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65화. 황룡전 (하) — 저울이 기우는 순간

거수는 오랫동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그 피투성이의 존재를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그는 모든 것을 저울에 올려 계산해왔다. 고통의 무게, 상실의 무게, 화해와 성장의 무게. 그는 그 모든 것을 정확히 헤아릴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본질이었고, 그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작은 존재는, 그가 지금까지 헤아려온 어떤 척도로도 잴 수 없는 무언가를 들고 서 있었다.

그는 그녀가 걸어온 걸음을 다시 되짚어봤다. 그녀는 자신이 받을 상처의 크기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던진 힘이 강할수록, 돌아오는 상처도 커진다는 것을. 그런데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힘을 줄이지도, 방어를 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그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왔다.

'…저것은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

거수는 자신의 오래된 언어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대가라는 개념은 그에게 익숙했다. 모든 저울질에는 대가가 따랐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치르고 있는 이 대가는, 그 대가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가 저울 위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 싸움에서 이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이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저— 걸어오고 있었다. 상처를 대가로 치르며, 도착하기 위해서.

그는 그 도착의 목적지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낯선 발견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계산해온 모든 것에는 목적지가 있었고, 그 목적지의 가치를 그는 언제나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처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옳다고 여겨온 그 계산을,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봤다. 고통의 총량이 0이 되면 완전한 균형이라는 그 명제는, 그가 오래도록 검토해온 수많은 저울질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료한 것이었다. 단순함과 명료함은, 그에게는 언제나 옳음의 증거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단순함이 반드시 완전함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단순함이야말로, 무언가를 빠뜨렸다는 신호였을지도 몰랐다.

그는 형사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총량이 0인 저울과, 애초에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은 저울을 구분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 그때 그는 그 구분이 필요 없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 그 구분이 정확히 형태를 갖추고 서 있었다. 이 존재는 총량이 0인 쪽이었다—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를 대가로 무언가를 얻었다. 반면 그가 지우려 했던 세계는, 애초에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은 쪽이었다. 겉보기엔 똑같이 고통이 없었지만, 그 안에 남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결과만 보고, 그 결과에 이르는 무게를 세지 않았다.'

그는 그 생각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신의 판단 체계 전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였다. 저울은 정확한 무게가 놓이면, 그 무게를 따라 기울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저울이 기우는 것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수연은 검을 늘어뜨린 채, 거수의 거대한 앞발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그녀는 이 순간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몸이 저절로, 자신의 품 안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야영의 밤마다 가슴께에 배기던 그 접힌 종이— 끝내 꺼내 보지 않았던 종이 한 장이, 손끝에 닿았다. 지금이 그것을 펼칠 때라는 걸, 손이 먼저 알고 있었다.

접힌 자국을 따라 펼치자, 파빌라의 필체가 드러났다. 종이는 오랜 여정 동안 이리저리 눌리고 접혀, 가장자리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격돌에서 흘린 피와 땀이 스며들어, 종이 아래쪽 절반이 축축하게 젖어 얼룩져 있었다. 글씨 몇 줄은 그 얼룩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번져 있었지만, 마지막 문장만은 또렷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젖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손끝이 떨렸다.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구해진 건 한 번이지만, 배운 건 매일이었어요."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완벽하게 고요한 그 세계 안에서, 그 한 문장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수연은 그 문장을 읽으며, 파빌라가 처음 이 가게에 왔던 밤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방식으로 젓가락질을 배우던 소녀. 그 소녀가 겪은 하루하루는, 결코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낯선 언어, 낯선 습관, 낯선 사람들 틈에서 매일 조금씩 자신을 다시 배워야 했을 시간들. 그러나 그 모든 배움은, 단 한 번의 구원만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 앞에서, 이 문장이 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구원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배움은 매일이었다. 고통은 그 매일 속에 있었다— 젓가락을 놓치던 순간, 낯선 말을 틀리던 순간, 자신이 아직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던 순간들. 그리고 그 고통이 있었기에, 파빌라는 매일 조금씩 자라났다. 고통을 지운다는 것은, 결국 그 매일의 배움 전체를 함께 지운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그 깨달음을 거수를 향해 그대로 들어 보였다.

"이게 답이에요." 그녀가 젖은 종이를 든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고통이랑 의미는—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몸이에요. 지우려면 둘 다 지워야 하고, 남기려면 둘 다 남아야 해요. 당신이 지우려는 그 총량 안에, 사실은 이런 게 셀 수도 없이 많이 들어 있었을 거예요."


거수는 그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의 내부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저울이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기울고 있었다. 그는 그 기울어짐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본질이었다— 균형을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무게가 놓이는 대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저울이 기울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여전히 고통도, 패배감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오래도록 검토해온 계산의 결과를, 담담히 인정하는 어조였다.

"균형은 고통의 부재가 아니라," 그가 말을 이었다. "고통과 의미의 공존이었다. 나의 오판이다."

그 말과 함께, 이 세계에 처음으로 소리가 생겨났다.

그것은 바람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이 대지 위에 존재한 적 없던 바람이, 거수의 등에 얹힌 탑의 틈새를 스치며 낮고 긴 소리를 냈다— 마치 아주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이 처음으로 숨을 내쉬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는 처음엔 낮은 웅얼거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탑의 틈새를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음이 조금씩 달라지며, 마치 오래된 피리의 구멍을 하나씩 새로 여는 것처럼 점점 더 여러 겹의 소리로 겹쳐졌다. 처음엔 한 가닥이던 소리가, 이내 두 가닥, 세 가닥으로 갈라지며 대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소리는 어딘가 구슬프지도, 그렇다고 경쾌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오래 참아온 숨을 마침내 내쉬는, 낮고 길고 담담한 소리였다. 세 사람 모두,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바람 소리." 형사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곳에 온 이후,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레테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오랫동안 없던 것이 돌아오는 소리네요."


수연은 그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오랫동안 참아왔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온몸의 상처가— 제 얼음에 베인 자리도, 되돌아온 운석의 열기에 그을린 어깨도— 그제야 한꺼번에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그 통증마저도 이상하게 반가웠다. 이 세계에 들어선 뒤로 줄곧 느껴온 그 숨 막히는 정적이,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풀려나가고 있었다.

거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거대한 몸이 움직이자, 등 위의 탑이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오랫동안 단 한 번도 기울어진 적 없던 그 오래된 석탑이, 이제 막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에 응답하듯 살짝 떨렸다.

"신살의 아이여." 거수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오늘,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울에 올려본 적 없는 것을 올려놓았다. 대가를 전부 치르고도 걸어오는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잴 수 없다는 것을."

수연은 피 묻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답했다.

"저는 그냥, 걸어온 거예요." 그녀가 숨을 고르며 다시 말했다. "재보라고 걸어온 게 아니라."

"그 말이 맞다." 거수가 답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야말로, 잴 수 없는 것의 정의다. 재려는 순간, 그것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거수는 고개를 들어, 저 먼 지평선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 세계의 경계 너머— 아홉 개의 영역이 모여드는 더 먼 곳, 언젠가 벌어질 결전의 자리였다.

"결전의 날," 그가 말했다. "나는 중앙에 선다."

수연과 형사, 레테가 동시에 그를 올려다봤다.

"이번엔 너희 쪽의 추로."

그 선언과 함께, 거수의 몸 전체에서 낮고 깊은 진동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오랫동안 굳어 있던 것이 처음으로 자세를 바꾸는 소리였다. 등 위의 탑에서 다시 한번 바람이 지나가며 긴 소리를 냈다— 이번엔 처음보다 더 또렷하고, 더 길게.

형사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수첩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글자를 적었다. 그는 예전 형사 시절, 오랜 미제 사건이 마침내 풀리던 순간의 감각을 잘 알고 있었다— 증거가 쌓이고 쌓이다, 어느 한 순간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며 범인이 스스로 무너지던 그 순간. 지금 이 광경은 그 감각과 닮아 있었지만,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오래 걸린 사건이었다.

"…최강의 수호자가, 오늘 우리 편에 섰습니다."

그가 그렇게 적으며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함께, 이 여정이 마침내 어떤 결정적인 지점을 지났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레테는 상자 속 유리병들을 다시 매만지며 옅게 웃었다. 그녀는 이 원정 내내, 자신이 담아온 병들이 하나씩 쓰이거나 혹은 쓰이지 않은 채 남는 것을 지켜봐 왔다. 지하에서 지내던 시절엔 병이 채워지는 것만이 그녀의 일이었지만, 이 여정에서는 병을 비우는 일— 지워진 것을 되찾아 되돌려주는 일이 그녀의 몫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가, 그녀 자신에게도 낯설고 반가운 것이었다.

"이걸로— 묶인 채 남아 있던 수호자는, 이제 없네요." 그녀가 말했다.

"…녹사는?" 수연이 물었다.

"그분 실은 애초에 우리가 가서 끊어드릴 게 아니었죠." 레테가 답했다. "이미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매듭을 푸신 분이니까요."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저 멀리 두고 온 도시를 떠올렸다. 녹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증언대 앞을 지키고 있을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그리고 그 옆에, 낡은 앞치마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을 비아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그녀는 그 그리움을 애써 삼키며, 다시 앞을 봤다.


거수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거대한 머리를 낮춰 수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 움직임에 다시 한번 바람이 일었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이 세계가, 이제 막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 같았다.

"가라." 그가 말했다. "너희가 지나온 이 저울 위의 흔적은, 이제 이 대지가 대신 기억할 것이다."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다시 허리춤에 꽂았다.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발걸음만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세 사람은 이제 막 바람이 불기 시작한 그 평평한 대지 위를, 다시 지평선을 향해 걸어 나갔다.

신기하게도, 걸음이 훨씬 편해져 있었다. 이 영역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수연은 아무것도 기울어지지 않는 이 땅 위에서 오히려 몸을 가누기 어려워했었다— 균형 잡을 지형지물이 하나도 없어서, 몸이 뭘 기준으로 서야 할지 몰라 자꾸 휘청였다. 그런데 지금, 뺨을 스치는 이 바람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 휘청임이 오히려 잦아들어 있었다. 바람이 옷자락을 살짝 밀어주는 그 미세한 저항 하나가, 몸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기준이 되어준 것이었다. 완벽한 무풍 속에서는 오히려 걸을 수가 없었는데, 작은 흔들림 하나가 생기자 걸음이 자연스러워졌다— 그 사실이 수연에게는, 방금 거수와 나눈 문답 전체를 몸으로 다시 확인해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등 뒤에서, 오랫동안 정지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저 먼 결전의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등 위, 오랫동안 흔들린 적 없던 탑이 이제는 부는 바람을 따라 아주 조금씩, 살아 있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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