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75화. 겨울 축제 (하)

이리스는 조명대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진 전선 상태를 살폈다.

"연결부가 빠졌어요! 여기, 이 클램프만 다시 고정하면……!"

그녀는 그렇게 외치며 곧바로 손을 뻗었다. 며칠 전 대장간에서 대장장이와 함께 전선 작업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웠던 지식이, 지금 이 순간 정확히 도움이 되고 있었다.


"감독님, 조심하세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조명 담당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괜찮아요, 전원부터 내렸어요!"

이리스는 침착하게 답하며 스파크가 튀던 연결부의 전원을 먼저 차단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진 클램프를 다시 고정하기 시작했다.


관객석에서는 그 모습이 실루엣으로만 보였다. 반쯤 꺼진 조명 아래, 누군가 무대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저거 누구야?"

"감독 아니야? 저 사람이 직접 고치는 건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갔다.


라면사장의 부스에서, 수연은 그 실루엣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신입…… 진짜 무섭지도 않나."

"무섭겠지. 근데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게 더 크겠지."

라면사장이 그렇게 답했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어제 했던 말 — 무서운데도 하고 싶으면, 그게 진짜 하고 싶은 거라는 말 — 이 지금 저 무대 위에서 그대로 증명되고 있었다.


"됐다……!"

이리스가 클램프를 마지막으로 조인 순간, 조명이 하나둘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관객석에서 일제히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는 다시 환하게 밝혀졌고, 배우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리를 잡았다.


"자, 다시 시작할게요! 준비하세요!"

이리스가 무대 옆으로 물러나며 배우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미처 자리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 예상치 못한 일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수동으로 복구된 조명대가 회전하며, 예비로 준비되어 있던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갑자기 각도를 바꿔 켜진 것이었다.


그 강렬한 빛이, 정확히 이리스를 비추었다.

"어……?"

순간 그녀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관객석 전체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저 사람이다! 조명 고친 사람!"

"연출자다! 무대 총감독이래!"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광장 전체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리스! 이리스!"

관객 중 몇몇이 그녀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극장 거리에서 그녀와 함께 일해온 사람들이었다.

이리스는 그 스포트라이트 아래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본능과, 그러나 동시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게, 무대 위에 선다는 거구나.'

그녀는 그 빛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순간이, 예고 없이 지금 그녀 앞에 펼쳐져 있었다.

눈이 부셨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동시에, 온몸을 타고 흐르는 이상한 뜨거움이 있었다.


관객석에서 세레나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드디어……."

그녀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옆에 있던 녹사에게만 들렸다.

"저게 이리스 씨가 원했던 순간일까요?"

"원했던 건 아닐 거예요. 근데 지금 저 아이가 저 자리에 서 있는 건, 분명해요."


라면사장의 부스에서, 수연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장님, 신입 지금……."

"보인다."

라면사장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아주 옅은 떨림이 있었다. 오랫동안 국물만 젓던 손이, 지금은 조용히 멈춰 있었다.


이리스는 그 스포트라이트 아래, 정확히 열을 세는 동안 서 있었다.

하나, 둘, 셋…….

그 시간 동안 그녀는 관객석을 마주 보았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얼굴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 그리고 저 멀리 부스 앞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익숙한 두 사람의 실루엣까지.

넷, 다섯, 여섯…….

'……나쁘지 않아.'

그녀는 그 생각을 하며,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그 낯선 뜨거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일곱, 여덟, 아홉…….


그 열 초 사이,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난 며칠간의 모든 순간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순서를 헷갈렸던 실수, 원석을 구하러 갔던 눈길, 대장간에서 부탁하던 순간, 텅 빈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던 밤, 그리고 어제 수연과 나눈 대화까지.

'……확신이 생기고 나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다 보니 확신이 생긴다고 했지.'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한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그 불확실함을 안은 채로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답이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여전히 그녀의 이름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무섭도록 크게 들렸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열을 세는 순간, 그녀는 몸을 홱 돌려 무대 뒤로 도망쳤다.

"어? 감독님?"

"이리스 씨!"

사람들의 부름을 뒤로하고, 그녀는 무대 뒤편 어둠 속으로 숨듯이 사라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녀는 무대 뒤 기둥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그거, 뭐였지.'

도망친 것을 후회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공연을 마친 코모와 솔이 무대 뒤로 들어오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감독님! 방금 그거 완전 멋있었어요!"

코모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조명 그렇게 빨리 고치실 줄은 몰랐어요."

솔도 감탄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 그런가요……."

이리스가 아직 가시지 않은 붉은 얼굴로 답했다.

"근데 스포트라이트 받으실 때, 진짜 무대에 선 사람 같았어요!"

코모의 그 말에, 이리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는 그냥 도망친 건데요."

"도망쳤어도, 그 열 초는 진짜였잖아요."

솔이 웃으며 답했다.


두 사람의 그 순수한 감탄에, 이리스는 부끄러우면서도 묘하게 벅찬 기분을 느꼈다. 도망친 것을 자책하기만 했던 마음이, 조금씩 다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고마워요, 두 분 다."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이 축제, 감독님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코모와 솔은 그렇게 인사를 남기고 다시 뒷정리를 위해 자리를 떴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이 다시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명은 완전히 복구되었고, 도시의 개척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관객들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 공연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열을 셌어. 그동안 도망 안 쳤어.'

그녀는 그 사실을 곱씹으며 옅게 웃었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실패도 아니었다.


관객석 한편에서 그 소동을 지켜보던 비아가 짧게 중얼거렸다.

"이리스, 도망쳤다……이다."

"그런 것 같네요."

옆에 있던 세레나가 답했다.

"근데 왜 웃나……이다."

세레나는 그 지적에 스스로도 미소 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망친 것치고는, 꽤 오래 서 있었잖아요. 그거면 충분히 웃을 일이에요."


"열까지 셌다……이다. 나도 셌다……이다."

"비아 씨도 세셨어요?"

"당연하다……이다. 저 아이가 언제 도망칠지 궁금했다……이다."

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무뚝뚝한 말투 속에서도, 이리스를 향한 은근한 응원이 묻어 있었다.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광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뒤덮였다. 무대극의 마지막 장면 — 도시 사람들이 모두 함께 웃는 장면 — 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래도록 박수를 보냈다.

"오늘 축제, 최고였어요!"

"내년에도 또 해요!"

여기저기서 그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세레나가 다시 단상에 올라 축제의 마무리를 알렸다.

"오늘 노바 니발리스 최초의 겨울 축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함께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박수 소리가 다시 한번 광장을 가득 채웠다.


무대 뒤에서 여전히 숨을 고르고 있던 이리스에게, 수연이 다가왔다.

"신입, 괜찮아?"

"……응. 괜찮아."

"아까 그거, 봤어. 열까지 서 있었지."

이리스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도망쳤어. 결국."


"근데 열까지 버텼잖아."

"그게 뭐가 대단해. 결국 도망친 건데."

"신입, 자꾸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좀 봐. 열 초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거, 그거 자체가 결과야. 도망친 다음은 그냥 덤이고."

이리스는 그 말에 반박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수연의 논리는 언제나 이렇게, 그녀가 스스로를 깎아내리려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그것을 막아섰다.

수연은 그 자책에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안 서려고 했으면 진짜 도망친 거지. 근데 신입은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열을 셀 만큼."


이리스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수연의 말이 맞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열 초 동안,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어."

"어떤 느낌?"

"무섭기도 하고, 근데 동시에…… 뭔가 벅찼어. 그런 느낌, 처음 느껴봤어."


수연은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그거, 나쁜 느낌 아니잖아."

"응, 나쁜 느낌은 아니었어."

"그럼 된 거 아니야?"

이리스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응. 오늘은 이걸로 됐어."


그날 밤, 라면사장이 뒷정리를 마치고 무대 근처를 지나다가 이리스와 마주쳤다.

"수고했다."

"사장님, 저 봤어요?"

"봤다."

"어땠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답했다.

"열을 셀 만큼, 거기 서 있었다."


"결국 도망쳤는데도요?"

"도망친 게 아니라, 오늘 몫만큼 서 있다가 돌아온 거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리스는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다음엔 좀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을까요?"

"그건 네가 정할 일이다. 근데 오늘, 그 첫걸음은 확실히 뗐다."


이리스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 곳곳에 남은 축제의 여운 속에서, 그녀는 오늘 자신에게 일어난 그 짧고도 강렬한 열 초를,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 열 초의 감각은,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놓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무대 위에 서게 될, 그날을 위한 씨앗이었다.


정리가 끝난 광장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고, 라면사장의 부스 앞에도 마지막 손님들이 남아 있었다.

"사장님, 오늘 몇 그릇이나 파신 거예요?"

수연이 텅 빈 계란 통을 보며 물었다.

"이백 개는 다 썼다.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면 완판이죠! 내년엔 삼백 개 준비해야겠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마지막 그릇들을 정리했다.


"근데 사장님, 아까 신입 무대에 섰을 때 표정 보셨어요?"

"봤다."

"어떤 표정이었어요?"

라면사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두려운데, 그 두려움에 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녀가 본 것과 같은 얼굴이었다.


"저 그 표정,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어디서 봤나."

"음…… 잘 모르겠어요. 근데 낯설지가 않았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답 대신 옅은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 뒤에는, 오랫동안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지켜봐 온 이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말로 꺼내지 않았다.


정리를 마친 두 사람이 가게로 돌아가는 길, 광장에는 아직 몇몇 얼음 초롱들이 은은한 빛을 밝히고 있었다.

"오늘 진짜 좋은 하루였어요."

수연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내년에도 또 축제 하겠죠?"

"그럴 거다. 오늘처럼만 하면 된다."


가게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수연이 문득 물었다.

"사장님은 오늘, 사장님만의 열 초 같은 거 있으셨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

"……있었다."

"언제요?"

"네가 계란 이백 개를 다 삶아냈을 때."

"그게 무슨 열 초예요! 그냥 노동이었잖아요!"

수연이 웃으며 항의했다. 라면사장은 그 반응에 드물게 소리 내어 웃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눈 내리는 거리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축제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눈 내리는 하늘 아래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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