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46화. 국물의 온도

소예는 어느 날 문득, 이상한 규칙 하나를 발견했다.

볼도가 야간 순찰을 마치고 창고에서 잠깐 쉬다 나온 날은, 그날 아침 라면 국물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조금 더 뜨겁고, 조금 더 진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주에 걸쳐 그 패턴이 계속 반복되자, 소예는 확신이 생겼다.

"사장님, 이거 볼도 씨 있는 날마다 국물이 다른 것 같은데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

"우연이다."

"근데 매번 그러잖아요."

"우연이 반복되는 거다."

소예는 그 대답이 전혀 믿기지 않았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날부터 좀 더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볼도가 창고에서 쉬고 나온 날, 라면사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육수를 끓였다. 불 조절도 미묘하게 달랐고, 소금 간도 살짝 더 신경 쓰는 듯했다.


그녀는 며칠에 걸쳐 몰래 기록까지 남기기 시작했다. 작은 수첩에 볼도의 방문 날짜와 그날의 국물 온도를 체크했다.

『3일 — 볼도 있음 — 국물 뜨거움』
『4일 — 볼도 없음 — 국물 보통』
『5일 — 볼도 있음 — 국물 뜨거움, 간도 진함』

일주일치 기록을 모아보니, 패턴은 명확했다. 볼도가 있는 날은 예외 없이 국물이 더 뜨겁고 진했다.

"이거 봐요, 완전 규칙적이에요."

그녀가 그 수첩을 수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너 이걸 진짜 기록까지 했어?"

"증거가 있어야 사장님도 인정하실 것 같아서요."

수연은 그 열정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 우연이 아닌 것 같은데."

소예가 수연에게 그 관찰을 전했다.

"나도 눈치챘어. 근데 사장님이 우연이라고 하시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근데 왜 볼도 씨 있는 날만 그렇게 신경 쓰시는 걸까요?"

수연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글쎄. 그냥 물어보는 게 어때?"

"사장님한테요?"

"아니, 볼도 씨한테."


소예는 그 제안에 용기를 내어, 어느 날 볼도가 야간 순찰을 마치고 가게에 들렀을 때 조심스럽게 물었다.

"볼도 씨, 혹시 알고 계세요? 볼도 씨 있는 날은 국물이 좀 다르다는 거."

볼도는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처음 듣는 얘기인데."

"진짜 모르셨어요?"

"응.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소예는 그 반응에 오히려 더 확신이 생겼다. 너무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하는 게, 오히려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혹시 사장님이랑 뭔가 특별한 사이세요?"

소예가 대담하게 물었다.

볼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런 거 아니야."

"근데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그냥 순찰 돌고 와서 더워서 그래."

소예는 그 뻔한 변명에 웃음을 참았다.

"저 다 알 것 같은데요."

"뭘 알아."

"두 분 뭔가 있으신 거요."


"저 사실 이거 일주일치 기록도 있어요."

소예가 수첩을 꺼내 보여주려 하자, 볼도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런 걸 왜 기록까지 해!"

"증거를 대야 사장님이 인정하실 것 같아서요."

"인정할 것도 없다니까!"

볼도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평소 차분하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볼도는 그 지적에 당황해서 화제를 돌렸다.

"그, 그거보다 오늘 국물 맛있는데. 잘 먹을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그릇을 비웠다. 소예는 그 도망치는 듯한 태도에 확신이 더 굳어졌다.

그날 저녁, 소예는 라면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사장님, 진짜 우연 맞아요?"

"우연이다."

"근데 볼도 씨도 되게 어색해하시던데요."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잠시 손을 멈췄다.

"그건 그 사람 사정이다."


"그럼 사장님 사정은요?"

소예가 물러서지 않고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래도록 침묵하다가, 낮게 답했다.

"볼도는…… 밤새 이 도시를 지킨다.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 혼자."

"그거랑 국물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 사람이 새벽에 가장 지쳐 있을 시간에, 가장 따뜻한 걸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게 다다."

소예는 그 대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거 되게 다정한 마음이네요."

"다정한 거 아니다. 그냥 당연한 거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손을 움직였지만, 그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을 소예는 놓치지 않았다.

"저기, 근데 볼도 씨한테는 왜 유독 더 신경 쓰세요? 다른 사람들도 다 챙기시는데."

소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볼도는……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 일한다. 다른 사람들은 낮에 일하고, 저녁이면 이 가게에서 다들 얼굴을 마주하지. 근데 볼도는 다들 잠든 시간에 혼자 이 도시를 지킨다."

"그래서요?"

"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다른 방식으로는 못 하니까, 국물로라도."

소예는 그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거 되게 섬세한 배려네요."

"섬세한 거 아니다. 그냥 미안한 마음이다."

"미안하다니요?"

"이 가게는 늦게까지 열지만, 그래도 자정이 넘으면 문을 닫는다. 근데 볼도는 그 뒤로도 계속 순찰을 돈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도 그를 챙겨주지 못한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냄비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적어도, 순찰 시작하기 전에는 제일 따뜻한 걸 먹여 보내고 싶었다."


"근데 왜 그걸 우연이라고 하세요?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말하면 부담스러워한다."

"누가요? 볼도 씨가요?"

"그렇다. 특별 대우받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질 사람이다."

소예는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볼도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법했다.


그날 저녁, 수연이 문득 라면사장에게 물었다.

"근데 사장님, 볼도 씨한테만 그러시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시고?"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다들 조금씩 다르게 챙긴다."

"저한테도요?"

"그렇다."

"어떻게요?"

"네가 배달 다녀온 날은, 국물에 생강을 조금 더 넣는다. 몸 냉해지지 말라고."

수연은 그 말에 놀랐다.

"저 그거 몰랐어요!"

"모르는 게 당연하다. 티 안 나게 하니까."

"그럼 소예는요?"

"소예가 힘든 티를 낸 날은, 국물 색이 좀 더 진하다. 위로가 되라고."

소예도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저도 몰랐어요!"

라면사장은 그 반응들에 옅게 웃었다.

"몰라도 된다. 그냥 먹으면 된다."

수연과 소예는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가게의 국물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향한 조용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며칠 뒤, 볼도가 다시 야간 순찰을 마치고 가게에 들렀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가 받은 그릇은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했다.

"오늘도 국물이 되게 따뜻하네요."

그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우연이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볼도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그 우연, 꽤 자주 일어나네요."

"그런가."

"근데…… 고마워요. 그 우연이든 뭐든."


라면사장은 그 감사 인사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놀림에서, 다음 그릇을 준비하는 손길이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스러워지는 것을, 소예는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볼도 씨."

소예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응?"

"사장님이 볼도 씨 되게 신경 쓰시는 거 같아요. 밤에 혼자 순찰 도는 거, 걱정되시나 봐요."

볼도는 그 말에 순간 시선을 내렸다.

"……그런가."

"네. 근데 직접 말은 안 하시니까, 그냥 국물로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볼도는 그 이야기에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저도 사실…… 알고 있었어요. 그 온도 차이."

"진짜요?"

"응. 근데 굳이 티 내지 않았어요. 사장님이 그렇게 조용히 챙겨주시는 방식이, 저도 편했거든요."

소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가게의 애정 표현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은은하고 조용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근데 이제 저한테 들켰으니 어떡해요?"

"비밀로 해줄게요. 사장님도, 볼도 씨도 편한 방식이 그거라면요."


이리스도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흥미로운 얼굴로 끼어들었다.

"저는요? 저한테는 뭔가 특별한 거 있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했다.

"네가 공연 마치고 온 날은, 그릇에 계란을 하나 더 넣는다."

"진짜요? 왜요?"

"단백질 보충이다. 화려한 거 오래 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니까."

이리스는 그 말에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저 그거 전혀 몰랐어요! 그냥 오늘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매번 그랬다."

"사장님, 진짜 다정하시다니까요!"

"다정한 거 아니다. 그냥 당연한 거다."

라면사장은 그렇게 부인했지만, 그의 귀 끝은 다시 살짝 붉어져 있었다. 소예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근데 마왕님한테도 뭔가 있어요?"

수연이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마왕은…… 그냥 평범하게 준다."

"왜 마왕님만 예외예요?"

"본인이 특별 대우 싫어한다. 예전에 왕이었으니, 평등하게 대해달라고 했다."

수연은 그 설명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가게의 세심한 배려는,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까지 고려한 것이었다.


그날 밤, 수연도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볼도 씨를 그렇게 챙기신다는 거지?"

"응. 근데 절대 티 안 내려고 하셔."

"왜 그러실까?"

"그냥, 그게 두 분 방식인 것 같아. 말로 안 하고, 국물 온도로 표현하는 거."

수연은 그 이야기에 옅게 웃었다.

"이 가게 사람들, 다들 그런 식이네. 직접 말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거."


며칠 뒤, 비아도 그 이야기를 듣고 신이 나서 끼어들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이다!"

"너도?"

"응……이다! 사장님이 볼도 순찰 도는 밤마다 냄비 앞에서 좀 더 오래 서 있는다……이다."

"진짜?"

"응……이다! 근데 아무도 안 물어봐서 나도 말 안 했다……이다."

소예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가게의 작은 비밀 하나가, 이제 모두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다정한 약속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외상장부를 꺼내 볼도의 이름 옆에 짧은 메모를 적었다.

『볼도 — 우연히 따뜻한 국물 (진행 중). 우연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안다.』

수연이 그 페이지를 우연히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완전 다 티 나는데요?"

"뭐가."

"우연이 아니라는 거, 사장님도 아시잖아요."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도 담담하게 답했다.

"우연이다."

수연은 그 고집스러운 부인에 결국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가게의 다정함은, 늘 이렇게 부인하면서도 은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뒤, 볼도가 순찰을 나서기 전 가게에 잠깐 들러 라면사장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왜."

"그…… 국물, 계속 그렇게 주셔도 돼요. 이제 알았으니까, 편하게 받을게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요. 그동안 몰랐던 게 아쉬울 정도로."

볼도는 그렇게 말하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저도, 순찰 도는 밤마다 사장님이 생각날 것 같아요. 이 따뜻한 국물 생각하면서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그릇 하나를 더 준비해, 여느 때보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국물을 부었다.

"오늘도 조심히 돌아라."

"네, 다녀올게요."

볼도는 그 그릇을 다 비우고, 한결 든든해진 발걸음으로 순찰을 나섰다. 가게 안에 남은 라면사장은,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냄비 앞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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