객석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조용히 무대를 내려와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돌아오니, 라면사장은 아직도 계란을 삶고 있었다.

"안 주무세요?"

"이백 개, 아직 반밖에 안 됐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됐다. 너는 내일 큰일 해야 한다. 가서 자라."

이리스는 그 말에 문득 물었다.

"사장님, 저 내일 만약에 무대에 선다면, 사장님도 보러 오실 거예요?"


라면사장은 계란을 벗기던 손을 잠시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본다."

"긴장돼서 실수하면요?"

"실수해도 본다."

"창피할 텐데요."

"창피한 게 아니라, 용기 있는 거다."

이리스는 그 짧고 단호한 대답에,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아직 결정도 안 했으면서 뭐가 고맙나."

"그냥요. 미리 감사 인사 드리고 싶어서요."

라면사장은 그 대답에 옅게 웃고는, 다시 계란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온 그녀는 캐스팅 목록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펼쳤다.

빈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는 그 빈칸 옆에 작게 이렇게 적어 넣었다.

'내일, 현장에서 정한다.'

그것은 확답도 포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녀는 그 결정을 내일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했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그 순간 가장 솔직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노트를 덮고 불을 껐다. 창밖에는 축제를 앞둔 도시의 마지막 밤이, 조용히 눈에 덮여가고 있었다.


잠들기 전, 이리스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순서를 헷갈렸던 실수, 원석을 구하러 갔던 길, 대장간에 부탁하러 갔던 일, 그리고 볼도의 어설픈 시 낭독 연습까지. 돌이켜보면 사소한 하루였지만, 그 사소함들이 쌓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것 같았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이런 하루가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그녀는 그 생각을 하며 옅게 웃었다. 극장 거리 뒷골목에서 홀로 인형을 만들던 시절의 자신과, 지금 도시 전체의 축제를 이끌고 있는 자신 사이의 거리가 새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내일 있을 일들을 상상해보았다. 사람들의 환호, 무대 위의 조명, 그리고 어쩌면 — 아직은 어쩌면일 뿐이지만 — 그 무대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까지.

'……내일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질문을 안고 잠드는 이 순간이, 예전처럼 무겁고 두렵지만은 않았다.

창밖으로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도시는 내일의 축제를 향해 서서히 잠들어갔다. 광장의 텅 빈 무대 위에도, 회전목마 위에도, 얼음 초롱들 위에도 똑같이 눈이 내려앉았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함께 숨을 고르며,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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