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99화. 볼도의 창고 졸업

그날 아침, 볼도는 평소보다 일찍 창고 앞에 섰다. 오랫동안 그의 발걸음을 이끌던 그 낡은 문 앞에서, 그는 한참을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비아 씨."

문가에 앉아 있던 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냐……이다."

"저, 이제 창고 문 안 열어도 될 것 같아요."


비아는 그 말에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녀에게 그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 볼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이 서운함이 아니라는 것만은 어렴풋이 느껴졌다.

"확실하냐……이다."

"네. 요즘 며칠 동안, 문 앞에 서도 예전 같은 마음이 안 들어요. 뭔가 그리운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간 일이 됐어요."

"그럼 됐다……이다. 그게 졸업이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창고 문을 열어주었다. 볼도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문턱에 서서, 오랫동안 자신을 붙들었던 그 어둠을 향해 짧게 인사했다.

"고마웠다. 잘 있어."

문이 조용히 닫혔다. 다시는 열릴 필요가 없는 문이었다.


"기분이 어때요?"

수연이 그 자리를 지켜보다가 다가와 물었다. 볼도는 잠시 자신의 감정을 가늠해보다가 답했다.

"이상하게 허전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해요. 근데 후련한 쪽이 더 커요."

"축하해요, 볼도 씨."

"고마워요. 근데 이거, 축하받을 일 맞나요? 그냥 잊은 건데."

"잊은 게 아니라 이겨낸 거예요. 그건 축하받을 일이 맞아요."


그날 저녁, 라면사장은 볼도를 위해 특별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국물을 끓여주었다.

"이거, 졸업 기념이다."

"사장님도 이런 기념 챙기시는 거예요?"

"챙길 만한 날은 챙긴다."

볼도는 그 국물을 한 입 먹고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먹었던 것과 똑같은 맛이었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졌다.


며칠 뒤, 비아는 그 텅 빈 창고 앞에서 또 다른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낯선 주민이었다. 그는 문 앞에서 망설이며 서성이고 있었다.

"들어가고 싶으냐……이다."

비아가 조용히 물었다. 그 주민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여기 와도 되는 건가요?"

"슬픔에는 순번이 없다……이다. 계절만 있다……이다. 천천히 와라……이다."


비아는 그렇게 새로운 방문자에게도 똑같은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다. 볼도의 졸업과 새로운 이의 시작이 엇갈리는 그 순간에도, 그녀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저는 이제 그만 봐도 될까요, 이 창고요?"

수연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물었다.

"봐도 된다……이다. 누군가는 계속 볼 거다……이다. 그게 이 창고의 일이니까……이다."


그 무렵, 라면사장은 오랫동안 써온 외상장부 한 권을 마침내 다 채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새 장부를 꺼내기 전, 옛 장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그날 밤, 가게 문을 닫은 뒤 그는 홀로 카운터에 앉아 그 두꺼운 장부를 넘기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에는 오래전 손님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헤라, 소예, 마왕, 부관, 미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든 홀트, 켄 오르드, 마르타 벨지, 켈 도미르.

'……내가 이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다 기록하고 있었군.'

그는 그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오랫동안 그 페이지들을 바라보았다.


수연이 마감을 마치고 그 옆에 다가와 앉았다.

"뭐 하세요?"

"옛날 장부, 다시 읽고 있었다."

"어때요?"

"신기하다. 나는 그냥 외상값을 적었을 뿐인데, 다시 보니 이게 이 도시의 역사책 같다."

수연은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사장님, 원래 기록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답하며, 새 장부 첫 페이지에 조심스럽게 날짜를 적었다. 이전 장부와 이어지는, 그러나 새로운 시작이었다.

"새 장부엔 뭐부터 적으실 거예요?"

"오늘. 볼도가 창고를 졸업한 날, 그리고 내가 이 도시 기록자라는 걸 처음으로 인정한 날."


그 무렵, 도시에는 새로운 기념일 하나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뒤 처음 맞는 첫눈을, 정식으로 기념하자는 아이들의 제안이었다.

"첫눈 기념일 만들어요!"

탄지 로가 그렇게 외치며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도시 사람들은 그 순수한 열정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첫눈 기념일이 되던 날, 마고 센느의 어묵탕집과 라면가게가 처음으로 공동 사업을 열었다. 도시 전체에 무료로 어묵과 국물을 나눠주는 행사였다.

"이런 협업, 나쁘지 않네요."

마고 센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다음에도 이런 거 또 하자."

라면사장이 흔쾌히 답했다. 광장은 하루 종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탕 냄새로 가득 찼다.


그 무렵, 수연은 평화가 길어질수록 오히려 가끔씩 밤에 검을 손질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소예가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물었다.

"아직도 불안해요?"

"아니. 그냥…… 잊고 싶지 않아서. 검을 잡았던 나도, 결국 나니까."

소예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강함도 상처도, 다 자기 거니까요."


그해 겨울 어느 밤, 라면사장과 세레나, 그리고 녹사는 아주 드물게 셋이서만 술자리를 가졌다. 그롤 담이 담근 뱅쇼가 술상에 올랐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셋이 이렇게 모인 거, 오랜만이네요."

세레나가 잔을 들며 말했다.


취기가 조금씩 오르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흘러나왔다.

"네 울음소리를 따라갔지."

라면사장이 문득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레나는 그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불빛이 보였다."

녹사도 조용히 그렇게 답했다.

"……둘 다 취했군."

세레나가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뭔가 더 깊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웃음 끝에는 긴 침묵이 남았다. 세 사람 모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지금이, 좋은 시절의 한가운데라는 것을.

"오래 이랬으면 좋겠네요."

세레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럴 거다."

라면사장이 그렇게 답했다. 그 대답에 확신이 얼마나 담겨 있었는지는, 그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늦게,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에 남아 새 장부의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쳤다. 그는 그 위에, 오늘 있었던 셋만의 술자리를 짧게 적어 넣었다.

'좋은 시절의 한가운데. 다들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장부를 덮었다. 창밖에는 첫눈 기념일을 지나 다시 평범한 겨울밤이, 고요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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