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70화. 다리, 러시, 100번째 그릇

도시 외곽,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가 있었다.

그 다리를 관리하는 이는 반 홀로라는 남자였다. 그는 매일 다리의 개폐를 점검하며, 늘 같은 말을 되뇌었다.

"건너올 사람이 있으면, 다리는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의 오랜 신념이었다.


수연은 배달을 나가던 길에 그 다리를 지나다, 반 홀로와 마주쳤다.

"오늘도 다리 점검하세요?"

"네, 매일 하는 일이죠."

"근데 이 다리, 건너오는 사람 있어요?"

반 홀로는 그 질문에 씁쓸하게 웃었다.


"10년째, 아무도 안 건너왔어요."

"10년이나요?"

수연이 놀라서 물었다.

"네. 근데 저는 계속 이 다리를 열어둡니다. 언젠가는 누군가 건너올 거라고 믿으니까요."

그의 그 말에는, 오랜 세월 흔들리지 않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근데 안 지치세요? 10년 동안 아무도 안 왔는데."

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치죠. 근데 이게 제 역할이니까요. 다리를 지키는 것, 그게 제가 이 도시에서 찾은 제 자리예요."

반 홀로의 그 대답에, 수연은 깊이 감명받았다.


"저 다리 너머엔 뭐가 있어요?"

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저도 몰라요. 그냥 안개만 자욱해서, 그 너머는 아무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럼 정말 아무도 안 건너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저는, 그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이 다리를 지킬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수연은 그 신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믿음, 진짜 대단하세요."

"대단할 것도 없어요. 그냥 제 방식대로 이 도시에 기여하는 거죠."

반 홀로는 그렇게 답하며, 다시 다리의 점검을 이어갔다.


그날 저녁, 수연은 가게로 돌아와 라면사장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반 홀로 씨, 10년 동안 아무도 안 건너온 다리를 계속 지키고 계시대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사장님도 아세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


"근데 안 힘드실까요?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성과 없이 기다리는 거요."

수연이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기다림 자체가, 성과 없는 게 아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 다리가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거다. 누군가 건너오든 안 오든."

라면사장의 그 말에, 수연은 문득 이 가게의 붉은 테두리 그릇을 떠올렸다.

"그거, 사장님의 그 그릇이랑 비슷한 얘기네요."

"……그렇다."


며칠 뒤, 수연은 다시 그 다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반 홀로 씨,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는 여느 때처럼 다리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따라, 그의 표정에 뭔가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 뭔가 다르세요?"

수연이 물었다.


"오늘…… 안개 너머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인 것 같아서요."

반 홀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짜요?"

"확실친 않아요. 그냥 착각일 수도 있고요."

수연은 그 말에 함께 다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지만, 그 속에서 뭔가 희미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다리 너머를 응시했다.

시간이 흐르며, 안개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한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저거……!"

반 홀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로, 누군가 그 안개를 뚫고 다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누가 왔다!"

반 홀로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서둘러 다리 입구로 달려가, 그 형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예요!"

10년 만에, 마침내 그의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로…… 누군가 건너왔어.'

그녀는 그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목격할 수 있어서 벅찬 감사함을 느꼈다.


가까이 다가온 그 사람은, 지친 얼굴의 낯선 여행자였다.

"여, 여기가 어디죠?"

그 여행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노바 니발리스라는 도시입니다. 어서 오세요, 여기서부터는 안전해요."

반 홀로가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 여행자는 그 환대에 눈물을 글썽였다.

"드, 드디어…… 도착했군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반 홀로가 그렇게 답하며, 그 여행자를 도시 안쪽으로 안내했다.


수연은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반 홀로에게 다가갔다.

"축하드려요! 드디어 기다리시던 순간이 왔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이 순간을 위해 10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반 홀로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날 저녁, 수연은 가게로 돌아와 이 소식을 전했다.

"사장님! 오늘 반 홀로 씨네 다리로 드디어 사람이 건너왔어요!"

"그래?"

"네! 10년 만에요!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라면사장은 그 소식에 옅게, 그러나 깊은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의 기다림이, 결국 결실을 맺었군."

"네,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수연이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보면서, 사장님 생각도 났어요. 사장님의 그 오랜 기다림도, 언젠가는 이렇게 결실을 맺겠죠."


라면사장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그러길 바란다."

"저도 그렇게 믿어요."

수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기다림이 언젠가 결실을 맺을 거라는 믿음을 조용히 나눴다.


그날 밤, 반 홀로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리 앞에 앉아 있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그 순간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는 다시 다리 저편의 안개를 바라보며,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를 지킬 것을 다짐했다.

"다음 사람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열린 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반 홀로의 다리에 첫 방문객이 온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 도시에 새로운 도착자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그동안 몇 달에 한 명 올까 말까 하던 도착자들이, 갑자기 하루에도 몇 명씩 나타나고 있었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수연이 세레나에게 물었다.


세레나는 도시 기록부를 살펴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이…… 많아지고 있어요."

"문이요?"

"이 도시로 들어오는 문 말이에요. 원래는 아주 드물게, 하나씩 열렸었는데, 요즘은 동시에 여러 개가 열리고 있어요."

세레나의 그 말에는, 걱정과 동시에 묘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이게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요?"

수연이 물었다.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근데……."

세레나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이 도시가 조금씩 더 커지고, 더 튼튼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그럼 좋은 거네요?"

"그럴 수도 있죠. 근데 갑작스러운 변화는, 늘 신중하게 지켜봐야 해요."

세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도시 곳곳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새로 도착한 이들을 하나하나 맞이하고, 그들이 정착할 자리를 안내하는 일이 그녀의 새로운 임무가 되었다.


비아는 그 소식에 유독 신나 있었다.

"문이 많아진다는 건, 나도 더 바빠진다는 거다……이다!"

그녀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비아, 힘들지 않겠어?"

수연이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다……이다! 문지기는 문이 많을수록 신난다……이다!"


그러나 라면사장의 표정은, 비아만큼 밝지 않았다.

"사장님,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세요?"

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거 아니다."

"그래도 뭔가 걱정되시는 것 같은데."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떤 이유요?"

"모른다. 근데, 뭔가 이 도시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신호일 수도 있지."

그의 그 말에, 수연은 문득 불안해졌다.


"위험한 건가요?"

"아직은 모른다. 근데 조심스럽게 지켜봐야겠지."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은 대체로 지친 얼굴이었지만, 위협적인 기색은 없었다. 그저 이야기가 끝난 뒤 도착한, 평범한 존재들이었다.


그날 오후, 새로운 도착자 한 명이 가게를 찾아왔다.

"저기…… 여기가 라면가게 맞나요?"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맞아요. 어서 오세요."

수연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 도시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요.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수연은 그 도착자에게 이 도시의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시간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이야기가 끝난 뒤 도착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이 가게가 첫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그럼…… 저도 여기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건가요?"

그 도착자가 물었다.


"그럼요.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

수연이 따뜻하게 답했다.

그 도착자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라면사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수연이 이 가게의 방식을 완전히 체득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며칠 사이, 그렇게 여러 명의 새로운 도착자들이 이 가게를 거쳐갔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채로, 이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거 완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느낌인데요."

소예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근데 사장님은 좀 걱정하시는 것 같더라."

수연이 답했다.


그날 저녁, 세레나가 순찰을 마치고 가게에 들러 오늘의 결과를 정리했다.

"오늘만 세 명이 더 도착했어요. 이번 주 총 아홉 명이네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숫자군."

라면사장이 답했다.

"네. 저도 이 추세가 계속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사장님, 이게 나쁜 신호일까요?"

수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근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인 건 확실하다."

"어떤 변화요?"

"그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거다."


세레나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계속 기록하면서 지켜볼게요. 만약 뭔가 이상한 패턴이 보이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그래, 부탁한다."

라면사장의 그 신뢰에, 세레나는 옅게 웃으며 답했다.

"믿고 맡겨주세요."


비아는 그 진지한 대화 속에서도, 여전히 신나 있었다.

"어쨌든, 나는 계속 열심히 문지기 할 거다……이다!"

그녀의 그 씩씩함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렸다.

"그래, 비아. 잘 부탁해."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이 급격한 변화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문이 많아진다는 것. 그것이 좋은 신호든 나쁜 신호든, 분명한 건 이 도시가 더 이상 예전처럼 조용하고 정적인 곳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변화가 오고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불빛 하나하나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새 도착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요즘 자리가 너무 부족해요."

소예가 걱정스레 말했다.

점심시간마다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다 손님들 다 기다리다 지쳐서 가버리겠어요."

수연도 걱정스레 동의했다.


그날 저녁, 가게 사람들이 모여 작은 회의를 열었다.

"가게를 좀 넓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리스가 제안했다.

"옆 건물 사서 확장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소예도 의견을 냈다.

라면사장은 그 제안들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확장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수연이 물었다.

라면사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확장 안 한다."

그 단호한 대답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요?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수연이 물었다.

"자리가 모자라면, 기다리면 된다."

라면사장의 그 대답에, 이리스가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근데 기다리는 거, 손님들한테 불편하지 않을까요?"


"기다림도 이 가게 메뉴다."

라면사장이 그렇게 답했다.

그 말에 가게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소예가 물었다.


"이 가게는, 빨리 먹고 가는 곳이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이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의 일부다."

라면사장의 그 철학에, 사람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확장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세레나가 순찰 중 우연히 그 회의에 합류하며 말했다.


"어떤 방법이요?"

수연이 물었다.

"기다리는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거요."

세레나가 제안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이리스가 신나서 동의했다.


"처마 밑에 대기용 화로 하나 놓으면 어때요?"

소예가 제안했다.

"그거 좋다."

라면사장이 처음으로 흔쾌히 동의했다.

"화로 옆에 앉아서 기다리면, 춥지도 않고 오히려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마침 그 소식을 들은 고로 톤이라는 군밤 장수가 가게에 찾아왔다.

"저도 그 화로 콜라보 해도 될까요? 제가 군밤 구워드릴게요, 기다리시는 동안."

"오, 그거 완전 좋은 생각인데요!"

수연이 반색하며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군밤 냄새까지 맡을 수 있으면, 오히려 기다리는 게 즐거워지겠어요."

이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라면사장도 그 제안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그렇게 처마 밑에 작은 화로가 설치되었고, 고로 톤이 그 옆에서 군밤을 구워 팔기 시작했다.

"기다리시는 동안, 따뜻한 군밤 하나 드세요!"

고로가 손님들에게 활기차게 외쳤다.

손님들은 그 예상치 못한 서비스에 즐거워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오히려 반겼다.


"이거 완전 신의 한 수네요."

수연이 감탄하며 말했다.

"확장 안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소예도 동의했다.

라면사장은 그 반응들을 지켜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이 가게의 방식이, 확장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풀리는 거군요."

세레나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그래. 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그 자리를 더 소중하게 만드는 게 낫다."

라면사장의 그 철학에, 세레나는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그 화로 앞은 새로운 명소가 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라면을 기다리며 군밤을 까먹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며, 그 화로 앞은 어느새 작은 사교의 장이 되었다.

"이거 완전 이 도시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네요."

수연이 감탄하며 말했다.


"사장님, 진짜 대단하세요. 확장 안 하신 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어요."

이리스가 감탄하며 말했다.

"별거 아니다. 그냥 이 가게의 방식을 지켰을 뿐이다."

라면사장이 겸손하게 답했다.


그날 저녁, 수연은 그 화로 앞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라면사장 옆에 나란히 섰다.

"사장님, 이 가게 진짜 특별한 것 같아요."

"뭐가."

"확장 안 하고도, 이렇게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


"확장이 능사는 아니다. 가끔은, 있는 걸 더 소중히 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지."

"그거, 사람 관계에도 적용되는 말 같아요."

수연이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많은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하는 게 낫다는 거요."

수연의 그 말에, 라면사장은 순간 그녀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날 밤, 가게 문을 닫으며 라면사장은 처마 밑 화로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불씨는 여전히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온기가, 오늘 하루 이 가게를 거쳐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확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넓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 문을 잠갔다. 골목은 고요했고, 화로의 온기만이 밤새 그 자리를 은은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날, 수연은 배달을 나가던 길에 문득 걸음을 멈췄다.

'……내가 이 도시에 온 지, 꽤 됐구나.'

그녀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확히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도시에서는 시간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이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가게로 돌아온 그녀는, 라면사장에게 문득 물었다.

"사장님, 제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을까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글쎄,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시간이 제대로 안 흐르니까."

"그럼 어떻게 세어야 할까요?"


수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콜라비빔면 만든 횟수로 세어볼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동의했다.

두 사람은 함께 그동안 그녀가 콜라비빔면을 만들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처음 왔을 때 한 번, 그다음 노크사 만났을 때 한 번, 그리고 지난번 악몽 꿨을 때 한 번……."

수연이 손가락을 꼽으며 세었다.

"이것 말고도 종종 만들었지. 심심할 때, 우울할 때."

라면사장이 덧붙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기억을 더듬으며, 대략적인 횟수를 세어보았다.

"스물몇 번쯤 되는 것 같아요."

수연이 결론을 내렸다.

"……꽤 됐네."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짧은 말에는, 지나온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많이 변했나."

라면사장이 문득 물었다.

수연은 그 질문에 깊이 생각해보았다.

"네. 처음 왔을 때는, 그냥 낯설고 무서웠어요. 근데 지금은…… 여기가 제 집 같아요."


"집이라."

라면사장이 그 말을 되뇌었다.

"네. 원래 세계에서는, 저는 그냥 파괴자였어요. 근데 여기서는, 검사고, 라면집 알바생이고, 그리고……."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문득 라면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뭐냐."


"그리고…… 사장님이랑 가까운 사람이요."

수연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그것도 맞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조용히 확인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소예와 이리스도 그 대화에 합류했다.

"저도 여기 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어요."

소예가 말했다.

"저도요. 근데 확실한 건, 처음보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거예요."

이리스도 동의했다.


"다들 그렇게 느끼는구나."

수연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이 도시가, 시간은 제대로 안 흘러도 사람은 제대로 변하게 만드는 곳인가 봐요."

세레나가 순찰 중 그 대화에 합류하며 말했다.


"세레나 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수연이 물었다.

"네. 저도 여기서 많은 걸 배웠어요. 시간의 흐름보다, 그 안에서 쌓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세레나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신기해요."

수연이 문득 말했다.

"처음 왔을 때는, 언젠가 여기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이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어요."

"왜 그럴까?"

이리스가 물었다.


"그냥…… 여기가 제 자리라는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수연의 그 대답에, 라면사장의 표정이 순간 부드러워졌다.

"그거, 좋은 확신이다."

"그쵸?"

수연이 웃으며 답했다.


"이제 떠난다는 말은, 아무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소예가 문득 그렇게 말했다.

"맞아요. 다들 여기서 계속 살아갈 생각인 것 같아요."

이리스도 동의했다.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안도했다.


"사장님은 저희가 안 떠날까 봐 걱정되셨던 적은 없어요?"

수연이 문득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시선을 피했다.

"……그런 걱정을 왜 하나. 있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럼 저도, 앞으로도 쭉 여기 있을게요."

수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홀로 가게를 정리하며 오늘의 대화를 되새겼다.

수연이 여기 온 지 스물몇 번의 콜라비빔면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녀가 이 가게의, 그리고 그의 마음속의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에서 보낸 시간들이 쌓여, 이제 곧 큰 이정표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는 선반 위의 붉은 테두리 그릇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수연의 모습을 떠올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기다림이, 이제 그의 마음속에서 하나로 얽혀가고 있었다. 그 그릇의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과, 수연을 향한 이 새로운 감정이.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 문을 잠갔다. 골목 밖으로는, 오늘 밤도 별들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라면사장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하루 동안 몇 그릇이나 파는지 세어볼까."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요?"

수연이 물었다.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


그렇게 그날, 라면사장은 손님이 올 때마다 조용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한 그릇이요!"

첫 손님이 주문하자, 그가 작은 수첩에 "1"이라고 적었다.

"이거 뭐 하시는 거예요?"

소예가 궁금해서 물었다.

"오늘 몇 그릇이나 나가는지 세는 거다."


시간이 흐르며, 숫자는 하나둘 늘어갔다.

10그릇, 20그릇, 30그릇.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지만, 그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벌써 50그릇이나 나갔네요."

수연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 도시가, 확실히 커지고 있다는 증거지."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오후가 되자, 숫자는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났다.

새로 도착한 이들이 많아진 만큼, 손님도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70그릇이요!"

이리스가 신나서 외쳤다.

"이러다 오늘 100그릇 채우는 거 아니에요?"

수연이 흥분하며 말했다.


"글쎄, 어떻게 될지 보자."

라면사장이 담담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도, 은근한 기대감이 스며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숫자는 어느새 90그릇을 넘어서고 있었다.

"90그릇!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소예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새 그 숫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95그릇!"

"97그릇!"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다들 숫자를 세며 함께 긴장했다.

"이제 세 그릇만 더 팔면 100이에요!"

수연이 신나서 말했다.


곧이어 두 명의 손님이 연달아 들어와, 숫자는 순식간에 99그릇까지 올라갔다.

"99그릇……!"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다음 손님이 100번째다."

라면사장이 나직이 말했다.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낯선 실루엣이었다. 그 사람은 곧바로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더니, 늘 비어 있던 그 붉은 테두리 그릇 앞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라면사장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설마.'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오랜 세월 기다려온 그 순간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걸까.

수연도, 소예도, 모두가 그 뒷모습을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가게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낯선 실루엣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긴장했냐……이다!"

비아였다.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후드를 벗었다.


"뭐, 뭐야! 비아였어?!"

수연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쳤다.

"내가 좀 변장해봤다……이다! 다들 표정이 완전 볼만했다……이다!"

비아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야, 비아! 그렇게 놀라게 하는 게 어딨어!"

수연이 웃으며 타박했다.

"미안하다……이다! 근데 진짜 재밌었다……이다!"

비아는 여전히 신나서 웃고 있었다.

"근데 그거 알아……이다? 나도 100번째 손님이니까, 100번째 그릇 먹을 자격 있다……이다!"


"그, 그건 그렇지."

라면사장이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답했다.

"그럼 100번째 그릇, 만들어주세요……이다!"

비아가 신나서 주문했다.

라면사장은 그 요청에 옅게 웃으며, 정성스럽게 100번째 그릇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게 안은 다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진짜 놀랐잖아. 나 진짜 심장 떨어질 뻔했어."

수연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저도요! 완전 긴장했었어요."

이리스도 동의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로, 라면사장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짧은 순간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 낯선 실루엣이 붉은 테두리 그릇 앞에 앉는 걸 본 순간, 그의 심장이 얼마나 크게 뛰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저렇게 반응하는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오랜 기다림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100번째 그릇이 완성되자, 그가 그것을 비아 앞에 내밀었다.

"자, 100번째 그릇이다."

"고맙다……이다! 오늘 완전 재밌었다……이다!"

비아가 신나게 그 그릇을 받아 들며 웃었다.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 100번째 그릇을 축하하며 박수를 쳤다.


"오늘 진짜 특별한 날이네요."

수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100그릇이나 팔다니, 이 도시가 확실히 커졌다는 증거야."

소예도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리스가 제안했다.

"오, 좋은 생각이다……이다!"

비아가 신나서 동의했다.

그렇게 가게 사람들은 다 함께 모여, 오늘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작은 사진을 남겼다.


그날 저녁,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 수연이 라면사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아까 비아 봤을 때, 표정이 좀 심각하셨어요. 혹시 진짜로 뭔가 기대하셨던 거예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그랬을지도."

그가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 그릇의 주인, 정말 오실 거라고 믿으세요?"

"그래. 언젠가는."

수연은 그 확신에 찬 대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믿을게요. 근데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저희랑 함께 이 가게 지켜주세요."

수연의 그 말에, 라면사장은 옅게 웃었다.

"당연하지. 나는 어디도 안 간다."

그 확답에, 수연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게가 완전히 정리된 뒤, 라면사장은 홀로 남아 그 붉은 테두리 그릇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오늘 그 짧은 순간, 자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그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지금 이 순간 자신 곁에 있는 사람들 — 수연, 소예, 이리스, 비아 — 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느꼈다.


'……기다림이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이 헛되지 않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오래된 기다림과 새로운 마음이, 그의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는 문득 수연을 떠올렸다. 오늘 그녀가 보여준 걱정, 그리고 그 확답을 들었을 때의 안도한 표정. 그 모든 순간들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했다.


이 가게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라면사장은 마지막으로 가게 불을 끄며,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100그릇의 라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쌓여가겠지.'

그는 그렇게 믿으며 가게 문을 잠갔다. 골목 밖으로는, 오늘 밤도 변함없이 별들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빛 아래에서, 이 가게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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