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71화. 형사의 전야
가게 안은 조용했다. 손님이 다 빠져나간 시각, 형사는 카운터 안쪽 낡은 의자에 앉아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종이의 익숙한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그 감촉만으로도,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지 알 수 있었다.
레테가 돌려준 기억은, 처음엔 흐릿한 윤곽으로만 왔었다. 사람의 형체는 있는데 얼굴이 없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 종류의 기억. 그러나 오늘 밤, 그 기억은 완전히 또렷해져 있었다. 웃을 때 눈이 거의 감기다시피 하던 그 표정, 왼쪽 눈썹 위에 있던 작은 흉터, 말할 때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버릇까지. 한서윤이라는 사람의 얼굴이, 이제 그의 머릿속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는 그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정확히는, 눈을 감고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얼굴이 또렷해질수록, 슬픔도 함께 또렷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안에서 일어난 일은 그게 아니었다. 얼굴이 또렷해지자, 오히려 그 얼굴을 잃었던 세월의 흐릿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몇 년을, 정확히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 채 그리워하며 살았었다. 이름 없는 상실, 얼굴 없는 부탁. 그것이 이제야 이름과 얼굴을 되찾았다.
두 번째로 찾아온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라 안도였다. 그는 그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오랫동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며 살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 얼굴이 또렷해지고 나니 알 수 있었다 — 그가 지켜온 것은 실패의 기억이 아니라, 그녀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녀가 정말로 있었고, 정말로 웃었고, 정말로 그의 손을 잡았었다는 것. 그 존재의 증거를 되찾은 것이지, 실패의 증거를 되찾은 게 아니었다. 그 차이가, 오늘 밤 그의 어깨에서 오래된 무게 하나를 아주 조금 덜어주었다.
세 번째로, 그는 자신이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다. 낡은 메모 한 장을 붙들고, 이유도 모른 채 세계를 건너 이 도시까지 왔던 그 걸음들. 그 부탁이 정확히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는 아직도 완전히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밤만큼은, 그 모호함이 더 이상 그를 불안하게 하지 않았다. 부탁의 주인이 누구든, 그는 그 부탁을 향해 걸어온 시간 동안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지켜냈다. 파빌라의 이름이 도시의 연대기에 새겨지던 순간, 비아가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던 순간, 그리고 오늘 밤 이 가게에 남아 있는 온기까지. 그는 그 모든 순간을 하나씩 세어보며, 마침내 코트 안쪽의 메모를 조금 더 깊은 자리로 밀어 넣었다.
"이제 이 부탁, 거의 다 지켰습니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가게 안에는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소리 내어 말했다. 어떤 말은,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새기기 위해 소리 내어 해야 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리대 앞에 섰다. 결전을 하루 앞둔 밤, 다른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사에게 그 준비는 무기를 점검하는 일이 아니라, 토핑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먼저 대파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렸다. 칼날이 파의 표면을 가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 톡, 톡, 톡.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오래전 라면사장에게 배운 그 두께 그대로. 손끝에서 옅은 파 냄새가 훅 끼쳐 올라왔다. 그는 그 냄새를 잠시 들이마셨다.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는 자신이 이 가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새삼 확인했다.
기름을 두른 팬에 썬 파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가 낮게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잔잔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잦아드는 리듬으로. 그는 그 소리의 변화만으로 파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소리가 너무 커지면 타는 것이고, 너무 조용해지면 아직 향이 덜 우러난 것이었다. 그는 나무 주걱으로 팬 안을 천천히 저으며, 파가 옅은 갈색으로 변해가는 걸 지켜봤다. 부엌 안에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서서히 차올랐다. 이 향이 국물 맛을 결정하는 첫 단추라던 말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파 기름을 따로 옮겨둔 뒤, 그는 냄비에 물을 올리고 계란을 넣었다. 시계를 확인하며 정확히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육 분 삼십 초. 그는 그 숫자를 소리 없이 입안으로 되뇌며, 물이 끓어오르는 걸 지켜봤다. 기포가 냄비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표면 전체를 뒤덮으며 요란하게 끓기 시작했다. 그는 그 끓는 소리를 배경 삼아, 계란을 미리 소금물에 살짝 절여두는 순서를 잊지 않았다. 짠맛이 껍질 안쪽으로 스며들어야 반숙의 감칠맛이 산다는 것을, 그는 몇 번의 실패 끝에 몸으로 익혔다.
정확히 육 분 삼십 초가 되었을 때, 그는 계란을 건져 찬물에 담갔다. 뜨거운 껍질과 차가운 물이 만나며 미세한 소리를 냈다 — 치익, 하는 짧은 김빠짐 소리. 그는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흰자 속, 노른자가 살짝 흐르는 완벽한 반숙이 드러났다. 그는 그것을 잠시 불빛에 비춰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삼겹살을 꺼내 팬에 올렸다. 기름이 튀는 소리와 함께, 고기 표면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으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도록 온도를 조절했다. 이 조합 — 파 기름과 반숙 계란과 삼겹살 — 은 이 가게가 오랫동안 지켜온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는 그 조합을 그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었다.
고기가 익어가는 그 몇 분 동안, 그는 문득 손을 멈췄다. 삼겹살이 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그 익숙한 소리 사이로 낯선 기억 하나가 끼어들었다. 서윤이 삼겹살을 구울 때마다 젓가락 대신 손가락으로 뒤집으려다 뜨거워서 화들짝 놀라던 모습이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손끝을 흔들며 웃었고, 그는 그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젓가락을 늦게 건네주곤 했다. 사소하고 부끄러운 습관 하나가, 지금 이 순간 완전한 장면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그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손끝이 잠시 떨렸지만, 이내 다시 젓가락을 고쳐 쥐고 고기를 뒤집었다. 슬픔이 아니라, 오랜만에 되찾은 사람의 온기가 그 손끝에 함께 실려 있었다.
그는 그 기억을 붙잡은 채로, 자신이 지금 정성껏 준비하고 있는 이 토핑들이 실은 그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일 돌아올 손님이 정확히 누구든, 그는 이 준비 안에 이미 그녀의 몫도 함께 담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얼굴을 되찾은 밤, 그는 처음으로 그녀를 위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부탁 — 제발 잘 지내라던 그 말 — 을 지키는 그만의 방식이기도 했다. 슬픔을 놓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오늘 이 부엌에서는 웃을 수 있었다.
파빌라가 그 냄새에 이끌려 카운터로 나왔다.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조리대 앞에 선 형사를 바라봤다.
"아저씨, 이 시간에 뭐 하세요?"
"토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요? 지금 손님도 없잖아요."
형사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잠시 손을 멈췄다.
"손님이 올 거라서요." 그가 답했다. "까다로운 손님이."
파빌라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채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이 가게에는 캐묻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녀는 오래전부터 배워왔다.
"그 손님, 뭘 좋아하는데요?"
"모릅니다." 형사가 답했다. "그래서 다 준비해두려고 합니다. 파 기름도, 계란도, 고기도.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할 수 있는 걸 전부 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파빌라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아저씨답네요. 그거."
그녀는 잠시 조리대 옆에 서서 형사의 손놀림을 지켜보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형사는 혼자 남아 토핑을 하나씩 그릇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파 기름은 작은 병에, 반숙 계란은 접시에, 삼겹살은 넓은 판에. 그는 그것들을 냉장고 한쪽에 순서대로 정리해 넣으며, 내일 아침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도록 자리를 정해두었다.
밤이 깊어질 무렵, 가게 문에 낮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형사가 고개를 들자, 문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위나 홀이었다. 그녀는 두 손에 작은 보자기를 들고 서 있었다.
"안 주무시는 것 같아서요."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요. 이 시간에 이 가게 불이 켜져 있으면, 대개 당신이니까요."
그녀는 보자기를 풀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안에는 따뜻한 만두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김이 옅게 피어오르며 만두피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카운터 위로 퍼졌다.
"야식이에요. 밤새 뭘 만드셨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형사는 그 만두를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것도."
"당신, 뭔가를 준비할 때는 꼭 밤을 새우잖아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두 사람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위나 홀은 만두 하나를 집어 형사 앞에 놓아주었다.
"오늘 밤은 유난히 잠이 안 오네요." 그녀가 말했다. "저도, 당신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늘 창밖을 오래 봐요." 위나 홀이 찻잔 대신 손끝으로 만두 접시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골목에 가로등 켜지는 순서를 세면서요. 하나, 둘, 셋. 그 숫자를 세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아요."
"오늘 밤도 세셨습니까."
"오늘은 못 세겠더라고요. 자꾸 숫자를 놓쳐서." 그녀가 옅게 웃었다. "그래서 그냥, 이쪽으로 왔어요."
형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도 오늘 밤, 몇 번이고 시간을 재다가 놓친 적이 있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위나 홀은 이미 그 사실을 눈치챈 듯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잠 못 이룸을 굳이 확인하지 않고도, 그 이유가 오늘 밤만큼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일 일 때문이겠죠."
형사는 그 말에 바로 답하지 않고,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따뜻한 육즙이 입안으로 퍼졌다.
"맛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위나 홀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섭지 않아요?"
"무섭습니다." 형사가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손님 때문에요?"
형사는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위나 홀도, 형사가 방금 파빌라에게 했던 말을 어디선가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이 도시는 그런 식으로, 서로의 소식을 조용히 전해주는 곳이었다.
"까다로운 손님이라고 들었어요." 그녀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 손님, 어떤 사람이에요?"
"오래전에 알던 사람입니다." 형사가 말했다. "정확히는,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에야 다시 얼굴을 되찾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네." 형사가 짧게, 그러나 확신 있게 답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위나 홀은 그 대답에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의 눈발을 바라봤다.
"저도 요즘, 악몽을 다시 꿔요." 그녀가 문득 말했다. "예전엔 그게 무서웠는데, 요즘은 오히려 반가워요. 꿈을 꾼다는 게, 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 같아서요."
"저도 비슷합니다." 형사가 답했다. "오늘, 오래 잊고 있던 기억 하나를 완전히 되찾았습니다. 무겁습니다. 그런데 그 무게가, 이상하게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만두를 나눠 먹었다. 두 명의 불면증 환자가 나누는 침묵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는 종류의 위로였다. 서로의 잠 못 드는 이유를 캐묻지 않으면서도, 그 잠 못 듦 자체를 함께 견뎌주는 것.
만두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위나 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당신도 조금이라도 눈 붙이는 게 좋겠어요."
"그러겠습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형사를 돌아봤다.
"돌아오면," 그녀가 말했다. "그 손님 얘기 들려줘요. 어떤 사람이었는지, 뭘 좋아했는지, 다요."
형사는 그 말에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것은 약속이라기보다는, 그가 반드시 돌아와야 할 이유 하나가 더 늘어난 순간이었다.
"들려드리겠습니다." 그가 마침내 답했다. "전부 다요."
위나 홀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잠시 가게 안으로 스며들었다가, 문이 닫히며 다시 사라졌다.
형사는 홀로 남아, 카운터 위에 놓인 빈 접시를 바라봤다. 그는 다시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 오늘 밤 준비해둔 토핑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파 기름, 반숙 계란, 삼겹살. 그리고 코트 안주머니 깊은 곳, 낡은 메모 한 장.
그는 조리대 왼쪽 끝,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자리로 남아 있던 그 좁은 칸을 잠시 바라봤다. 내일, 이 자리의 주인이 돌아올지 아닐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그 자리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는 냉장고 문을 다시 열고, 준비해둔 토핑 그릇들 위에 깨끗한 면포를 한 장씩 덮었다. 파 기름 병 옆에, 계란 접시 위에, 고기 판 위에— 가장자리를 하나하나 손끝으로 여미고 나서야, 그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램프의 불빛만 낮게 남겨둔 채, 안쪽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벽이 오기 전까지,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둘 생각이었다. 내일 아침, 이 면포를 걷는 손이 떨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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