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0화. 두 번째 콜라비빔면
새벽에 눈이 떠지는 날이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나쁜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몸이 저 혼자 눈을 뜨고, 다시 잠들기를 거부했다. 수연은 그런 밤이면 천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숙소는 조용했다. 창밖은 여전히 눈이었다. 이 도시의 밤은 늘 같은 온도, 같은 어둠이었지만, 오늘따라 그 한결같음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정해져 있었다. 딱히 결정한 것도 아닌데, 눈길 위의 발자국은 이미 라면가게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도시에 온 지 벌써 열흘 가까이 되었지만, 밤길을 걷는 감각은 아직도 조금 낯설었다. 원래 세계에서 밤은 경계해야 할 시간이었다. 여기서는 그냥, 조용한 시간일 뿐이었다.
가게는 불이 꺼져 있었다. 당연했다. 이 시간에 열려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수연은 문 앞에 서서, 잠긴 문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열렸다.
"……왜 안 잠갔어?"
가게 안,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수연이 화들짝 놀랐다.
라면사장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자는 것도, 뭘 하는 것도 아닌 채로. 그냥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사람이라면 이 시간엔 자야 정상인데, 그는 그냥 눈을 뜬 채로, 아무것도 안 하며 앉아 있었다.
"……깜짝이야. 왜 여기 있어?"
"가끔 이런다."
"뭘."
"그냥 앉아 있는다."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안심했다. 자기만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물론 이유는 서로 완전히 다르겠지만.
"불 켤까?"
"켜지 마."
라면사장은 대답 대신 작은 램프 하나를 켰다. 노란 불빛이 카운터 위로 은은하게 번졌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지만, 앞은 보이는 정도의 빛이었다. 마치 이 어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는 듯, 필요한 만큼만 밝혔다.
수연은 그 맞은편에 앉았다.
"왜 잠이 안 와?"
"모른다."
"너도 잠을 자?"
"안 잔다. 그런데 앉아 있는 건 한다."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수연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카운터에 팔을 얹고 턱을 괴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냄비도 없었고, 손님도 없었고, 대화도 없었다. 그저 두 사람과 램프 하나와 창밖의 눈. 시계가 없는 도시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이상하게 편안한 침묵이었다.
"만들어도 돼?"
수연이 문득 물었다.
"뭘."
"콜라비빔면."
라면사장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그 시선이 조금 오래 머물렀다.
"이 시간에?"
"이 시간이니까."
"손님도 없는데?"
"그러니까 만드는 거야. 손님 있으면 못 만들어. 이상해 보이잖아."
라면사장은 그 논리를 잠깐 곱씹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조리대 쪽 불을 켰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수연은 뭔가 허락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재료 있어?"
"어디에 뭐 있는지는 안다."
"벌써?"
"열흘 일했다."
"아, 맞다."
수연은 익숙하게 선반에서 비빔면 봉지를 꺼냈다. 파란 포장. 그날과 같은 것이었다. 콜라도 냉장고에서 꺼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순서는 이미 몸에 밴 것이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 가게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조리대 한쪽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말리지 않았다. 도와주지도 않았다. 그냥 지켜보았다. 그 시선에는 어떤 평가도,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시선이었다.
물을 올리고, 면을 삶고, 찬물에 헹구고, 양념을 짜서 비볐다. 첫날보다 손이 훨씬 능숙했다. 그날은 처음 해보는 사람의 서투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백 번쯤 해본 사람의 리듬이 있었다.
오이는 대충 썰었다. 계란은 삶지 않고 그냥 뺐다. 오늘은 그런 기분이었다.
콜라를 부었다.
이번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수연은 젓가락을 들어 비볐다. 검은 거품과 붉은 양념이 섞이는 모습을, 그녀는 첫날처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때는 이 조합이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설었다. 지금은 손끝이 그 배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입 먹었다.
"……"
여전히 맛없었다.
"으, 진짜 맛없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표정에 그날의 절박함은 없었다. 그냥 맛없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평범한 찡그림이었다.
"근데 왜 웃냐."
라면사장이 물었다.
수연은 자기가 웃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몰라. 그냥."
그녀는 다시 한입 먹었다. 여전히 맛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웃음이 났다.
"이건 내가 고른 맛이야."
그녀가 말했다. 혼잣말에 가까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니고. 내가 맛없는 걸 알면서 만들었고, 맛없는 걸 알면서 먹어. 그게 다야."
라면사장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리대 한쪽,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슬쩍 비켰다.
"뭐야?"
"자리."
"무슨 자리?"
"거기서 만들어."
수연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조리대 맨 왼쪽 끝, 작은 칸이었다. 다른 곳보다 좁고,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자리. 그러나 분명히 비어 있었고, 분명히 그가 방금 내준 자리였다.
"……내 자리야, 이제?"
"쓰고 싶으면."
"매번 이렇게 몰래 와서 만들어야 돼?"
"몰래 안 와도 된다. 낮에 만들어도 된다."
"낮엔 손님 있잖아."
"손님한테 보여줘도 된다."
수연은 그 말에 잠깐 멈칫했다.
"……이상하게 안 볼까? 손님들이."
"이상하게 보면 이상하게 보는 거다.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수연은 그 대답을 곱씹었다.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녀는 남은 면을 마저 먹었다. 여전히 맛없었지만, 그릇은 깨끗이 비웠다.
"또 만들 거야?"
라면사장이 물었다.
"몰라. 근데 아마."
"아마?"
"또 이런 밤 오면. 또 만들 것 같아."
그 말은 1화에서 그녀가 했던 말과 거의 같았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그때는 스스로도 몰랐던 예감이었고, 지금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었다.
라면사장은 빈 그릇을 받아 씻으며 낮게 말했다.
"의식이 됐네."
"의식?"
"매번 하면 그게 의식이다."
수연은 그 단어를 곱씹었다. 의식. 나쁘지 않은 말이었다. 그녀가 알던 세계에서 "의식"이라는 단어는 무겁고 엄숙한 것이었다. 여기서는 콜라와 비빔면 봉지 하나로도 충분히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럼 이것도 정식 메뉴로 등록해줘."
"안 된다."
"왜?"
"메뉴는 손님을 위한 거다. 이건 너를 위한 거고."
"구분이 있어?"
"있다."
수연은 그 구분이 정확히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캐묻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설명 없이도 이해가 됐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수연이 빈 그릇을 밀어두며 말했다.
"뭔데."
"넌 여기서 뭘 만들어? 네 몫으로."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손을 잠깐 멈췄다.
"안 만든다."
"왜?"
"필요 없다."
"밥은 안 먹어?"
"먹는다. 근데 나만을 위한 건 안 만든다."
수연은 그 말이 묘하게 서글프게 들렸다.
"그럼 넌 뭘 위해서 여기 있는 거야?"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래 침묵했다. 램프 불빛이 그의 얼굴 절반을 비추고, 절반은 그림자 속에 있었다.
"손님을 위해서."
"그게 다야?"
"그게 다다."
수연은 그 대답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 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냥 넘어갔다.
"……나중에 너만의 의식도 하나 만들어."
"뭘로?"
"몰라. 아무거나. 콜라비빔면 아니어도 돼. 그냥, 너만 하는 거."
라면사장은 그 제안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이, 완전한 거절은 아니라는 걸 수연은 느꼈다.
창밖의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램프 불빛 아래, 수연은 조리대 한쪽 자기 자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좁고 눈에 띄지 않는 자리였지만, 이제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이었다.
"고마워."
그녀가 문득 말했다.
"뭐가."
"자리 준 거."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그릇을 선반에 얹으며,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러 갈 거야?"
수연이 물었다.
"아마."
"너도 잔다는 거야, 그럼?"
"모른다. 그냥 앉아 있다가, 어느 순간 아침이다."
"그게 자는 거 아니야?"
"모른다."
수연은 그 애매한 대답에 피식 웃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내일 봐."
"그래."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눈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돌아서서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새벽에 나올 때보다 훨씬 가벼웠다.
가게 안, 라면사장은 다시 카운터에 앉았다. 램프 불빛 아래, 조리대 왼쪽 끝의 작은 자리를 잠깐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누군가의 것이 생긴 것은, 이 가게가 문을 연 이래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오래 곱씹었다.
아침이 되자 비아가 가장 먼저 조리대의 변화를 알아챘다.
"이거 뭐냐……이다."
작은 칸 앞에 서서, 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뭔가 놓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조리대 한쪽이 비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비어 있음이 이상하게 달라 보였다.
"자리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누구 자리."
"수연 거."
비아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수연도 자리 생겼다……이다?"
"응."
"나도 있고, 소예도 있고, 이제 수연도 있다……이다."
비아는 그 사실이 못내 흡족한 듯 조리대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자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을, 그녀는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 채 좋아했다. 그녀에게 자리란, 그 사람이 이곳에 속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다음엔 누구 자리가 생기냐……이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카운터 안쪽, 붉은 테두리의 그릇 쪽으로 시선이 잠깐 향했다.
"모른다."
"또 모른다고 한다……이다."
"진짜 모르니까."
비아는 입술을 삐죽였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조리대의 빈자리를 한 번 더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카운터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소예가 출근한 것은 그 직후였다.
"좋은 아침이요."
"어."
"오늘 뭐 좋은 일 있어요? 사장님 표정이 평소보다……"
소예가 말끝을 흐리며 라면사장의 얼굴을 살폈다.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뭔가, 아주 미세하게, 어제와 다른 공기가 있었다.
"없다."
"있는 것 같은데."
"없다니까."
소예는 더 캐묻지 않고 앞치마를 둘렀다. 다만 조리대 한쪽에 새로 생긴 빈자리를 지나치며, 그녀도 잠깐 걸음을 멈췄다.
"여기 원래 뭐가 있었나요?"
"없었다."
"근데 왜 자리처럼 보이지."
라면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예는 어깨를 으쓱하고 자기 할 일로 돌아갔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조리대 왼쪽 끝의 좁은 자리는 아무도 손대지 않는 자리가 되었다. 이름표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지만, 이 가게 사람들은 어느새 그 자리를 비켜 다녔다.
수연의 자리였다.
그날 오후, 수연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에 뭔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콜라 캔 하나였다.
"……이거 뭐야?"
"필요할 것 같아서."
라면사장이 냄비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사 오려고 했는데."
"미리 사놨다."
"매번?"
"매번."
수연은 그 캔을 손에 쥐고 잠깐 서 있었다. 별것 아닌 물건이었다. 그냥 콜라 한 캔. 그런데 그게 자기 자리에 미리 놓여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가슴 한쪽을 건드렸다.
"이것도 청구서에 넣을 거야?"
그녀가 애써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니."
"왜?"
"이건 청구 안 하는 거다."
"아까 말했잖아, 청구서에 다 적는다고."
"이건 다른 종류다."
"뭔 종류인데?"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냄비 뚜껑을 덮고, 조리대를 한 번 닦은 뒤에야 말했다.
"그냥 주는 거다."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캔을 조심스럽게 자기 자리에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냥,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비아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사장님, 요즘 부지런하다……이다."
"뭐가?"
수연이 물었다.
"원래 저런 거 미리 안 챙긴다……이다. 손님이 오면 그때 준비한다……이다."
"근데 왜 나한테는 미리 준비해?"
비아는 그 질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모른다……이다. 근데 좋은 거다……이다."
수연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캐묻고 싶지 않았다. 이 가게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이유를 몰라도 되는 좋은 것들.
밤이 되어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자기 자리의 콜라 캔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가게를 나섰다.
내일도, 또 그다음 날도, 이 자리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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